'R J to 1945'
2021년 2월 02일 00:00,
일본 상공 1,200km 외기권.
1,200km 떨어진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그야말로 어둠 속에서 발산하는 조명 빛에 그 아름다움은 한층 더했다. 그런 와중에 지구의 어느 한 지점에서 연속으로 발산하는 섬광은 눈부실 정도로 매우 밝았고 그러한 섬광들은 수십 개에 달했다. 바로 CFS/A-31SP 삼족오 우주 전투기에서 발사한 지노그 미사일과 에피루스 미사일의 폭발 섬광이었다.
삼족오 우주전투기 4기의 1차 표적은 일본 전역 상공을 감시하고 있는 레이더기지와 대공 방어 요격미사일 포대였다. 일본은 개전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탐지자산을 모두 가동했다. 먼저 상고에서는 탐지거리 800km인 E-767 조기경보기와 탐지거리 560km, E-2 조기경보기 여러 기가 일본 상공을 비행했고 더불어 탐지능력이 탁월한 F-2 전투기와 F-35A 라이트닝II까지 출격시켰다.
한편 일본 전역에서는 지상 레이더 중 탐지거리가 1,800km 달하는 J/FPS-5 지상 레이더기지 6개와 탐지거리 620km 이르는 J/FPS-3의 개량형인 J/FPS-3B 지상 레이더기지 8개가 한반도를 향해 강력한 전파를 발산했고 이외 각종 대공 방어 미사일 포대의 AN/TPY-2 레이더와 N-SAM 사격 레이더 또한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해상에서는 서북부 해안선을 따라 대형을 길게 유지한 해상자위군 소속의 이지스함과 구축함은 한국의 탄도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에 탐지 및 요격준비를 마쳤다.
한마디로 현재 일본 상공은 벌레 한 마리 들어올 수 없을 정도의 촘촘하고 단단한 거미줄을 친 상황이었고 만에 하나 거미줄에 걸리는 위협대상이 있다면 그 즉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여 100% 요격할 수 절차를 모두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전 후 고작 2분 만에 일본 대공 방어망이 뚫리고 말았다. 일본 통합막료감부에서 꿈에도 생각 못 한 우주전투기를 이용한 우주 상공에서의 미사일 공격이었다. 그것도 20Kt에 핵폭탄에 버금가는 위력의 플라즈마 증폭탄 미사일 공격이었다.
지난 한중전을 바탕으로 통합막료감부와 내각분석실, 그리고 내각정보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전략과 전술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그중 가장 관심을 두고 분석한 것은 새벽 기습공격 당시 한국군의 탄도탄 미사일 공격이었다. 초반 중국의 동부 전구의 주력 부대가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당한 것은 새벽 시간 한국의 탄도탄 미사일 발사 탐지를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었다. 그만큼 중국의 대공 레이더인 YJ-26A와 이동형 YJ-26B 레이더가 대외적으로 탁월한 탐지 성능을 가졌다는 선전했던 만큼 실전에서 제대로 한국 탄도탄 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한 이유로 맥없이 당했다는 분석이었다.
한마디로 짝퉁국답게 짝퉁 레이더 성능만 믿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오판을 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같은 전차를 밟지 않기 위해 일본 통합막료감부는 개전 시각 몇 시간 전부터 가용한 모든 레이더를 총동원한 이유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오판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크나큰 피해를 보고 말았다. 몇몇 레이더기지에서는 마하 40에 달하는 속도로 낙하하는 지노그 미사일(플라즈마 증폭탄)과 에피루스 미사일(플라즈마 펄스탄)을 탐지하기도 했으나 낙탄 10초를 남기고 탐지했기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던지라 그대로 미사일의 공격을 받고 말았다.
한반도 전체를 탐지할 수 있는 J/FPS-5 레이더기지 6곳은 상공 1km에서 폭발한 에피루스 미사일에 의해 강력한 SEMP가 생성되었고 이로 인해 최첨단의 J/FPS-5 레이더를 운영하던 남서항공단 경계관제대 소속의 요자다케 파견기지, 항공자위대 서부항공방면대 소속의 시모코시키 파견기지, 항공자위대 이루마기지의 사도 파견기지인, 항공자위대 북부방면대 오미나토 파견기지, 항공자위군 통신소 교가미사키 파견기지의 레이더는 고철 덩어리로 전락해버렸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도쿄 대공을 책임지고 있는 동부항공방면대 소속의 이이오카 레이더기지를 타격 목표로 하던 에피루스 미사일을 제1호위대군 제5호대 소속의 이지스 구축함인 공고함에서 발사한 5발의 SM-3 미사일을 발사하여 겨우 요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외 J/FPS-3 레이더를 운용하던 항공방면대의 레이더기지 또한 SEMP(펄스) 폭풍에 휘말리며 레이더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문제는 플라즈마 증폭탄인 지노그 미사일에 타격받은 사드 포대와 N-SAM 지대공 미사일 포대의 괴멸이었다. 미군이 운용했던 2곳의 사드 포대를 제외한 6곳의 사드 포대와 4곳의 N-SAM 지대공 미사일 포대의 손실로 이제 반 봉사가 된 일본은 제2차 미사일 공격에 대해 요격 방어능력은 30%대로 떨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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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일 00:1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지금 비상안전상황실은 오퍼레이터의 절규하는 보고 소리에 매우 시끄러웠다. 한반도에서 발사할 탄도탄 미사일의 탐지만 기다리고 있던 상황실에는 곳곳에서 올라오는 보고에 아비규환 자체였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이오? 마사키 통막장!”
방위성 시바사키 대신이 통합막료장에게 윽박지르듯 물었다. 하지만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뭐라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이······.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통합막료장은 답답했는지 한숨을 쉬며 시바사키 대신의 시선을 피했다.
“당장 확인하란 말이오.”
“알겠습니다!”
공격을 받은 지 10분도 안 된 시간이었고 공격수단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통합막료장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분명 한반도에서는 그 어떠한 탄도탄 미사일의 발사 움직임도 없었고 백 보 양보해서 J/FPS-5 레이더의 탐지거리 밖에서 즉, 만주 최북단에서 발사차량을 이용해 탄도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하여도 중간단계 도달 전에 충분히 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순간이었다. 단지 이이오카 파견기지에 근거리에 있던 제1호위대군의 공고함에서 마하 40에 달하는 미사일을 직탄까지 십여 초를 남기고 SM-3 미사일 5기를 발사해 겨우 요격에 성공했다는 보고뿐이었다.
“항공막료장! 당장 항공방면대에 연락해 확인해보게.”
“네, 통막장님!”
이때 상황실 전체를 얼어붙게 할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울려 퍼졌다.
“한반도에서 탄도탄 미사일 발사됩니다. 미사일 수는 현재 58기······. 숫자는 계속 올라갑니다.”
중앙 스크린에는 한반도 곳곳에서 탄도탄 미사일로 보이는 빨간 점들이 동시에 수십 개씩 표시되었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탄도탄 정체 확인되는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미사일 수량 135기! 계속 늘어납니다.”
현재 초고고도 방어능력이 기존대비 30%로 떨어진 상황에서 방어 후 공격 시 일본의 피해는 뻔했다. 이에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아베 총리를 찾았다. 급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상황실에 없었다.
“시바사키 대신! 총리님은 어디 계십니까?”
멈추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빨간 점을 보여주는 스크린을 보던 시바사키 대신은 재차 물어보는 통합막료장의 질문에 정신을 차렸고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현재 총리님은 미국 대통령과 통화 중이오.”
“아! 이런! 그럼 시바사키 대신! 우리도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 공격을 해야겠습니다. 승인 바랍니다.”
“그, 그렇게 하시오.”
“항막장! 육막장! 전군에 탄도탄 공격 명령하시오. 그리고 순항 미사일 또한 공격하시오.”
“네, 통막장!”
“한국 탄도탄 미사일 총 425발, 순항 미사일도 발사되었다는 보고입니다.”
SEMP에 고철이 되어버린 지상 레이더기지를 대신에 일본 영공에서 비행하던 조기경보기와 해상의 이지스 구축함에서 탐지된 정보들은 실시간으로 상황실에 전송했고 오퍼레이터들은 정보들을 일일이 큰 목소리로 보고했다.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에서는 1차 삼족오 우주전투기의 미사일 공격 이후 본격적인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스크린 화면에는 한반도 전체에 생성된 빨간 점들이 일본 전역 전체를 향해 수백 개의 선이 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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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일 00:15,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현재 탄도탄 미사일 총 425기 모두 발사되었습니다. 첫 탄 도달까지 앞으로 5분 58초!”
한국의 미사일사령부와 북한의 전략군을 통합한 대한민국의 제5군인 전략미사일군에서는 사거리 500km인 스커드C 미사일과 사거리 1,300km인 노동 미사일 전 수량을 모두 발사했다. 향후 최신 탄도탄 미사일로 재무장하려는 계획에 따라 재래식 탄도탄 미사일을 모두 소진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순항 미사일 현 발사현황은?”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작전본부장이 바로 질문으로 이어졌다.
“현재 각 군단 직할 포병여단에서 순항 미사일인 현무3E2-A타입(500km)과 B타입(1,000km) 총 250기 모두 발사되었습니다.”
“앗! 아폴론 1호로부터 보고입니다. 일본 전 지역에서 탄도탄 미사일 발사되었습니다.”
“수량은?”
“현재까지 29기, 계속 늘어납니다.”
“일본에도 현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는 친구가 있는가 봅니다. 의장님!”
“하하, 그러게 말이야. 허둥대고 방어만 하다가 말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밀어 붙어야겠어!”
“네, 의장님!”
“일단 공격은 공격이고 이제 방어태세로 전환하지?”
“알겠습니다. 전 군 지금부터 CAMD(Corea Air and Missile Defense) 전환! 상황실은 공격 현황정보는 3번 스크린에 표기하고 지금부터 대공 방어 및 요격 현황에 집중한다.”
“네, 알겠습니다!”
스크린 운용담당 오퍼레이터는 대답과 함께 이내 콘솔을 조작했고 중앙 메인 스크린은 공격 현황 정보에서 방어 및 요격 현황 정보로 바뀌었다.
“현재 일본 탄도탄 미사일 200기입니다. 기종은 J-ONE로 일본에서 자체 생산한 사거리 최대 1,000km에 탄두 중량 500kg인 전술 탄도탄입니다.”
“200기라, 그동안 많이도 만들어 냈군.”
“아베가 무기에 욕심이 과하지 않습니까?”
“하하 그런가?”
“탄도탄보다 순항 미사일 수량이 만만치 않은데?”
순항 미사일을 표기하는 주황색 표기는 총 350기였고 13식A/B 순항 미사일과 미국에서 구매한 토마호크 블록3과 4였다.
“사거리로 봐서는 북주까지 타격 표적 지점으로 포함된 거 같습니다.”
“순항 미사일 아음속이니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탄도탄부터 확실히 요격에 들어가라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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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일 00:20,
서울시 용산구 CC 탱커(전략요격위성 제우스 관제실).
제우스 1호는 아폴론 1호와 데이터 링크 온 상태에서 한반도로 날아오는 일본 J-ONE 전술 탄도탄 요격 절차에 들어갔다.
“표적 리스트 좌표 확인.”
“표적 리스트 좌표 200개 확인 들어갑니다.”
관제실 스크린에는 탄도탄 미사일에 대해 조준점 하나하나 지정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요격통제관이 보고했다.
“표적 리스트 좌표 200개 모두 확인 완료!”
“플라즈마 출력은?”
“현재 100% 이상 없습니다.”
“그럼 지정된 순서대로 연속 발사!”
“발사!”
관제장의 명령에 요격통제관이 이어 명령을 내리자 요격담당 쥐고 있던 조종간에 방아쇠를 당겼다.
츄웅~ 츄웅~ 츄웅~ 츄웅~ 츄웅~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파란 빛줄기는 영락없이 일본 탄도탄 미사일을 차례대로 요격했다.
“현재 요격한 탄도 미사일 34기, 이제 166기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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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2일 00:25,
대한해협 상공 위 500km 대기권.
제우스 1호가 빛줄기를 뿌리며 요격하는 사이 대한해협 부분 외기권에서 비행하던 삼족오 편대는 고도를 내려 대기권으로 진입했다. CAMD 시스템의 2단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대기권을 돌파하는 시점 삼족오 우주전투기에 탄도탄 미사일의 기다란 항적을 그으며 지구 위를 날아가는 일본의 탄도탄들이 레이더에 잡혔다.
- 삼족오 1호다. 지금부터 편대원은 일본 탄도탄에 대한 요격 절차에 들어간다. 요격 통합 데이터는 1호에서 설정한다.
- 삼족오 2호, 카피 뎃.
- 삼족오 3호, 카피 뎃.
- 삼족오 4호, 카피 뎃.
대기권에서 자유로운 기동을 펼치는 4기의 삼족오 우주전투기는 저마다 설정된 목표물을 향해 50mm 초고출력 레이저 빔을 발사하며 제우스 1호와 마찬가지로 우주에서 요격 임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