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6화 (176/605)

'R J to 1945'

2021년 2월 01일 10:2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 1층.

“지난 한중전 당시 지린에서 있었던 사린가스 살포 사건은 중국군을 위장한 일본 내각정보실 짓이었으며 우리 대한민국의 승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통일 행사 당일 김여정 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도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행히 암살 시도는 실패했고 그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범인의 진술과 갖가지 증거자료를 확보한 결과 배후에는 일본 아베 정권이 있었음을 이 또한 확인하였습니다. 수십 년간 우리 한민족이 바라고 바라던 남북 평화 통일을 방해하고 자칫 남북 내전으로 갈 수 있는 그리고 제2의 평양 폭탄 테러와 같은 잔인무도하고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일본은 그야말로 테러국가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이 순간 대한민국의 국민은 물론 서현우 대통령의 성명 발표가 방송되고 있는 타 국가의 국민 역시 엄청나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저질렀던 만행이 그대로 까발려졌다. 겉으로는 착한척하며 속으로는 칼을 품는다는 국민성답게 가식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금일 24시를 기준으로 일본에 정식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대통령은 방송 카메라를 뚫어지라 주시하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아베 총리,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오.”

잠시 후 굳었던 표정을 푼 대통령은 준비한 모든 담화문 내용을 다 읽었는지 가볍게 인사를 한 후 기자들의 질의시간은 생략하고 곧바로 춘추관을 벗어났다. 그러자 일순간 기자들의 손과 발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와! 이거 핵폭탄급인데? 일본의 만행에 대해 까발려진 것도 이슈지만 한중전이 끝난 지 한 달 만에 일본을 상대로 정식으로 전쟁 선포를······.”

“이 기자! 시간 없어! 허튼소리 하지 말고 빨리 찍었던 사진 전송해!”

“아! 알겠습니다.”

이슈 중의 이슈인 한일전 개전 소식을 가장 먼저 기사로 내보내기 위함이었고 해외 취재진 또한 찍었던 사진과 기사 내용을 자국으로 보내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도심 곳곳에는 일본의 만행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거리행진을 하며 아베와 일본에 대해 규탄을 하였다.

★ ★ ★

2021년 2월 01일 11:00,

일본 도교 내각 총리실.

우당탕! 쨍그랑!

총리실 바닥에는 깨져버린 난초 화분이 너부러져 있었다. 조금 전 TV를 통해 대한민국 서현우 대통령의 성명 발표에 치밀어오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탁자 위에 있던 난초 화분을 집어 던져버린 것이었다.

“총리님! 무슨 일이십니까?”

작은 소란에 놀란 비서관이 급히 문을 열고 총리실에 들어와 물었다.

“지금 당장 비상회의 참석자 모두 소집해!”

“알겠습니다. 총리님!”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험악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아베 총리는 생각에 잠겼다.

‘서현우!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마!’

★ ★ ★

2021년 2월 01일 14:3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개전까지 8시 30분 전, 비상안전상황실 회의실에는 총리를 비롯해 국가안보에 직접적 관여된 부서장들과 통합막료감부 지휘관들이 참석했다.

“개전까지 8시간 정도 남은 상태요. 한국의 공격 예상과 그에 대한 대비는 갖춰져 있소이까?”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아베 총리가 질문을 던지자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예상했던 질문이라는 듯 바로 답변했다.

“중국과의 개전 당시 한국은 전술 탄도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의 기습 공격을 감행해 주요 병력 주둔지와 군사시설인 레이더기지, 대공 기지를 파괴하였고 이후 전폭기를 이용한 폭격을 가했습니다. 현대전의 정석 패턴을 그대로 따라 한 것입니다. 이번에도 틀림없이 한국군은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로 공격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 무엇입니까? 말해보시오.”

아베 총리의 질문이 이어지자 기타노 다케시 항공막료장이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네, 현재 일본 전역에는 항공자위군에서 운용하는 6개의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포대와 미군에서 운용 중인 2개의 사드 포대가 있습니다. 준비된 화면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실 정 중앙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항공막료감부에서 준비한 디지털 지도와 사드 포대의 위치가 설명과 함께 화면에 비췄다.

“한국과 동맹인 미국이 참전이 불가한 상태에서는 일미 군사강화협정에 따라 미군에서 운용 중인 2개 사드 포대를 우리 항공자위군에서 인수하여 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즉 8개 사드 포대를 운용하게 됨으로써 초고고도 요격능력은 총 384기가 되겠습니다. 이외 작년에 실전 배치한 고고도 대공 미사일인 N-SAM은 일본 전역에 총 8개 포대가 있으며 고고도에서 160기에 달하는 요격능력을 갖췄습니다. 즉 고고도 이상 요격능력은 총 544기이며, 해군 SM-3 대공 전력까지 합친다면 약 650여 기까지는 초고고도 대공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며 더 중요한 것은 종말 단계방식의 AN/TPY-2 레이더는 약 1,000㎞에서 상승 중인 탄도탄 미사일을 탐지해 600㎞에서 낙하하는 탄도탄 미사일을 정확히 탐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반도에서 발사하는 모든 탄도탄 미사일을 발사 시점부터 낙하 시점 전체를 모두 탐지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섬나라 국가로 외부의 공격 경로는 해상과 상공이었다. 이에 일본의 해상자위군의 전력은 한때 세계 3위 할 정도로 막강했고 더불어 공중으로부터의 방어에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해왔다. 북한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도 한 이유였지만 진짜 이유는 수천 발의 탄도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던 중국 때문이었다.

이렇듯 요격 대응능력이 650여 발에 달하는 일본의 대공 시스템은 미국이나 러시아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막강한 대공 방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좋아요. 그럼 순항 미사일에 대한 대비는 무엇이오?”

“네, 순항 미사일 같은 경우는 조기경보기와 여러 레이더를 통해 빠짐없이 탐지할 수 있으며 03식 SAM 지대공 미사일 포대와 여러 구축함의 SM-2로 모두 요격이 가능합니다.”

“기타노 다케시 항공막료장의 말만 들으며 충분히 안심되는구먼, 그럼 방어는 그렇다고 쳐도 우리도 공격해야지 않겠나?”

2015년 보통 국가로 천명한 후 공격무기에 대한 개발과 생산을 시작한 일본은 사거리 800km인 13식A와 사거리 1,200km인 13식B 순항 미사일을 보유했고 사거리 1,000km에 달하는 J-ONE 전술 탄도탄 미사일 200기를 자체 생산하여 보유하고 있었다.

“개전과 동시 한국군의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 공격 시 바로 13식A 와 13식B 순항 미사일로 한국군의 레이더기지 및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예정입니다. 이후 미국에서 수입한 토마호크 블록3과 블록4 순항 미사일로 서울을 비롯한 부산 등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예정입니다.”

“좋아! 초반 공격 시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거만한 한국 대통령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야 하오. 또한, 수상함 전력으로 한국의 남해에 집중된 산업시설도 확실하게 파괴하세요.”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공격 범위를 민간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도시까지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아직도 가시지 않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네, 총리님! 확실히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무라 카와 해상막료장이 짧고 굵게 대답했다.

★ ★ ★

2021년 2월 01일 22:3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공군기지.

오늘따라 잔뜩 낀 먹구름에 달빛마저 사라져 캄캄한 가운데 활주로 조명을 따라 4기의 세계 최초의 우주전투기인 CFS/A-31SP 삼족오가 한창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이륙 절차를 마친 4기의 삼족오 우주전투기는 4개의 강력한 플라즈마 엔진에서 푸른 불꽃을 터뜨리더니 이내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이내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짧은 시간 마하 18에 달하는 속도로 중력을 무시하며 대기권 밖으로 돌파하는 4기의 삼족오 전투기는 몇 분도 되지 않아 고도 1,000km에 다다르며 진공상태에서 우주 비행을 이어갔다.

사방이 캄캄한 우주 공간에서 수천억 개의 반짝이는 불빛과 볼수록 아름다운 파란 지구의 풍경에 몇 번의 경험을 하면서도 삼족오 조종사들은 그 아름다운 장관에 넋을 놓고 구경했다.

- 삼족오 1호다. 삼족오 2호, 3호, 4호는 지금부터 해당 위치로 비행하며 할당된 목표물에 좌표에 대해 아폴론 2호 위성으로부터 재차 확인받도록 한다. 이상!

삼족오 편대의 편대장인 이두호 중령은 편대 통신망을 통해 명령을 하달했고 이내 편대 원들의 주 조종사의 대답이 들려왔다.

- 삼족오 2호, 카피 뎃.

- 삼족오 3호, 카피 뎃.

- 삼족오 4호, 카피 뎃.

1주일 전부터 정찰위성인 아폴론 1호, 2호, 3호는 일본 전역을 정밀 탐색했다. 정밀 탐색 목표물은 바로 초고고도 탄도탄 요격시스템을 갖춘 사드 포대의 이동 여부와 위치 확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치 좌표는 삼족오 편대에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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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1일 11: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서현우 대통령은 1개월 만에 국가위기상황센터를 다시 찾았다. 조만간 있을 일본과의 개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대통령의 모습은 초조함과 긴장감을 가지고 중국과의 개전을 기다리던 3개월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묻어 있었고 몸 상태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대통령님! 현재 삼족오 우주전투기가 고도 1,200km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에 있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전화를 받고 끊은 강현수 장관이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래요? 일이 착착 진행되는군요. 예전 중국과의 개전 당시와는 뭔가 마음가짐이 다르군요.”

“어떻게 다르십니까? 대통령님?”

“뭐랄까. 수십 년간 묵혔던 체증이 막 빠져나가려는 느낌이라고 할까?”

“네? 하하하, 대통령님도 센스가 대단하십니다.”

“하하, 실제 나의 심정이네.”

잠시 여유를 갖고 국방부 장관과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상황센터 대형 스크린 상단 오른쪽에 큼지막하게 23:45라고 시각을 알리고 있었고 스크린에는 한국과 일본 전체가 보이는 대형 디지털 지도가 보였다. 그리고 일본 지형에는 수십 개의 X 표시가 되었었다. 바로 삼족오 우주전투기가 공격할 목표지점이었고 아폴론 위성이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있는 좌표였다.

잠시 후 스크린 상단 오른쪽의 디지털 시계가 정확히 자정인 24시를 가리켰다. 일본과의 정식 전면전이 시작한 것이었다.

“드디어 시작인군······.”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로 흘려 말하며 일본 전역을 나타낸 디지털 지도를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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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1일 24:00,

일본 1,200km 상공 우주 공간.

우주 상공에서 비행하던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4기는 일제히 내부무장 페어링을 열고 목표로 설정된 좌표 지점을 향해 각각 지노그 미사일 4기와 에피루스 미사일 6기를 발사했다. 개전이 시작된 후 2분도 안 되어 지노그 16기와 에피루스 미사일 24기가 일본 전역으로 무서운 낙하속도를 올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투웅! 투웅! 투웅!

각 미사일의 자체 추진력과 낙하하는 중력의 힘에 이내 마하 40까지 도달한 미사일들은 마찰력에 벌겋게 변하며 화려한 불꽃을 일으키며 낙하했다. 마하 40에 1,200km 떨어지는 미사일은 2분도 안 되어 목표로 하는 지점에 정확히 떨어졌다.

쿠아앙!

먼저 상공 1km에서 폭발한 에피루스 미사일은 엄청 밝은 빛을 사방으로 방출했고 이내 거대한 충격파는 원형을 그리며 외부로 뻗어 나갔다.

파앗~ 퓨우우우웅~

음속에 달하는 충격파가 10km 이상 퍼져나가자 그 일대의 모든 불빛은 일순간 사라졌고 컴컴한 암흑지대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른 지상에서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지각 틀이 뒤틀릴 정도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바로 엄청난 운동에너지로 지하 수십 미터까지 뚫고 들어간 플라즈마 증폭탄인 지노그 미사일 폭발했다.

반경 5km 안의 지형들은 울퉁불퉁 솟아올랐고 그 사이로 검붉은 화염들이 광란의 춤을 추듯 미친 듯이 날아올랐다. 재수 없게도 지노그 미사일의 표적이 되었던 일본 제1방공군 소속의 사드 3포대는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며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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