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불씨!
2021년 1월 21일 16: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전날 서현우 대통령의 작전명 ‘R J to 1945’가 승인되고 본격적인 작전을 시행하기 위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움직임은 더욱 빠르게 돌아갔다.
만주를 방어하기 위한 부대를 제외한 중국 전역에 투입한 모든 부대의 본국 복귀와 전 군의 재정비였다. 이에 만주 국경선 일대에 보강되고 있는 러시아군의 전력 분석에 따른 방어부대의 재편성을 더욱더 서둘렀다.
본국으로 복귀한 제1해병사단과 제2해병사단, 그리고 제3해병기동사단은 해군 제2함대 사령부가 있는 평택 기지에 주둔하며 향후 일본 상륙을 앞둔 대대적 재정비에 들어갔다.
“현재 러시아군의 동부군관구 소속의 5군, 35군 29군, 36군, 그리고 68군단은 현재 서부군관구로부터 최신예 장비로 모두 교체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정보본부장인 안길원 중장이 디지털 지도 곳곳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한 동부군관구의 육군 전력 중 전차는 총 2,000대로 쉬토라 능동방호장치를 장착한 T-90A 블라디미르가 1,000대, 그리고 아레나E 시스템이 장착된 T-90A의 개량형인 T-90AM이 600대,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최신예 4.5세대급이라 불리는 T-14 아르마타가 400여 대로 확인되었으며 BMP는 2,500대, 자주포 1,100문, 다연장 700문입니다. 다음은 공군전력으로 전폭기는 수호이 Su-34 100대, 수호이 Su-35 80대, 요격기는 120여 대로 수호이 Su-27, Su-30MK, 미그 Mig-31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텔스 전투기인 수호이 Su-50이 80대 추가 된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이거이 동부군관구래 완전히 환골탈태를 했구만기래.”
합참차관인 최호일 차수가 쓴웃음을 지며 말했다.
“이외 해군전력인 극동함대로 슬라바급(바랴그) 미사일 순양함 1척, 키로프급(어드미럴 우샤코프, 어드미럴 라자레프) 원자력 미사일 순양함 2척,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1척, 우달로이급 구축함 4척, 초계함 6척, 보레이급 전략 원잠 6척, 오스카급 원잠 4척, 슈카B/바스급 원잠3척, 킬로급 재리식 잠수함 8척 외 상륙함정과 해군 항공전력이 있습니다.”
설명을 이어갈 때마다 스크린에는 현재 운용 중인 러시아의 군사 장비들의 사진과 설명 문구가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계속 보였다.
“잠수함 전력이 상당합니다.”
1군 사령관인 최진국 대장이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하자 이내 정보본부장이 대꾸했다.
“네, 최진국 대장님! 러시아는 현재 대규모 항모전단 운영 능력이 없었기에 미 항모전단을 상대로 이러한 잠수함 전력을 상당히 보유하고 운용 중입니다.”
“그렇군요. 현재 육군 병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네, 현재 육군 병력은 총 20만 정도입니다.”
정보본부장은 10여 분간 부가설명과 질의시간을 갖은 후 러시아군 전력 분석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설명은 잘 들었고 이제 분석한 결과로 만주 방어부대에 대한 재편성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작전기획본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안건에 대해 말했다. 이에 작전본부장이 단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러시아의 전력 분석을 근거로 기존 한중전의 공격개념에서 방어개념으로 재편성하였습니다.”
“스크린에 지도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작전본부장은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해 설명할 곳을 가리켰다.
“현재 러시아와 첫 교전을 치른 제1해병사단이 본국으로 복귀하면서 제5경계사령부의 11군단과 12군단을 러시아와의 군사경계선으로 적극 전진 배치할 예정이며 러시아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제5군은 제82기갑사단과 제81기계화보병사단으로 방어할 예정이며 후속 지원부대로 3군 사령부의 5군단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 제8기계화보병사단(오뚝기), 제3기갑사단(백골)으로 두만강 국경선을 포함한 동부전선 전체를 방어할 예정입니다.”
“현재 배치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강이식 합참의장이 질문을 던졌다.
“네! 현재 동부전선은 12군단 예하 부대와 제82기갑사단, 제81기계화보병사단이 배치가 완료되었으며 제5군단 전력도 3일 안으로 정해진 위치에 기동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알았네. 계속하게나.”
“네, 다음은 북부전선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북부전선의 러시아 주력부대는 제35군으로 산악 지형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현재 제2군단의 제15경갑산악사단과 제27경갑산악사단이 산악 방어 진지 구축을 완성한 상태이며 주 침공 루트인 S208 도로로 이어진 대평원에는 제8기계화보병사단을 대신에 제7기동군단의 수도기갑사단이 방어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방어개념에 따른 전술 배치이기에 제620포병군단 전력은 양 전선에 모두 투입할 예정입니다.”
“제620포병군단 전력이 도움되겠소?”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이 묻자 최호일 합참차장인 최호일 차수가 발끈했다.
“나 대장이래 섭섭하구만 기래, 아무리 똥포로 편성되었어도 똥포 맞고 살아남을 군인은 없어야. 안 그러네? 윤기윤 중장!”
“그렇디요. 제620포병군단은 북한군 내에서도 최신예 포병 전력입네다. 방어적 개념에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할깁네다. 걱정 마시라요.”
“아! 죄종합니다. 최호일 합참차장님!”
“하하하, 아니요. 사실 뭐 한국 군사력으로 보자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은 할 수 있디요. 하디만, 지금 상황에서는 가용한 전력은 모두 다 끌어써야디 않카습네까?”
“하하, 맞습니다.”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은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럼 다음으로 해군 극동함대 즉 태평양함대에 대해서는 해군 작전사령관이 직접 브리핑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어수선해진 회의실 분위기는 작전본부장의 이어지는 말에 조용해졌고 해군작전사령관 이기형 중장이 단상으로 위치했다.
“해군작전사령관 중장 이기형입니다.”
가볍게 경례를 한 이기형 중장은 동해지역으로 변한 디지털 지도를 향해 레이저 포인트를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극동함대의 전력은 우습게 소리로 일본 호위대군 23개의 전력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전력 수준은 상당하다고 봅니다. 특히나 포세이돈 1호의 탐지 영역 밖에서 수중 침투할 핵잠 전력은 우리에게는 매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서필리핀해(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복귀 중인 호큘라 잠수함을 동해로 긴급 파견하였고 나머지 잠수함도 동해와 남해에 모두 투입한 상태입니다. 또한, 수상 전력으로는 1함대와 3함대 가용 전력을 동해로 기동하여 충무공이순신함과 함께 극동함대를 방어할 예정입니다.”
동해 북쪽 지역 곳곳을 가리키며 브리핑을 이어가는 중 이번엔 공군참모총장인 최병환 대장이 질문을 던졌다.
“그 정도 수상 전력으로 막아내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말이야.”
“네, 맞습니다. 극동함대를 압박할 정도의 전력은 아닙니다. 그러니 공군에서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아! 그런가? 하하하, 걱정하지 말게, 김 중장이 최대한 지원할걸세.”
“하하하, 맞습니다. 이 중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24시간 공군은 지원대기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이로써 간단하게 러시아 극동함대 방어현황을 보고 드렸습니다.”
“자! 다음은 공군 전력의 지원에 대해······”
3시간 넘게 이어진 합동참모본부의 회의는 일본전 ‘R J to 1945' 작전 안까지 최종 점검을 하고는 끝이 났다. 외교부에서 임시적인 평화 외교를 펴고는 있는 러시아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일전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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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2일 14:00,
충북 청주시 봉무산 올림푸스 기지.
올림푸스 방산공장 11층에서는 제620포병군단의 포구경에 맞는 개량형 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만주의 방어 핵심 전력이 될 제620포병군단 전력의 질을 높이기 위해 122mm 자주포, 130mm 자주포, 152mm 자주포 플라즈마탄 생산은 물론 240mm 다연장(방사포)과 300mm 다연장(방사포) 플라즈마 로켓탄 생산까지 생산라인을 총동원하여 가동했고 특히, 구경마다 플라즈마 확산탄까지 확대하여 생산하고 있었다.
사거리와 화력에서 개량된 각가지 구경의 플라즈마탄은 하루 500발의 생산량을 보였고 플라즈마 확산탄 역시 하루 200발의 생산량을 보이고 이었다.
생산이 완료된 각가지 탄들은 2층 수화물 기차역으로 보내졌고 이내 화물 기차에 실려 만주 곳곳에 주둔 중인 제620포병군단 부대로 줄줄이 수송되었다.
“합참에서 연락이 왔는데 신규 탄 생산량을 대폭 늘려달라는 요청입니다. 이진현 실장님!”
점심 후 잠시 간부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오전에 있었던 합동참모본부의 요청 건에 대해 오영일 기지장이 회의 안건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에 방산기업 및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이진현 실장이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느 정도를 말씀하는 겁니까?”
“가능한 최대라고 하는군요.”
“최대라. 그렇다면 적어도 12층 생산라인까지 이쪽으로 돌려야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함정 운용 미사일 생산에 지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음, 그러면 안 되지요.”
올림푸스 8층과 9층에서는 현재 해군 수상함에서 운용 중인 함대함 미사일과 함대공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었다.
“현재 외부에서 탄 생산하는 군수 공장 중에 가장 보안이 잘된 곳이 어디인가요?”
오영일 기지장이 묻자 삼일테크원 파견 책임자인 유승헌 전무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우리 삼일테크원 안성 공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성 공장이요?”
“네! 작전에 보안시스템을 대폭 강화하였고 상시 경호원도 100여 명에 달합니다.”
“아 안성 공장은 한국 155mm 일반포탄 생산 공장이죠?”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플라즈마탄으로 전환 시 얼마나 소요될까요?”
“정부에서 승인만 한다면 소프트웨어는 바로 교체가 되지만 하드웨어 장비 교체는 1주일 정도 소요가 될 겁니다.”
“1주일이라. 그럼 제가 정부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테니 안성 공장은 플라즈마탄 생산할 수 있도록 전환 준비하시고 올림푸스 8층은 전량 플라즈마 확산탄만 생산하시지요. 어떻습니까?”
“네, 그렇게 되면 생산량은 충분히 올라갈 것입니다.”
“자 그럼 다음 회의 안건은 어떻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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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01일 10: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 1층.
월요일 아침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 발표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춘추관 1층에서는 수많은 기자가 카메라는 물론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며 서현우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여러 서현우 대통령이 모습을 보였고 이내 담화문 발표 단상 위로 올라왔다.
항상 여유를 갖고 밝은 표정으로 국민을 대했던 때와 다르게 오늘 서현우 대통령의 표정은 뭔가의 비장감마저 들 정도로 진지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한민족의 염원이 통일까지 이뤄졌습니다. 또한, 우리 젊은이들의 피와 땀으로 중국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하였습니다. 이렇게 우리 대한민국은 태풍에 요동치는 거대한 파도 위를 항해는 작은 배처럼 때론 높은 파고에 휘청하기도 때론 거침없이 헤치며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줄곧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는 서현우 대통령은 담화문 연설 또한 진지한 입장으로 일관했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방송 카메라를 한번 주시하고는 이번 담화문의 핵심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한 가지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한민족 염원인 통일도 이뤘는데 무슨 숙제가 남았는가? 하시겠지요? 하지만 남았습니다. 그 풀지 못한 숙제는 바로 대한민국의 경술국치 35년, 을사늑약 기준으로 40년, 강화도 늑약 기준으로 69년의 억울하고 치욕적인 과거 역사이며 이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입니다. 민족 말살을 위한 신민 교육과 고유 유산인 문화재의 강탈, 독립운동가에 대한 탄압과 학살, 전쟁을 위한 한국 지하자원의 수탈은 물론 강제징용으로 수많은 우리 조선인 청장년을 광산과 토목공사에 집단으로 동원하였습니다. 또한,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전락한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치욕적이고 슬픈 역사, 이렇듯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으면서도 지금 일본은 모든 것을 부인하며 왜곡된 역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침략야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억양은 약간 격앙되어 있었다. 그만큼 과거 역사를 일거에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화가 치밀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의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야 함은 마땅하며 지금이라도 한일 간의 비틀어진 역사관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TV를 통해 서현우 대통령의 성명 발표를 듣고 있는 국민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두 손을 불끈 쥐고 과거 치욕적인 역사에 분노를 보이는 젊음이, 손뼉을 치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TV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