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4화 (174/605)

또 다른 불씨!

2021년 1월 15일 16:00,

대한민국.

국무회의를 통해 러시아와 일본에 대한 향후 대응 정책이 결정됨에 따라 중앙정부의 해당 부서는 결정된 정책에 따라 은밀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가장 먼저 외교부는 러시아와 적극적 접촉을 추진했다.

세계 1위의 핵보유국이자 군사력 2위인 러시아에 대한 밀고 당기기 외교를 시작했다. 현시점에서 양국 간 상충하는 만주에 대한 영토 분쟁이었다. 사실 러시아의 동만주의 영토 주장은 매우 국제 정세로 보자면 강대국의 횡포로밖에 볼 수 없었다.

중국은 패전에 따른 항복 조건으로 만주(동북 삼성, 내몽골자치구)를 대한민국 영토로 인정하였고 한 가지 걸림돌이었던 ‘러중영토이양체결서’까지 무효화 성명 발표를 하였다. 이에 국제법상 만주는 이제 영원히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가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모든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법을 무시한 황당하고 억지 주장을 계속 펴며 속칭 깡패국다운 모습을 보여 왔다. 사실 지금까지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행태를 보자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G2 위상의 중국을 힘으로 누르고 초강대국 반열에 막 발돋움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일체 외면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시했다. 틈만 나면 러시아 무기를 카피하여 짝퉁 무기를 만들어내는 중국에 대해 짝퉁 국가라며 무시했던 러시아가 그런 중국을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하여 대한민국에 대해 겁을 먹거나 한발 뒤로 뺄 정도의 불곰국 러시아가 아니었고 푸틴 대통령의 성격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무튼, 상충하는 주장에 국지전을 치르고 만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민국 외교부는 외교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잠시나마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다.

한편 일본에 대해서는 최후 전면전까지 결정된 상황이라 가장 먼저 시급히 해결할 부분은 일본과 미국의 관계 분석이었다. 현재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국의 총 병력은 미 해군 7함대를 비롯해 공군과 해병대를 합쳐 총 4만에 이르는 병력이었다. 미 해군 7함대는 웬만한 국가의 해군력과 맞먹는 막강한 전력이었고 공군 또한 최신예 무기로만 이뤄져 있으며 실전 경험이 축적된 미 해병대 13,521명과 육군 병력 20,500명이 일본 전역 30개 군사기지에서 주둔 중이라는 점이었다.

이 부분은 대한민국에 매우 불리하면서도 당면과제로 제일 먼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전면전 발발 이후 일본 전역에 대한 공급이나 상륙작전으로 만일 하나 미군이 주둔 중인 곳에 손해가 입혀지면 자치 미국과도 전쟁하게 될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에 일본과 전쟁을 해야 하니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을 모두 철수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는 없었다.

이 또한 외교부를 통해 풀어나가려 했다. 대한민국이나 일본이나 군사적 동맹국인 미국이 실제 대한민국과 일본이 전면전 발발 시 미국이 실제 어떠한 견해를 밝힐 것 인지였다. 국제적 정서와 지금까지의 동맹 관계를 봐서는 3자 입장 즉, 중립적인 견해를 밝힐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지만 며칠 전 아베 총리가 비공식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비밀 회담한 이후 미·일 간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확인됐다.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에서 입수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비밀회담 대화 내용 때문이었다.

주요 골자만 말하자면 미국은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와 군사적 원조의 약속이었다. 그 어떤 나라와의 군사보호협정 수위를 뛰어넘는 군사강화협정이라 볼 수 있었고 만에 하나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전면전 발발 시 미국이 일방적인 일본 편을 들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 ★ ★

2021년 1월 16일 09: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 회의실).

복잡한 한미일 관계는 정치계의 문제이고 실제 전쟁을 수행하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일본과의 전면전 수행을 위한 여러 작전 안을 수립하느라 참모진들은 한중전 종전 이후 잠시 휴식을 뒤로하고 또다시 합동지휘통제소 지하 벙커에서 날밤을 새우고 있었다.

한 가지 이번 작전 안은 한중전과는 다르게 서현우 대통령의 몇 가지 의견이 반영되어 작전명은 ‘R J to 1945’이었고 자세하게 쓰자면 ‘Return Japan to 1945.’였다. 현 일본을 과거 1945년, 패전 당시의 일본으로 되돌려 보내자는 의미였다.

작전명부터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각오가 묻어 있었다.

“일본과의 본격적인 전쟁 발발 시점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당장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아니면 뭔 훗날이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인으로서 항상 대비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오늘 회의에서 각자 생각하고 있는 작전 안이 있다면 부서와 계급 상관없이 각자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전기획본부장 나태윤 중장이 회의의 서두를 열었다. 이에 해군작전사령관 이기형 중장이 손을 들고 처음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은 중국과는 다르게 섬 국가로 일방적인 육군 병력을 투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해군 상륙전단의 규모와 민간 선박까지 모두 동원하더라도 저번 산둥반도 상륙전처럼 최대 3만입니다. 그것도 해상 전력에서 우위를 점했을 때입니다. 이에 무리한 상륙전보다는 일차적으로 가용한 포병전력과 미사일 전력만으로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기형 중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작전기획본부장이 손을 들고 말했다.

“상륙전 없이 포병전력은 사거리에 한계에 있습니다. 이에···.”

일본전에 대한 작전 회의는 이날을 시작으로 5일간의 회의 끝에 ‘R J to 1945’ 작전 안이 수립되었고 3권 분량의 작전 안 파일은 이내 서현우 대통령에게 보고와 함께 작전 안을 입안됐다.

★ ★ ★

2021년 1월 17일 14:00,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장관실.

2020년 재키 로빈스 대사의 임기가 끝나고 후임으로 오게 된 월리 골드 대사가 미묘한 표정을 짓고는 김재학 장관을 보고 있었다.

“골드 대사도 잘 아시겠지만, 현재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이에 대통령님께서는 미국의 정확한 입장표명을 원하십니다.”

김재학 장관은 바로 본론내용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어떠한 입장표명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미묘한 표정을 유지한 채 대답 대신 질문으로 대꾸했다.

“꼭 짚어서 듣고 싶다면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국의 입장입니다.”

정확히 말하자 월리 골드 대사는 미묘한 표정을 풀고는 입을 열었다.

“김 장관님! 우리 미국은 한국은 물론 일본과도 동맹국입니다. 현재 양국 간의 국지전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인데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건 미국 당국에서는 절대 용납지 않을 겁니다.”

“용납지 않더라. 그 말씀은 수평적 동맹 관계가 아닌 수직적 동맹 관계였다고 들리는군요.”

“아!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오해의 발언이군요. 정정하겠습니다. 우리 미국은 미·한·일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지향하지 틀어지는 것은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월리 골드 대사는 재키 로빈스 대사만큼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었다. 형식적이고 무의 건조한 말에 김재학 장관은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그렇다면 말입니다. 일본의 빼도 박도 못할 만행으로 전면전을 치러야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일본의 만행이요? 그게 대체 무엇입니까?”

놀란 척 리액션을 취한 월리 골드 대사는 상체를 숙여 재차 질문했다.

“이것입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서류 큰 봉투를 월리 골드 대사에게 내밀었다.

“잠시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건네받은 큰 봉투에서 제본된 문서를 꺼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월리 골드 대사는 놀란 두 눈으로 문서와 김재학 장관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그럼 우리가 이것을 가짜로 만들었겠습니까?”

“이런! 믿기 힘들군요.”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월리 골드 대사가 탁자에 내려놓은 문서에는 지난 지린에서 있었던 사린가스 살포 관련 자료와 이번 통일 행사 때 김여정 부통령의 암살 시도 관련 자료였다. 여기서 월리 골드 대사가 놀란 것은 문서 안에는 모든 사건에 일본 내각이 배후 세력이었다는 증거자료들이었다.

“이 정도 자료면 충분하지요? 골드 대사님?”

“아까 물어본 질문은 본국에 확인받고 대답 드려도 되겠지요? 장관님?”

“네, 그렇게 하시지요.”

★ ★ ★

2021년 1월 21일 16: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통일 이후 6개 주로 나눠진 연방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서현우 대통령은 쏟아지는 업무에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고 지금 집무실에는 5일간 날쌔가며 수립한 ‘R J to 1945’ 작전 입안 건에 대해 안보 관련 고위공직자들과 함께 모여 최종 검토를 시작했다.

앞서 외교부에서는 본국에 확인절차를 걸친 월리 골드 대사로부터 미국의 확실한 입장표명을 받았다. 미국은 철저한 3자 입장에서 한일전을 지켜볼 것이며 단지 일본 전역에 주둔 중인 미군 군사기지에 대해서 중립구역으로 선포하고 절대 피해가 없도록 전쟁 수행을 요청하였다.

100% 믿을 수는 없었지만 일단,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이었기에 이제 한미일 국제관계에 따른 걸림돌은 사라졌다고 봤다. 이에 서현우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에서 수립한 작전 안을 즉각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이었다.

“작전이 치밀하고 확실하군요.”

3권 분량의 작전 안을 요점만 축약한 보고서를 읽어보던 나장수 안보실장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굉장하군요. 이 정도면 우리나라 미사일 전력 대부분을 사용해야지 않겠습니까?”

나성태 비서실장 또한 회의에 참석해 한마디 던졌다.

“그렇습니다. 아마도 이번 한일전에서는 기존 북한의 전략군 미사일 전력을 제대로 활용할 것입니다.”

국방부 장관과 함께 온 강이식 합참의장이 대답했다.

“그 정도의 전력이 됩니까?”

나성태 비서실장이 재차 묻자 강이식 합참의장은 빙긋 웃으면 대답했다.

“사거리 300km 이상의 전술 탄도탄부터 대륙간탄도탄 미사일 총 수량은 현재 파악한 바로는 1,050기입니다. 이에 기존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탄도탄 미사일 전력까지 합친다면 총 1,900여 기이며 순항미사일까지 합친다면 2,800여 기의 수량입니다.”

이번 작전 안의 핵심은 전쟁에서의 승리가 전제이기도 했지만, 작전명대로 철저한 일본 경제력의 후퇴였다. 1945 패전 당시의 일본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것이 주목표였기에 군사기지는 물론 일본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건물과 공장,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인프라 건물이 주요 공격 목표물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부터 세계 2차 대전 패전 때까지 전쟁을 이용해 이 시대에 재벌기업으로 성장한 전범 기업에 대한 철저한 보복공격이었다. 이에 가장 적합한 공격 수단은 탄도탄 미사일을 비롯한 순항미사일이었다.

“그 정도였군요. 이거 참, 북한의 탄도탄 미사일 전력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 했···.”

나성태 비서실장은 말하다 말고 입을 닫고 말았다. 옆자리에 김여정 부통령이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부통령님, 제가 실례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네다. 나 실장님! 사실 아닙네까? 어째든 이렇게 한일전에 이전 북한군의 전략군 전력이 도움된다니 내래 기쁨네다.”

“하하, 이거 죄송합니다.”

“맘 쓰지 마시라요.”

김여정 부통령은 재차 사과하는 비서실장의 모습이 웃겼는지 웃음을 보였다.

“하하하, 다들 아직 적응되지 않았나 봅니다.”

“김 부통령께서 이해해 주세요.”

“아닙네다. 대통령님! 괜찮습네다.”

대통령까지 사과의 말을 전하자 웃고 있던 김여정 부통령은 공손히 대답했다.

“자! 그럼 계속 작전 안에 관해서 얘기 좀 해보세요.”

이에 이영호 국무총리가 보고서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작전 안을 보면 일본 내 한국 문화재에 대한 회수 작전이 있는데요. 저도 문화재는 반드시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꼭 전쟁 중 문화재 회수 작전을 수행하여 특전사 전력을 낭비할 일인가 생각됩니다. 전쟁 승리 후 일본의 항복 조건으로 우리 문화재에 대한 전량 회수를 요청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영호 국무총리의 말은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꼭 전쟁 중에 특전사 대원들을 문화재 회수 작전에 투입하는 것은 전력 낭비이기도 하고 매우 위험한 임무일 수도 있었다.

“총리님의 말도 일이 있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한일전에 있어서 중립을 고수하는 미국의 입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혹 불리해진 일본을 위해 미국이 종전 중재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종전 이후 승리국으로써 문화재 회수 요청은 할 수도 없다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문화재 회수 작전을 실행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대답에 이해가 가는지 국무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