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2화 (172/605)

또 다른 불씨!

2021년 1월 12일 23:00 (미국시각 10:0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어젯밤 아베 총리와의 협상 제안 건에 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오전에 재차 소집된 USSC의 위원회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겉으로는 승인 여부의 결정 회의였지만 사실 USSC의 진짜 회의 의제는 ‘일본을 통한 미국의 대리전쟁’이었다.

사실 세상 밖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동북아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대부분 전쟁의 원인에는 USSC가 관여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세계를 좌우 지 할 정도의 엄청난 권력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USSC이였다. 당연히 이러한 힘은 돈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권력의 힘을 위해 돈을 쓰고 돈을 위해 권력의 힘을 사용하는 USSC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며 수십 년간 정체를 숨긴 채 유지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USSC가 완벽하게 추진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빗나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북한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의 암살 실패였다.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동북아 정책은 잠시 일본으로 하여금 동북아 주변국을 견제해왔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한중전의 발발에 USSC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고 했으나 생각지도 못한 대한민국의 승리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러시아와 일본까지 상대할 정도의 초강대국으로 올라서고 있는 대한민국을 지금이라도 경제적 군사적으로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제 아베 총리의 제안은 상당히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군사 무기는 대여는 물론 일본을 통한 대한민국과의 대리전쟁을 의제로 은밀히 회의가 진행 중이었던 것이었다. 견제는 견제대로 무기에 관한 기술 유출이 없는 대여 형태로의 무기 지원, USSC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좋은 의견 잘 들었습니다.”

2시간의 걸친 회의는 이제 최종 결정만 남았다.

“그럼 일본에 대한 무기 대여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코드 네임 빅토리아는 자기를 중심으로 양쪽에 앉아있는 검은 가면의 12인을 둘러보고는 최후 결정투표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요청한 무기에 대한 대여를 찬성하는 분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명의 검은 가면들이 손을 들었다. 이에 코드 네임 찬성자의 수를 확인하고는 투표 현황을 말했다.

“찬성 9표로 승인이 의결되었습니다. 마르스님!”

“네, 빅토리아.”

“아베 총리가 요청한 대여 무기에 대해 즉시 트럼프 대통령과 양 당 대표에게 전하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 다음 건은 일본을 통한 대한민국과의 대리전쟁 건입니다.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도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검은 가면들이 손을 들었고 찬성에 손을 든 검은 가면은 6명이었다. 즉 찬성 6표에 반대 6표인 상황에서 의장인 빅토리아가 손을 들었다. 이에 찬성 7표로 과반이 넘어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찬성 7표로 의결되었습니다. 이번 건은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기에 해당 역할을 맡고 위원님들은 은밀하고 조용히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건 모두 의결이 된 상황에서 이제 일본은 비공식적인 미국의 지원 속에서 대한민국과의 전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 ★

2021년 1월 13일 10:00,

서울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 회의실.

현 시국이 시국인 만큼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은 러시아와 일본의 동향을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 모든 것을 사소한 거 하나까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비공식으로 미국을 방문한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게 된 국가정보원에서는 대외정보국2과 1팀을 급히 미국에 파견했다.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 목적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 그리고 이 외 아베 총리가 미국에서 만나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 습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대외정보2과 요원들은 윤호일 국장에게 취득한 자료와 임무에 대한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회의실 탁자 위에는 여러 동영상과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화했던 내용이 담겨 있는 USB와 보고서가 함께 놓여 있었다.

갖가지 특수 장비를 통해 철저한 보안을 뚫고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을 도청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보고하는 대외정보2과 강기원 과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2박 3일간 아베 총리의 모든 행적에 대해 파악 및 정보를 입수하였지만, 입국 전날 밤 3시간 동안의 행적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3시간이라. 아베가 3시간 동안 어디에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모른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허허, 이런! 백악관의 철통 보안도 뚫고 도청했던 자네들이 어찌 아베 행적을 놓쳤다는 거지?”

이해하기 힘든지 윤호일 국장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했다.

“그것이. 밤 8시경 호텔을 나서는 아베 총리를 확인하고 은밀히 추격하였으나 가짜였습니다.”

“단순한 방법에 속았다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아직 정확히 어디에서 우리가 실수했는지 파악 중입니다.”

“알았네,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어쨌든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내용은 확보하지 않았나? 이 정도면 됐어. 수고했네. 윤 과장!”

대외정보국 윤호일 국장은 가져온 자료에 내심 만족했는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수고라 할 게 있겠습니다. 유능한 요원들 덕에 쉽게 임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도청은 박기웅 대리 작품입니다.”

“오! 그런가? 박 대리 역시 실력이 좋아!”

박기웅 대리는 2019년 비공식으로 지동철 팀장과 함께 중국에서 김순희를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리고 온 그 박기웅이었다. 임무 완료 후 1개월간 중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박기웅은 대리로 진급과 동시에 대외정보2과로 부서를 옮기고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었다.

사실 박기웅은 부상에서 나은 후 1개월간 휴가를 내 후 김은희의 돈을 빼앗고 하물며 인신매매단에 팔아먹은 중국인을 찾기 위해 심천으로 향했다. 10여 일간 심천시 일대를 쑤시고 다녔고 한 마작 놀음판에서 짐승만도 못한 그 중국 놈을 찾아냈다. 이에 김은희에게 빼앗은 100만 위안 중 쓰고 남은 60만 위안을 되찾았고 중국놈의 팔다리를 모두 분질러 버린 후 한국으로 돌아온 박기웅은 김은희에게 60만 위안을 되돌려졌다.

박기웅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충징 여인숙에서의 어느 날 밤, 김은희의 딱한 사정을 들은 지동철 팀장이 임무가 끝나면 김은희의 돈을 찾아줘야겠다고 한 말에 부상을 치료하는 동안 머릿속에 계속 남았고 이에 박기웅은 순직한 지동철 팀장을 대신에 이 일을 한 것이었다.

“아닙니다. 국장님! 전 과장님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너 김은희 씨랑은 잘 만나고 있냐?”

강기원 과장이 뜬금없이 국장님까지 있는 자리에서 김은희의 얘기를 꺼냈다.

“박 대리가 김은희 씨를 만나고 있는 건가?”

윤호일 국장도 의외의 말에 관심을 보이며 재차 묻자 박기웅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네? 그런 사이 아닙니다. 국장님!”

“아니긴 뭐가 아니냐? 소문 다 났다. 박 대리!”

대외정보2과 오동주 2팀장까지 박기웅의 허리를 꾹 하니 찌르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입니다. 일 때문에 예전에 잠깐 몇 번 정도 만난 거뿐입니다.”

“네가 일 때문에 김순희 씨를 만날 일이 어딨어? 어디서 거짓말을. 하하하.”

“뭐 청춘남녀가 만날 수도 있지. 괜찮아. 하하하.”

그렇게 아니라고 해도 윤호일 국장까지 사실로 받아들이는 말을 하자 박기웅은 포기상태로 좌우로 머리를 흔들었다.

“자! 나는 이만 국장님께 보고하러 갈 테니 자네들은 내일까지 쉬어! 박 대리도 여자 친구 만나러 가고.”

“국장님!”

★ ★ ★

2021년 1월 14일 14: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국무회의.

국가위기상황센터에는 통일을 비롯한 중국과의 종전 이후 처음 열리는 국무회의였다. 이에 김여정 부통령을 비롯한 북주 김영철 주지사와 18개 부서의 장관과 차관까지 모두 참석한 6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국무회의였다.

“새해 첫 안보리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영호 국무총리의 주재하에 국무회의가 시작되었고 첫 안건은 현재 진행형인 러시아와 일본과의 전쟁이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통일된 국가로 북주에 대한 복구 사업은 물론 서주와 만주 3주에 대한 향후 관리 정책에 대해서 논할 게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러시아, 일본, 두 국가와 전쟁 중입니다.”

잠시 숨을 고른 국무총리는 60여 명의 고위관료를 천천히 둘러본 후 회의 안건에 대해 말했다.

“이에 첫 안건으로 러시아와 일본과의 전쟁에 관해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 대한민국의 정세를 보자면 가장 중대하기도 하면서 무거운 주제였다. 이에 안보와 가장 밀접한 관계인 국방부 강현수 장관이 의견을 제시했다.

“저는 국가의 안위를 보호하는 직책에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과의 ‘중러영토이양체결서’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영토인 만주 3주에 대한 자국 영토라며 군사적 움직임과 현재는 국지전 수준의 전쟁 중입니다. 또한, 일본 역시 우리 대한민국과 2차례의 대규모 해상전을 치렀고 현재는 전력 보강을 위해 미국의 무기를 대량 수입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군사협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강현수 장관은 차분하면서도 뭔가 절도 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은 G2 불리는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이에 전 세계는 우리 대한민국을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중국이 무효화를 공포한 ‘중러영토이양체결서’ 임에도 불구하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러시아에 강경 대응이 필요하며 일본 또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지금도 군국주의에 빠져 지금도 한국을 비롯한 타국에 대한 침략야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과거 일제 치하의 만행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정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지금 발언은 상당히 수위가 높았다. 이에 고용노동부 주일태 장관이 마이크에 입을 대고 반문하듯 대꾸했다.

“강 장관님! 현재 대한민국은 막 한중전이 끝나고 한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된 지 13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한 상태에서 평화적 협상이 아닌 계속되는 전쟁은 대한민국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주 장관의 말에 동의합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산업통상부 김형수 장관이 말을 이어나갔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초고속 성장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저번 한중전 발발로 3년간의 가파른 오르던 성장곡선은 다시 하향 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질 좋고 최고의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수출길이 막히면 전혀 쓸모없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중국처럼 인구가 많아 내수 시장만으로 공급을 받쳐주는 나라가 아닙니다. 전쟁이 계속 이어진다면 기업의 수출 타격은 심해질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국 경제와 밀접한 부서이기에 국가 경제 타격에 대해 매우 민감해했고 이러한 이유로 전쟁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럼, 러시아에 1400년 만에 되찾은 고토를 다시 내주자는 겁니까?”

국토교통부 고지선 장관이 반문했다.

“고토를 내주자는 게 아닙니다. 최대한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평화적으로 풀어가야 합니까?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세요.”

고진선 장관은 물러서지 않고 재차 반문했다.

“그거야 앞으로 방안을 생각해봐야겠지요.”

마땅한 방안이 생각나지 않는지 김형수 장관은 헛기침하며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러시아와의 첫 교전이 있기 전 외교부를 통해 평화로 풀어가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일방적인 주장만 해왔고 지금도 똑같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푸틴 대통령의 호전성을 말입니다.”

국방부 장관이 추가 발언을 하자 이번엔 차세대기술협력부 임태연 장관이 반문했다.

“러시아는 세계 1위의 핵보유국입니다. 핵미사일만 해도 핵 가용 탄두만 4,650기에 발사체만 12,000개입니다. 이러한 국가와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까지 가야겠습니까?”

“못 할 게 뭐가 있습네까?”

한때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이었고 지금은 국방부 차관인 남원일 차관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회의실 전체를 울렸다.

“중국은 핵미사일이 없었습네까? 러시아만큼은 아니더라도 한반도 하나쯤 박살 낼 정도의 핵미사일은 보유했디요. 뭐가 무섭다는 겁네까?”

갑작스러운 남원일 차관의 말에 잠시 회의실은 정적이 흘렀다. 보통 차관급은 듣기만 하거나 아니면 질문을 받았을 때, 그리고 발언권을 얻고 말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인민무력부장 출신답게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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