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7화 (167/605)

승전 그리고 통일

2021년 1월 1일 10:45,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광장.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부통령 김여정입니다. 한 달 전부터 남조선, 아니디 대한민국 서울말을 연습했는데, 막상 하려니 연습한 만큼 안 되는 거 같습니다. 이점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부지런히 노력해서 서울말 쓰도록 하겠습니다. 남과 북은 지난 광복 후 75년간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었고 또한 수많은 이산가족의 눈물을 모르는 체하며 지내왔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한민족 7,500만과 해외에 계신 재외 교포 800만은 이제 한뜻 한마음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에 저 또한······.”

★ ★ ★

2021년 1월 1일 10:51,

서울시 중구 숭례문교차로 근처 삼선빌딩 옥상.

검은 양복의 사내는 계단 통로에서 M82A3 대물 저격총을 세워 총 자세로 부여잡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봤다. 역시나 귀찮게도 상공에는 송골매 공격헬기가 주변 상공을 을 비행하고 있었다.

‘만약 재수 없게 공격헬기에 포착된다면 시간적 여유는 최대 10초도 안 된다. 그 시간에 유효사거리 1,800m를 넘는 2,000m에 달하는 거리의 목표물을 저격해 성공해야만 한다. 기회는 한 번뿐이며 단 한발로 끝내야만 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신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사내는 엊그제 후쿠오카에서 여객선을 타고 부산항에 도착했던 재일교포 교민 중 날카로운 인상을 숨기고자 마스크와 머플러로 얼굴을 싸맨 사내였다.

그리고 이 사내의 실제 정체는 일본 나고야 출신으로 이름은 아카시 케이다. 현재 일본 경찰청 소속의 대테러 특수부대인 SAT(Special Assault Team) 대원이며 10년간 미 육군 특수부대인 델타포스와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에서 교육과정 이수 및 주특기 저격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다음 헬기가 다가올 동안 잠시 틈이 생기자 그대로 아카시 케이는 달렸다. 그리고 바로 옥상 난관에 저격총을 거치하고 이내 조준에 들어갔다. 고배율의 스코프에 한참 연설하고 있는 김여정의 모습이 선명히 들어왔다. 풍속, 습도, 풍향, 풍속 등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수치를 기준으로 십자 조준점에 김여정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저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감에 따라 살짝 십자 조준점을 김여정의 오른쪽 대각선 아래에 고정하고 호흡을 멈춘 상태에서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그 시각 상공에서 비행 중이던 송골매 공격헬기 1대가 수도방위사령부의 긴급 명령을 받고 삼선빌딩의 옥상을 스캔하긴 위해 선회를 시도했다. 하지만 아카시 케이는 방아쇠를 당길 일만 남은 상태였다.

“내가 이겼다. 이 자식들아!”

속삭이듯 작게 말을 내뱉은 아카시 케이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고 육중한 총성이 도심 전체로 퍼져나갔다.

투앙!

깨끗한 한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확실한 명중이라 생각한 아카시 케이는 곧 닥칠 공격헬기의 공격에 확인도 못 한 채 그대로 자세를 낮추고는 비상계단 통로로 뛰었다. 역시나 송골매 공격헬기로부터 25mm 레이저 벌컨 빔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나기 떨어지듯 쏟아지는 빛줄기에 옥상 바닥은 벌집이 되었고 날렵한 동작 덕분에 무사히 비상계단 통로로 들어왔다. 하지만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레이저 벌컨 빔에 아카시 케이는 저격총을 버리고 그대로 계단 밑으로 뛰어 내려갔다.

‘임무는 완수했고, 이제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뿐!’

아카시 케이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16층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리고 정시시켰던 엘리베이터 기판을 조작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수월하게 진행되는군.’

엘리베이터에 탄 아카시 케이는 1층 버튼을 눌렀다. 이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그때 비상계단 쪽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공상과학에서나 나올법한 레이저 빔이 날아왔다.

쭈웅! 쭈웅! 쭈웅! 쭈웅!

팟! 파팟! 팟! 파팟!

하지만 운 좋게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카시 케이의 얼굴은 상당히 어두웠다. 저격한 지 1분도 안 된 시간에 이곳 16층까지 추격을 해왔다는 사실과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레이저 무기에 상당히 당황했다. 레이저 빔에 맞은 엘리베이터의 문은 녹아내리듯 뚫려버렸고 반대편 벽까지 시원히 관통했다.

‘대체 저 레이저 무기는 뭐고, 한국 보안요원은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지?’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아카시 케이는 급히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5층에서 내렸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 반대편 쪽으로 나와 다른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편 16층까지 있는 힘을 다해 뛰어 올라온 차태식 1팀장은 막 엘리베이터를 탄 테러범에 대해 총격을 가했으나 아쉽게도 놓치고 말았다.

헤드셋을 통해 현 상황을 보고한 차태식 1팀장은 다시금 비상계단을 통해 이를 갈며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5층에서 내려 다른 비상계단을 통해 1층까지 내려온 아카시 케이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1층 현관 로비로 향했다. 원래 경비원이 있어야 했지만, 그 경비원은 아카시 케이에게 1시간 전 죽임을 당하고 숙직실에 쓰려져 있는 상황이었다.

“꼼짝 마! 손들어!”

막 현관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던 아카시 케이에게 누군가가 소리치고 있었다. 이에 동작을 멈춤 아카시 케이는 소리 나는 방향으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권총 비슷한 것을 겨누고 있었다.

“손들라고 새끼야! 한국말 몰라? 앙?”

방금 막 건물에 들어와 옥상으로 올라가려다가 차태식 1팀장의 통신을 받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가 아카시 케이를 발견한 3과 1팀 막내 이준 요원이었다.

“저 이 건물 입주한 회사 직원입니다.”

아카시 케이는 프로답게 총을 겨누고 있는 자가 이쪽 계통에서 초보라는 걸 바로 감지했고 하번 떠보기 위해 거짓말을 해봤다.

“직원?”

“못 믿겠으면 여기 명함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이때 아카시 케이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것처럼 하면서 작은 권총을 꺼내 들고는 이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쭈웅!

아카시 케이가 발사한 총알은 이준 요원의 가슴과 복부에 제대로 박혔고 그 충격에 뒤로 넘어지면서 레이저 빔 한발이 아카시 케이의 왼팔을 스쳤다. 하지만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 전해지는 고통에 아카시 케이는 왼팔을 부여잡고 소리를 질렀다. 예전에 총알에 맞아 보았지만 지금 고통은 그때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살점이 서서히 안쪽으로 타들어 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었다.

욕설로 고통을 간신히 참아낸 아카시 케이는 현관문을 통해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허벅지에서 아까보다 더욱더 강한 고통이 밀려오며 심장까지 멎을 정도의 엄청난 고통에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개새끼! 뻥을치고 총을 쏴?”

가슴과 복부에 총알을 맞은 이준 요원은 왼손으로 가슴과 복부를 어루만지며 고통을 풀고자 했고 잠시 후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자 벽을 짚고 일어났다. 보호 슈트 덕분에 생명을 잃거나 다칠 일은 아니었으나 10m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맞는 45구경 총알은 상당한 고통과 충격을 동반했다.

이에 이준 요원은 총알을 맞고 바로 쓰러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테러범인 아카시 케이의 허벅지를 향해 레이저 빔을 날린 것이었다.

“3과 2팀 이준 요원입니다. 로비 1층에서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수상한 자 잡았습니다. 이상.”

- 정말이야?

“네, 그런데 테러범 추정자가 다쳤으니 구급차도 불러주십시오.”

- 알았다. 잘 지키고 있어라.

통신을 마치고 통증이 남아 있는 복부를 어루만지는 그때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차태식 1팀장이 비상계단 출입문을 열고 나왔다.

“네가 잡았냐? 허억!”

“네! 제가 잡았습니다. 하하하.”

“그래? 허억! 잘했다.”

“지 팀장님 왜 이렇게 땀을 흘리세요.”

“왜냐고? 허억! 너 16층까지 계단으로 허억,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갔다가 허억! 다시 내려와 봐. 허억! 허억! 어떻게 되나! 허억!”

★ ★ ★

2021년 1월 1일 10:51,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광장.

단상 중앙에서 통일에 대한 기념사 연설을 하고 있던 김여정 부통령의 전방 5m 지점에서 일순간 커다란 소음과 함께 불꽃이 튀기며 뭔가가 튕겨 나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깜짝 놀란 대통령 경호실 요원들과 대테러수사국 근접 경호 임무를 맡았던 요원들은 인간 방패를 만들며 일대 소동이 일어났으나 국가정보원의 대테러수사국에서 테러범을 검거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상황 해제를 전파하자 행사의 진행을 위해 소동은 진정되고 김여정 부통령은 짧게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물러나 뒤편 제자리로 돌아갔다.

사실 대통령경호실은 대통령과 부통령의 안전을 위해 단상에 미리 실드차폐시스템 장치를 설치했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공급 전력은 컨테이너 형태로 만든 플라즈마 발전기 트럭을 단상 뒤편에 준비했다.

대테러수사국에서 1급 상황을 전파하자 현장 근접 경호를 책임지고 있던 1과 3팀은 대통령 경호실 측과 얘기해 실드차폐시스템을 바로 가동했다. 이에 장갑차도 뚫어버리는 12.7mm 대물 저격탄은 투명실드에 막혀 하늘로 튕겨 날아갔고 아카시 케이의 저격은 실패하고 말았다. 만약 투명실드가 없었다면 김여정 부통령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어느덧 1부 공식행사가 끝났다. 2부 행사는 국내 가수와 예술가는 물론 해외 유명 가수 까지 초빙하여 통일 대축제 한마당 공연이 준비되었고 자정까지 행사 일정은 잡혀있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북주(북한)에서 내려온 차관급 인사들은 1부 공식행사를 끝으로 청와대로 이동해 오찬 행사를 했다.

★ ★ ★

2021년 1월 1일 13:30,

서울시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국 취조실.

“그만! 사실대로 말하는 게 어때?”

대테러수사1과 강태영 과장이 넥타이를 풀어 재치고 의자에 비딱하니 앉아 아카시 케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카시 케이는 깨어난 지 30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스다 마사키? 이거 가짜 이름이지? 너의 본명이 뭐야? 정체가 대체 뭐냐고?”

국가정보원에 끌려온 후 지문 인식을 통해 확인 바, 엊그제 일본에서 넘어온 재일교포 교민이라는 정보가 떴다. 이름은 스다 마사키, 나이는 37세, 직업은 일반 회사원, 가족은 일본인 아내와 딸 두 명, 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모두 가짜였다. 즉 한국으로 잠입하기 위해 재일교포 교민으로 신분 세탁한 일본인이었다.

“한국에 온 목적이 뭐야? 김여정 부통령의 암살인가?”

계속 대는 질문에도 아카시 케이는 굳은 입술을 닫은 채 한마디 대꾸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오른쪽 허벅지와 왼팔은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고 양 발목과 양 손목은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싫으면 대답 안 해도 된다. 너 같은 사람들 입 열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임무도 실패했으니 일본으로 돌아가도 대접은 못 받겠지?”

순간 아카시 케이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임무에 실패했다니? 그럼 내가 김여정 저격에 실패했다는 건가? 분명히 명중하고도 남을 판이었는데.’

“거짓말 말라! 내가 임무에 실패하다니? 대물 저격 소총 한 발이면 빗나가도 사망이다. 그런데 실패? 그럼 김여정이 살아있다는 말이냐?”

“드디어 말문을 여는구먼! 그럼 내가 지금 할 일 없이 너한테 거짓말이나 할 거 같냐, 이 새끼야? 김여정 부통령은 다친 곳 하나 없이 건강하게 살아계신다.”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강태영 과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는 한 국가의 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다. 그 죄는 적어도 무기징역이야. 알아? 암살 목적과 너에게 이러한 명령을 내린 배후에 대해서 털어놓으면 형량은 그나마 가벼워질 거야! 그러니 속 시원하게 털어놔!”

하지만 아카시 케이는 강태영 과장이 원하는 답은 절대 말하지 않았다. 이에 강태영 과장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고는 뒤에서 대기 중이던 요원 한 명에게 손짓을 했다.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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