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6화 (166/605)

승전 그리고 통일

2021년 1월 1일 10:00,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광장.

광화문 상공에는 흑주작 전폭기 4기가 편대 대형으로 가로질러 비행했고 광화문을 중심으로 상공 곳곳에는 16기에 달하는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가 공중 엄호 및 경계 상태에서 주위를 비행하고 있었다.

현재 광화문 교차로부터 서울시청 광장까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국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추정 인원만 100만에 달하는 최대 인파로 그만큼 한민족 역사에 길이 남을 역사현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성원과 신념이었다.

광화문 교차로의 단상에는 남과 북의 고위 인사들이 의자에 앉아있었고 단상 바로 앞에는 수많은 정치 원로들과 북주(북한)에서 대표로 내려온 1만에 달하는 시민들이 앉아있었다. 또한, 세계 각국의 방송 매체는 지난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찾아온 독일 통일 이후 세계 유일한 북단 국가의 통일 장면을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방송 카메라와 기자들은 마치 전쟁과 같은 취재 열기를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대통령의 의전 승용차가 단상 옆으로 정지하자 행사 사회자가 마이크에 침을 튀어가며 말했다.

“지금 서현우 대통령님과 김여정 부통령님이 입장하고 계십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통령 입장곡 연주가 광화문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단상과 단상 아래에서 앉아있던 수많은 사람이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서현우 대통령과 김여정 부통령은 나란히 단상 위에 올라서며 양손을 들어 화답했고 잠시 후 단상 정 중앙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행사는 식순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그리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끝났다. 그리고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막 시작되려 했다.

“다음은 대통령님과 부통령님의 남북통일 공포문 낭독이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서현우 대통령과 김여정 부통령은 단상 앞으로 나와 마이크에 입을 대고 동시에 말하기 시작했다.

“75년간 남과 북, 북과 남으로 분단되었던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21년 1월 1일 오늘부로 두 나라가 아닌 단일국가 즉, 하나의 나라 ‘대한민국’으로 통일이 되었습니다. 이에 남과 북 대표로서 이와 같은 사실은 전 세계에 공포합니다.”

공포문을 끝까지 읽은 두 지도자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100만에 달하는 시민들의 엄청난 함성이 광화문 전체를 울렸고 광장 양 사이에 있던 빌딩 옥상에서는 다량각색의 꽃가루가 시간에 맞춰 흩날렸다. 그리고 상공에는 T-50 블랙 이글스 6기가 곡예비행을 하자 100만 시민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시 한번 함성과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음은 서현우 대통령님의 기념사가 있겠습니다.”

사회자의 안내 방송이 끝나자 서현우 대통령이 단상 옆에 서서 허리 깊이 숙이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유창한 말솜씨로 인사말을 하기 시작했다.

★ ★ ★

2021년 1월 1일 10:30,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어느 빌딩 사무실.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국 임시 상황실에서는 100여 개에 이르는 모니터에서는 광화문 주위에 있는 빌딩 옥상과 테러위험 지점으로 예상되는 곳에 설치한 카메라와 연동되어 있었다. 행동인식 카메라이기에 주위에 움직임이 발견되면 자동으로 촬영과 동시에 알림음이 울려 모니터링 요원이 바로 알 수 있었다. 일부 모니터에서는 비둘기나 환풍기의 움직임에 인식되어 비치는 모니터도 있었지만, 테러로 의심될만한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자네들 정신 바짝 차리고 확인해야 한다. 괜히 한눈팔다가 수상한 장면 놓칠 수 있다. 한순간이야. 알았나?”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팀원들 두 눈 부릅뜨고 보고 있습니다.”

강태영 1과장이 노파심에 주의를 시키자 1팀 김상현 팀장이 대답했다. 창문 밖으로 서현우 대통령이 단상 위에서 100만에 이르는 국민을 바라보며 인사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빌딩들 옥상을 보자 2과 3과 요원들이 주위들 둘러보고 있었고 저 너머 인왕산과 북악산 산꼭대기에는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의 군인들이 물새 틈 없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강 과장님! 이 정도면 쥐새끼 한 마리도 어찌하지 못할 거 같은데요?”

언제 왔는지 이번에 대리로 진급한 수사1과 직속 오기석 대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야! 경계 임무는 한순간이야. 순간 방심에 끝나는 거라고, 알았냐?”

“알겠습니다.”

세계의 모든 관심을 이곳 대한민국 광화문에 쏠려 있는 대한민국 통일 행사는 이렇게 보이지 않은 곳에서 국가를 위해 꿋꿋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행사는 사고 없이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 ★ ★

2021년 1월 1일 10:35,

서울시 중구 숭례문교차로 근처 삼선빌딩 옥상.

퇴계로 남단의 삼선빌딩 옥상에 검은 양복을 착용한 한 사내가 물탱크에 기대어 뭔가를 위한 은밀한 움직임을 보였다. 삼선빌딩 옥상은 광화문 광장의 단상으로부터 직선거리 2,020m이기에 국정원 대테러수사과나 수도방위사령부의 테러 방지 경계 구역 밖이었다.

철컥! 척! 척! 철커덕! 턱!

검은 가방에서 여러 가지를 꺼내 조립하는 그 검은 양복의 사내는 잠시 후 조립이 끝났는지 어깨를 한번 펴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이 검은 양복의 사내가 삼선빌딩을 정한 건 16층이라는 높은 건물이었고 무엇보다 옥상에서 광화문 광장 단상까지 세종대로를 따라가는 직선거리였기에 저격을 방해할 그 어떠한 건물이나 방해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빌딩 숲인 도심지 안에서 이 정도면 저격수 측면에서 보자면 최고의 자리였다.

그 사내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건 통일 행사의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저공비행을 하며 지상의 수상한 움직임을 샅샅이 수색하듯 탐색하고 있는 16기의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중 바로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있는 1기의 송골매 공격헬기였다.

‘헬기까지 동원할 줄 몰랐군. 제길!’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그 검은 양복의 사내는 이내 비상계단 통로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보통 공격헬기 정도라면 적외선 카메라로 빌딩 옥상이란 옥상은 죄다 탐색을 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잠시 고민에 빠진 검은 양복의 사내는 양손에 들고 있는 M82A3 저격총을 내려봤다. 탄 구경은 12.7mm, 유효사거리 1,800m에 이르는 대물 저격용 총으로 탄속은 853m/s로 대인 같은 경우 스쳐도 사망이었다.

‘다 필요 없고 딱 한방이다.’

벽에 기댄 상태에서 자신에게 암시를 걸며 묵직한 저격총을 거치한 사내는 시계를 봤다.

‘현재 시각 10시 41분.’

가방에서 예비 스코프 꺼내 들고 하늘을 봤다. 송골매 헬기가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걸 확인한 검은 양복의 사내는 날렵한 동작으로 물탱크를 지나 옥상 난간에 기댄 후 광화문 단상을 확인했다.

스코프에 보인 장면은 막 대한민국 대통령이 기념사를 끝내고 단상을 내려가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군.”

짧게 말을 내뱉은 검은 양복의 사내는 다시 날렵한 동작으로 비상계단 통로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양복의 사내는 다음 행사 식순에 대해 천천히 생각을 떠올렸다.

‘내가 알고 있는 대로 변함없이 진행한다면 제거 대상은 다다음 차례에 단상에 올라온다. 앞으로 5분에서 10분이다.’

하지만 검은 양복 사내의 신경을 자꾸 거슬리게 하는 건 상공에서 뱅뱅 돌고 있는 송골매 공격헬기였다.

★ ★ ★

2021년 1월 1일 10:42,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어느 빌딩 사무실.

삐삐삐.

100여 개의 모니터 중 한 개의 모니터에서 알림음과 함께 카메라로 촬영되고 있는 영상이 보였다. 하지만 모니터 화면 영상의 옥상은 그 어떠한 움직임이 없었다.

“뭐야?”

대테러수사1과 1팀 김상현 팀장이 모니터링을 하는 요원에게 물어봤다.

“별다른 움직임 포착된 거 없는데요? 이거 고장 났나?”

“설치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고장이야? 새거나 마찬가지인데?”

살짝 머리를 툭 친, 김상현 팀장은 좀 더 가까이 모니터에 다가가 자세히 확인했다. 모니터링 요원 말대로 카메라가 설치된 옥상의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김상현 팀장의 오른쪽 눈썹이 실룩거렸고 이내 두 눈이 커지며 모니터링 요원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야! 여기 카메라 위치가 어디야?”

“네? 이 카메라는 숭례문교차로 근처 퇴계로 대변에 있는 HJP빌딩 옥상입니다.”

“확대기능 되지?”

“네, 됩니다. 팀장님!”

“그럼, 지금 그 방향 그대로 최대한 확대해봐!”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서둘러 마! 그리고 이준석 너는 지금 바로 강 과장님께 연락해!”

“네! 알겠습니다.”

몇 초가 지나고 모니터의 영상이 서서히 확대되었다. 그러자 카메라가 설치된 옥상이 아닌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면 빌딩 옥상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기다란 망원경 같은 걸 눈에 대고 광화문 방향 쪽을 보고 있었다.

“카메라가 작동된 거 저놈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요?”

“뭐야 저놈은?”

“뭔가 수상한데요?”

“저기서 광화문 단상까지 거리가 어느 정도야?”

“네, 지금 설치된 카메라 건물이 1,950m입니다. 아마도 퇴계로 건너편이니 2,020m 정도 되지 않을까요?”

“저 건물에서 가장 가까운 수사국 요원들은 확인하고 연결해!”

“네, 알겠습니다.”

또 다른 요원이 컴퓨터를 조작하자 잠시 후 상황실 정 중앙에 있는 디지털 지도에서 가장 근처에 있는 요원들의 코드네임 정보가 보였다.

“연결했습니다. 2과 1팀장 차태식 팀장님과 50m 지점에 있는 3과 1팀 이준 요원입니다.”

“1과 1팀장 김상현입니다. 지금 차태식 팀장 쪽에서 120m 떨어진 퇴계로 대로변의 삼선빌딩 옥상에 수상한 자 포착!”

- 2과 1팀장 차태식입니다. 정보 확인 및 현장 투입하겠음.

- 3과 1팀 이준 요원 들리나?

- 3과 1팀 이준입니다. 지금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 알았다. 조심하도록.

이때 수사1과 강태영 과장이 다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과장님! 오셨습니까? 아까 장면 중앙 모니터에 영상 돌려봐!”

“알겠습니다.”

방금 봤던 영상이 다시 중앙 모니터에 재생이 됐다.

“이겁니다. 과장님!”

김상현 팀장은 확대된 상태에서 스코프로 광화문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양복 사내의 모습이 보이는 부분에서 영상을 멈추고 손으로 가리켰다.

“1급 상황이다! 저 새끼 지금 보고 있는 거야? 어? 스코프야, 스코프! 어서 모든 요원에게 1급 상황 전파해!”

“네, 과장님!”

광화문 일대에 투입된 국가정보원 요원 모두에게 1급 상황이 전파되었다. 이에 근접 경호를 맡은 대테러수사1과 3팀과 4팀 요원들의 행동이 분주해졌다. 이 중 3팀 요원 몇 명은 단상 뒤편에 주차된 대형 컨테이너 트럭 쪽으로 달려가 대통령경호실 요원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4팀 요원들은 경호실 요원과 함께 단상 위로 올라와 최악의 순간을 대비했다.

“차 팀장! 수사1과 강 과장이다. 지금 어디쯤인가?”

- 차태식입니다. 지금 막 건물에 들어왔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정지된 상태라 계단 타고 올라가겠습니다.

“알았다. 자네 말고도 여러 명의 요원이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조심히 처리하도록 해.”

- 네, 알겠습니다.

무전을 마친 강태영 과장은 급히 창가로 다가가 창문 넘어 광화문 단상 쪽을 바라봤다.

김여정 부통령이 기념사 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 중앙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설마! 저 새끼 목표가 부통령은 아니겠지?”

김여정 부통령을 보자 문득 든 생각이 그대로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에 김상현 1팀장이 깜짝 놀라고 말했다.

“부통령이요? 통일된 지 1시간도 안 됐는데, 부통령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예전 8‧15 평양 테러 때처럼···.”

“김 팀장! 당장 수방사 연락해서 현재 공중 경계 임무를 맡은 공격헬기에 수상한 빌딩 옥상 스캔 좀 해보라고 해!”

“네, 과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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