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 그리고 통일
2020년 12월 30일 10: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정확히 09시에 중국 남부 전구 총사령원 이름으로 정식 문서가 합동참모본부에 도착했다. 문서 내용은 현재 4개 전구 총사령원의 회의를 소집했고 합동참모본부에서 제안했던 내용에 대한 합의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이에 한국군은 2021년 1월 5일까지 모든 공격을 멈춰달라는 요청과 베이징 시민에 대한 방사선 피폭 치료제를 투여해달라는 요청, 치료제 비용은 합의 후 유상 지급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잠정적 휴전이며 중국군의 항복 준비단계라 볼 수 있는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사실 중국군 전력은 휴전이나 항복까지 이를 정도의 전력이 붕괴한 것은 아니었다. 베이징을 방어하던 제38집단군을 포함한 4개의 집단군 전력은 70% 이상 건재한 상태였고 산둥반도에서 북진하는 한국군 제3해병기동사단을 텐진에서 방어하던 제21집단군도 90% 이상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병력으로 보자면 아직 중부 전구에는 40만에 달하는 인민해방군이 한국군과 계속해서 전쟁을 치를 수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전쟁에 투입하지 않은 집단군만 7개에 군관구 소속의 사단들, 그리고 지역 수비사단까지 합친다면 아직도 100만 이르는 육군 전력이 살아있었다. 이외 공군전력 또한 초반 상당한 피해를 보았지만, 아직 40%의 전력이 살아있었고 해군 전력도 제주도 남단에서 대패하였지만, 아직도 건재한 2개 항공모함을 비롯해 2개 함대를 완전 편제로 해양에서 한국 해군과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전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중국군이 항복의 길로 가야만 한 이유는 합동참모본부의 고도의 심리전에 있었다. 베이징 외곽에서의 핵폭탄 폭발로 인해 베이징 시민이 고통받는 장면을 한국 방송은 24시간 연신 세계 모든 국가에 영상을 송출했고 중국 인민들 또한 이러한 처참한 장면들을 TV를 통해 시청하자 중국공산당 정치인과 군부에 대한 배신감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에 남부 전구 총사령원은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방사선 피폭으로 죽어가는 이천만에 달하는 베이징 시민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정당성 확보와 중국 인민의 생명과 중국 전역의 군수 및 산업시설을 황폐하게 한 전쟁의 장본인인 시진핑 주석 일당을 전범죄로 긴급 체포함으로써 더 이상의 중국 침몰을 막고자 반란을 강행한 것이었다.
이러한 정당성을 내세운 한 폥 총사령원은 오전 9시에 중국 전역에 중대 성명을 발표했고 3개 전구 총사령원을 비롯한 일부 정치 지도부 위원들과 새로운 신군부 지도부 선출과 한중전 종결을 위한 회의를 소집 및 개최준비에 들어갔다.
중국으로부터 공식 공문이 날아온 후 강이식 합참의장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며 작전본부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의장님! 우리가 제안한 모든 걸 중국이 수용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떨 거 같나?”
작전본부장의 질문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도리어 질문으로 대답했다.
“제가 생각하기엔, 동북 삼성중 랴오니성과 산둥반도는 중국이 양보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랴오니성은 북경과 너무나도 가깝기에 한국에 넘기기엔 위험부담이 크고, 산둥반도 역시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우리에게 넘기려고 하지 않을 듯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우리는 무조건 영토를 받아내야 하네.”
“그렇긴 하지만.”
“뭐가 걱정인가? 지금 상황에서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는데 말이야.”
“네, 맞습니다. 하하하,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거 같습니다.”
“하하, 이 친구 싱겁구먼. 회의 시간이 다 되었군. 이만 일어날까?”
“네, 의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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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0일 10: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회의실).
강이식 합참의장을 비롯해 북주군 두 명의 장성, 그리고 참모진과 각 군의 참모진 50여 명이 모여 회의에 들어갔다.
“다들 소식을 들어서 알겠지만 이제 한중전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항복에 따른 합의와 절차가 남아있지만, 그것은 정치인들이 해결할 일이고 우리는 그때까지 군인 신분으로써 철저히 대비하고 준비하면 되는 것입니다. 특히 2일 후면 한민족의 숙원이 남북통일이 되는 날입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은 50여 명의 장성을 둘러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현재 러시아와 교전 중인 전선 상황과 일본의 동향에 대해 대비 및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회의를 진행하고 수도방위사령부는 통일 행사에 있어 군사적 보안 상태에 대해서 보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그럼 준비되었으면 시작합시다.”
합참의장이 말을 마치자 작전본부장이 단상으로 나와 입을 막고 헛기침을 하고는 회의 진행을 시작했다.
“그럼 먼저 러시아와 교전 중인 동부전선에 대해서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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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0일 14:30,
부산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지난 13일 일본 해상자위군의 독도 항해로 인해 시작된 일본과의 전쟁, 중국과의 치열한 전쟁으로 손쉽게 독도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본 아베 정부는 생각지도 못한 독도해전 참패에 이어 중국 해군과의 공조 작전 또한, 제주도 동단에서 다시 한번 패배를 하자, 한국과의 모든 무역을 끊고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까지 한국으로 강제 추방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하늘과 바다의 모든 항로가 차단된 지금, 유일하게 양국이 허용한 부산과 후쿠오카의 해상로는 하루 3번 여객선이 왕복하며 자국의 국민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12월 강추위 속에서 살을 애매는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후쿠오카에서 출발한 고속여객선이 도착했고 유학생을 비롯한 한국인과 강제로 추방당한 재일교포 교민들이 입국 수속절차를 밟고 있었다.
한일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예전의 간편했던 입국 수속절차는 지금은 매우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지문 인식은 물론 각막 인식까지 추가된 수속절차에 1시간이나 걸렸고 이러한 절차를 모두 통과한 280여 명은 대합실에 나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고지 없이 한국으로 강제 추방당한 재일교포 교민들은 정부 기관에서 나온 공무원의 안내에 따라 임시 거주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에 탑승하고 있었다.
오늘 첫 여객선으로 부산항에 도착한 재일교포는 총 135명으로 관광버스 4대에 나눠 탔고 김해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중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는 날카로운 인상을 숨기고자 마스크와 머플러로 얼굴을 싸맨 채 가끔 주위를 둘러봤다. 유독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이 사내는 자리에 앉자마자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의자에 깊게 파묻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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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0일 15:30,
서울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대테러수사국 회의실.
대테러수사국 허영준 국장을 비롯한 수사1과부터 3과까지 팀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이번 남북통일 행사 기간 중 만에 있을 테러에 대한 대책 방안에 대해서 최종 점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틀 후 통일 행사에 있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외부에 노출되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장소는 1월 1일 통일 대국민 성명 발표가 있을 광화문 광장이었다. 이에 대테러수사국은 대통령 경호실과 공조하여 광화문으로부터 2km까지 떨어진 모든 빌딩에 대한 사전 수색 및 점검을 마쳤고 의심이 갈 만 한곳에는 카메라 설치 및 현장 요원까지 배치 결정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2km 기준은 현재 사용하는 대인 저격 총뿐만 아니라 대물 저격 총의 최대 유효사거리가 1.8km 이내였기에 이 기준으로 2km까지 테러위험에 대한 사전 수색을 진행했다.
“현재 광화문으로부터 2km 달하는 모든 빌딩에 행동 인식 카메라 500여 개가 설치된 상태입니다. 이상 유무 테스트 또한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안연우 과장이 부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수사1과장으로 진급한 강태영 과장이 가장 먼저 현재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원래 수사1과장에는 이혜진 대리가 진급 대상자였으나 지하연구소 장기 파견으로 수사1과 1팀장인 강태영 과장이 대신 과장 직책에 자리에 올랐다.
“내일 모든 요원 투입해서 전체적으로 설치된 카메라 이상 유무 확인해보고 추가로 설치할 곳이 있으면 내일까지 모두 마무리하도록 해!”
안연우 부국장이 국장 대신 꼼꼼히 지적했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 2과와 3과는?”
“네, 현재 2과와 3과 모든 요원에 대해 주요 건물에 대한 배치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당일 행사 3시간 전부터 각자 주어진 자리에 배치되어 일대에 대한 경계를 시작할 것입니다.”
“인원수는 부족하지 않나?”
이번엔 허영준 국장이 질문했다.
“일부 배치 장소에는 대외정보국과 대북정보국 현장 요원의 지원을 받아 부족함 없이 배치 지점을 결정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대통령 경호실과 함께 근접 경호를 맡을 팀은 어디인가?”
“네, 1과 3팀과 4팀입니다.”
강태영 과장이 대답하자 이내 허영준 국장이 재차 질문했다.
“보호 슈트는 수령 받았나?”
“네, 며칠 전에 모두 수령 받은 상태입니다.”
“좋아, 다들 알겠지만, 이틀 후 남북통일 행사는 그동안 우리 민족이 염원하던 순간이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날이니 괜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수사국 모든 요원이 각자 임무에 대해 최선을 다했으면 하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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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1일 13: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공식적인 중국의 항복 선언만 남은 상태에서 서현우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2층 집무실에 올라와 멀리 보이는 인왕산 바라보며 지난 수개월의 시간을 회상하고 있었다.
퇴임 1개월을 남기고 남북통일을 위해 G2 위상을 떨쳤던 중국과의 전쟁 중에 러시아와 일본의 참전으로 인한 확전, 지난 2개월은 5년간의 대통령으로 생활했던 시간보다 더 길고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국군 장병들의 희생과 전 국민이 똘똘뭉쳐 힘겨운 난관을 헤쳐 나갔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한민족의 염원이 남북 평화통일이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는 지난 2개월을 생각하니 대통령의 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이거 주책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린 대통령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대통령님! 북주(북한)에서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막 청와대 정문을 도착했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은 인터폰에 대답하고는 이내 청와대 1층 현관으로 내려왔다. 잠시 후 검은 승용차 여러 대가 현관 앞에 정차했고 연한 색상의 외투를 입은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서현우 대통령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진심 어린 어투로 인사말을 건넸다.
“정말 잘 오셨습니다. 김여정 제1부위원장님!”
“만나서 반갑습네다. 대통령님!”
남북통일 몇 시간을 남기고 한국에 온 김여정 제1부위원장은 반갑게 맞아주는 대통령의 환한 웃음을 보고 마찬가지로 미소를 보이며 악수를 했다.
남과 북이 분단 된 지 75년 만에 북주(북한) 최고 지도자가 최초로 한국을 방문한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