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4화 (164/605)

몰락!

1시간 전, 중국 베이징시 남서단 91km 지점.

베이징 남서단으로 후퇴하는 중국군을 따라 대공세를 펼치던 한국군은 합동참모본부의 ‘북경몰락 플랜B’ 작전 명령에 따라 베이징으로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 베이징 외곽으로부터 70km까지 다다른 시점, 상급 부대로부터 새로운 명령이 하달되었다.

- 기동중지! 기동중지! 위장막 실행한다.

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진공 하던 제60기갑여단 또한 기동을 멈추고 K-3 백호 전차의 승조원들은 전차에서 내려 빠른 속도로 모듈 위장막을 전차에 씌우기 시작했다. 모듈 위장막은 주위 환경과 비슷한 컬러로 바뀌더니 감쪽같이 K-3 백호 전차의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잠시 후 포탑 한 부분에서 투명 빛이 발산했고 홀로그램의 가상 K-3 백호 전차의 모습이 나타났다. 실제 전차와 장갑차는 위장막으로 숨기고 홀로그램 가상의 K-3 백호 전차와 현무 장갑차가 대평원 전체에 좌 깔렸던 것이었다.

“와, 저거 진짜 같습니다.”

조준경을 통해 가상의 홀로그램 백호 전차의 모습을 보고는 김영주 하사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렇지? 저게 가짜라는 거 몰랐으면 우리도 진짜라고 속을 정도다. 크크크 이거 짱게들 속이는 맛이 쫄깃쫄깃 하구마이. 하하하.”

“소리까지 나면 좋았을 텐데요.”

712호 조종수 염훈기 상병이 대화에 끼어들자, 오영택 중사가 웃으면 말했다.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마라! 크크.”

이때 대대장으로부터 가상의 K-3 백호 전차를 기동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오영택 중사는 소지하고 있던 작은 무선 조종기를 들어 조정 레버를 앞으로 쭉 올리자 홀로그램 가상 K-3 백호 전차가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상의 홀로그램 전차와 장갑차들이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조금 부자연스럽긴 하였지만 직접 바로 앞에서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한편 고도 15km에서 한국군을 감시하던 여러 대의 샤룽 무인정찰기도 한국군의 가상 홀로그램에 속아 거짓 위치 정보를 중국군 지휘부에 전송했다. 그리고 20여 분 후 가상의 홀로그램 전차와 장갑차가 핵폭탄 설치 지역에 도달하자 핵폭탄 점화 버튼을 눌렀고 거대한 핵폭발 버섯구름과 핵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번쩍이는 하얀 섬광은 어두웠던 베이징 서단 평원을 밝게 비췄고 수백 미터까지 치솟은 버섯구름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열기와 함께 거대한 핵폭풍이 한차례 반경 5km를 휩쓸었고 하늘에는 방사능 낙진이 서서히 떨어졌다. 양압장치로 핵 방사능에 안전하던 제20기갑사단은 자리를 고수했고 그 외 수송 트럭과 차량형 험비들은 미리 안전지대로 이동한 상태였다. 이것이 1시간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이처럼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올 다운 작전에 대응 및 중국군을 속일 미끼는 바로 지하연구소에서 개발한 후 한 기업을 통해 제품으로 출시 될 홀로그램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기업의 협조 속에 대량의 홀로그램 장비를 베이징 진공 부대에 긴급 수송했고 모든 전차와 장갑차에 홀로그램 장비를 장착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중국군의 올 다운 작전이라고 판단 된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북경몰락 플랜B’ 작전으로 긴급 전환을 했다.

‘북경몰락 플랜B’ 작전은 올 다운 작전의 대응 작전으로 중국군이 후퇴하면서 한국군을 핵폭탄이 설치한 장소로 유인할 경우 실제 전차와 장갑차가 아닌 가상의 홀로그램 K-3 백호 전차로 핵포탄이 설치된 지점으로 기동하는 것처럼 속이는 일종의 기만 작전이었다.

“산둥반도에 향했던 탄도탄 미사일 55기와 순항미사일 102기 모두 요격 성공!”

“3기갑사단에 지대지 미사일 3기 착탄 외 나머지 모두 요격 성공.”

“수도기갑사단에 지대지 미사일 모두 요격 성공.”

“20기갑사단과 25경갑보병사단으로 향하던 순항미사일 모두 요격 성공.”

기분 좋은 보고만 계속 올라오는 가운데 강이식 합참의장이 추가 명령을 지시했다.

“똥은 자기들이 싸고 치우는 건 우리구먼, 베이징 외곽 방사능 제거 진행하라고 지시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각 사단에 연락해서 1개 여단씩 폭심지 우회하여 베이징으로 진공 시작한다. 오늘 중으로 베이징에 태극기 꽂으라고 전하게.”

“네,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 ★ ★

2020년 12월 29일 07:50 (중국시각 06:50),

중국 후이저우시(제42집단군 사령부).

핵폭탄 폭발 이후 시간이 갈수록 중국군 수뇌부는 기대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먼저 핵폭탄 폭발 이후 살아남은 한국군에 대한 지대지 전술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공격 실패와 산둥반도의 한국 해병대를 목표로 했던 탄도탄 미사일까지 모두 요격되었다는 보고였다. 그리고 한국 지대지 미사일 공격에 중국군이 도리어 당했다는 비보만 들려왔다.

또한, 핵폭탄으로 한국군의 피해 현황을 확인하려던 무인정찰기 샤룽 12기가 베이징 상공에서 한국군의 대공미사일에 모두 요격당했다는 보고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것이오? 핵폭탄 공격을 받은 한국군의 대응이 이 정도로 철저하단 말이오?”

시진핑 주석은 보고를 마친 팡퍼후이 총사령관을 노려보며 꾸짖듯 말했다.

“현재 각 집단군에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보고 내용을 종합해보자면, 아무래도 핵폭탄 공격으로 한국군의 피해가 작은 것으로 볼 수도.”

쿵!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오?”

시진핑 주석은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소리쳤다. 이에 팡퍼후이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핵폭탄 공격은 단순 공격이 아니오. 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승인한 공격이란 말이오? 그런데 한국군의 피해가 작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시오?”

이때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며 주석실 출입문이 열렸다.

“시진핑 주석님!”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뭔가 큰일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주석실로 들어오자마자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TV에서······.”

“TV에서 뭐요?”

“이걸 보십시오.”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주석실 리모컨을 이용해 벽면에 설치된 TV를 켰다.

“뭔가 저게? 어떻게 이런 뉴스가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나온단 말이오?”

TV에서 나오는 뉴스에 시진핑 주석은 두 눈을 크게 뜨고 황당해했다.

중국은 공산국가로 국가이익에 반하는 정치적인 모든 뉴스는 당국의 사전 검열을 받거나 지시를 받고 내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TV에서는 오늘 새벽 베이징 외곽에 100개가 넘는 핵폭탄 폭발이 있었고, 이는 시진핑 주석의 명령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베이징 시민 이천만 명은 방사능에 오염되어 죽음 목숨과 같다는 조금 과장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대체 어떤 놈이 저런 뉴스를 내보내도록 승인했단 말인가?”

시진핑 주석은 리모컨을 빼앗고는 여러 채널을 돌려봤다. 역시나 모든 채널에서는 똑같은 내용의 뉴스만 흘러나왔다.

“리위안차오 부주석! 지금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당장 저 뉴스를 내보내게 한 놈을 찾아내! 그리고 정정 보도를 내보내게 하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황급히 주석실을 빠져나갔고 홀로 남은 팡퍼후이 총사령관이 씩씩거리며 앉아 있는 시진핑 주석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석님!”

“뭔가? 아직 보고할 게 남았나?”

“지금 상황에서 한국군과의 휴전 협상은 어떻습니까?”

“뭐야? 지금 베이징에 핵폭탄 날리고 지금 그게 할 소리인가?”

“만에 하나, 올 다운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하셔야 할 듯합니다.”

“이런 씨.”

시진핑 주석은 탁자 위에 있는 재떨이를 집어 들고 던지려다 순간 멈췄다.

“팡퍼이후 총사령관 나가보시오. 잠시 생각 좀 해야겠소이다.”

“네, 주석님!”

그 시각. 남부 전구 총사령원실.

제42집단군 사령원은 물론 남부 전구 참모진 20여 명이 원형 탁자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지금쯤 시진핑 주석은 뉴스로 인해 정신없을 겁니다. 하하하.”

제42집단군 두 전위 사령원이 웃으면 말했다.

“우리 쪽에서 정보를 유출했다는 꼬리는 잡히지 않겠지?”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총사령원.”

“좋아! 그럼 경비참모관 주석 쪽 경비병력 상황은 현재 어느 정도인가?”

“네, 현재 사령부에는 주석과 총참모진의 경호 인력은 총 100명이며 모두 근접 경호이기에 경무장 수준입니다. 대신 사령부 외곽 건물에는 중무장한 300여 명의 특수대대 병력이 주둔 중입니다.”

“우리 쪽은?”

한 폥 총사령원이 질문을 했다. 이에 사령부 경비참모관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어갔다.

“우리 쪽 병력은 사령부 경비 병력을 추가 배치가 완료된 상태로 현재 각 건물 내 경비 병력은 총 400명이며 건물 밖에는 비상경비연대 1,500명이 항시 대기 중에 있습니다. 비상사태 발생 시 5분 이내에 중무장한 상태로 즉각 투입할 수 있습니다.”

“42집단군 병력은 어떻게 되었나?”

한 폥 상장이 왼편에 앉아 있는 제42집단군 두 전위 사령원을 보며 물었다.

“네, 현재 사령부 기지 외곽 5km에 124사단의 21연대 소속 전차와 장갑차가 대기 중에 있습니다. 명령만 내리면 즉시 기동 가능합니다.”

“좋아! 혹, 총참모진에 들키지 말고 조심히 대기시킬 수 있도록 하게.”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확실히 위장한 상태에서 대기 중에 입니다.”

“음. 좋아!”

“총사령원! 언제 시작하시려는 겁니까?”

“기회를 보고 있다. 자치 잘못하면 쿠데타가 될 수 있으니 신중해야겠지. 그러니 부하들 관리 확실히 하고 대기하도록 하라고.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회의실에 참석한 20여 명의 장성과 좌급 장교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 ★ ★

2020년 12월 29일 08:20 (중국시각 07:20),

중국 베이징시 외곽.

저번 선양 남단에서 방사능 제거에 투입되었던 제11포병단 소속의 제976MRLS포병대대 천무 장갑차 18대가 우렁찬 엔진음을 울리며 막 방열을 마쳤다.

K207A1 포열이 가리킨 곳은 당연히 핵폭발로 엉망이 된 베이징 동단 지역이었다. 잠시 후 270mm 로켓탄은 우렁찬 포격 소리를 울리며 베이징 동단으로 날아갔고 상공에서는 수많은 자탄이 분리되며 넓게 퍼지며 투하되었다.

그리고 핵폭탄 폭심지를 우회한 제20기갑사단(결전)의 제60기갑사단은 야지 고속기동으로 베이징 외곽 시내로 진입 중이었다. 핵폭발이 있고 나서 베이징 시내에 돌아다니는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고 말 그대로 죽은 도시처럼 횅한 상태였다. 3일간 밤마다 한국군 특전여단과 북주군 제8특수군단의 게릴라 공격에 공포에 떨던 베이징 시민들은 금일 새벽에 있었던 100여 발에 달하는 핵폭탄 폭발에 공포심이 극에 달하면서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북경몰락 플랜B’ 작전으로 전환되면서 게릴라전을 하던 한국 특전여단과 북주군 제8특수군단 특수부대원들은 미리 소지하고 있던 방사선 피폭 차단복을 착용한 상태로 매복 중이었다가 각 방향에서 한국군의 기갑부대가 베이징 시내로 진입하자 그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내고 다시금 베이징 장악 임무에 들어갔다.

베이징을 방어하기 위해 주둔했던 수도경비사단 대부분은 핵폭발 이후 급히 베이징을 빠져나가 현재 베이징은 무주공산, 말 그대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일반 시민 외에는 한국군을 막을 병력이 전무 한 상태였다. 이에 오후 4시경에는 베이징 시내 공공기관 모든 곳에 태극기가 하늘 높이 게양되어 펄럭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장면은 모든 방송 매체를 통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방송되었다.

전쟁 발발 2개월 만에 적국의 수도에 당당히 태극기를 게양되는 영상을 접한 세계 각국의 언론과 국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개전 후 러시아와 일본이 중국 측에 붙어 3개국과 동시에 교전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한국군이 점령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을 넘어 경악 자체였다. 특히 중국과의 비밀협약으로 한중전에 참전했던 일본과 러시아가 받아들이는 충격은 그 어느 나라보다 배로 다가왔다.

몰락!

2020년 12월 29일 17:00 (중국시각 16:00).

중국 베이징 시내.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둠이 깔린 베이징 시내, 임시로 설치한 조명들만이 주위를 밝힐 뿐 시내 전체는 암흑과도 같았다. 베이징의 하늘은 온통 입자 상태의 방사성 물질인 낙진이 휘덮고 있었고 이로 인해 하늘에 있어야 할 태양은 볼 수가 없었다.

베이징의 고질병인 최악의 스모그 현상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에 베이징 시내는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건물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는 베이징 시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들은 집에 먹을 것이 없어 음식을 구하기 위해 방사선 노출의 위험에도 무릅쓰고 온몸을 각가지 옷과 머플러로 감싸고 나온 시민들이었다.

이날 새벽 베이징으로 진입한 각 사단의 여단급 기갑부대는 소대별로 베이징 시내 곳곳을 기동하며 K-RRS(Korea-Radiation Remove System) 장치를 설치하고 다녔다. 일명 방사능 제거 시스템으로 핵폭발로 인해 생성되는 36종의 원소에 300종 이상의 동위원소를 포함하는 1㏏의 폭발 당 약 3×1010Ci(퀴리)의 방사능이 된다. 이 방사능 중 수명이 긴 세슘-137(137Ce: 반감기 약 30년)이나 스트론튬-90(90Sr: 반감기 약 28년) 등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표에 남게 되는데 K-RRS 장치는 최대 7일 이내에 반경 수백 미터에 있는 모든 방사능을 흡수 및 제거할 수 있었다.

또한, 베이징에서 게릴라 전술을 펴고 있었던 5만에 이르는 한국군 특전여단과 제8특수군단 특수부대원들도 방사선 피폭 치료제 투여는 물론 피폭 차단복을 착용한 채 소형 KM-RRS를 곳곳에 설치하여 방사선 피폭에 대한 안전조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합동참모본부 강이식 합참의장이 말한 “똥은 중국이 싸고 치우는 건 한국”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 ★ ★

2020년 12월 29일 21:30,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방송국은 일제히 이번 베이징의 태극기 게양 관련 영상과 베이징 곳곳의 참혹한 장면만을 연신 내보내며 1시간 뉴스를 이것으로 모두 할애하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뉴스는 국방부의 숨은 의도에 의해 방송되고 있었다.

뉴스 영상에는 보이는 베이징은 흩날리는 방사성 낙진 속에서 방사선 차단복을 착용한 한국군과 이러한 영상을 찍고 있는 정훈장교의 모습이었다. 한두 발도 아닌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리틀보이’에 버금가는 핵폭탄 100여 발이 터진 폭심지와 불과 6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베이징 외곽은 핵폭탄의 직접적 영향권은 아니었지만, 간접적 영향권에 속했기에 핵폭풍과 열기에 의한 건물 손상이 심상치 않게 발생했다.

그리고 다른 채널의 뉴스 영상에서는 중국의 최고 권력기관 건물들이 모여있는 중남해 구역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금성 좌측으로 중해와 남해가 맞닿는 곳에 있는 중남해는 국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예전에는 황제의 행궁(행차 시 잠시 머무는 별궁)이었고, 연회를 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무원(최고 행정기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처와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행정 업무 기구) 등 중앙 국가기관과 당 기관의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의 주석실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 권력기관을 상징하는 모든 행정기관 건물의 게양대에는 오성기가 아닌 대형 태극기가 펄럭였다.

★ ★ ★

2020년 12월 30일 02:00 (중국시각 01:00).

중국 후이저우시(제42집단군 사령부).

남부 전구 총사령원 한 폥 상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창문 넘어 펼쳐진 후이저우시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에는 문서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오늘따라 후이저우시 야경이 아름답게 보이는군.’

전날 내내 한국 뉴스를 통해 참혹한 베이징 시내와 비교하니 후이저우시 야경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이에 심각한 표정과는 다르게 낭만적인 멘트를 날린 한 폥 상장은 아까부터 부동자세로 서 있던 제42집단군 사령원 두 전위 상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두 전위 상장!”

“네, 총사령원!”

“시작할 때가 된 거 같군그래! 은밀히 시작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총사령원!”

잠시 후 남부 전구 사령부이자 제42집단군 사령부 건물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먼저 사령부 기지 외곽 5km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42집단군 예하 부대인 124상륙기계화사단의 21연대가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워 사령부 기지를 향해 고속기동을 시작했고 비상경비연대는 사령부 외곽 건물에 주둔 중인 시진핑 주석의 호위 특수대대에 대한 기습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령부 건물 곳곳에서는 한 폥 총사령원의 직속 부대인 사령부 기지 경비 대대 병력과 시진핑 주석과 총참모진의 경호원과의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병력이나 무장 수준, 그리고 기습적인 공격에 일반 권총으로만 무장했던 경호원들은 추풍낙엽 떨어지듯 쓰러졌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호위 특수대 병력 또한 기습공격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이후 21연대의 전차와 장갑차의 등장으로 시진핑 호위 특수부대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시진핑 주석과 일부 참모진 그리고 그들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던 30여 명의 경호원뿐이었고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오퍼레이터들은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당황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인가?”

갑작스러운 총성에 잠에서 깬 시진핑 주석은 이불을 박차고 상체를 일으켰다. 이때 주석실 문이 활짝 열리며 누군가 소리쳤다.

“시진핑 주석님!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저번 베이징 탈출 당시 전사한 슈 룬웅 호위대장을 대신해 새로 호위대장에 임명된 장 닝이 오른손에 권총을 쥔 상태로 헐떡거리며 들어왔다.

“피하다니? 그리고 지금 이 총성은?”

“반란입니다. 한 폥 일당의 반란입니다.”

“뭐라고? 반란? 이런 개 같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외곽에 주둔 중이던 호위 특수대도 제압당한 듯합니다.”

“크응.”

시진핑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자 겉옷만 대충 걸치고는 호위대장을 따라나섰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호위대장 말고도 10여 명의 경호원이 사방을 경계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정치국 위원과 총참모진은?”

“지금 정치국 위원들은 물론 상황실에 있던 총참모진 모두 제압당한 듯합니다. 일단 주석님만이라도 빠져나가야 합니다.”

“알았다. 일단 빠져나가자!”

“네!”

이때 뒤편 복도에서 십여 명의 군인이 들이닥쳤고 이내 수십 발의 총탄이 날아왔다.

쏟아지는 총탄에 사방이 불꽃이 튀겼고 뒤편에서 경호하며 따라오던 3명의 경호원이 바닥에 나뒹굴며 쓰러졌다.

파악! 쨍그랑!

시진핑 일행은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왔고 호위대장 장 닝이 창문을 사정없이 권총으로 내려쳤다.

“지금 출입문은 분명 한 폥 일당에게 접수당했을 것입니다. 여기로 나가셔야 합니다.”

“알았다.”

대답과 동시에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창문을 넘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상체를 일으키며 일어서자 거기엔 벌써 한 폥 총사령원의 직속 부대인 기지 경비대원들이 총구를 지향한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타타타타타! 타탕! 타타탕!

그리고 창문 넘어 건물 내에서는 총성이 잇따라 울렸고 시진핑을 따라 창문을 넘으려던 경호원들은 피를 뿌리며 쓰러졌고 장 닝 호위대장 또한 창문에 상체를 걸친 자세로 입에서 시꺼먼 피를 토해내며 죽었다.

“그만 포기하시오, 시진핑 주석!”

당장에라도 방아쇠를 당길듯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경비대원들 사이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바로 제42집단군 사령원 전 두위 상장이었다.

“인민 배신자! 전 두위 이놈!”

시진핑은 악을 쓰며 욕을 내뱉었다.

“제가 인민의 배신자입니까? 아니면 이천만 인민의 생명을 내팽개치고 핵폭탄을 사용한 시진핑 주석이 배신자입니까?”

“뭐야?”

“끌고 가라!”

“네, 사령원!”

두 명의 경비병이 나서 시진핑의 두 손을 뒤로 고정해 포박하고는 끌고 가자 시진핑이 다시 한번 악을 쓰며 소리쳤다.

“반란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 ★ ★

2020년 12월 30일 02:5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중요한 교전도 없는 야심한 이 시각, 강이식 합참의장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의자에 앉아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의장실에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들어왔다.

“의장님!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정말인가?”

작전본부장의 말에 합참의장은 자리에 벌떡 일어나 되물었다.

“네, 현재 남부전구 총사령원 한 폥 상장이 시진핑 주석을 생포했다고 합니다.”

“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이 한중전도 끝나가는군!”

“하하하, 의장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모든 전쟁이 끝난 건 아니지만, 한중전만이라도 통일 전에 끝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

“하하하, 맞습니다.”

“그래, 난 지금 대통령님을 뵈러 가야겠네.”

“지금 이 시각에 말입니까?”

“이 사람아! 아직도 대통령님을 모르나? 잠잘 시간으로 보고가 늦었다간 도리어 혼난다네. 하하하.”

“아! 맞습니다. 하하하.”

오늘 낮, 합동참모본부는 인민해방군 제12집단군 사령원 우 웨이안 상장을 통해 남부 전구 한 폥 총사령원과의 비밀접촉을 추진했고 오후가 돼서야 연락이 연결되었다. 이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한중전의 종전을 위한 몇 가지 대안에 대해서 제시했다.

제시된 내용 중 남부 전구 한 폥 총사령원의 마음을 움직였던 내용은 바로 이번 베이징 핵폭탄 공격 명령을 내린 시진핑 주석에 관한 내용이 주였다.

인민해방군의 역할이자 존재 의미는 바로 인민의 보호에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이천만에 이르는 베이징 시민의 안전은 무시한 채 단지 전쟁에서의 승리만을 위해 역사상 유례없는 핵폭탄 120발을 베이징 외곽에서 사용함으로써 인민 보호가 아닌 학살에 따르는 역적 행위이기에 시진핑 주석을 체포하여 적법한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인민해방군의 장성으로써 해야 할 일이라는 정당성 부여가 핵심이었다.

이러한 전제 조건 속에서 한국군은 베이징 도심과 핵폭발 지역에 대한 방사능 제거는 물론 방사능에 피폭된 베이징 시민들을 위해 피폭 치료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남부 전구 한 폥 총사령원은 깊은 고민을 한 후 반란이 아닌 인민을 등한시하는 역적 처단에 정당성을 부여하여 시진핑과 총참모진의 체포 작전을 지시한 것이었다.

★ ★ ★

2020년 12월 30일 04:00 (중국시각 03:00),

중국 후이저우시(제42집단군 사령부).

시진핑 주석은 물론 중앙정치국 위원과 총참모진 수뇌부 장성들은 임시로 마련된 장소에 포박한 상태로 구금시켰고 한 폥 총사령원의 회의실에는 제42집단군 사령원을 포함하여 여러 장성이 회의하고 있었다.

“한국에 연락을 취했나?”

“네, 현재 상황에 대해 연락을 했습니다.”

전구 참모부관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알았네, 이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회의를 해봅시다.”

원형 탁자를 중심으로 앉아있는 20여 명의 장성과 군 지도원을 바라보며 한 폥 총사령원이 말했다.

“한국군이 제시한 대안에 대해서 수락을 하실 겁니까? 총사령원!”

“제42집단군 사령원인 전 두위 상장이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군을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이에 제41집단군 사령원 종 레이 상장이 상체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

“시간만 버텨준다면 러시아나 일본이 재정비한 후 한국을 압박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러시아와 일본이라?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러시아나 일본은 자국의 이익만 생각하는 속이 시꺼먼 족속들이 아닌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총사령원!”

제42집단군 전 두위 사령원이 한 폥 총사령원의 말을 거들었다.

“다른 장성들도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게.”

이날 남부 전구 지휘부의 회의는 아침 동이 트고 나서야 끝이 났고 회의 결론은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제시한 모든 의견에 대해 수락한다였다. 이에 첫 번째로 남부 전구 한 폥 총사령원이 한 일은 와해한 북부 전구를 뺀 3곳의 전구 총사령원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고 긴급 전구 회의를 가고자 했다.

전구 총사령원 회의를 걸쳐 합동참모본부가 제시한 내용에 대해 모두 합의가 된다면 이번 한중전은 2개월 만에 한국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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