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3화 (163/605)

몰락!

2020년 12월 18일 16: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10분 전 상황실 당직사관의 보고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잠에서 깨었고 참모진과 함께 상황실에서 베이징 진공 부대에 대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지휘를 하고 있었다.

“북단과 북동단은 물론 남동단의 중국군 주력부대가 순식간에 남서단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작전본부장이 상황실 대형 스크린을 보며 말했다.

“그래, 움직임으로 봐서는 전력 손실에 의한 후퇴가 아닌, 약속된 기동으로 보인단 말이야. 뭔가 수상쩍군그래.”

“네! 저도 의장님 의견에 같습니다. 같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후방으로 기동하는 것이 작전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 기회를 살려 북경을 먹어보자고. 지금부터 ‘북경몰락’ 작전을 ‘북경몰락 플랜B’로 작전을 변경한다. 모든 부대에 즉시 전달한다.”

“네, 작전 안 하달하겠습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의 명령에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이 각 부대에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 ★ ★

2020년 12월 29일 06:20 (중국시각 05:20),

중국 베이징시 동단 91km.

제20기갑사단(결전)은 물론 제27집단군을 상대했던 제25경갑보병사단(비룡) 장갑차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이 베이징 서단으로 후퇴하고 있는 제38집단군 후미 부대를 추격하며 총공세에 들어갔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쭈우웅! 쭈우웅! 쭈우웅! 쭈우웅!

슈우웅, 슈우웅.

광자포와 흑룡 미사일 그리고 각가지 로켓탄이 날아가 후퇴하는 중국군의 후미 부대를 괴멸시켰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베이징으로 진공 하라는 명령을 각 사단에 내렸다. 베이징 진공 17일 만에 드디어 중국 수도인 베이징의 점령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베이징으로부터 70km를 남기고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북경몰락’ 작전에서 갑자기 ‘북경몰락 플랜B’ 작전으로 긴급 변경했다.

이에 K-3 백호 전차와 K-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AFV)는 베이징을 기준으로 넓게 횡대 대형을 갖추며 베이징을 향해 더욱 속도를 올렸다.

한편 베이징 북단과 북동단 그리고 남동단 상공에서는 여러 대의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샤룽이 고도 15km에서 비행하며 한국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남부 전구 사령부의 상황실에 전송하고 있었다. 한편 항공우주군과 공군, 그리고 베이징 진공 부대의 방공여단에서도 진작부터 중국 샤룽 무인정찰기를 탐지하고 있었으나 합동참모본부의 의도가 있었는지 요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 ★ ★

2020년 12월 29일 06:30 (중국시각 05:30),

중국 후이저우시(제42집단군 사령부).

역사에 길이 남을 올 다운 작전이 실행되는 순간 제42집단군 사령부 상황실에는 시진핑 주석은 물론 총참모부 참모진 전원이 나와 있었고 남부 전구 총사령원인 한 폥 상장도 나와 있었다.

샤룽 무인정찰기로부터 한국 기갑전력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으며 뭔가를 기다리는 중에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는 베이징으로부터 60km 떨어진 외곽, 11시 방향부터 6시 방향까지의 지역에 100여 개의 붉은 점이 반짝이며 표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국군은 붉은 점이 표기된 곳으로 빠르게 진공하고 있었다. 이런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펑퍼후이 총사령관이 위성통신 마이크를 들고 어딘가에 명령을 내렸다.

“올 다운 작전 시진핑 주석이 승인했다. 각 집단군 사령원은 한국군 위치 확보되는 대로 즉시 실행한다. 이상.”

간단명료하게 명령을 내린 펑퍼후이 총사령관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시진핑 주석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그리고 20여 분 후 각 집단군 사령원으로부터 올 다운 작전을 실행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 ★ ★

2020년 12월 29일 06:50 (중국시각 05:50),

중국 베이징시 외곽 60km 지점.

베이징을 중심으로 외곽으로부터 60km 떨어진 지점에 엄청나게 밝은 섬광이 함께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섬광과 버섯구름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수십 발에 달하는 핵폭탄이 베이징 북단에서부터 남동단까지 원형을 이루며 수십 발이 터졌고 핵폭풍은 이 일대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바로 한국군 모든 기갑전력이 진공하고 있던 자리였다. 저번 선양 남서단에서 터졌던 핵포탄보다 위력이 두 배인 20kt(TNT 20,000톤)급의 핵폭탄이었다.

그라운드 제로 즉 폭심지로부터 1.7km까지는 소멸, 그리고 2.5km까지는 3도 화상, 3.2km까지는 2도 화상, 반경 5km에 달하는 지역에 핵폭탄의 직접적 영향권에 드는 히로시마 ‘리틀보이’급 핵폭탄이었다. 문제는 이런 핵폭탄이 100여 발 넘게 동시에 폭발했다는 점이었다. 거대한 버섯구름은 어두운 하늘 전체에 퍼져나갔고 방사능 낙진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베이징 북단과 북동단, 제3기갑사단(백골)과 수도기갑사단(맹호)이 진공을 하던 여러 갈래의 도로에는 수십 미터에 이르는 엄청난 불구덩이가 형성되었고 그 주위로는 산까지 파헤쳐져 평탄작업이 된 상태였다.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던 나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거대한 바위들마저 핵폭풍에 휘말려 산산이 쪼개지고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그만큼 20kt에 이르는 핵폭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남동단 대평원 또한 지옥 자체였다. 핵폭풍으로 쓸려나간 자리는 엄청난 열기만이 춤을 추고 있었고 진흙과 함께 뒤범벅되었던 누런 눈들은 열기에 모두 증발하였는지 마작 바른 땅으로 변해버렸고 한국군의 그 어떠한 전차나 장갑차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 ★ ★

2020년 12월 29일 07:20 (중국시각 06:20),

중국 후이저우시(제42집단군 사령부).

취지량지가 총사령관으로 있을 당시 중국군은 베이징 외곽에 20kt급 핵폭탄 120발을 미리 설치해 놨다. 만에 하나 중국군이 베이징 방어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베이징을 한국군에 넘기느니 베이징 시민의 희생을 감수하고 핵폭탄으로 한국군을 전멸시키려는 작전이었다.

당연히 이와 같은 작전은 시진핑 주석에게는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정이었다. 이천만에 이르는 북경 시민이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됨으로써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지는 것보다 희생을 감수하고 승리하는 것이 시진핑 주석에게는 더욱 중요했고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유일한 방안이기도 했다.

핵폭탄이 터지고 30여 분이 지나자 통신망이 부분적으로 재기 되었다. 이에 각 집단군으로부터 보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13집단군으로부터 보고입니다. 핵폭탄 21 정상적으로 폭발, 적어도 한국군 제3기갑사단의 전력 50% 이상은 괴멸된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고입니다.”

“15집단군 보고입니다. 핵폭탄 32발 폭발, 현재 정확한 정황은 파악할 수 없으나 적어도 한국군 수도기갑사단 60% 이상 전력은 손실된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고입니다.”

“제38집단군 보고입니다. 한국군 제20기갑사단 80% 이상 손실 예상한다는 보고입니다.”

“제27집단군 보고입니다. 한국군 제25경갑보병사단 50% 이상 괴멸된 것으로 판단한다는 보고입니다.”

지금까지 보고한 내용으로만 보자면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예상일 뿐 실제적 현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략 피해 수준은 예상과 근접할 것으로 봤다.

“하하하, 대성공이야! 대성공!”

오퍼레이터들의 보고에 시진핑 주석은 상황실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한편 상황실 뒤편에서 웃고 있는 시진핑 주석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남부 전구 총사령원이 한 폥 상장이었다. 베이징 시민 이천만이 방사선에 피폭되어 죽게 생겼는데, 쳐 웃고 있는 시진핑의 모습이 역겨웠던 것이었다.

“주석님! 2차 공격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확실히 끝내야지. 가용한 모든 미사일 전력을 사용하도록 해.”

핵폭탄 폭발로 한국군의 전력이 크게 손실되었다는 판단하에 각 집단군에서는 가용한 지대지 미사일 전력을 모두 쏟아붓기 시작했다.

수백 발에 이르는 전술 지대지 미사일이 핵폭탄에서 살아남은 한국군 진형으로 날아가는 표기가 스크린에 표기되고 있었다.

“이 정도 미사일 전력이면 나머진 잔당들을 격퇴할 수 있겠소? 총사령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피해 현황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펑퍼후이 총사령관은 시진핑 주석의 질문에 대답하고 작전참모에게 물었다.

“샹룽 무인정찰기로 언제쯤 확인이 가능한가?”

“네, 현재 각 집단군 본부에서 정찰기 이륙했다는 보고입니다. 적어도 20여 분 정도면 폭심지 일대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 실제적 한국군의 피해 현황을 집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한 빨리 현황을 집계해서 보고하라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작전참모와 대화를 마친 펑퍼후이 총사령관은 시진핑 주석을 보고 말을 이었다.

“주석님! 베이징 시민의 피난 명령을 내려야지 않겠습니까?”

“피난? 지금 피난 명령을 내렸다가 모든 도로가 막혀버리면 어떡하려고 그런가?”

“그렇긴 하지만 방사능 낙진이 시작되면 피해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미사일 공습과 기갑군이 이동하여 반격을 시작한 후 피난 명령을 내려도 늦지 않다고 보내! 그렇게 하도록 하게.”

시진핑 주석은 이천만에 이르는 베이징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지 단호하게 펑퍼후이 총사령관의 의견을 묵살했다.

“네, 알겠습니다.”

★ ★ ★

2020년 12월 29일 07: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상황실 스크린에는 베이징 외곽에서 터진 핵폭탄 폭심지를 비롯해 영향권에 드는 지역까지 붉은 원으로 표기되어 보여주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핵폭탄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갑작스러운 통신 두절이 있고 난 후 10여 분이 지나자 통신망이 복구되었고 중국군이 핵폭탄을 사용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핵폭탄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작전본부장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말하자 합참의장은 ‘북경몰락 플랜B’ 작전이 성공했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중국 놈들에게 설마라는 단어는 쓰지 말게. 정상적으로 생각할 인종이 아니야. 그나저나 확실히 중국 놈들을 속인 거 같군.”

“네, 역시 지하연구소에 만든 제품이라 성능이 탁월한 듯합니다. 의장님!”

“그래, 맞아! 나중에 전쟁 끝나면 사비라도 들여서 그곳 연구원들에게 따뜻한 밥 한번 사야겠어.”

“하하하. 저도 보태겠습니다. 의장님.”

중국군이 보고한 내용으로 보자면 한국 합동참모본부 상황실은 충격에 휩싸여 아비규환이 되고도 남아야 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 분위기는 평소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국군의 각 집단군에서 지대지 전술 미사일 발사되었습니다. 현재 정보 업데이트하여 전술 스크린에 반영합니다.”

베이징 진공 부대의 방공여단과 아폴론 정찰위성에서 탐지한 중국군 지대지 전술 미사일의 이동 경로가 스크린에 표기되고 있었다.

총 300여 기에 달하는 숫자였고 대부분 베이징 서북단과 서남단에서 발사한 미사일들이었다.

“제우스 1호에서 요격절차 들어갔습니다.”

“미사일 사령부에서 보복공격 들어간다는 보고입니다.”

“제7기동군단 방공여단 요격 미사일 발사했습니다.”

“수도기갑사단의 방공대대에서 요격 미사일 35기 발사했습니다.”

한순간 쏟아지는 보고에 해당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은 손과 입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상황실은 다시 야시장처럼 시끌벅적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베이징 핵폭탄 공격에 한국군의 손실은 아주 미미했다. 이유는 한국군은 사전에 올 다운 작전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칭다오에서 생포한 제12집단군 사령원인 우 웨이안으로부터 2가지의 극비 기밀을 전달받았다. 첫 번째는 베이징 X-2 벙커 위치에 대한 정보와 두 번째는 베이징에서 취지량지가 입안한 올 다운 작전내용이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올 다운 작전을 역이용할 방안을 생각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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