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2화 (162/605)

몰락!

2020년 12월 28일 17:00 (중국시각 14:00),

중국 윈톈현 남동단 16km.

한국군과 북주군의 특수부대가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며 교전에 들어간 그 시간, 베이징으로부터 110km 떨어진 윈톈현 동남단 16km 지점에서는 2개월 만에 재편성한 제38집단군의 주력부대와 한국군 제20기갑사단과(결전)의 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이전에 제20기갑사전(결전)의 진로를 막고 있었던 제65집단군은 어제부로 완전히 괴멸되었다. 그리고 웬텐현 남단에서는 중국군 제27집단군과 제25경갑보병사단(비룡)이 서로를 향해 공격준비에 들어갔다.

최신예 장비로 재편성한 제38집단군은 제6기갑사단을 선봉으로 제112기계화보병사단과 제113기계화보병사단이 제20기갑사단(결전)을 좌우에서 파고들었고 후방에서는 제114기계화보병사단과 제4기계화방공여단이 제6기갑사단을 지원했다.

712호 전차 주위에 여러 개의 흙기둥이 솟구쳤고 주먹만 한 돌덩어리와 흙들이 사방으로 튀겼다.

“좌로! 좌로! 좌로 틀어라!”

712호 전차장 오영택 중사가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소리를 냅다 질렀다.

이에 전차 조종수인 염훈기 상병이 조종 핸들을 왼쪽으로 급하게 돌리며 말했다.

“전차장님, 저 고막 나가겠습니다.”

“야야! 미안 하다잉! 12시 방향으로 그대로 전진!”

빗발치는 날탄 속에서도 오영택 중사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어린애처럼 소리를 지르며 중국 전차와의 목숨 건 교전을 치르고 있었다.

“이 새끼들 봐라! 신형 전차라고 엄청 까부다잉! 김 하사! 바로 앞 둔덕 넘은 후 표적 확보되면 지정된 표적부터 사정없이 날려버려!”

“알겠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마을을 끼고 약간 높은 둔덕을 넘어서자 예전에 본 듯한 형태의 전차 30여 대가 거대한 포신을 들이대며 질주해 오고 있었다. 저번 선양 시가전 당시 711호를 피격했던 중국 기갑의 최신예 전차인 100식A2 전차(Type100A2 BMT)였다.

포수 조준경에 잡힌 중국군 전차의 정체가 자체 피아식별 시스템에 의해 모니터에 제원이 표기되었다. 이에 김영주 하사는 제원 정보를 읽으며 오영택 중사에게 말을 건넸다.

“오 중사님! 저거 저번 선양 시내에서 711호 전차를 피격했던 신형 전차네요. 100식A2입니다.”

“나도 봤다. 중국 놈들이 꼭꼭 숨겨놓다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이 하사! 표적 조준했으면 알아서 발사해!”

“그럼 1번 표적부터 가겠습니다.”

712호 전차의 포신은 벌써 1번 표적으로 할당된 중국 전차를 향하고 있었다.

“1번 표적 2시 방향 사거리 1,800! 발사합니다.”

쮸우웅.

“2번 표적 바로 갑니다.”

쭈우웅.

2,000m까지 가까워진 양국의 전차들은 서로를 향해 전차포에서 불을 뿜었다. 130mm에 달하는 중국군 100식A2의 날탄 수십 발이 일직선을 그으며 백호 전차에 날아왔지만, 피격은커녕 다들 비겨 나가며 죄 없는 땅바닥에 처박히며 폭발했다.

반대로 백호 전차의 100mm 광자포는 어김없이 중국 전차의 터렛과 포탑에 명중했고 거대한 폭발이 곳곳에서 줄줄이 일어나며 눈 덮인 진흙 바닥에 자주 앉는 중국 전차들의 수가 늘어났다.

“저놈 봐라!”

오영택 중사는 현시경을 돌려보다 뭔가를 발견하고는 일갈했다.

“뭐 말입니까?”

연신 발사 발판을 밟으며 광자포를 날리는 상황에서도 김영주 하사는 오영택 중사의 말에 대답했다.

“2시 방향 733호차 봐라! 돌석이 자식 눈에 불 켜고 싸우는구먼”

“이 중사님도 킬 마크 1위 하고픈 가봅니다.”

“염 상병이 앞으로 더 치고 나가라! 사단 킬 마크 1위의 실력을 보여주자!”

“알겠습니다.”

대대급 규모의 기갑부대를 격파하며 더욱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가는 7중대에 또 다른 기갑부대가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100식A2 전차를 필두로 양방향에서는 AFT-10B 대전차장갑차와 96식A2 보병전투장갑차(Type86A2 IFV)들이 새까맣게 몰려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해전술입니다.”

“좋지 않냐? 우리 킬 마크가 더 늘어나고 하하하! 대신 지금부터 긴장 좀 하자! 대전차미사일 날아오겠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전쟁을 이어온 712호 전차의 오승택 중사와 김영주 하사, 그리고 염훈기 상병은 이젠 전쟁에 만성이 되었는지 날탄이 빗발치는 교전 속에서도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로움이 물씬 풍겼다.

★ ★ ★

2020년 12월 28일 20: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밤 8시가 다 돼서야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던 강이식 합참의장은 막 밥 한 숟가락 뜨려던 순간 정보본부장의 긴급 보고에 급히 참모진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회의실 출입문이 열리고 합참의장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충성!”

대기하고 있던 정보본부장과 부서 참모진이 일어나 거수경례를 했고 이내 정보본부장인 안길원 중장이 대답했다.

“시진핑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은 다들 앉으라는 손짓과 함께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정말인가? 그거 다행이군. 어디인가?”

“네, 현재 시진핑은 후이저우 남부 전구 사령부에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후이저우.”

“네, 광둥 성 관할 중소도시입니다.”

대답과 동시에 부관을 향해 눈짓을 주자 회의실 스크린에는 후이저우시를 표시한 디지털 지도가 비췄다.

“멀리도 갔군그래.”

“의장님!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말해보게.”

“이번에 우리 쪽으로 넘어온 제12집단군 사령원인 우 웨이안이 남부 전구 총사령원인 한 폥의 처남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네, 우 웨이안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음, 그럼 연줄이 닿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시도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서부 전구나 남부 전구는 중앙군사위원회로부터 변방으로 홀대를 받고 있어 시진핑 정권에 그리 좋은 감정은 없습니다. 의장님.”

“그렇단 말이지?”

강이식 합참의장은 잠시 생각에 몰두했다. 잘만 하면 손도 안 대고 코 풀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자 안길원 중장을 바라보며 힘주어 말했다.

“우 웨이안을 통해 한 폥과 접촉해 보게.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어.”

“네, 진행해보겠습니다.”

“일단 이번 접촉은 비공식이네,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진행해보게. 남북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의장님.”

★ ★ ★

2020년 12월 29일 22:00 (중국시각 21:00),

중국 후이저우(제42집단군 사령부).

임시 주석실에서는 새롭게 개편한 총참모부 참모진의 회의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남부 전구 총사령원인 한 폥 상장은 물론 그 휘하의 제42집단군 사령원과 참모진들이 빠진 상태였다.

“현재 베이징의 북단과 북동단 그리고 남동단에서 치열한 교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북단과 북동단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방어가 수월하지만, 남동단 전투가 문제입니다. 기갑군에 유리한 대평원이기에 한국군의 제20기갑사단의 위세가 상당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총참모부의 작전참모관 왕 샤오 중장이 스크린에 표기된 지도 곳곳을 가리키며 브리핑을 이어갔다.

“펑퍼후이 총사령관!”

“네, 주석님!”

“올 다운 작전은 언제 시작할 것이오?”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내일 새벽 한국군의 진공상태를 보고 시작하려 합니다.”

“확실히 날려버리시오. 이것만이 우리 중국이 살길이오.”

“맞습니다. 시진핑 주석님! 베이징 진공 부대만 제거한다면 나머지 남은 한국군은 산둥반도에 주둔한 해병사단밖에 없습니다. 동북 삼성에 있는 한국군은 러시아에서 알아서 제거해줄 것이니 말입니다. 흐흐흐.”

육군총부장 루웨이융 상장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웃음이 나오는 것이오?”

지금까지 밥값도 제대로 못 하던 육군총부장 루웨이융가 웃으며 말하자 심기가 불편해진 시진핑 주석이 눈을 흘기며 소리쳤다.

“아, 죄송합니다.”

“됐고, 올 다운 작전이 시작되면 산둥반도에도 가용한 핵미사일을 모두 발사하시오.”

“네? 산둥에도 말입니까?”

“확실히 끝냅시다.”

“산둥에 핵미사일을 사용할···.”

“끝장낼 수 있을 때 확실하게 가자는 말이오. 펑퍼후이 총사령관!”

★ ★ ★

그 시각, 남부 전구 총사령원 직무실.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총사령원.”

제42집단군 사령원인 두 전위 상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투덜거렸다. 베이징에서 이곳으로 도망와 남부 전구의 보호를 받는 시진핑 주석 일행이 남부 전구 총사령원과 참모진을 쏙 빼고 회의를 속행하자 이에 불만이 터져 나온 말이었다.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원래 저런 족속들이 아닌가?”

“이건 우리 남부 전구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어제 총사령원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았습니까?”

두 전위 상장은 어제 낮 한 폥 총사령원의 휴전 제시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묵살한 것을 두고 말했다.

“곧 깨닫겠지. 우리 남부 전구의 중요함을 말이야. 무엇보다 경비병들에게 교육은 확실히 해놨겠지?”

한 폥 총사령원은 남부 전구 사령부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경비참모관에게 물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경비 병력을 두 배로 늘려 곳곳에 준비시켰습니다.”

“좋아! 전 두위 상장은 제42집단군 단속 철저히 시키고 124사단 중 1개 연대를 은밀하게 여기 후이저우로 이동시키게.”

“알겠습니다. 총사령원.”

★ ★ ★

2020년 12월 29일 06:00 (중국시각 05:00),

중국 윈톈현 남동단 5km.

윈톈현 남동단의 교전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군 제7기동군단장은 제20기갑사단(결전) 군인들의 피로도를 줄이고자 2개 여단으로만 순환 대응했고 이에 수적으로 앞세운 제38집단군과 밀고 밀리는 장기전이 된 것이었다.

새벽 1시까지 선두에서 중국군과 교전을 치르고 제61기갑여단과 교대한 제60기갑여단은 후방으로 물러나 탄 보급과 정비를 마치고 잠시나마 눈을 붙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제60기갑여단 주둔지에 사이렌이 울리며 여단 통신망 전체에 전투 준비 명령이 떨어졌다. 교전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막사가 아닌 전차 내에서 눈을 붙였던 제60기갑여단 군인들은 달콤한 휴식 시간을 아쉬워하며 교전을 위한 기동 준비에 들어갔다.

- 여단장이다. 현재 중국군 제38집단군이 베이징 서단으로 후퇴하고 있다. 이에 제20기갑사단 전체가 고속 진공에 들어간다. 현재 61기갑여단이 후퇴하는 제38집단군의 후방을 공격하며 고속기동 중이다. 이에 각 대대는 전송하는 디지털 지도의 이동 경로 확인하고 중대별 대형을 갖추고 기동에 들어간다. 질문은 따로 받겠다. 이상.

여단장의 명령이 끝나자 각 대대장은 전송받은 디지털 지도를 참고로 각 중대에 명령을 하달했고 26전차대대 7중대 또한 지정된 경로를 확인하자 즉시 기동에 들어갔다.

쿠르르응! 쿠르르응!

이날 새벽 5시를 기준으로 베이징을 방어하던 중국군은 일제히 베이징 시내가 아닌 베이징 서단 방향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북단과 북동단 그리고 남동단에서 진공하던 한국군은 일제히 후퇴하는 중국군의 후미를 지속해서 공격하며 더욱 진공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 ★ ★

2020년 12월 29일 06:20 (중국시각 05:20),

중국 후이저우(제42집단군 사령부).

시진핑 주석은 주석실에서 펑퍼후이의 은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주석님! 5시부로 올 다운 작전 시작되었습니다.”

“성공하겠소?”

“현재까지 보고 내용을 보자면 작전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음. 다행이군, 꼭 성공해야 합니다. 펑퍼후이 총사령관!”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진핑 주석에게 보고를 마친 펑퍼후이 총사령관은 남부 전구 상황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러한 상황을 CCTV로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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