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1화 (161/605)

베이징 대공세!

2020년 12월 27일 09:30 (중국시각 08:00),

중국 베이징 시내.

이천만이 넘은 베이징 시민은 지옥 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시가지 곳곳에서 들리는 총성과 폭발음, 그리고 그 누군가의 절규와 비명,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잔해들 소리. 전쟁의 참혹함이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보여줬고 날이 밝은 북경 시내에는 돌아다니는 시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지 지난밤 치열했던 교전 흔적을 보여주듯 수많은 중국군 시신들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거나 흉측한 몰골로 너부러져 있었다.

한마디로 베이징 시내는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진동했고 꺼지지 않은 자동차의 불길만이 검은 연기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까지 시내 곳곳에서 동분서주하며 공격을 감행했던 5만의 한국 특전여단과 북주군 제8특수군단 대원은 날이 밝자 베이징 시내 그 어디에서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끼이이익!

베이징 동단을 방어하기 위해 기동했던 수도수비사단 소속의 차륜형 장갑차와 수송 트럭들의 행렬이 베이징 시내 쪽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입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베이징 시내에 도착한 수도수비사단 병력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있는 중국군 전사자들의 시신을 수습했고 한국군 특수부대에 대한 일체 수색작전은 물론 파괴된 공안건물과 곳곳의 군사건물에 대한 경계 강화에 들어갔다.

중국군만 돌아다니는 8차선 도로를 누군가가 15층 아파트 건물의 창문 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바로 제11공수특전여단 소속의 62특전대대 대대장 김길우 중령이었다. 허름한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한 김길우 중령은 새벽까지 목표로 했던 여러 임무를 완수하고 동이 틀 때쯤 한 아파트에 침투하여 민간인을 포박한 후 밖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대대장님! 생각보다 많은 병력이 돌아다니는 거 같습니다.”

김길우 중령과 함께 움직이는 1지역대장 남원호 소령이 다가와 말했다.

“그럼 수도가 발칵 뒤집혔는데 저 정도 병력은 출동하지 않겠나?”

“하하, 그렇긴 합니다.”

“일단 오늘 밤까지 지역대원들 쉬게 하고 2시간씩 불침번 돌리도록 해! 오늘 밤에도 광란의 파티를 해야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이렇게 베이징에 투입한 5만에 달하는 한국 공수특전대원과 제8특수군단 대원들은 각자의 매복 장소에서 휴식 시간을 갖고 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중국군의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걸렸는지 대낮의 베이징 곳곳에서는 총격전이 끊이지 않았다.

★ ★ ★

2020년 12월 27일 11:00 (중국시각 10:00),

중국 후이저우시(제42집단군 사령부).

남부 전구 소속의 제42집단군 사령부가 있는 후이저우에 시진핑 주석을 태운 비행기가 도착했다.

지난밤 제1육전대대의 추격을 따돌리고 수송헬기를 타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시진핑 주석은 장자커우로 이동 후 그곳에서 공군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전용기를 타고 이곳 후이저우에 새벽에 도착했다.

초췌한 얼굴로 비행기에서 내린 시진핑 주석은 함께 탈출한 중앙정치국 위원들과 30여 명의 중앙군사위원회 참모진과 함께 제42집단군 사령부 지하벙커로 이동했다.

현재 중국 지도부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참모진의 부재였다. 특히나 총사령관인 취지량지 대장이 베이징에서 실종되었고, 현재 상황을 판단했을 때 전사한 것으로 간주해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위원회는 후이저우로 오자마자 새로운 총사령관과 총참모부 참모진의 개편부터 단행했다.

먼저 총사령관인 취지량지 대장을 대신해 참모장 팡퍼후이가 총사령관을 맡게 되었고 해군총부장이이었던 첸페이 상장을 대신해 해군부총부장인 후앙 보엔가, 그리고 이외 30명의 참모진이 새로운 직책을 맡게 되었다.

“시진핑 주석! 이번 중한전을 계속해야만 합니까?”

임시로 마련된 주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시진핑 주석에게 남부 전구 총사령원인 한 폥 상장이 찾아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중국 수도인 베이징까지 한국군에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중한전을 계속 끌고 가야 하느냐는 말입니다.”

“그럼 한 폥 총사령원은 한국에 항복하자는 것이오?”

“항복보다는 휴전을 요청하자는 겁니다.”

“휴전? 한국 놈들이 과연 휴전을 받아들이겠소?”

“그건 진행해봐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 폥 총사령은 내가 베이징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이곳에 왔는데 고작 그따위 말밖에 못 한단 말이오?”

시진핑 주석은 의자에 앉은 채로 휙 뒤돌았다.

“시진핑 주석!”

“더는 할 말 없소이다. 물러가시오.”

“시진핑 주석이 지금까지 사사건건 총참모진의 작전에 끼어들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걸 알고 있습니다.”

“꺼지시오! 한 폥 총사령원!”

시진핑 주석은 뒤돌아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쾅!

한 폥 총사령원은 문을 거칠게 닫고는 나가 버렸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총사령원이 나간 출입문을 노려보며 노기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감히 전구 총사령원 주제에 그따위 망발을.”

베이징을 벗어난 순간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입김은 상당히 약해졌다고 봐야 했다. 국가 주석으로서 베이징 시민을 내팽개치고 도망자처럼 후방 도시로 도망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적 비난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며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한중전의 연속된 패배에 따른 국가 주석으로서의 책임감. 이로 인해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생명은 지금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기도 했다. 바로 지금을 보더라도 시진핑 주석은 남부 전구 총사령원의 무례한 언행에도 기껏 큰소리밖에 칠 수 없었다. 보통 때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진핑 주석은 한 폥 총사령원이 담당하는 지역에서 보호를 받는 신세일 뿐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장악하고 있던 군부 주축세력은 5대 전구 중 베이징의 방어를 책임지고 있던 중부 전구와 실제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전투서열 상위 집단군으로 구성된 북부 전구였다. 그리고 동부 전구 같은 경우는 시진핑 주석의 영향권에 속한 군부는 아니었지만, 평상시 유대관계가 깊은 사이였다. 하지만 나머지 남부 전구와 서부 전구의 군부세력은 중앙 정치의 변방으로 항상 시진핑 주석의 홀대와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왔다. 당연히 두 전구의 총사령원은 시진핑 주석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 ★ ★

2020년 12월 27일 14: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베이징에 침투한 5만여 명의 공수특전여단과 제8특전군단의 활약 덕분인지 베이징은 외곽에서 방어 전선을 구축하고 한국군의 총공세를 막고 있는 집단군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파상 공세에 목숨을 걸고 방어하던 중국군이 조금씩 후방으로 밀리고 있다는 보고가 군단과 사단으로부터 연이어 올라오고 있었다.

“사전에 지시한 대로 진공 부대는 진격 거리 유지하고 그 이상 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지시하게.”

“계속해서 각 부대 작전참모관에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제3해병기동사단의 진공 속도가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북진하고 있군그래.”

강이식 합참의장이 제3해병기동사단의 진공 경로를 표기한 전술정보 스크린을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조규홍 사단장이 좀 저돌적인 성격이지 않습니까?”

해군참모총장인 나형환 대장이 지나가다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습니까?”

“그래! 아주 유명하지. 예전으로 따지면 맹장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렇군요.”

“오늘 밤 정도면 톈진을 방어하고 있는 21집단군과 마주칠 수도 있겠군.”

“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속기동도 중요하지만, 전방 수색도 확실히 하면서 진공 하라고 하게, 혹시 우리가 탐지하지 못한 매복부대가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강이식 합참의장이 기동 간 전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을 노파심 때문인지 지적했다.

“의장님!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을 조규홍 사단장이 모르겠습니까?”

“나 대장, 노파심이긴 하지만 어쩌겠나? 자꾸 신경이 쓰이는데 말이야.”

“우리 지휘관들 믿고 맡겨주셔도 됩니다. 의장님!”

“그래, 알겠네. 그나저나 시진핑의 위치 정보는 파악되었나?”

강이식 합참의장은 어색한 웃음을 보이고는 이내 주제를 바꿔 작전본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직 시진핑에 대한 위치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쉽군, 어젯밤에 한중전을 끝낼 수 있었는데.”

어젯밤 시진핑이 수송헬기를 타고 베이징을 빠져나갈 때 제우스 1호로 하여금 요격하여 사살하려 했다. 하지만 에피루스 미사일에 의해 베이징 대부분에 SEMP 펄스의 영향력 때문이었는지 그 일대에 대한 탐지에 의한 조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시진핑 주석이 탑승했던 수송헬기를 레이저포로 요격할 수가 없었다. 이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의장님, 이번에 중국 수도인 베이징만 확실히 점령하면 시진핑이 어디에 숨어있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어도 휴전협정 카드를 내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 중장,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나?”

“네, 그렇습니다. 의장님!”

“음, 나도 처음엔 자네처럼 생각했네만, 시진핑이 꽁무니를 빼고 도망간 걸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됐어. 시진핑은 절대 항복하거나 휴전협정을 해오지 않을 거 같단 말이야.”

★ ★ ★

2020년 12월 27일 22:00 (중국시각 21:00),

중국 베이징 시내.

해가 지고 오후 9시가 되자 베이징 곳곳에서 숨어있던 한국 공수특전여단과 제8특전군단 대원들이 또다시 은밀한 움직임이며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중국군의 대대적 수색작전에도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5만에 달하는 한국 특수부대는 전날 밤과 마찬가지로 베이징시의 방어와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군과의 교전을 시작했고 공안건물은 물론 정부 공공기관 건물에 대해 재공격을 했다. 일부 제8특수군단 대원들은 일반 상가 건물도 폭파해 잠 못 이루는 베이징 시민들의 공포심을 극도로 유발했다.

수년간 침투와 폭파 등 특수 훈련을 받은 한국과 북주군의 특수부대원들은 팀 단위로 이동하며 할당된 구역에서 지속적인 게릴라 전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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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7일 23:00 (중국시각 22:00),

중국 후이저우(제42집단군 사령부).

주석실에는 남구 전구 사령부의 지휘관을 제외한 새롭게 개편한 총참모부 참모진 중 상장급 이상의 장성들이 모여있었다.

“펑퍼후이 총사령관, 올 다운 작전을 실행하시오.”

“본심이십니까? 시진핑 주석님!”

“지금 상황에서 이 방법밖엔 없는 거 같소이다.”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 작전은 성공하더라도 이천만에 이르는 우리 인민의 목숨을 희생으로 한 최후의 마지막 작전입니다. 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뭇거리는 펑퍼후이 총사령관을 보자 시진핑 주석은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보이며 소리쳤다.

“전쟁 중에 희생은 감수해야지 않소이까? 이게 다 군부에서 자신만만하며 한국군을 우습게 보다가 이 사달이 나지 않았소?”

“하지만 시진핑 주석! 취지량지 전 총사령관이 이 작전 안을 처음 수립하여 입안했을 때는 중국의 국운을 걸고 최후의 방법으로 만든 작전입니다.”

총참모장이자 총사령관인 펑퍼후이 계속 난색을 보이자 시진핑 주석은 한층 더 강한 어조로 쏘아붙였다.

“최후? 지금이 최후가 아니고 뭐요? 우리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에 한국 특수부대 놈들이 침투하여 베이징 시민을 학살하고 있는 지금이 최후가 아니고 뭐가 최후이오? 뭐 중국 16억 인구 모두가 학살당해야 최후라고 말할 것이오?”

사실 시진핑 주석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이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펑퍼후이 총사령관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시진핑 주석! 올 다운 작전을 실행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소이다. 펑퍼후이 총사령관! 이왕이면 한국군 놈들의 씨를 말려버리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진핑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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