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0화 (160/605)

베이징 대공세!

2020년 12월 26일 22:55 (중국시각 21:55),

중국 베이징시 일대 X-2 벙커.

지상에 올라온 시진핑 주석 일행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온 취지량지 중앙정치국 위원과 200여 명의 호위대원은 북경 외곽 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기존 이동을 위해 준비했던 장갑차와 중형 승용차는 벌써 한국 특수부대에 파괴된 후였고 한국 특수부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선 지금은 믿을 수 있는 건 두 다리뿐이었다.

헉! 헉! 헉!

운동 부족으로 100여 미터 정도 달린 시진핑 주석은 이내 지쳤는지 숨을 헐떡이며 멈췄다.

“시진핑 주석! 이곳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수송헬기가 도착할 것입니다.”

다행히 북경 외곽에 주둔 중이던 베이징 수비사단과 연락이 닿았고 수비사단에서는 긴급히 수송 헬기와 호위 공격헬기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헬기가 오기 전까지 안전을 위해 이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힘들어서 더는 못 가겠소. 걸어서 갑시다.”

“시진핑 주석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이때 후방에서 총격 소리와 레이저 발사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주석을 보호해라! 호위대원들은 이곳에서 방어한다.”

슈 룬웅 호위대장이 소리치며 권총을 꺼내 들었다.

“호위대장, 무조건 막아!”

“알겠습니다. 이곳은 맡겨주시고 어서 이동하십시오.”

슈 룬웅 호위대장은 짧게 대답을 하고는 호위대원과 함께 후방으로 뛰어갔다.

“시진핑 주석! 뛰십시오. 한국 특수부대가 근거리까지 쫓아왔습니다.”

“알았소.”

취지량지 대장의 말에 방금까지 숨을 헐떡이며 죽을듯한 표정을 짓던 시진핑 주석은 죽기는 싫었는지 있는 힘을 다해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100여 명의 중앙정치국 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참모진들이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콰아앙! 콰앙!

하얀 빛줄기들이 쏟아질 때마다 호위대원들은 가슴과 배를 감싸 안으며 쓰러졌다. 주위가 대체로 어두웠고 야시장비가 없던 호위대원들은 상대적으로 보호 슈트와 검은 전투복 그리고 야간 비전 모드로 대낮처럼 시야를 확보한 제1육전대대 대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화력 면에서도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길가나 건물 벽을 통해 엄폐한 상태에서 대응 사격을 가하는 호위대원의 머리 위에서 정확히 터지는 30mm 스마트 유탄에 속수무책으로 호위대원들은 피를 뿌리며 쓰러졌고 60mm 플라즈마 증압탄은 장갑차 한 대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으로 호위대원들을 쓸어버렸다.

제1육전대대 대대장인 오용길 상좌는 왼팔에 장착된 소형 액정화면을 확인했다. 11시 방향으로 100여 개의 생체 발광 표기가 붉은 점으로 표현되어 멀어지고 있었다. 이에 오용길 상좌는 시진핑 주석 일행이라 판단했다.

“화기중대! 내래 대대장이야!”

- 화기중대장 이원일입네다. 대대장 동지!

“디지털 지도를 보라우! 11시 방향, 전방 600mm 붉은 점들 보이네?”

- 네, 보입네다.

“그 지점에 60mm로 증압탄으로 퍼부으라우. 알갔네?”

- 알갔습네다. 대대장 동지!

통신을 마친 이원일 중대장은 화기중대원들 중 K-15 중압탄 발사기를 운용하는 육전대대 사수에게 명령을 내렸고 이내 60mm 플라즈마 중압탄 사수들은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35 각도로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경쾌한 발사음과 함께 20여 발의 60mm 플라즈마 중압탄이 포물선을 그으면 전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600여 미터 전방에서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콰아아앙!

죽을힘을 다해 달리던 시진핑 주석은 귀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자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붕 뜨더니 한쪽으로 날아가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눈이 녹아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바닥에 뒹군 시진핑 주석은 지금 상황이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국가의 최고 자리에 오른 자기 자신이 베이징 외곽에서 그것도 추운 겨울밤, 진흙탕 바닥을 나뒹굴고 있다는 자체가 맨정신으로 인정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볼살에 느껴지는 차가운 이물질에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은 산산이 깨졌고 불행하게도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주석님! 괜찮으십니까?”

폭발음 때문인지 시진핑 주석의 귀속에서 윙윙거리며 맴도는 소음 속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주석님,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자기보다 나이 많은 취지량지 대장이 시진핑 주석을 부축하고는 이곳저곳을 살피며 말했다. 이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시진핑 주석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는 대답했다.

“괜찮소, 폭탄 위력에 넘어진 것뿐이오.”

“어서 뛰십시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취지량지 대장은 한쪽을 가리키며 다른 손으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취지량지 대장도 같이 가야지요.”

“먼저 가십시오. 따라가겠습니다.”

두꺼운 외투는 물론 얼굴까지 흙탕물로 뒤범벅이 된 시진핑 주석은 취지량지 대장의 모습을 보고는 눈물이 났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칠 줄 모르고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정치인들도 시진핑 주석의 뒤를 따랐다.

콰앙 콰아아앙! 콰앙!

그리고 잠시 후 취지량지 대장이 있었던 자리에 조금 전과 같은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일어났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나갔다.

5분 정도 앞만 복고 뛰는 가운데 저 멀리 헬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붉은 조명을 번쩍거리며 20여 대의 헬기가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주석을 따라 달리던 중앙정치국 인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양손을 흔들었고 수송헬기는 이내 지상으로 착륙했다. 그리고 호위 임무를 맡았던 공격헬기 WZ-10 4대는 그대로 추격해오는 제1육전대대쪽으로 기동하며 57mm 로켓탄과 30mm 벌컨포를 쏘아댔다.

400m까지 추격했던 제1육전대대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중국군 WZ-10 공격헬기의 공격에 추격을 멈추고 일단은 엄폐하고 대응 사격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보호 슈트의 방호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30mm 벌컨이나 57mm 로켓탄에 맞으며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었기에······.

“숨으라우, 엄페물을 찾아 숨으라우!”

호버링 상태에서 TY-90 공대지 미사일까지 퍼붓는 WZ-10 공격헬기의 가공 할 위력에 주춤했던 제1육전대대 대원들은 베테랑답게 엄폐물을 이용해 WZ-10 공격헬기에 대응 사격을 가했다. 보통 개인화기의 총탄에 탁월한 방탄력을 보유한 헬기였지만 5mm 레이저빔의 위력은 3,000m 내에서는 18mm의 철판도 뚫어버리는 위력이었다.

한국 특수부대의 개인화기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일반 개인화기로 생각했는지 저돌적으로 선두에서 호버링 하며 공격하던 중국 WZ-10 공격헬기에 레이저 빔이 날아갔다. 백여 개의 빛줄기가 쏟아지자 WZ-10 공격헬기는 벌집이 되고는 이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그리고 두 번째 헬기 또한 화기중대의 60mm 플라즈마 증압탄을 맞고 공중 폭발했다. 이에 나머지 2기의 WZ-10 공격헬기는 호버링에서 급히 고속기동으로 전환하며 보복공격을 가했다.

WZ-10 공격헬기는 공중에서 기동하며 57mm 로켓탄을 지상에 뿌렸고 폭발과 함께 제1육전대대 대원들은 폭발 위력에 날아갔다.

제1육전대대 대대장 오용일 상좌는 대대 통신망 전체로 돌격 명령을 내렸다.

“이러다간 시진핑 놈을 놓치갔어. 전 대대원은 직승기 무시하고 돌격하라우! 시진핑을 꼭 잡아야 하디 않갔네? 돌격하라우!”

돌격 명령을 내린 오용일 상좌부터 앞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하늘에는 2기의 중국 공격헬기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살아남은 200여 명의 육전대대원들도 대대장인 오용일 상좌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두르르르르르륵~ 두르르르르르륵~

30mm 벌컨이 지상을 훑으며 지나가자 십여 명의 육전대대원이 쓰러졌다. 하지만 육전대대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방을 향해 무조건 뛰었다. 5분여간 중국 공격헬기의 공격을 받으며 있는 힘껏 뛰어갔지만, 불행하게도 시진핑 주석과 그 일행은 수송헬기에 탑승하여 하늘 높이 이륙하여 베이징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WZ-10 공격헬기도 무장 탄약을 모두 소진했는지 고도를 높여 수송 헬기가 사라졌던 방향으로 기수를 돌려 날아갔다.

“간나새끼래! 끝내 도망 갔구만기래.”

오용일 상좌는 멀어져간 헬기를 한참 바라본 후 뒤를 돌아봤다. 400여 명에 달했던 부하들은 온데간데없고 200여 명만이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제길! 임무 실패 했구만기래. 이거 남조선에 계신 최호일 대장 얼굴을 억해 보네?”

“대대장동지! 임무는 실패했어도 인민해방군 총사령관인 취지량지를 사살한 듯합네다.”

“그게 참말이네?”

“지금 중국군들 얼굴 스캔작업을 하고 있는데 취지량지는 물론 고위급 간부들이 많습네다.”

“불행 중 다행이구만.”

“작업 완료되면 우리도 이곳을 뜨자우!”

“알겠시야요.”

★ ★ ★

2020년 12월 26일 11: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제1육전대대 대대장 오용일 상좌로부터 영상 통신입니다.”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상황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크게 말했다.

“6번 스크린입니다.”

“안녕하십네까. 제8특수군단 제38항공육전여단 제1육전대대 대대장 오용일입네다.”

오용일 상좌는 절도는 있었으나 한국형식과 조금 다른 자세로 거수경례했다. 이에 합참의장은 최호일 대장에게 대신 응대해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이에 바로 알아차린 최호일 대장이 화면을 보고 거수경례로 답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물었다.

“어케됐네?”

“죄송합네다. 최호일 대장 동지! 임무 실패했습네다.”

“뭐래? 실패했단 말이네?”

“죄송합네다. 면목 없습네다.”

“간나새끼래. 거밖에 못 한단 말이네? 그러고도 8특단이라 할 수 있갔어?”

“죄송합네다. 한가디 보고 드릴 게 있습네다.”

“뭐기야?”

“중국 인민해방군 총사령관인 취지량지를 사살했습네다.”

순간 합동참모본부 상황실은 술렁거렸다. 시진핑 주석을 놓친 것은 매우 아쉬웠지만, 인민해방군 총사령관인 취지량지를 사살했다는 건 크나큰 낭보였다. 한때 취지량지의 전술과 전략에 애를 먹은 합동참모본부는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었다.

“정말이네?”

“네, 맞습네다. 최호일 대장 동지! 이 외에도 부총리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링지화, 해군총부장 첸페이 이외 부장급 인사 5명과 군사위원회 참모진 20여 명, 정치국 소속 10여 명입니다. 명단은 정리되는 데로 전송하도록 하갔습네다.”

오용일 상좌가 나열하는 이름들은 중국 수뇌부 중의 수뇌부였다. 이 정도 전과라면 시진핑을 놓친 것을 덮고도 남을 일이었다.

“오용일 상좌! 수고했습니다. 정말 수고했어요.”

강이식 합참의장은 오용일 상좌의 전과 보고에 매우 놀라며 입을 열었다. 이에 오용일 상좌는 한 번 더 절도있는 자세를 취하며 크게 대답했다.

“아닙네다. 강이식 합장의장 동지! 할 일을 했을 뿐입네다.”

“오용일 상좌! 수고했어! 시진핑은 놓쳐서도 그 정도 전과는 아주 훌륭하디. 일단 전장 정리하고 다시 연락하라우.”

“알갔습네다. 최호일 대장 동지! 그럼 이만!”

오용일 상좌가 북한식 거수경례를 하고 난 후 잠시 후 영상은 끊어졌다. 그리고 일제히 합동참모본부는 환호성이 터졌고 강이식 합참의장과 최호일 대장 등 서로 축하의 악수를 하며 한순간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반대로 중국에서 보자면 가슴을 치며 통곡할 일이었다. 중국 총사령관인 취지량지가 사망했다. 그것도 자국의 수도인 베이징에서 어이없이 죽었으니 말이다. 수송헬기 요원이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몰골이 엉망인 시진핑 주석은 자기 때문에 취지량지 대장이 죽었다는 자책감이 들었는지 수송헬기를 타고 가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날 밤 시진핑 주석이 떠난 베이징에는 8개의 항공육전여단과 3개의 저격여단 그리고 한국의 11, 13공수특전여단이 베이징 도심에 전개했다. 5만에 이르는 대병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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