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반도 점령전
2020년 12월 21일 13: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회의실).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의 작전 회의를 하는 합동참모본부의 지휘관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작전회의실에 모여 한중전을 마무리할 마지막 히든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생각보다 길어진 한중전과 한민족의 최대 염원인 남과 북의 연방제 통일이 1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이식 합참의장은 통일 이전에 최소 한중전만은 마무리하고 싶었다.
“최호일 대장님!”
“말씀 하시라요. 강이식 의장 동지!”
“현재 8군단 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하하, 요새 8군단 동무들이래 땡잡았디요. 한국군에서 지급한 최신 장비에 하얀 쌀밥 먹어가메 열심히 하고 있디요.”
“장비 적응 및 공수훈련은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걱정하디 말라요. 적응은 물론 지금 당장에라도 명령만 내려주시면 즉각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이니끼니.”
“하하하, 다행입니다. 짧은 시간인데도 그 정도의 성과를 보였다니요.”
“강 의장 동지! 8군단 동무들이래 최소 8년 이상을 복무 중인 군인으로서 북주군 내에서도 베테랑 중에 베테랑입네다. 그러니끼니 1개월이면 충분 하디요.”
“하하하, 잘 알겠습니다.”
“강 의장 동지! 8군단이 움직일 때가 온 겁네까?”
“네, 그렇습니다. 오늘 투입 일정에 대해 작전 안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그렇습네까? 잘 됐습네다.”
회의 시작 전 북주군(인민군) 부총참모부장인 최호일 대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이내 시선을 돌려 작전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에게 손 신호를 보냈다.
“지금부터 한중전과 관련하여 ‘북경몰락’ 작전에 대한 기본 작전 안 수립 회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태윤 중장이 단상으로 다가가 회의에 참석한 30여 명의 합동참모진을 보고는 서두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오후 8시가 돼서야 기본 안이 확정되었고 간단한 저녁 식사 후 다시 시작된 회의는 새벽 2시 훌쩍 넘기고 완벽한 ‘북경몰락’이라는 작전명의 작전 안이 수립되었다. 이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다음날 일찍 확정된 ‘북경몰락’ 작전 안을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입안하였다. 이번 작전의 특이점이라 하면 작전상 중추적 역할이 한국군이 아닌 북주군 제8특수군단이라는 점이었다. 이에 서현우 대통령은 난색을 보이긴 했으나, 강이식 합참의장과 동행 한 북주군 부총참모장인 최호일 대장의 거칠 거 없는 입담에 서현우 대통령은 입안된 작전 안을 승인했다.
청와대에서 합동참모본부로 돌아오는 길, 검은 승용차 뒷좌석에 강이식 합참의장이 최호일 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호일 대장님 덕분에 쉽게 작전 안을 승인받았습니다.”
“거 보시라요. 내래 따라가야한다고 하디 않았습네까?”
“그렇게 말입니다. 하하.”
서현우 대통령은 북주군의 희생이 클까 봐 작전 안 승인에 대한 난감을 표했다. 이 때 최호일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의지를 표하며 소리쳤다.
“대통령님! 이번 한중전 발발은 우리 한민족 북과 남의 통일을 위한 전쟁이 아니었습네까? 이런 전쟁에서 한국군만 희생한다면 어찌 한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북주군으로서 보고만 있어야 합네까? 민족 통일을 위한 전쟁에 우리 북주군도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도록 승인해 주시라요.”
나이가 일흔인 최호일 대장의 목소리에는 굳은 의지와 함께 진정성이 묻어 있었다. 이 한마디에 서현우 대통령은 흔쾌히 승인했다.
“대통령님께서 우리 북주군을 생각해주시는 만큼 목숨을 걸고 해야디요. 본부로 돌아가면 당장에 지시를 내려도 되가습네까?”
“네, 전달한 지시사항에 대해서 자료를 정리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네다. 그렇게 하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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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2일 11:30 (중국시각 10:30),
중국 산둥반도.
현재 산둥반도의 상륙한 한국 해병대는 경기도와 충청남도 크기의 지역을 점령한 상태에서 제2해병사단과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제10해병기갑여단이 핑두 서단 11km에서 제26집단군의 남은 병력과 대치 중이었다.
또한, 제11해병기갑여단과 제12해병기계화보병여단은 핑두 남단 5km 지점에서 산둥반도의 최종 목표지점인 칭다오를 향해 제12집단군과의 대규모 교전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외 제6해병여단과 4개의 공수여단 그리고 중갑강습여단은 점령된 산둥반도의 여러 도시에 대한 장악에 들어갔다.
제12집단군과의 거리 60km 떨어진 핑두 일대에는 제11해병기갑여단 소속의 K-3 백호 전차와 제12해병기계화보병여단의 K-23PM 현무 해병전투장갑차(AFV)가 횡대 대열로 늘어선 상태에서 기동 준비에 들어갔다.
- 각 전차장! 기동 준비한다. 기동 준비한다.
1차 목표는 제12집단군의 제2기갑사단과 후방에 있는 2개의 차량화보병사단이었다. 대부분 상륙함용 장갑차로 이뤄진 차량화보병사단은 타 차량화보병사단보다 공격력은 약했지만, 방호력에 중점을 둔 장갑차를 보유했다. 제12집단군이 상대하려는 제3해병기동사단은 한국 육군 사단 중 전투서열 1위인 제20기갑사단과 맞먹는 전투력을 보유한 사단이었다. 즉 제3해병기동사단의 K-3 백호 전차 앞에서는 방호력이 높든 낮든 별 의미가 없었다.
제3해병기동사단의 기동 시작과 동시에 후방에 있던 제3기동항공단 소속의 3개 기동항공대 KUH-50M 수퍼수리온 46기가 눈바람을 날리며 이륙했다. 또한, 제3해병기동사단을 공중 엄호를 위해 지원 온 제10상륙함대의 제10항공단 소속인 W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24기도 제3기동항공단의 기동헬기 앞으로 나서며 두 그룹으로 나뉘어 선봉 기동에 들어갔다.
경쾌한 헬기 로터 소리를 울리며 비행 대열을 갖춘 두 그룹의 헬기 전력은 제12집단군의 주공 부대를 각각 좌우로 우회하여 제12집단군의 직할 부대인 포병여단과 반공포여단을 각개 격파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고속도로 비행해 나갔다.
한편 그 시각 제12집단군 수뇌부.
제12집단군의 예하 부대로부터 한국 해병대의 움직임에 대한 보고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2개 여단으로 이뤄진 한국 해병 기갑군이 제2기갑사단을 향해 고속기동 중입니다.”
제2기갑사단 본부에서 운용하는 무인정찰기를 통해 한국 해병의 기동 시작과 함께 움직임을 포착하자 바로 우 웨이안 사령원에게 보고했다.
“기갑 규모는?”
우 웨이안 사령원은 짧게 물었다.
“1개의 기갑여단과 1개의 기계화보병여단입니다. 전차 수는 대략 220대, AFV 장갑차는 96대로 확인됩니다.”
“220대에 96대라. 전차 수적으로 보자면 두 배 차이군! 이 정도면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나? 특히 우리 장갑차는 750대가 넘어!”
“그것이. 총참모부에서는 한국 기갑부대와 전면전으로 붙지 말고 현재 구축된 방어 진지를 이용해 방어에만 치중하라는 지시입니다.”
집단군 참모진 중 작전참모인 가오 린 중장이 말했다.
“뭐야? 수적으로 우세한 싸움에서 붙지 말라니?”
작전참모 가오 린 중장의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우 웨이안 사령원은 미간을 좁히며 소리를 질렀다.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실전에서 직접 보고 듣고 판단하는 현장 지휘관의 결정이 중요하다. 벙커 속에 숨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명령하고는 차원이 다르단 말이야.”
“하지만 이건 총참모부의 명령입니다. 우 웨이안 사령원!”
중국군 총참모부는 지금까지 한국군 기갑부대에 연이어 연패하자 이번 칭다오 방어는 직접적 교전이 아닌 구축된 방어 진지 내에서 방어에만 치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방어 진지까지 한국군을 끌어드려 후방에서 위치한 포병으로 공격 지원을 받아 방어하는 기본적인 방어 전술이었다.
“시끄럽다. 승리하면 되는 거야. 모든 사단에 연락해! 제2기갑사단부터 중앙으로 기동하여 교전을 시작하라고 지시해! 그리고 양 진형의 34사단과 36사단이 측면에서 파고들며 지원에 들어간다.”
명령을 받은 작전참모 가오 린 중장은 난색을 보이며 통신관에게 각 사단을 연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제12집단군 우 웨이안 사령원의 공격 명령을 하달받은 제2기갑사단은 칭다오에 도착한 후 지금까지 내내 땅을 파고 만든 방어 진지를 벗어나 전방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총 400여 대가 넘는 96식(Type-96 MBT(88C)) 전차와 99식G(Type99G MBT) 전차는 눈과 진흙으로 뒤범벅이 된 황토색 눈밭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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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2일 12:00 (중국시각 11:00),
중국 웨이하이 항구.
웨이하이항에 정박 중인 제10상륙함대의 호위 임무를 맡았던 제7기동전단 소속의 제72기동전대 호큘라 구축함 3척은 항으로부터 10km 떨어진 해역에서 대잠 경계는 물론 불시에 있을 중국 탄도탄 미사일 공격이나 전투기 공격을 탐지하기 위해 각종 레이더를 총동원하여 대공 경계 중에 있었다. 이러한 대잠, 대공 경계 임무를 맡고 있던 제72기동전대 호큘라 구축함에 제3해병기동사단 본부로부터 순항 미사일 공격 요청이 들어왔다.
공격 좌표는 제12집단군의 직할 부대인 대공포여단과 포병여단이 주둔 중인 곳이었다. 제3해병기동사단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인정찰기인 스파이더 드론을 적 진형에 투사해 제12집단군의 예하 부대 위치와 상황을 완벽히 탐지 및 확인했다. 이는 아군 공격헬기가 공격하기에 앞서, 일차적으로 함대지 순항 미사일로 공격을 퍼부어 적 부대의 대공 방어 능력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였고 또한, 아군 공격헬기의 생존율을 극대화 시키려는 전술이었다.
제72기동전대의 기함인 광해군함(DDG-1001)의 전투지휘실에서는 2척의 호큘라 구축함뿐만 아니라 제2함대 소속의 KD-2 구축함인 왕건함(DDG-978)과 대구급 호위함 3척에도 공격 좌표를 할당한 후 발사 통제에 들어갔다.
“함장님! 공격 좌표 각 함정에 할당 완료! 전 함대 발사대기 중입니다.”
광해군함(DDG-1001) 전투지휘실의 전술통제관이 함장에게 보고를 올렸고 잠시 후 함장으로부터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3척의 호큘라 구축함 함수에 있는 K-VLS-II 수직발사대 덮개가 열리고 함대지 순항 미사일인 천룡A 18기가 차례대로 하얀 항적을 뿌리고는 하늘로 솟구쳤다. 짧은 순간 일정 고도에 이른 천룡A 순항 미사일은 이내 기수를 꺾어 서단 내륙으로 날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왕건함(DDG-978)과 대구급 호위함 3척에서도 총 12기의 천룡A 순항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사거리 1,000km에 달하는 천룡A 순항 미사일은 지면으로부터 30m 높이로 마하 3에 이르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며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목표지점 착탄까지 1번 미사일 175초, 2번 미사일 176초······.”
초음속이면서도 굴곡진 지형을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듯 비행하는 천룡A 순항 미사일은 중국 대공포여단과 운용 중인 각종 대공 레이더를 속이며 착탄 지점까지 3분도 안 되어 도달했다. 잠시 후 팝업 비행으로 전환한 30기의 천룡A 순항 미사일은 각자의 목표지점 상공에서 폭발하자 수많은 플라즈마 확산탄의 자탄이 지상을 덮쳤다.
콰앙! 콰아앙! 쾅!
공중 폭발과 동시에 100여 개로 흩어진 자탄은 지면과 각종 장비에 닿으며 2차 폭발을 일으켰고 중국군이 운용 중인 고사포와 장갑차 그리고 자주포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으며 파괴되었다.
마른하늘에 불벼락 맞듯 쏟아지는 플라즈마 확산탄의 자탄에 이미 불바다로 변해버린 중국군의 방공포여단과 포병여단의 상공에 언제 날아왔는지 제3기동항공단의 기동헬기인 KUH-50M 수퍼수리온과 제10항공단 소속의 WAH-91SP 송골매 공격헬기가 웅장한 로터 소리를 울리며 지상을 향해 플라즈마 활성탄과 레이저 벌컨 빔을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