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1화 (151/605)

상륙작전!

2020년 12월 17일 10:00 (중국시각 09:00),

중국 옌타이시 푸산구 시내.

두두두두두.

강습상륙함과 해변 상공에는 수많은 상륙기동헬기와 작은 수송선이 쉬지 않고 오가며 전쟁물자를 나르고 있었다. 그리고 평온했던 해변은 어지럽게 찍힌 군화 자국과 폭탄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불구덩이들. 그리고 불타버린 구축 진지 잔해 속에서 화약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해변 한편에는 상사 계급을 단 해병대 부사관이 완전군장 상태로 각종 전쟁 물자를 나르는 해병대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좀 빨리빨리 움직여라! 자식들아! 굼벵이냐? 앙?”

이러한 모습을 K-22M 지휘장갑차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2해병사단 안강준 사단장이 손목시계를 살짝 확인하고는 작전참모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간이 별로 없다. 각 연대 병력은 시가지 점령을 서두르라고 하고 ‘까치독사’연대는 사전에 확인된 목표 지점으로 이동 및 신속 타격에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사단장님.”

작전참모관은 바로 대답을 하고는 통신병에게 다가가 작전투입 명령을 각 연대에 하달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보기 좋게 도열한 수십 대의 KUH-M50 슈퍼수리온 기동헬기에 완전무장한 해병들이 서둘러 탑승했고 맨 앞줄의 헬기부터 서서히 로터가 돌아가며 거친 모래바람을 일으키고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36대의 상륙기동헬기들이 푸른 하늘을 수놓았고 지상에서 지켜보는 해병들의 눈에는 헬기 바닥에 그려진 까치독사 두 마리가 엉켜져 있는 마크가 선명하게 보였다.

제1해병사단에 신속대응연대인 ‘스파르탄 3K’가 있다면 제2해병사단에는 신속타격연대인 ‘까치독사’라는 연대가 있었다. 이중 제5공중타격대대 200여 명의 해병대가 슈퍼수리온 상륙기동헬기를 타고 옌타이 외곽 레이더 부대를 공격하기 위해 각자 지정된 목표 지점으로 흩어지며 고속기동으로 날아갔다.

쿠르릉~ 쿠르릉~ 쿠르릉~

한편 해변 공용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36대의 차륜형 장갑차인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마다 해병대 8명이 탑승한 가운데 시동이 켜졌고 후방 하단에 달린 사각 배기관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장갑차 사이사이로 완전무장한 해병대들이 뛰어다니며 이동 준비에 바빠했다.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 옆면에도 까치독사 두 마리가 엉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마크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신속대응연대 즉 ‘까치독사’연대의 제6기동타격대대였다.

“대대장이다. 101호부터 기동 시작한다.”

6기동타격대대 통신망으로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기하고 있던 101호 기동전투장갑차가 경쾌한 엔진음을 터뜨리며 앞으로 튀어나갔고 그 뒤로 35대의 기동전투장갑차가 뒤따르며 기다란 행렬을 보였다. 잠시 후 넓은 교차로에 들어선 36대의 기동전투장갑차는 각자의 길이 정해져 있었는지 뿔뿔이 흩어졌다.

“사단장님 현재 까치독사연대의 5대대와 6대대가 목표 지점으로 출발했다는 보고입니다.”

지휘부 막사가 설치되는 동안 K-22M 지휘장갑차에서 전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단장에게 작전참모관이 다가와 보고했다.

“2전차대대는 위치는 어디쯤인가?”

“네, 현재 옌타이 시가지를 돌파하고 현재 이 지점에서 대기 중입니다.”

작전참모관이 디지털 지도에서 지정한 곳은 옌타이시와 치샤시의 S802 간선도로가 연결된 넓은 평야가 펼쳐진 중간 지점이었다.

“적 선두 그룹은?”

“현재 제26집단군의 제8기갑사단이 치샤를 넘어 진공 중이며 후미에 제8포병사단이 포병 지원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외 웨이하이에서 진공 중인 199보병사단이 옌타이시 동단 무핑구로부터 18km까지 접근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응 상태는?”

“1연대와 2연대가 중국 199보병사단의 진공을 방어할 예정이며, 포병연대에서 능동적 포격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중국 8기갑사단이란 말이지. 해군의 공격헬기 지원 관련 다시 한번 점검해. 중국 사단급 기갑부대에 일개 전차대대 하나만으로 교전했다가는 자칫 전멸할 수 있으니 말이야.”

“네, 확실히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 ★ ★

2020년 12월 17일 10:35(중국시각 09:35),

중국 옌타이시 린쯔산 상공.

2기의 KUH-M50 슈퍼수리온 기동헬기가 린쯔산을 향해 저공비행으로 350km/h 달하는 속도로 기동 중이었고 강력한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파인 HPM 조사 능력으로 린쯔산의 중턱에 건설된 대공 기지의 레이더를 일순간 재밍에 들어갔다. 이에 잠시간 눈이 먼 대공 레이더기지를 향해 가파른 지대를 따라 긴급 고도를 높였고 이내 S-AGM-20 맥궁 단거리 미사일 2기가 각각 발사했다.

슈아아와~ 슈아아와~ 슈아아와~ 슈아아와~

하얀 항적을 그으며 날아간 4기의 맥궁 단거리 미사일은 그대로 중국의 대공 레이더기지에 착탄 하자 폭발했다.

콰아앙! 쾅!

연속된 4차례의 폭발이 일어난 후 플라즈마 활성탄 로켓을 퍼부으며 22mm 레이저 벌컨 빔까지 뿌려대자 레이더기지 곳곳에는 화려한 불꽃이 연출되며 화염이 치솟고 파편들이 비상했다.

2기의 KUH-M50 슈퍼수리온의 강력한 제압 사격을 하는 가운데 로프가 내려졌고 해병대원들은 L자 형태로 자세를 취하며 신속한 동작으로 헬기 레펠로 하강했다. 지상에 착지한 해병대 66명은 자세를 낮추고 가용한 엄폐물을 이용해 레이더기지 방향으로 천천히 전진해 나갔다.

드르르릉~ 드르르릉~

제압 사격에도 살아남은 중국군은 각종 중화기와 개인화기를 뿌려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기동헬기에서는 더 강한 제압 사격을 가했고 그 틈을 이용해 해병대원들은 신속하게 전진해갔다.

지상에서도 6소대가 지원 사격을 가하는 동안 중국 대공 레이더기지로부터 충분한 거리까지 접근한 5소대 소대장이 헤드셋을 통해 각 분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에 화기분대 소속의 해병대 8명이 30mm 연막탄을 정확히 조준하여 발사했고 기지 앞에는 하얀 연막탄이 퍼지며 중국 인민해방군의 시야를 방해했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1분대 왼쪽으로, 2분대, 오른쪽으로, 3분대 중앙으로, 화기분대는 계속해서 화기 지원 들어간다.”

최종 명령을 내리며 돌격 손짓을 내렸다.

그러자 화기분대 8명은 각자 가지고 있는 개인화기를 퍼부었다. 특히 KS3 미니 머신 건 사수 2명은 8mm 레이건 빔을 레이더기지를 향해 사정없이 뿌려댔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쏟아지는 레이저 빛줄기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벽을 쉽게 뚫어버리고는 반대편 벽까지 뚫고 나가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런 강력한 관통력에 기지 내에서 엄폐 중이던 중국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온몸이 벌집이 되어 쓰러졌고 30mm 스마트 유탄은 유도미사일처럼 설정된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 폭발했다.

20분 후 1개 중대급 병력이 방어하던 린쯔산 대공 레이더기지는 5소대와 6소대 해병대에게 완전히 장악되었다. 그리고 각종 지대공 미사일과 내부 레이더 운용 시스템 컴퓨터는 시한폭탄에 의해 모두 폭파해 폐기했다. 포로로 잡힌 20여 명의 중국군 중 레이더 운용병은 사살하고 나머지 포로는 풀어졌다. 그리고 해병대는 기동헬기를 타고 본진 기지로 복귀했다.

★ ★ ★

2020년 12월 17일 10:30(중국시각 09:30),

중국 옌타이시 폰그라이 국제공항.

빠바바바방~ 빠바바바방~ 빠바바바방~

묵직한 기관포 소리가 폰그라이 국제공항에 울려 퍼졌다.

십여 대의 차륜형 장갑차인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가 폰그라이 국제공항에 들이닥쳤고 백여 명의 해병대원들이 국제공항 곳곳으로 침투하며 장악에 들어갔다. 개전과 함께 중국 군사위원회에서는 옌타이 폰그라이 국제공항을 전쟁 위험구역으로 지정하여 민간항공기가 운영은 중단되었지만, 일부 대공 방어 부대와 제7헬기연대의 511헬기대대가 주둔한 것으로 판단하여 우선 타격 대상에 지정되어 공격에 들어간 것이었다.

상륙작전 당시 호큘라에서 발사한 함대지 미사일 공격에 공항 대합실 건물과 활주로가 일부 파괴되고 511헬기대대 소속의 최신예 공격헬기인 Z-10 헬기 몇 대가 활주로에 불타고 있었지만, 나머지 Z-10 헬기는 후방으로 후퇴한 상태였다. 하지만 대공 방어 부대는 전열을 재정비하여 추가 공격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었다.

공항 대합실 앞에서 해병대를 하차시키고 우회하여 철재 장벽을 짓밟고 넓은 활주로 들어선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활주로 한편에 설치된 각가지 고사포와 함께 대공 장갑차를 향해 연신 50mm 플라즈마 활성탄 로켓과 레이저 벌컨 빔을 쏘아대며 내달렸다.

쯍웅쯍웅쯍웅쯍웅~ 쭈르르릉~ 슈우웅~ 슈우웅~ 슈우웅~

콰아아~ 콰앙앙! 콰앙!

레이저 빛줄기가 뿌려질 때마다 단단하던 활주로 시멘트는 좌우로 갈라지며 앞으로 쭉 밀고 나아갔고 전방 3km에 있던 PGZ-07식 자주대공포 장갑차에 일자로 탄흔 자국이 새겨졌다. 엄청난 고열의 레이저 벌컨 빔에 뚫려버린 구멍마다 녹아내리는 붉은 쇳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장갑차 내부는 다양한 색상의 연기가 피어오르며 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어리가 흩어져 있었다.

콰앙!

요란한 폭발과 함께 여기저기 PGZ-07식 자주대공포 장갑차들이 들썩거리면 폭발했다. 이에 다급했던 07식 장갑차 승조원들은 다가오는 한국 장갑차를 향해 대공 임무에 특화된 35mm 쌍열 자주대공포를 쏘기 시작했다.

빠빠빠방~ 빠빠빠방~

신형 탐지 센서가 탑재된 PGZ-07식 장갑차는 딱딱 끊어지는 경쾌한 소음을 내며 35mm 고폭소이탄(HEI, high-explosive incendiary)을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에 퍼부었다. 수많은 탄흔이 형성되며 불꽃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해병대에서 운영 중인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의 정면장갑은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정면방호력(KE)은 자그만지 800mm에 달했다. 웬만한 125mm 전차 활강포에도 버티는 수준이었다.

끼이이이잉! 그르릉~ 커컹!

하지만 재수 없게도 현무 장갑차의 타이어에 고폭소이탄에 직격당해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며 뒤집혔다. 차내 승조원 2명은 뒤집힐 때의 충격에 약간의 찰과상만 당했을 뿐 크게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는 개량 당시 캐터필러가 아닌 차륜형으로 개량되었다. 신속한 기동으로 타격하는 부대답게 속도를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총 40여 문에 달하는 35mm 자주대공포의 탄막을 헤집고 기동하는 현무 장갑차에서도 50mm 플라즈마 활성탄 로켓을 뿌렸다.

투앙! 투앙! 투앙!

원만한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 50mm 플라즈마 활성탄 로켓은 PGZ-07식 장갑차를 성난 사자가 집어삼키듯 하나하나 화염의 불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중국군의 PGZ-07식 장갑차는 모두 파괴되었고 최종 목표인 HQ-22(홍치-22) 발사 차량을 향해 더욱 속도를 넓혔다.

대한민국 해병대의 발 빠른 기습 공격에 당황한 나머지 이동 준비가 더디었던 대공여단 소속 HQ-22 발사차량들은 그제야 반대편 방향으로 속도를 내며 도망갔다. 하지만 차륜형 장갑차의 속도에 따라 잡히며 50mm 활성탄 로켓과 22mm 레이저 벌컨 빔에 직격당하며 폭발을 일으켰고 어떤 발사차량은 대공 미사일이 폭발하며 엄청난 화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한편 공항 대합실에 투입된 해병대들은 시민으로 위장한 공황 관계자와 무장 경찰, 그리고 대공여단 소속의 중국군들을 사살하거나 체포해 나갔다.

이날 오후 내내 신속타격연대의 활약은 곳곳에서 일어났고 옌타이 외곽에 있는 대공 부대와 레이더기지는 모두 제거당하거나 파괴되었다.

공수작전!

2020년 12월 18일 02:00,

경기도 성남 제15특수임무비행단 공군기지.

대한민국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한 특수부대인 특전사 대원들이 완전군장 한 상태로 KC-501 수송기에 탑승구 앞에서 대기 중이었고 다른 편에서도 제2작전사령부 직할 부대인 제2중갑강습여단 대원들이 특이한 중갑슈트를 착용한 채 탑승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8년 후반부터 중갑강습부대를 운영함에 따라 새로운 수송기가 필요했던 대한민국 국방부는 차세대 수송기 3종을 개발해 조립에 들어갔다. 이중 가장 작은 크기의 K-501 수송기는 병력만 탑승 시 180명을 수송하고 공수작전 임무도 가능했다. 두 번째 크기의 K-502 수송기는 중갑강습부대를 위한 특화된 수송기로 최대 병력 300명을 수송하고 강력한 K-PTZ-1000 엔진 4개가 장착되어 항속거리 25,000km 달하며 속도도 마하 1.5에 이르는 초음속 군용 수송기였다.

현재 제15특수임무비행단 공군기지의 2개의 활주로 끝에서 순서대로 자리를 잡고 대기하던 K-502 수송기 4기에 중갑강습여단 병력이 탑승했고, K-501 수송기 12기에는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4개 공수특전여단 중 1공수특전여단 병력부터 차례대로 탑승하기 시작했다.

40여 분 총 3,400여 명에 달하는 병력은 2종의 수송기에 모두 탑승을 완료했고 모드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기내 방송이 이어졌다.

“앞으로 5분 후 03:00분에 본 수송기는 이륙 절차에 들어갑니다. 소지하고 있는 개인화기 및 개인 장구류에 대한 보관에 신경 쓰기 바라며, 안전벨트 착용 여부 확인 바랍니다.”

수송기 조종사의 기내 방송이 끝나고 기내 전체에 밝혀진 녹색 램프 조명이 빨간색으로 변경되었다.

위이이이잉.

K-502 수송기의 날개에 달린 플라즈마 제트엔진 4곳에 강력한 푸른 불꽃을 쏟아내며 이륙을 위한 엔지 예열에 들어갔다. 그러자 활주로 전방에서 수송기를 호위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던 KF-21P 주작 전투기 16기가 먼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잠시 후 엔진 예열을 마친 K-502 수송기가 천천히 붉은 조명으로 이어진 활주로를 따라 서서히 움직였고 이내 200km에 달하자 랜딩기어가 활주로 지면과 떨어지며 고도를 높이며 하늘로 날았다. 초음속 수송기인 K-502 수송기는 KF-21P 주작 전투기 6기와 함께 대열을 유지하며 마하 1.5에 달하는 초음속으로 중국 산둥반도로 날아갔다. 그 뒤로 K-501 수송기 12기와 주작 전투기 10기가 뒤따라 날아갔다.

★ ★ ★

2020년 12월 18일 03:30 (중국시각 02:30),

중국 웨이하이시 상공.

먼저 K-502 수송기 4기는 주작 전투기 6기의 호위를 받으며 30분도 안 되어 웨이하이시 상공에 진입했다. 다행히 먼저 K-502를 탐지하고 지대공 미사일을 날리는 그 어떠한 위험은 없었다.

K-502의 강력한 SEMP 전자파에 중국 대공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했던가 아니면 제2해병사단의 ‘까치독사’연대가 제대로 중국 레이더기지와 대공 방어 부대를 공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륙 후 조용했던 수송기 안에서는 녹색 램프였던 조명이 다시 빨간 램프 조명으로 바뀌었고 수송기 조종사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공수작전 10분 전! 공수작전 10분 전.”

방송이 끝나자 빨간 램프는 번쩍거리면 돌아가기까지 했다. 기내에서 가장 선임으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착석해 있는 중갑강습여단 소속 군인들을 보며 소리쳤다.

“모두 안전벨트 풀고, 개인화기와 개인 장구류 착용한다.”

중년의 사내는 중갑강습여단 제1강습대대 대대장인 이윤준 중령이었다. 대대장의 명령이 끝나자 부대원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특이한 중갑 슈트 위로 각종 개인 장구류와 개인화기를 가로로 매고 대기했다.

“공수작전 5분 전! 공수작전 5분 전.”

다시 한번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이에 따라 대대장의 명령이 추가로 이어졌다.

“전체 기립! 중대별 공수 해치 문 위치로 이동한다.”

짧게 명령을 내린 이윤준 대대장은 비행기 왼편 앞쪽에 있는 해치 문 앞으로 다가가 안전 손잡이를 잡고 대기했다. 그리고 4분 후 기내 방송에서 최종 방송이 울렸다.

“공수 1분 전! 공수 해치 오픈! 공수 1분 전! 공수 해치 오픈! 손잡이 잡고 대기 바람.”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사이렌 소리가 기내 전체를 울리며 수송기 양쪽 4곳에서 해치 문이 열리며 공기압의 차이에 거센 바람이 회오리치며 밖으로 빨려 나갔다.

“공수 10초 전! 9초 전···.”

기내 방송으로 카운트 다운 알림을 알려왔다.

빨려 나가는 바람을 손잡이로 버티며 대기하던 대대장은 카운트 다운이 0을 알리자 가장 먼저 손잡이를 놓고는 비행기 밖으로 도약하듯 뛰어내렸다. 그 뒤로 대기하던 중갑강습여단 부대원들은 망설임 없이 대대장을 따라 뛰어내렸다.

쉬이잉 쉬이잉

보통 때였다면 수많은 조명 불빛으로 아름다웠을 도시의 밤하늘은 전쟁이라는 상황에 켜져 있는 조명 하나 없이 어둡기만 했다. 특히나 한국군의 공습이 있을까 봐 중국당국에서는 야간에 모든 조명을 끄라는 지시를 내린 상황이었다.

가장 먼저 수송기에서 뛰어내린 대대장의 자유비행을 하며 낙하하고 있었고 잠시 후 등에 장착된 조그마한 2개의 솟아난 구멍에서 푸른 불꽃의 추진제가 작동하자 중력을 무시하고 천천히 비행 모드로 바뀌었다. 말 그대로 아이언맨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비행을 하며 웨이하이시의 한 지점을 향해 낙하 비행에 들어갔고 대대장을 따라 뛰어내린 수많은 중강강습여단 부대원들도 양팔을 벌리고 비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비행했다.

휘이잉!

그제야 하이웨이 전체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며 고층 빌딩 옥상에 설치된 조명이 비치며 대공포에서는 불을 뿜기 시작했다.

빠방~ 빠바바바방~ 빠방! 빠방!

하지만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중갑강습여단 대원들을 조명으로만 의지한 채 눈으로 조준하여 사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팡! 파팡! 파파팡! 팡!

웨이하이 상공에 일제히 불규칙한 불꽃 축제가 일어났다. 무턱대고 쏘아대는 대공포와 각종 중화기는 중간중간 예광탄에 의해 아름다운 빛줄기를 선보였으나 K-502를 호위하던 KF-21P 주작 전투기 6기는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쉬웠는지 2기의 주작 전투기는 저공 비행 모드로 돌진하며 가장 왕성하게 대공포를 쏘아대는 빌딩 옥상에 22mm 벌컨 빔에서 레이저 빛을 뿌렸다.

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

빌딩 창문을 박살내며 홀트고 올라간 레이저 빛줄기는 이내 대공포 향했고 불꽃을 터뜨리며 대공포와 운용하던 인민해방군을 여러 갈래로 찢어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또한, 비행 모드로 지상으로 내려온 중갑강습여단 대원들은 각자 KS8 개인화기를 지상 쪽으로 지향하고 대응 사격에 들어갔다.

KS8은 8mm 6열 미니 벌컨으로 15kg에 달하는 무게였지만 중갑 슈트를 착용한 중갑강습여단의 부대원들은 중갑 슈트의 파워 제어장치 덕분에 무거움을 느끼지 않고 쉽게 들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전력 공급 장치가 중갑 슈트와 연결되어 있어서 다른 레이저 화기와는 다르게 플라즈마 전지팩을 교환할 필요 없이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수백 개의 레이저 빛줄기가 지상으로 뿌려졌다. 말 그대로 소나기 쏟아지듯 떨어지는 레이저 빛줄기에 지상 곳곳은 번쩍이는 불꽃에 환해졌고 웨이하이시의 대공을 책임지고 있던 199보병사단의 예하 대공 대대와 보병들은 지옥 같은 빛줄기 소나기에 벌집이 되면서 쓰러져 나갔다. 마찬가지로 옥상에서 대공포와 고사포를 쏘던 진지들도 빛줄기 소나기를 피하지 못하고 폭발하며 죽어 나갔다.

원래 웨이하이시를 방어하는 사단은 제199보병사단이었으나 어제 새벽 옌타이시가 한국 해병의 상륙작전으로 점령당하자 수복하기 위해 대부분 병력을 옌타이 외곽으로 이동한 상황이라 웨이하이는 무주공산과 다름없었다.

지상에 착지한 이윤준 대대장을 중심으로 대대원이 모여들고 있었다. 얼굴 전체를 감싼 헬멧의 고글에 입력된 표기 신호를 보고 모여든 것이었다.

대대 병력은 대대장을 포함하여 총 256명으로 직업군인인 장교와 부사관으로만 이뤄진 부대였다. 아마도 순수 병력 전투력으로만 따진다면 전체 1위가 바로 제2작전사령부 직할 부대인 제2중갑강습여단으로 볼 수 있었다.

이윤준 대대장은 간부급 통신망만 오픈한 채 중대장과 소대장, 그리고 팀장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앞으로 25분 후 공수부대의 공수가 시작된다. 그때까지 확실히 웨이하이에 있는 대공 진지와 보병 잔당들을 확실히 마무리한다. 알았나?”

이후 팀 단위인 4명의 중갑강습대원들은 적절한 추진제를 작동하며 빌딩과 빌딩 사이를 고속으로 이동하며 강력한 화기를 사용하여 웨이하이시 전체를 장악해 나갔다.

★ ★ ★

2020년 12월 18일 03:55 (중국시각 02:55),

중국 웨이하이시 상공.

20여 분 후 공수특전여단이 탑승한 K-501 수송기 16기가 웨이하이시 상공에 진입하고 후방 해치 문이 열리고는 수백 명의 특전사는 수송기 밖으로 몸을 내던지며 자유낙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정 고도까지 낙하하자 특전사는 검은 낙하산을 펴고 웨이하이시를 전체를 덮을 정도로 멋진 장관을 보여주며 천천히 지상으로 낙하했다.

총 2,400명에 달하는 특전사는 앞서 도착했던 중갑강습대원들 활약 덕분에 대공사격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지상으로 내려왔다.

총 4개의 공수특전여단은 지역대별로 모여 인원파악을 했고 이상 없는 지역대는 팀별 단위로 흩어져 중갑강습대원과 마찬가지로 지정된 목표지로 발 빠른 이동에 들어갔다.

타당탕탕! 타타타탕! 탕!

10명으로 이뤄진 특전사 한 팀이 중무장한 공안과 중심지 한곳에서 마주치자 서로를 향해 총격전이 일어났다. 톡톡 원팀 소속의 윤일운 중사는 주특기가 저격과 폭파였다. 이에 개인화기인 KS12 저격 레이저 라이플 매고 근처 옥상으로 올라가 응사하고 있는 중국 공안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광학 배율이 24배에 이르는 디지털 광학조준경으로 한 명 한 명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쭈웅! 쭈웅! 쭈웅!

시원한 레이저 발사음과 함께 빛 속도로 쏟아진 5mm 레이저 빛줄기는 백발백중의 실력으로 중국 공안의 머리에는 작은 구멍이 뚫린 채로 쓰러졌다. 쓰러진 중국 공안은 5.56mm 나토탄을 막아내는 방탄모를 쓰고 있었지만, 일반 레이저와 차원이 다른 고출력 레이저 빛줄기에 방탄모는 쓸모가 없었다.

저격으로 인해 동료 공안이 마구 쓰러지자 두려움에 빠진 공안들은 대응 사격을 멈추고 엄폐한 자동차 뒤에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에 톡톡 원팀 특전사은 전방으로 총구를 지향한 채로 빠르게 접근했고 스마트 수류탄을 터뜨리며 제압 사격을 가해 모두 사살했다.

“여기는 톡톡 원! 현재 사방에 무장 공안 다수 발견 교전에 들어가 지금은 상황종료, 다들 조심하도록.”

톡톡 지역대 대장인 나강준 소령이 나머지 톡톡 지역대 모든 팀에게 위험을 알렸다.

- 여기는 톡톡 투! 라져!

- 여기는 톡톡 뜨리! 라져!

- 여기는 톡톡 포! 라져!

- 여기는 톡톡 파이브! 라져!

산둥반도의 끝자락인 룽청, 산둥반도 남단의 루산과 하이양, 지모 칭다오, 산둥반도 북단의 펑라이, 룽커우, 자오위안, 라저우, 그리고 산둥반도의 중심인 라이양과 라이시, 핑두 점령이 최종 목표였다.

이러한 목표 도시에 잠입할 중갑강습대원들과 특전사는 지속적인 게릴라전을 벌려 민심 혼란과 중국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게 목표였다. 그리고 제2차 대규모 상륙작전을 산둥반도에 전개하여 산둥반도 전체를 한국의 점령지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공수작전!

2020년 12월 18일 03:40 (중국시각 02:40)

중국 옌타이시 퀀류산.

옌타이시와 웨이하이시 중간에 있는 퀀류산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제2해병사단의 제1해병연대, 제5해병연대, 그리고 제8해병연대가 방어를 위한 진지구축에 들어갔고 오른쪽에는 제199보병사단의 여러 보병연대는 03시를 준하여 옌타이시를 향한 진공을 하려 했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웨이하이 시내 전체에 공습 사이렌 울림은 퍼져나갔고 빌딩 옥상에 설치된 대공포 진지에서는 연달아 포성 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간혹 예광탄으로 인해 하늘에 뿌려대는 대공탄이 얼마나 많은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 사단장님! 255방공대대 대대장 통신입니다.

제199보병사단 지휘부에 웨이하이시 대공을 책임지고 있는 방공대대장으로부터 다급한 보고가 올라왔다.

- 현재 웨이하이 상공에 한국군으로 추정되는 강습부대가 비행 낙하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종 레이 사단장은 인원수부터 물었다.

-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천명 내외로 보입니다.

“천명? 그 정도로 지금 난리를 치는 건가? 알았다. 일단 끊어!”

종 레이 사단장은 방공대대장과의 통신을 끊고 통신병에게 지시를 내렸다.

“웨이하이 예비수비사단 연결해.”

“네, 연결하겠습니다.”

- 예비수비사단장 순시앙입니다.

“199사단장 종 레이오. 지금 당장 예비수비사단을 소집하여 한국군의 공수부대를 타격하시오.”

- 긴급 소집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인원은 천명 내외라고 하니, 예비수집사단만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오.”

- 알겠습니다.

“그럼, 순시앙 사단장만 믿고 199사는 예정대로 옌타이로 진공을 하겠소.”

- 네, 이곳은 걱정하지 말고 옌타이로 진공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소이다. 그럼 수고하시오.”

- 네,

통신 수화기를 내려놓은 종 레이 사단장은 참모진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이대로 진공 한다. 각 연대장과 참모진은 지금 즉시 진공 명령을 내리도록.”

“네, 알겠습니다.”

퀀류산을 넘어 옌타이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는 총 3개로 한국 해병연대는 도로마다 단단한 방어 진지를 구축하여 공격해 올 제199보병사단을 맞이하고 있었다. 또한, 퀀류산 상공에는 한국 해병의 무인정찰기인 스파이더 드론 3대가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며 실시간으로 제199보병사단의 움직임을 고배율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제199보병사단은 연대 단위로 3곳의 도로로 접근해 왔고 후방에는 사단 직할 포병부대가 방열한 상태로 언제든 포격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어두운 상공에서 간혹 반짝이는 불빛에 스파이더 드론을 발견한 중국군은 대공화기로 요격하려 했으나 스파이더 드론은 스텔스 기능과 자체 강력한 SEMP 방출로 레이더에 락 온이 되지 않았다. 이에 어두운 하늘에서 보이지도 않는 조그마한 스파이더 드론을 육안으로 조준하여 요격을 시도했지만 이내 무모한 짓이라는 걸 깨닫고 멈췄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이었다.

★ ★ ★

2020년 12월 18일 03:40 (중국시각 02:40),

중국 옌타이시 푸산구 카이파쿠 해변.

제2해병사단 지휘부 막사에서는 각 연대에서 출격하여 퀀륜산 일대를 적외선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스파이더 드론으로부터 실시간 영상화면을 제공받고 있었다.

한국군의 군사 작전 모티브는 완벽한 정보 확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대응 작전이었다. 상대방의 의도와 움직임을 완벽히 파악하고 그에 맞은 전술을 적용하여 백전백승 이것은 굳이 한국군만이 아닌 세계 모든 국가의 군사적 모티브이긴 했으나 한국군만큼 충실히 그리고 확실히 따르고 있는 건 미국이나 러시아 외에는 없었다.

“역시 중국 땅개들은 우글우글합니다.”

작전참모관 이원호 대령이 말을 건넸다. 전쟁 기간인 만큼 중국군의 보병 편제는 완편으로 구성되어 제199보병사단의 병력은 무려 17,000명에 달했다. 한국군의 일반 보병 병력보다 1.5배에 달하는 수였다.

“연대급 규모가 3,000명은 넘겠는데요?”

부사단장인 오춘규 준장도 연대급 규모로 밀려오는 병력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6·25 때도 아니고 현대전에서 저렇게 무식하게 몰려서 오는 건 나 죽여 달라는 것밖에 더하겠나?”

호전적인 성격인 안강준 소장은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퀀류산 산악 진형으로 넘어오는 중국군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니 산자락에 매복 중인 중화기 중대는 안심하고 공격해도 되겠어. 이 대령.”

“네, 사령관님.”

“5, 6포병대대에 초반 포격은 플라즈마 확산탄으로 장전해서 포격하라고 전하고 퀀류산 산자락에 올라가 있는 중화기 부대에도 공격 준비를 하라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이야 공격이 시작된 후부터는 연대장들의 판단 지휘하라고 전해 이 이상의 사단 명령은 없다고 전해. 전쟁의 승패는 실전에 투입된 지휘관의 판단이 최우선이지 말이야. 안 그런가? 오 준장.”

“맞습니다. 사단장님.”

★ ★ ★

2020년 12월 18일 03:50 (중국시각 02:50),

중국 옌타이시 퀀류산.

잠시 후 해병포병대대의 K-9A1 자주포에서 불을 뿜으며 포격이 시작되었다. 가공할 플라즈마 확산탄은 3방향에서 밀려오는 제199보병사단의 머리 위에서 터질 때마다 추풍낙엽처럼 수십 명의 중국군 병산들은 쓰러졌다. 그리고 길가 양쪽 산악에 매복하고 있던 중화기 중대의 거침없는 레이저 벌컨 빔 공격과 30mm 스마트 유탄에 피를 토하며 쓰려졌고 이네 시체 산을 이뤘다. 거의 학살에 가까운 전투였다.

하지만 제199보병사단 병사들은 어두컴컴한 상황에서도 인해전술로 도로를 따라 계속해서 밀려왔고 해병대의 진지구축 진형까지 다가와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타타탕! 타탕! 타타타탕!

살기 위한 몸부림, 네가 죽어야 만이 내가 산다는 전쟁의 진리를 몸소 보여주는 중국군 병사들은 살기 위한 처절한 총격전을 펼쳤다. 가지고 있는 수류탄과 중화기까지 쏘아대며 악착같이 다가왔고 급기야 후방에서 방열하고 대기 중이던 제199보병사단의 포병대대도 해병 포병대대에 대포병 포격을 감행함으로써 잠시간 포병 공격에서 벗어나자 제199보병사단 병사들은 한층 더 강하게 밀려 들어왔다.

6·25 때처럼 인해전술과 속도전을 방불케 한 제199보병사단의 구태적인 진공전술은 위장막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해병대 K-24P-N 상륙돌격장갑차의 출현으로 진공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알 보병 수준의 제199보병사단은 상륙돌격장갑차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대전차화기중대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지리적 불리함으로 적극적인 대전차 화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중국군이 주춤하는 사이 수십 대의 상륙돌격장갑차 포탑에서 40mm 광자포와 함께 22mm 레이저 벌컨이 불을 뿜었고 50mm 플라즈마 활성탄 로켓 수십 개가 포물선을 그으며 제199보병사단의 병사들 사이사이에 터지자 다시 한번 기다란 도로 곳곳은 중국군의 처참한 무덤으로 변했다. 또한, 산자락 양쪽 측면에서 쏟아대는 해병 중화기중대의 공격에 급격히 중국군의 전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콰아아아! 슈우웅! 슈우웅!

컴컴한 환경에서도 낮처럼 볼 수 있는 실드 글라스를 착용한 제2해병사단 3개 연대는 방어개념에서 공세개념으로 전술을 바꾸고 상륙돌격장갑차와 함께 진격에 들어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중국군을 헤집기 시작했다.

★ ★ ★

2020년 12월 18일 10:00 (중국시각 09:00)

중국 베이징시 일대 X-2 벙커 주석실

우열절골 끝에 재편성을 완료하고 때를 기다리던 제38집단군을 중앙군사위원회는 베이징 동단에서 파죽지세로 진공 하는 한국 제20기갑사단을 막기 위해 전격 투입했다. 개전 초기 괴멸 수준에 이르렀던 당시보다 지금의 제38집단군이 운용하는 장비는 모든 면에서 월등한 최신예 장비였다. 또한, 10만여 명에 달하는 병사들 또한 각 집단군에서 최고의 엘리트로만 소집했기에 가히 최강의 집단군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투입 첫날부터 그 효과가 바로 보였다. 제38집단군이 제20기갑사단 막을 막고 진공에 들어가자 제20기갑사단은 그대로 전선에서 물러나 쟈오딩산 뒤편까지 후퇴했다. 이에 자신감을 되찾은 중국군은 제65집단군과 제27집단군과의 합동 공격으로 제20기갑사단을 누르려고 하였으나 어제 새벽 갑작스러운 산둥반도의 옌타이에 한국 해병이 상륙했다는 소식에 취지량지 대장은 물론 중앙군사위원회 참모진은 강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베이징만큼 산둥반도 방어는 중요했다. 이에 취지량지 대장은 톈진에 주둔 중인 제21집단군을 즉시 산둥반도를 이동하려고 했으나 시진핑 주석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주석님! 지금 즉시 21집단군을 산둥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몇 번을 말해야 하오? 나는 어제와 같은 입장이오. 절대 그건 안 되오. 톈진으로 한국군이 상륙하면 그때 정말 베이징이 위험하지 않소이까?”

어제 새벽 산둥반도 옌타이에 한국 해병의 상륙이 전개됐다는 보고에 바로 제21집단군을 이동 조치하려 했으나 생각지도 못한 시진핑의 반대에 고심했던 취지량지는 금일 새벽 정체파악이 안 된 강습부대와 공수특전부대가 웨이하이시에 투입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다시 한번 시진핑 주석을 설득하기 위해 주석실에 찾아가 진심 어린 말투로 이해를 구했다.

“주석님, 한국군은 톈진으로 절대 상륙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톈진으로 상륙을 생각했다면 벌써 실행에 옮겼을 것입니다. 톈진은 미끼에 불과했고 한국군의 진짜 목표는 산둥반도였습니다. 상륙에 이어 공수특전대까지 웨이하이를 점령한 상태입니다. 부디 제 의견에 따라 주십시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그것만은 안 됩니다. 산둥반도에는 다른 부대로 막으세요.”

시진핑 주석은 강직한 태도로 딱 잘라 말했다. 베이징에 대한 안위만 생각하는 정치적이고 이기적인 판단에 취지량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군인 출신이었다면 정치적 판단보다 군사적 판단으로 이런 오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산둥반도에 가장 가까이 있는 12집단군을 즉시 이동 명령을 내려 산둥반도 수복 작전에 투입하시오.”

제12집단군은 롄윈강시에 사령부를 두고 주둔 중인 집단군으로 평시에는 중국의 동해를 방어하는 임무를 한반도 전쟁 발발 시에는 상륙기계화부대의 특성에 맞게 상륙전에 동원되는 공격 임무까지 주어진 집단군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 판단한 취지량지 대장은 경례하고는 주석실에서 나왔다.

★ ★ ★

2020년 12월 18일 10:20 (중국시각 09:20),

중국 베이징시 일대 X-2 벙커.

취지량지가 상황실에 들어오자 중앙군사위원회 참모진들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취지량지 대장님! 주석님의 재가는 받으셨습니까?”

가장 먼저 참모장 펑퍼후이 상장이 물었다. 이에 취지량지는 고개만 좌우로 돌릴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지금 상황에서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도 아쉬운 판에 주야장천 톈진에서 대기만 하는 기계화로 구성된 21집단군 전력을 묵혀둔단 말입니까?”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의 안위를 가장 우선으로 보고 있단 말이지.”

“38집단군까지 투입하지 않았습니까? 설령 톈진에 한국군이 상륙을 시도해도 38집단군이나 여타 다른 집단군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것을.”

“그만하게! 주석의 결정은 강경하네.”

답답한 마음에 참모장의 말을 중간에 끊은 취지량지 대장은 육군총부장인 루웨이융 상장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즉시 12집단군을 산둥반도로 이동시켜 26집단군과 공조하여 한국 해병대와 공수특전대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네, 알겠습니다. 취지량지 대장님.”

상륙기계화로 특화된 제12집단군보다 기계화전력인 제21집단군의 전투력은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특히나 산둥반도를 방어하는 제26집단군 대부분이 일반보병사단으로 이뤄진 것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제21집단군을 투입하는 것이 산둥반도를 방어하는데 제격이었다.

“이건 정말 잘못된 판단입니다. 취지량지 대장님.”

참모장 펑퍼후이 상장은 다시 한번 말을 꺼냈으나 취지량지 대장은 못 들은 척 상황실 스크린만 주시했다.

취지량지 대장도 마음속으로는 매우 답답했다. 하지만 중국 최고 통치권자가 반대하면 군인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대신 최선을 다해 새로운 방안 대책을 마련해야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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