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5/605)

남해 대해전

2020년 12월 15일 06:45,

제주도 남단 49km(제7기동전단 제72기동전대).

제7기동전단 소속 제72기동전대 호큘라 구축함 3척은 고속기동으로 중국 대함군을 향해 빠르게 남진 중이었다. 이유는 대함미사일이 떨어진 상태에서 사거리 90km에 이르는 하페르 K-1 함포로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72기동전대의 전대장이자 숙종대왕함(DDG-1005)의 함장인 김기영 대령은 직접 전투지휘실에 내려와 교전 상황을 직접 보고받으며 지휘했다.

“중국 대함군의 구축함과 거리 94km까지 진입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전술 스크린을 바라봤다. 전투 가능한 함정만 표기된 녹색 표기는 현재 88개. 이 중 가장 선두에서 항해 중인 함정과의 거리가 94km였다.

“거리 80km까지 접근한다. 속도 또한 이대로 유지.”

“네, 알겠습니다.”

함교에 있던 항해장으로부터 대답이 들려왔다.

“전술통제관.”

“네, 함장님.”

“근접방어체계는 자동으로 설정되어 있나?”

“그렇습니다.”

“현 무장상태 최종 보고 바란다.”

“숙종대왕함의 무장 현황입니다. 대공 미사일 해천룡 25기, Shield-M 중거리 미사일 12기, K-ASROC 홍상어A 어뢰 미사일 32기, 청상어 어뢰 6기, 5인치 하페르 K-1 함포 플라즈마 응집탄 120발입니다.”

“영조 및 정조함에도 80km 진입 시 추가 명령 없이 공격하라고 전달해.”

“연락하겠습니다.”

★ ★ ★

2020년 12월 15일 06:45,

제주도 남단 159km 북위 31° 45' 동경 126° 12' 심해.

“함장님! 곧 허베이함으로부터 거리 30,000 이내로 진입합니다.”

“어뢰 공격 후 본 함이 탐지될 수 있다. 다들 각오 단단히 하고 최선을 다해보자.”

전투지휘실에 있던 승조원 10여 명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함장님! 함석헌함에서 보안 전문입니다.”

통신관이 해독한 보안 전문을 함장에게 건넸다. 이에 함장은 몇 줄 안 되는 짧은 전문을 빠르게 읽어나갔다. 전문 내용은 함석헌함(SSP-082)함도 30km까지 접근하여 항모 산둥함을 공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통신관 보안 전문으로 이렇게 보내게. 공격 시각 공여섯시삼십오분, 081이 허베이함을 082는 산둥함을 동시 공격한다.”

“네, 알겠습니다.”

명령을 하달받은 통신관은 콘솔을 조작하여 함석헌함(SSP-082)에 보안 전문 형태로 답장을 보냈다.

“운명의 시간은 다가왔다. 우리가 저 두 놈만 해치운다면 중국 해군은 끝장이야. 목표물 본 함과의 거리는?”

“목표물 본 함과의 거리 28,200입니다.”

오퍼레이터의 대답을 듣자 전술 스크린에 입력된 시간을 확인했다. 공격까지 1분이 남은 상태, 이봉창함(SSP-081)의 전투통제실 안에는 팽배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드디어 길고 긴 1분의 시간이 지났다.

“1번부터 8번 발사관 개방.”

“1번부터 8번 발사관 개방합니다.”

“1번부터 차례대로 급속 발사.”

“1번부터 8번 어뢰 급속 발사.”

뚜앙! 뚜앙! 뚜앙! 뚜앙! 뚜앙! 뚜앙! 뚜앙! 뚜앙!

공기 압축의 반동에 어뢰 8발은 이봉창함(SSP-081)에서 튕겨 나오듯 빠져나온 후 자체 추진체의 힘으로 빠르게 속도를 올리자 어뢰 탄두에 초공동 버플 현상이 일어났다.

“어뢰 8기 성공적으로 발사 성공! 현재 400노트 이상의 속도로 본 목표물을 향해 정상적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함석헌함에서도 어뢰 발사했습니다. 총 6기입니다.”

“목표물까지 얼마 남았나?”

“목표물까지 거리 25000, 98초입니다.”

“알았다. 조타장! 방위각 그대로 유지 및 잠항각 20으로 심도 115까지 잠항! 속도 1/2로 감속.”

“방위각 유지 및 잠항각 하향 20으로 심도 115까지 잠항! 속도 1/2로 감속합니다.”

“2차 공격 어뢰 준비! 1번부터 8번 발사관에 수주한다.”

“수주 들어갑니다.”

★ ★ ★

2020년 12월 15일 06:50,

제주도 남동단 118km(중국 대함군).

갑자기 허베이 항공모함에서 어뢰 공격에 대한 경보음이 함 전체에 울렸다.

“어뢰! 어뢰 발견! 방위각 1-1-5에서 550노트에 달하는 어뢰 8기 발견! 도달까지 95초입니다.”

전투통제실로부터 다급한 어뢰 발견 보고가 함교 전체를 때렸다.

“무슨 소리야? 어떻게 본 함으로 잠수함이 접근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산둥 항모에도 6기의 어뢰 공격입니다.”

계속되는 보고에 기가 막힌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그대로 앞에 있는 함교 벽을 바로 차버리며 악을 썼다.

“대체 대잠경계를 어떻게 했길래 본 함이 어뢰 공격을 받는 거야!”

“적 잠수함 위치는 확인되었나?”

흥분에 휩싸인 장지커 총부사령원과 각 함대 사령원을 대신해 허베이 항공모함의 첸징 함장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전투통제실에 물었다.

“거리 22000에 도달까지 85초입니다.”

“미사일도 아닌 어뢰 속도가 뭐 그리 빨라?”

이해가 안 되는 어뢰 속도에 첸징 함장이 바로 반문을 했다.

“그, 그것이 아무래도 초공동 어뢰로 판단됩니다.”

“뭐야? 빵즈놈들이 총공동 어뢰가 있다는 말인가?”

그제야 이성을 차린 장지커 총부사령원이 토끼 눈 뜨듯 누 눈이 커진 상태로 말했다.

“아무래도···.”

“무조건 막아! 본 함이 타격이라도 입는다면 이번 상륙작전은 실패한다. 각 함대에 전달해! 무조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막으란 말이야.”

“네, 연락하겠습니다.”

항모 허베이함과 산둥함을 호위하던 구축함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또한, 이봉창함(SSP-081)과 함석헌함(SSP-082)의 어뢰 발사관 주수음을 음탐 했는지 즉각 대잠 경계를 강화하며 추격에 들어갔다.

먼저 하이난급(Type 055) 방공 구축함 2척에서 14기의YU-10형 미사일 어뢰를 발사했다. 2019년 중국 해군은 한국의 홍상어와 유사한 어뢰 미사일로 사거리 20km에 달하는 함대잠 어뢰 미사일을 세계 4번째로 개발에 성공하여 실전 배치했다.

이후 우측 해역을 호위하던 4척의 쿤밍급(Tyep 052D) 구축함에서 1차 어뢰 요격에 실패하자 2차 요격을 위해 YU-7형 어뢰 발사 절차에 들어갔다.

슈우웅, 슈우웅, 슈우웅.

잠시 후 상공을 날아 해수면을 치고 잠수에 들어간 중국 YU-10형 어뢰는 버블을 일으키며 무서운 속도로 잠항 중인 백상어A 총공동 어뢰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너무나 빠른 속도에 자체 액티브소나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요격에 실패했다.

“1번, 2번, 3번, 4번, 5번 어뢰 격침 실패! 6번 어뢰 격침 성공! 7번 어뢰 실패.”

각 함정의 전투지휘실의 음탐관은 어뢰 요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각 함교에 전달했고 공격을 당하는 당사자인 허베이함의 아일랜드 함교에서도 장지커 총부사령원을 비롯해 모든 승조원의 신경은 전투통제실로부터 들려오는 음탐관 보고에 귀를 기우리고 있었다.

“14번 어뢰도 실패.”

총 14기의 어뢰 중 단 1기만이 격침에 성공했다. 이에 2차 YU-10형 어뢰 미사일이 상공으로 날아갔고 YU-7형 어뢰 또한 푸른 바닷속으로 빠져들며 3차 어뢰 방어막을 구축했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각 항모전단 호위함인 쿤밍급 구축함과 하이난급 구축함은 기만기까지 투척했다.

한편 해상에서는 숙종대왕함(DDG-1005)을 비롯한 제72기동전대 소속 호큘라 구축함 3척은 하페르 K-1 함포 사거리에 이르자 플라즈마 응집탄를 속사포 쏘듯이 연신 불을 뿜었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사거리 90km에 달하는 하페르 K-1 함포의 플라즈마 응집탄은 지금까지 운 좋게 살아남은 동해함대 소속 항저우함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근접방어체계인 30mm AK-630M 4문은 최선을 다해 날아오는 플라즈마 응집탄을 요격하려 했지만, 마하 8에 달하는 작은 응집탄을 요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연속으로 8발의 응집탄을 얻어맞은 푸저우함은 대함미사일을 맞은 것처럼 내부 유폭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함 곳곳에 화염이 치솟았고 승조원들의 절규 섞인 비명은 폭발음에 묻혔다.

하지만 중국 해군 구축함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항모전단의 호위를 맡고 있었던 하이난급 구축함 4척과 쿤밍급 구축함 4척에서 YJ-83(C-803) 초음속 대함 미사일의 하얀 항적이 끊이지 않고 날아갔다.

이처럼 해상에서는 제72기동전대 호큘라 구축함과 중국 항모전단 구축함의 해상전이 심해에서는 한국 해군 잠수함과 항모전단 구축함과의 치열한 교전은 계속되었다.

10여 분 후, 항모 허베이함의 우현에 커다란 구멍 4개가 뚫린 상태로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었고 갑판 위에는 이함 하지 못한 각종 함재기들이 서로 뒤엉켜 우현으로 미끄러지며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또한, 그 주위 해역에는 마스트만 살짝 보이는 쿤밍급 구축함 2척이 침몰 중이었다. 허베이함을 방어하기 위해 총공동 어뢰를 대신 얻어맞고 침몰한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이봉창함(SSP-081)의 백상어A 어뢰 공격에 쿤밍급 구축함 2척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항모 허베이함은 4기의 백상어A 초공동 어뢰를 맞고 말았다.

“장지커 총부사령원, 지금 즉시 퇴함 해야 합니다.”

허베이 항공모함 첸징 함장은 조금 전 벽에 부딪힌 얼굴을 감싸며 소리쳤다.

허베이 항공모함을 강타한 4기의 백상어A 초공동 어뢰의 폭발 위력이 컸던지 아일랜드 함교는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고작 어뢰 4기에 우리 항모가 격침당한단 말인가?”

허베이 항공모함은 여러 강판으로 격벽구성 설계를 통해 나름 어뢰 공격에 대한 내구성이 크게 향상된 항모였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일어선 장지커 총부사령원이 함교 밖을 내다보며 일갈했다.

“총부사령원, 어서 퇴함을!”

“아직은 버틸 수 있다.”

“위험합니다. 벌써 30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입니다. 복원력 상실입니다!”

“제길! 산둥 항모는 어떤지 확인해봐.”

첸징 함장의 의견에 듣는 척 만 척 막무가내 고집을 피우는 장지커 총부사령원의 명령에 통신관은 산둥 항공모함에 연락을 취했다.

“산둥 항모도 지금 어뢰 공격을 받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피해 상황은?”

“어뢰 공격 2기에 당했고 현재 복구반에서 복구 중이라고 합니다.”

“침몰은 아니라니 다행이군! 대잠 경계 최상으로 올리고 무조건 한국 잠수함을 잡아!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

“일단 퇴함은 하셔야 합니다.”

이때 전투통제실로부터 최악의 상황을 전하는 보고가 올라왔다.

“6기의 어뢰 추가 공격입니다. 거리 15000, 도달까지 58초입니다.”

“어뢰 1발만 맞아도 바로 침몰이다. 호위함에 무조건 막으라고 해!”

발악하듯 장지커 총부사령원이 소리쳤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다.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주위 호위함만 믿고 대잠 경계를 소홀히 했던 게 이번 참사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하아난급 구축함에서 YU-10형 어뢰 미사일을 발사했고 호위 중인 쿤밍급 구축함에서도 다시 한번 기만기를 바닷속으로 줄기차게 뿌려댔지만 600노트의 속도로 잠행해 오는 백상어A 초공동 어뢰는 기만기를 무시했고 요격을 위해 다가오는 YU-10형 어뢰 또한 빠른 속도에 빗나갔다.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잠항한 백상어A 초공동 어뢰는 그대로 항모 허베이함의 우현을 강타했다.

콰아앙! 콰앙! 콰앙! 콰앙!

연속적인 4번의 폭발음과 함께 70,000톤에 이르는 항모 허베이함이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대한 물보라는 바닷속 괴물이 아가리를 벌리고 집어삼키듯 항모 허베이함을 덮치자 바다 위 해상에는 더는 허베이함을 볼 수 없었다. 단지 여러 부유물만이 어지럽게 떠다니고 있었다.

★ ★ ★

2020년 12월 15일 06:55,

제주도 남단 152km 북위 31° 55' 동경 126° 01' 심해.

“목표물 항모 허베이함 침몰했습니다.”

음탐관이 조용히 보고했다.

“확실한가?”

“네, 확실합니다.”

“산둥함은?”

“현재 음탐으로는 침몰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저 쳐야 하나? 고민이군!”

“앗! 중국 잠수함 접근 중! 방위각 0-5-7, 거리 21,000입니다.”

“음, 무리할 필요는 없지! 우리 목표는 달성했다. 일단 이곳에서 조용히 빠져나간다. 방위각 2-7-8로 우현 전타! 잠항각 유지한 채 최대속도로.”

“방위각 2-7-8, 잠항각 유지 및 최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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