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144/605)

남해 대해전

2020년 12월 15일 06:00,

서울시 용산구 CC탱커(전략요격위성 제우스 1호 관제실).

30분 전부터 중국 전역 곳곳에서 발사된 DF-21D(둥펑-21D) 대함 탄도탄 미사일은 대기권을 돌파도 못 하고 화려한 불꽃 가루로 산화하며 사라지고 있었다. 바로 한국 KAMD(Korea Air Missile Defense)의 1단계 요격 임무를 맡은 KS-AD 제우스 1호에서 발사된 고출력 레이저 빔에 요격되고 있었다.

* 중국의 DF-21D(둥펑-21D)대함 탄도탄 미사일은 2011년에 미국을 통해 초도작전능력(IOC) 획득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 아닌 대함용 탄도탄 미사일로 나토명은 CSS-5 Mod 4라고 불렸다. DF-21D는 원래 중국이 90년대에 배치한 대지 타격용 중거리 탄도탄인 DF-21를 활용해 개발한 대함 탄도탄 미사일(ASBM)이다. DF-21D는 미 해군의 항모나 주변국 대형 함정에 있어서 실존하는 위협이며 사정거리는 2,000km, 2,700km로 중국의 서안에 배치 시 사거리로 한반도 전체를 덮을 수 있으며 탄두는 고폭탄 외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었다.

제3함대 함정을 향해 날아오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요격하던 중 대함 탄도탄 미사일 요격 명령에 제우스 1호는 고출력 레이저 빔을 쉴 새 없이 발사했고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중국 대함 탄도탄 미사일과 초음속 대함 미사일은 사방으로 파편을 날리며 공중분해가 되었다.

“현재 DF-21D(둥펑-21D) 대함 탄도탄 미사일 55기 중 45기 요격 성공.”

“출력은 어떤가?”

저번 중국의 탄도탄 공격 당시 출력문제로 중간에 요격 임무를 중단했던 기억에 신경 쓰였던 임수호 관제장은 틈날 때마다 출력상태를 확인했다.

“현재 출력 59%입니다.”

“남은 10기의 대함 탄도탄 미사일 요격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지상방어위성인 하데스에 요격 임무를 이양한다. 바로 제3함대를 공격하는 순항 미사일에 대한 요격을 위해 위성 위치 수정한다.”

출력문제로 저번과 같은 낭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임수호 관제장은 이후 요격을 위해 AKMD 제3단계 지상방어위성 KS-LD 하데스에 요격 임무 이양을 지시했다.

“네, 하데스 관제실에 전달하겠습니다.”

이후 10기의 중국 대함 탄도탄 미사일은 한반도 지상에 설치된 하데스 기지와 호큘라 함대의 S-SSM-500S 트라이아나 요격미사일에 모두 요격되었다.

* 트라이아나 (S-SSM-500S 탄도탄 요격 미사일) 사거리 12,000km 마하 40

★ ★ ★

2020년 12월 15일 06:20,

제주도 남동단 120km(중국 대함군).

한국 해군 모두 전력이 몰려와도 가뿐히 격파할 수 있다고 장담하던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방금 대함 탄도미사일 공격도 실패했다는 보고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어두운 바다 위 붉은 화염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아군 함정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총부사령원! 회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동해함대 사령원 왕리친 중장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회항?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왕리친 중장.”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기분이 나빴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역정을 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왕리친 중장 또한 굽히지 않고 의견을 이어갔다. 이에 장지커 총부사령원이 단칼에 말을 막았다.

“대함 탄도탄 미사일 공격이 실패했어도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한국 해군은 전멸이야. 우리가 회항하면 한국 해군에 전력 보강할 기회만 준단 말이야.”

같은 상장 계급이었지만 해군지휘부의 이인자답게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강경한 태도로 대했다.

왕리친 중장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남해함대 사령원을 쳐다봤다. 너도 좀 말 좀 해보라는 눈치를 줬다. 이에 남해함대 사령원인 쉰신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장지커 총부사령원.”

“쉰시 중장! 자네도 왕리친 중장과 같은 생각인가?”

“네! 그렇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상륙함대까지 위험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뭐가 위험한가? 지금 한국 해군도 함대 미사일을 모두 소진했단 말이야. 지금은 그냥 떠다니는 고깃배에 불과해! 전술부관 현재 한국 해군 상황 보고하도록.”

쉰시 중장까지 반대 의견을 내세우자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은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전술부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네! 총부사령원.”

잠시 후 정보를 확인한 야오밍 부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현재 한국 해군 제3함대 소속 방공 구축함 1척 침몰, 2척 반파, 호위함 3척 침몰, 2척 반파, 2척 완파입니다. 현재 전투 가능한 함정은 이지스함인 성종대왕함과, 유성룡함, 그리고 방공함인 양만춘함, 호위함인 경남함입니다.”

3시간에 이른 해상전에 제1함대 소속 14척 함정 중 10척이 침몰하거나 전투 불능상태의 손실을 보았다.

“제3함대 손실 현상은 방공구축함 2척 반파, 호위함 1척 침몰, 1척 반파, 1척 완파입니다.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방공함 광개토대왕함, 그리고 호위함 알천함만이 전투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제3함대 소속 함정도 일부 일본 해상자위대를 상대한 함정을 제외하고 총 8척 중 5척이 침몰 및 전투 불능상태였다.

“이외 제7기동전단 소속 구축함 3척은 여전히 전투 능력을 보유한 채 본 함으로 고속기동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본 함대로 접근 중이라고?”

“네, 현재 50노트에 이르는 속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 해군 놈들 최후의 발악인가?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싸우겠다는 거야?”

“왕리친 중장.”

“네, 총부사령원.”

“자네 함대는 이제 후방으로 물리게, 지금부터는 4함대 호위함으로 승부를 봐야겠어.”

선봉에서 한국 해군과 치열한 해상전을 치르고 괴멸되다시피 한 동해함대를 뒤로 물리라는 명령을 내린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4함대 사령원 순지하이를 불렀다.

“순지하이 중장.”

“네, 총부사령원.”

“지금부터 각 항모 호위함 중 각 4척씩 전진 배치한다.”

“그렇다면 항모 호위에 구멍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방금 말하지 않았나? 한국 해군은 지금 우릴 공격할 수단이 없다고 말이야.”

“아! 지시하겠습니다.”

중국은 2018년 2척의 항공모함을 자체 기술로 진수하는 시점에 맞춰 항모전단을 호위할 최신 이지스급 방공 구축함을 연이어 취역시켰다. 이중 쿤밍급(Type 052D)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하이난급(Type 055) 방공 구축함 6척을 취역시켜 각 2척씩 항공모함에 호위함으로 배치했다.

“하이난급 구축함 4척 및 쿤밍급 구축함 4척 전진 배치합니다.”

만재배수량 13,000톤으로 경순양함급인 하이난급 구축함 4척과 9,000톤 쿤밍급 구척함 4척이 항공모함의 곁을 떠나 앞으로 급속 항진에 들어갔다.

“되도록 항모 호위함은 안 쓰려고 했는데.”

거친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뻗어 나가는 8척의 구축함을 바라보며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속삭이듯 말했다.

★ ★ ★

2020년 12월 15일 06:30,

제주도 남단 159km 북위 31° 45' 동경 126° 12' 심해.

동중국해 심해에서 한국 선박 보호와 대잠 작전을 수행하던 제7기동잠수함전단 소속 이봉창함(SSP-081)은 중국 대함군을 향해 최대 심도로 잠행하여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고 있었다.

100여 척에 이르는 해상 위 구축함과 20여 척에 이르는 중국 잠수함의 대잠 경계를 뚫고 항공모함에 접근하는 이봉창함(SSP-081)은 혹시나 있을 탐지를 우려해 외부 통신까지 완전히 차단한 채 침묵 잠항 중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중국 항모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두 놈 중 한 놈은 꼭 이곳 바다에 수장시켜야 해!’

이봉창함(SSP-081)의 나원현 함장은 굳은 의지를 불태우며 수십 개의 대잠 감시망을 피해 백상어A 초공동 어뢰의 사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신중했다.

“음탐관! 주위에 적 잠수함은?”

“네, 함장님! 현재 가장 가까이 근접한 잠수함은 원급 잠수함 2척이 2시 방향 거리 35,000, 그리고 9시 방향 거리 41,000에 진급 전략 원자력 잠수함 1척이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음탐관이 대답했다.

“항모와의 거리는?”

“현재 항공모함 허베이함은 48,000, 산둥함은 55,000입니다.”

“좋아! 조타장! 우리의 목표는 허베이함이다. 방위각 3-0-5로 심도 및 속도 그대로 유지한다.”

“방위각 3-0-5로 심도 및 속도 그대로 유지합니다.”

아무리 최신예 호큘라 잠수함이라도 수십 척의 대잠 구축함과 20여 척의 잠수함이 우글거리는 해심으로 침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이에 이봉창함(SSP-081)의 승조원 60여 명은 온몸이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흘렸고 어둠 속에서 각종 기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만을 의지한 채 어두운 심해 잠행을 계속 이어갔다.

10여 분 후, 음탐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2척의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구축함 8척이 항공모함의 근접방어 수역을 벗어나 방위각 0-1-3으로 고속기동에 들어갔습니다.”

“정말인가?”

“네, 틀림없습니다.”

“좋아 액티브소나 발신해서 정확한 정보 확인한다.”

“네.”

잠시 후 호큘라 구축함의 액티브소나인 SUSL-01MP 소나에서 강력한 극초음광 탐지파가 발신되자 주위에 있던 수많은 함정과 잠수함을 탐지하고 반사된 음탐 정보가 음탐관과 모니터에 입력되었다. 지금까지는 패시브 소나만으로 잠정적 적 함정과 잠수함의 위치만 파악 중이었다.

피잉, 피잉, 피잉.

계속되는 극초음광 탐지파의 발신음에 반사된 수신음의 정보들은 호큘라 잠수함의 슈퍼 컴퓨터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전투지휘실 중앙에 설치된 전술 스크린에 각가지 표기 모양으로 표기되었다.

나헌현 함장은 전술 스크린에 표기된 여러 정보를 빠르게 확인했다.

“좋아! 절호의 기회다.”

전술 스크린에는 항모 호위 임무를 맡고 있던 8척의 이지스급 구축함 8척이 빠른 속도로 북진 중이었다. 이에 공격할 기회로 판단한 나헌현 함장은 침착하면서도 서두르는 듯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음탐관! 지금 거리에서 중국 함정이나 잠수함에 우리함의 주수음이 탐지되지 않겠지?

“네, 지금 거리에서는 안전합니다.”

“좋아! 어뢰무장관.”

“네, 함장님.”

“1번부터 8번까지 초공동 어뢰 주수 및 허베이함 음문 삽입.”

“1번부터 8번 초공동 어뢰 주수 후 허베이함의 음문 삽입합니다.”

“조타장! 현재 침로 그대로 유지하고 잠항각 상향 15도로 심도 100까지 최대 속도로.”

“침로 유지! 잠항각 상향 15도로 심도 100까지 최대 속도.”

쿠르르르르르.

이봉창함(SSP-081)의 플라즈마 엔진 출력이 상승하자 최대속도 60노트로 빠르고 날렵하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허베이함은 거리 30,000에서 공격 들어간다.”

“확인했습니다.”

“어뢰무장관! 9번부터 12번 발사관에는 요격 어뢰 준비.”

“흑상어 요격 어뢰 준비합니다.”

★ ★ ★

2020년 12월 15일 06:40,

제주도 서단 140km(제2호위대군 제6호위대).

공고급 이지스함인 쵸카이함(DDG-176)을 선두로 제1함대 소속 함정과 2시간 동안 해상전을 치렀던 해역에는 오직 오오나미함(DD-111) 한 척만이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채로 검은 연기만을 내뿜으며 해류에 떠밀려 가고 있었고 쵸카이함(DDG-176)과 하루사메함(DD-102), 그리고 다카나미함(DD-110)은 남해 깊은 바닷속에서 수장된 신세가 되어버렸다.

윤봉길함(SS-078)에서 발사한 초공동 어뢰에 격침당해 좌현으로 기울었던 쵸카이함은 승조원이 퇴함하는 사이 추가로 날아온 백상어 어뢰 3발을 차례대로 얻어맞고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연속적인 대폭발을 일으키며 그대로 침몰했다.

그리고 윤봉길함이 격침당하기 직전 저승길 동무로 선택한 나카나미함(DD-110)을 향해 발사한 백상어A 초공동 어뢰 1발과 백상어 중어뢰 2발은 그대로 다카나미함(DD-110)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리고는 침몰시켰다.

또한, 북동단 20km에 있었던 사세보지방함대 소속 호위함 4척도 참혹한 피해를 보았다. 가장 먼저 한국 해군 1함대에서 날아온 대함미사일에 호위함 하루유키함(DD-128)과 진스함(DE-230)이 침몰했고, 이후 아사유키함(DD-132)은 바닷속의 암살자 손원일급 이순신함(SS-068)의 중어뢰 3발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13호위대 기함인 이소유키함(DD-127)만이 침몰한 호위함 승조원을 긴급 구출하고는 바로 사세보 해군기지로 긴급 회항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마도 동단에서 지원하기 위해 고속 항해를 하던 제2호위대군 제2호위대 소속 구축함 4척은 전선의 불리함을 깨닫고는 함수를 사세보 해군기지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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