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3화 (143/605)

남해 대해전

2020년 12월 15일 05:28,

제주도 남서단 북위 33° 10' 동경 128° 8' 심해.

쵸카이함(DDG-176)에서 발사된 07-2식(VL-ASROC) 대잠 로켓 2기는 바닷속으로 입수한 후 잠항 모드로 전환하여 자체 장착된 고성능 패시브소나로 윤봉길함(SS-077)을 탐지하고는 이내 꼬리를 물었다.

“음탐관, 도달까지 몇 초 남았나?”

“133초 남았습니다.”

“조타장, 침로 변경한다! 방위각 1-8-5, 좌현 전타! 잠항각 하향 20으로 심도 100까지 전속 오버힛.”

“방위각 1-8-5, 좌현 전타! 잠항각 하향 20으로 심도 100까지 최대 전속.”

“닉시 기만기 1기 사출 준비한다.”

“닉시 기만기 1기 사출 준비합니다.”

윤봉길함(SS-077)은 급격히 좌현으로 선회하며 미끄러지듯 심해 속으로 내려갔다.

“닉시 기만기 사출.”

“닉시 기만기 사출 완료.”

투퉁!

윤봉길함(SS-077)의 함미에 있는 디스펜서에서 자주항주식 닉시 기만기가 사출과 동시에 자체 추진동력으로 잠수함 반대편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또한 윤봉길함(SS-077)과 같은 음문의 음파를 사방으로 방사하며 07-2식(VL-ASROC) 어뢰를 유인했다. 그리고 이십여 초가 흐른 후 유동일 함장이 음탐관에게 물었다.

“속았나?”

이 순간 전투통제실에 있던 모든 승조원의 시선은 음탐관에게 쏠렸다. 이에 음탐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접촉시간이 지난 거로 봐서는 실패한 듯합니다. 함장님.”

“다시 확인해봐.”

함장의 재차 명령에 음탐관은 집중하여 음탐을 확인했다. 하지만 재차 돌아온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미끼를 물지 않았습니다. 현재 적 어뢰 본 함에 도달까지 118초 남았습니다.”

“닉시 기만기 재장전 및 준비되면 바로 사출한다.”

“닉시 기만기 준비! 사출합니다.”

투웅.

다시 한번 디스펜서에서 닉스 기만기 1기가 사출되었고 강력한 음파를 방사하며 07-2식(VL-ASROC)를 유인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실패했다. 2018년 개량한 최신형 07-2식 대잠 로켓 어뢰는 자체 강력한 패시브소나가 탑재되어 웬만한 기만기에는 속지 않았다.

“도달까지 82초 남았습니다.”

“제길, 제대로 물렸군.”

“하드 킬로 전환한다. 침로 급 변침! 방위각 0-9-5로 좌현 전타! 잠항각 상향 60으로 극미속전진.”

“5번부터 8번 발사관에 주수! 8번은 백상어A로.”

“5번부터 8번 발사관까지 주수! 8번은 백상어A로 장전.”

윤봉길함(SS-077)은 급감속하며 함수를 부상함과 동시에 좌현으로 급선회했다.

끼이이잉.

급선회 영향으로 수압이 높아지자 소름 돋을 듯한 굉음이 함 내를 강타했고 윤봉길(SS-077)함은 크게 U턴을 그으며 본 함을 향해 수중 잠항 중인 07-2식(VL-ASROC) 어뢰 쪽으로 함수가 돌아가자 함장의 어뢰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5번, 6번 발사관 개방!

“5번, 6번 발사관 개방했습니다.”

“5번, 6번 어뢰 발사.”

“5번, 6번 어뢰 발사합니다.”

투앙! 투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기 압축의 힘으로 발사관에서 빠져나온 백상어(K-744) 어뢰 2기는 그대로 07-2식(VL-ASROC) 어뢰를 향해 날아갔다.

“충돌까지 20초.”

“7번 발사관 개방 후 대기.”

“7번 발사관 개방합니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충돌까지 10초, 9초··· 2초, 1초.”

콰아앙!

“1번 어뢰 격침 성공! 성공! 2번 어뢰! 충돌까지 5초, 4초, 3초, 2초, 1초, 실패! 격침 실패입니다.”

음탐관의 보고에 함장의 명령은 바로 이어졌다.

“7번 어뢰 발사.”

“7번 어뢰 발사합니다.”

투웅!

“적 어뢰 도달까지 얼마 남았나?”

“38초입니다.”

“거리는?”

“현재 거리 680.”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에도 어뢰 격침에 실패하면 윤봉길함(SS-077)의 운명은 끝났다고 봐도 해도 무방할 정도로 지금은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

“어뢰무장관?”

“네, 함장님.”

“1번, 2번, 3번, 4번 발사관 주수! 적 함정 다카나미함에 음문 확보되어있나?

“네, 탐지한 상태라 음문 확보되어있습니다.”

“좋아, 그럼 다카나미함에 1번부터 4번, 그리고 8번 초공동 어뢰에 음문 삽입한다.”

“가능합니다. 절차 들어갑니다.”

유동일 함장은 하드 킬로 적 대잠 어뢰 격침에 실패한다면 저승길 동무로 다카나미함(DD-110)을 택했다.

“충돌까지 10초 남았습니다.”

“1번부터 4번 발사관 수주 완료.”

“발사관 모두 개방.”

“발사관 모두 개방합니다.”

윤봉길함(SS-077) 승조원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음탐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충돌까지 5초, 4초, 3초, 2초, 1초, 실패! 격침 실패했습니다. 적 어뢰 도달까지 18초입니다.”

음탐관은 머리를 감싸며 절규했다. 마지막 기회도 실패했으나 유동길 함장은 침착하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무기관제장, 1번부터 4번 어뢰 모두 발사.”

“1번, 2번, 3번, 4번 어뢰 발사합니다.”

투앙, 투앙, 투앙, 투앙.

연속으로 발사관에서 어뢰가 튀어나왔다.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윤봉길함(SS-077)이 할 일은 다 했다. 이에 함장이 함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제군들, 두려운가? 나는 두렵지 않다. 너희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절대 두렵지 않다. 그리고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너희들과 함께해서 즐거웠다. 우리 대한민국 해군으로서 가는 길 두려워하지 말자.”

승조원들의 공포심을 조금은 없애고자 유동일 함장은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

“충돌까지 9초! 함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음탐관도 보고 중에도 울부짖으며 인사말을 건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생에 뵙겠습니다!”

“엄마!”

윤봉길함(SS077)의 승조원들은 서로 껴안고 응원의 말을 주고받으며 죽음의 공포를 잊고자 했다.

“미안하다, 제군들. 못난 함장을 만나서.”

“충돌 5초, 4초, 3초, 2초···.”

콰아아아아앙!

음탐관의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충격이 함을 덮쳤다. 전투통제실은 심하게 요동쳤고 그 충격에 안에 있던 모든 승조원은 사정없이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졌다. 함 내 전원도 나가버렸다.

잠시 후 붉은 비상들이 들어온 전투통제실의 모습은 처참했다. 승조원들 대부분은 폭발 충격 때문에 콘솔 위나 격벽에 부딪히고는 바닥에 너부러져 있었다. 몇몇 승조원은 신음을 내며 일어서려 했지만 함 내 모든 전원과 기관이 나간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으윽···.”

함장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는 그때 바닥을 통해 몸으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내외 수압의 차이에 외벽을 구성하던 고장력강들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크게 수축하였다가 그대로 폭발했다. 이렇게 윤봉길함(SS-077)의 승조원 27명은 함명인 윤봉길 의사처럼 일본 함정에 폭탄 어뢰를 선사하고 마지막 생을 제주도 남단 심해에서 마감했다.

★ ★ ★

2020년 12월 15일 05:3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대통령 임시 숙소).

삐리리링. 삐리리링.

늦게까지 전쟁 상황을 점검하고 막 잠이 들었던 서현우 대통령은 인터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서현우입니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합참의장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3분 전 중국에서 탄도탄이 55기가 발사되었습니다.”

“뭐요? 핵미사일입니까?”

“지금으로써는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요. 알았습니다. 바로 상황실로 갈 테니 거기서 더 상세한 보고 바랍니다.”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던 대통령이 다시 수화기를 귀에 대고 대답했다.

“기존 작전계획에 따라 현재 일본 대마도에 대한 포격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선조치 후보고하여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원래 계획에 잡혀 있던 거 아닙니까? 전쟁에 대한 모든 작전 권한은 강 의장에게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인터폰 수화기를 내려놓은 대통령은 침대 탁자에 올려져 있는 탁상시계를 봤다. 시계는 5시 4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중국 놈들이나, 일본 놈들이나 밤낮을 가리지 않는군.”

대통령은 바로 일어나 대충 옷을 입고 상황실로 뛰어갔다.

★ ★ ★

2020년 12월 15일 05:4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대통령이 상황실에 도착했다. 미리 영상통화가 연결되어 있었는지 강이식 합참의장이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대통령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요. 현재 상황을 간단히 말해주세요.”

“네, 대통령님! 현재 중국은 55기의 탄도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DF-21D 탄도탄으로 일명 항모 킬러 대함 탄도탄 미사일입니다.”

“핵미사일은 아니라는 겁니까?”

“그건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목적지는 어딥니까?”

“현재 착탄지는 제주도 남단 40km 즉, 제3함대와 제1함대 소속 함정으로 파악됩니다.”

“아니 무슨 항공모함도 아닌 일반 함정에 탄도탄을 날린단 말입니까?”

“중국 대함군이 우리 해군에게 밀리자 전세를 역전시키고자 한 듯합니다.”

“요격절차는 들어갔습니까?”

“네, 현재 KAMD 1단계로 제우스 1호에서 요격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겠습니까?”

“55기 수량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대화 중에 대통령은 밀려오는 피로감에 뒷목을 잡고 몇 번 주무른 후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여기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님.”

“네, 말씀하세요.”

“탄도탄 공격 원점에 대한 미사일 공격 승인을 요청합니다.”

“승인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특이사항이 있으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래요. 수고하세요.”

서현우 대통령은 영상통화를 끝내고 보좌관을 통해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메인 스크린을 바라봤다. 빨간 선으로 중국 본토 곳곳에서 포물선으로 갈라지는 수십 개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바로 DF-21D 탄도탄 미사일 궤적이었다. 하지만 그 빨간 선들은 대기권 밖 중간단계에 이르기 전에 하나씩 스크린 화면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 ★ ★

2020년 12월 15일 05:40,

경남 거제도 구조라해수욕장 해변.

3시간 전, 이곳에 도착해 방열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던 제9해병여단 소속 알파 포대는 해병대사령부로부터 긴급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K-9A1 라이트닝 자주포 6문은 쉬지 않고 남쪽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분당 10발의 사격 속도를 유지하며 DP-ICPDM(이중목적 개량 플라즈마 확산탄)을 발사했다.

퍼엉! 퍼엉! 퍼엉!

기다란 포신에서 천지가 진동할 포격음과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일제히 날아가는 DP-ICPDM탄은 80km나 떨어진 대마도 일대를 쑥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가장 먼저 육상자위군에서 운용 중인 고정식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 기지에 대한 TOT 사격을 시작으로 해상 및 항공자위군의 헬리콥터 기지, 그리고 레인저 부대 막사에 대한 포격으로 이어졌다.

10분간 내부 탑재된 모든 DP-ICPDM탄을 소진한 알파 포대는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이용해 급속 탄 보급에 들어갔고 이런 절차를 3번이나 반복하며 대마도 일대에 1,000여 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량의 포탄을 단시간에 선사했다.

그리고 작전 안 입안 시 합동참모본부의 일부 참모진에서는 강습부대를 투입하여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점령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중국 대함군의 상륙작전에 대비해 제주도에 주둔 중인 해병대 전력을 뺄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 ★ ★

2020년 12월 15일 05:50,

일본 도쿄 총리 관저.

“그게 사실이오?”

“네, 30분 전부터 쓰시마에 대한 포격이 시작되었고 쓰시마 군사시설 대부분이 포격으로 인해 파괴당했습니다.”

“민간인 피해는요?”

“아직은 민간인에 대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단지 쓰시마에 주둔 중이 3군 자위군의 인명 피해가 심각합니다.”

방위성 대신인 시바사키의 보고가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알았습니다. 당장 비상안전회의 소집하세요. 나도 바로 상황실로 가겠소이다.”

“네, 총리님.”

수화기를 내려놓은 아베 총리의 표정은 그야말로 아귀처럼 일그러져있었다.

“감히 조센징 놈들이 우리 일본 영토를 공격하다니!”

대일본제국의 향수를 간직하고 신봉자인 아베 신지로서 자국의 영토가 미개한 조선인들에게 공격당했다는 사실은 분노를 넘어 충격이었다. 국지전과 같은 해상전은 그렇다 쳐도 직접 일본 영토를 공격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만두지 않겠다.”

쭉 늘어진 볼살을 실룩거린 아베 총리는 양 주먹을 꽉 쥐며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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