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화 (142/605)

남해 대해전

2020년 12월 15일 05:12,

제주도 남서단 북위 33° 10' 동경 128° 8' 심해.

제93잠수함전대 소속 214급 잠수함 윤봉길함(SS-077)은 1시간 전, 제1함대 사령관의 전문을 받고 최대 심도에서 제2호위대군의 제6호위대 방향으로 은밀히 무음 잠항 중이었다.

“액티브소나 발신! 적 함대 위치 확인한다.”

윤봉길함(SS-077) 함장인 유동일 중령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음탐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M-SUSL 소나 발신합니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윤봉길함(SS-077) 전투통제실 전체에 탐신 음파 발신음만이 가득 찼다. 그리고 잠시 후 음탐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현재 쵸카이함과 거리는 17,000, 하루사메함 18,500, 다카나미함과 오오나미함은 18,900입니다.”

“일본 잠수함은 음탐 되지 않는가?”

“반경 30km 이내에는 음탐 되지 않고 있습니다.”

좋아! 우리 목표는 이지스함인 쵸카이함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놈은 무조건 잡는다! 아군 잠수함 위치는?”

“계획대로라면 11시 방향 27000 정도 위치로 예상합니다. 오차범위 3km입니다.”

윤봉길함(SS-077)은 무음 잠항으로 외부와 모든 통신을 차단한 상황이라 아군 잠수함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좋아! 조타장! 침로 변경 방위각 1-2-5, 잠항각 상향 10으로 심도 70까지 상승! 속도는 3노트로 15,000 이내까지 접근한다.”

“방위각 1-2-5, 잠항각 상향 10으로 심도 70! 속도 3노트.”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조타장의 말을 뒤로하고 함장은 명령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곧 치러질 교전의 긴장감에 유동일 함장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무장관제장! 1번, 2번, 3번 백상어(K-744) 어뢰에 쵸카이함 음문 삽입 후 대기.”

“1번부터 3번 어뢰에 쵸카이함 음문 삽입합니다.”

어뢰 공격의 성공 여부는 거리였다. 이에 윤봉길함(SS-077)은 일본 함정에 발각될 위험을 감수하고 천천히 어두운 심해를 헤치며 앞으로 잠항해 나갔다.

★ ★ ★

2020년 12월 15일 05:15,

제주도 남서단 40km 해상(제1함대).

제2호위대군을 상대하는 1함대 소속 구축함과 호위함 5척은 밀려오는 일본 90식(SSM-1B) 대함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척당 25발에 달하는 미사일 수량은 요격된 미사일보다 해수면을 스치며 날아오는 대함 미사일 수량이 더 많았다.

사실 호위함이 섞인 5척의 함정으로는 125기의 대함 미사일을 막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요격에 들어갔다.

“총 125기 현재 35기 요격 성공! 착탄까지 58초! 3차 요격 들어갑니다.”

요격 임무를 전체 지휘하는 태조대왕함(DDG-995)의 전투지휘실은 구축함과 호위함에 요격 목표 재설정 및 사격 제원을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제공했다.

“아! 제우스 1호에서 요격 지원합니다.”

하늘에서는 레이저 빛줄기가 소나기 쏟아지듯 떨어지고 있었다.

콰앙! 콰앙!

제3함대 성종대왕함(DDG-997)에 승선 중인 이기형 중장의 강력한 지원 요청에 베이징 진공 부대를 지원하고 있던 제우스 1호가 급히 제주도 상공으로 방향을 틀어 일본 90식 대함 미사일을 요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요격에도 살아남은 대함 미사일은 맹렬한 속도로 날아왔다.

“본 함으로 6기! 선두 미사일 착탄까지 25초!, 김준함에 6기! 착탄까지 27초, 흑벌무함에 5기! 착탄까지 28초, 김음순함에 4기! 착탄까지 30초, 김종서함에 6기! 착탄까지 32초입니다.”

요격담당 오퍼레이터는 본 함은 물론 교전에 들어간 다른 함정의 요격 상황까지 상세히 보고해 나갔다.

“선두 미사일 착탄까지 20초! 근접방어체계로 전환합니다.”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제1함대 소속 함정의 전투지휘실은 저마다 들썩거렸고 이제 사거리 15km에 달하는 단거리 미사일인 21연장 RAM-116 Block 2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착탄까지 16초! 램 미사일 가동합니다.”

21연장 램 발사대가 탐지된 대함 미사일을 지향하고 연속으로 날아갔다.

슈우웅~ 슈우웅~ 슈우웅~ 슈우웅~

다른 함과 다른 게 21연장 램 미사일 발사대가 2문이었던 태조대왕함(DDG-995)은 본 함은 물론 주위 호위함을 향해 날아오는 대함 미사일까지 목표물로 설정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짧은 시간 21연장 램 발사대 2문에서 20여 기의 단거리 미사일이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갔다.

콰앙! 콰앙! 콰앙!

이제는 함교에서도 단거리 미사일에 요격되는 일본 대함 미사일의 폭발 섬광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거리는 가까워졌다.

“본 함으로 향한 미사일 6기 중 4기 요격 성공! 2기 남았습니다. 착탄까지 9초! 2차 요격 시간 없습니다. CIWS 펠링스 작동합니다.”

울먹이는 오퍼레이터의 외침! 이제 남은 건 20mm 펠링스(Phalanx)뿐이었다.

휘이잉! 지직!

자체 레이더로 탐지한 펠링스(Phalanx)가 자동으로 대함 미사일을 지향하고 20mm 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드드르륵~

일정한 간격으로 예광탄이 섞여 있던 20mm 기관포탄은 빨랫줄 마냥 대함 미사일을 노렸다.

파파파팍!

가장 앞서 날아오던 90식 대함 미사일이 20mm 펠링스 탄에 맞고는 폭발했다.

콰앙!

“1기 요격 성공! 남은 건 1기! 착탄까지 4초! 충격에 대비! 충격 대비.”

오퍼레이터의 외침에 제1함대 사령관은 물론 모든 승조원은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슈우우웅 콰아앙!

“뭐야?”

몸을 숙이고 충격에 대비하고 있던 김유환 함장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폈다. 태조대왕함(DDG-995)은 멀쩡했다.

“제우스 1호에서 본 함으로 향한 마지막 대함 미사일을 요격한 거 같습니다.”

오퍼레이터는 레이더를 확인하고는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쳤다.

“다른 함은 어떻게 되었나?”

제1함대 사령관 길운석 소장은 살았다는 안도감을 뒤로 한 채 다른 함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확인하겠습니다.”

★ ★ ★

2020년 12월 15일 05:20,

제주도 서단 140km 해상(제2호위대군 제6호위대).

“호위함 김음순함 2발 직격, 흑벌무함 1발 피격, 김종서함 1기 피격, 태조대왕함 피격 실패! 마지막 대함 미사일 요격당했습니다.”

“칙쇼! 대함 미사일을 모두 다 쏟아부었는데도 월척을 놓쳤군.”

쵸카이함(DDG-176)의 전투지휘실로부터 들려오는 보고에 잔뜩 인상을 쓰며 욕설을 내뱉은 세키구치 유키 함장은 함 내 통신망 마이크를 들었다.

“전투지휘실! 대함 미사일 재차 장전은 얼마쯤 걸리나?”

“적어도 10여 분은 소요됩니다.”

“최대한 서두르라고 해.”

“알겠습니다.”

“통신관.”

“네, 함장님.”

“2호위대에 지금 가용한 모든 대함 미사일로 재차 공격하라고 전해! 지금 숨통을 완전히 끊어놔야 한다.”

“네, 공격 요청하겠···.”

통신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전투지휘실로부터 다급한 보고가 올라왔다.

“어뢰 탐지! 어뢰 탐지! 거리 8,100으로 총 3발입니다.”

“대체 음탐관은 뭘 한 거야? 그 거리에서 어뢰가 날아올 동안 말이야?”

어이가 없던지 눈을 크게 부릅뜬 함장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교전 간 소음으로 인해 탐지가 늦었습니다.”

“그따위 변명은 필요 없다. 적 잠수함은 찾았나?”

“현재 탐지 중입니다.”

“빠가야로.”

양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음탐관이 뭔가를 찾았는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찾았습니다. 방위각 2-8-9, 거리 11,230입니다. 함장님! 추가 주수음이 들립니다.”

“뭐?”

“발사관 개방! 확인! 어뢰 1기 추가되었습니다. 총 어뢰는 수는 4기입니다.”

“지금 거리에서 어뢰 공격은 충분히 막을 시간이 있다. 일단 잠수함에 신경 쓴다. 절대 놓치지 마라! 적 잠수함 정체부터 확인해.”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음탐관은 들려오는 음문을 음문 데이터에 집어넣어 비교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음탐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214급 잠수함으로 보입니다. 음문 분석! 윤봉길함으로 확인됩니다.”

“214급? 건방진 놈. 위치 제대로 잡고 있지?”

“네, 현재심도 90에 방위각 2-7-5쪽으로 급속 잠항에 들어갔습니다.”

“좋아 적 어뢰 도달시간은?”

“선두 어뢰 기준 355초입니다.”

“좋아 시간은 충분하다. 대잠 미사일 2기 발사 준비.”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공고급 쵸카이함(DDG-176)의 수직발사대에서 2발의 07-2식 대잠 미사일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2011년에 개발에 성공하여 2018년까지 거듭 성능 개량을 걸친 07-2식(VL-ASROC) 대잠 로겟 어뢰는 한국 해군의 홍상어 어뢰보다 사거리와 정확성에서 더 높다는 평가가 있었다.

“적 어뢰! 거리 5,000에서 어뢰음향대항체계(TACM) 가동한다. 기만기 준비해.”

★ ★ ★

2020년 12월 15일 05:28,

제주도 남서단 북위 33°10' 동경 128° 8' 심해.

총 4기의 백상어(K-744) 어뢰를 발사한 윤봉길함(SS-077)은 심도 90까지 잠항해 최고속도까지 끌어올려 쵸코이함(DDG-176)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려 했다.

“쵸카이함에 탐지된 듯합니다. 함장님.”

“어쩔 수 없지! 최대속도로 벗어나는 수밖에. 어뢰 상황은 어떤가?”

“현재 1번부터 3번까지는 도달시간 320초입니다. 4번은 25초입니다.”

“이 자식들 제발 미끼를 물어라.”

★ ★ ★

2020년 12월 15일 05:28,

제주도 서단 140km 해상(제2호위대군 제6호위대).

“4번 어뢰 속도가!”

음탐관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뭔가?”

“4번 어뢰 초공동 어뢰로 보입니다. 속도가 현재 450노트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도달시각 32초.”

“뭔 개소리야?”

쵸카이함(DDG-176)의 전투지휘실 책임자인 전술통제관이 깜짝 놀라며 음탐관의 모니터를 확인하고는 선조치 후보고로 기만기 사출 명령을 내렸다.

“기만기 사출.”

고함치듯 내린 명령에 우현에 있는 기만기 사출관에서 1기의 기만기가 사출했다.

뚜웅!

“함장님! 4번 어뢰가 초공동입니다. 도달까지 18초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키구치 유키 함장은 본능적으로 조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조타장! 방위각 2-1-0으로 좌현으로 최대 전타!

“방위각 2-1-0으로 좌현으로 최대 전타.”

순간 승조원들의 몸이 오른쪽으로 쏠릴 정도로 쵸카이함(DDG-176)의 함수는 좌현으로 급격히 기울며 선회했다. 거대한 파도가 함수를 치고 갑판까지 치고 올라왔다.

“아, 기만기에 속지 않았습니다. 어뢰 그대로 본 함으로 도달까지 10초, 9초··· 2초.”

“칙쇼.”

키구치 유키 함장이 욕설을 내뱉은 순간 우현으로부터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쵸카이함(DDG-176) 전체에 충격이 전해졌다. 함교 내 승조원들은 저마다 중심을 잃고 나뒹굴었다. 그리고 함교 창문 또한 충격에 박살이 났고 유리 파편들이 안으로 쏟아졌다.

유리 파편을 뒤집어쓴 함교 승조원들은 저마다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키구치 유키 함장 또한 함교 뒤편 벽에 부딪히고는 정신을 잃었다.

끼이이이이잉~

기분 나쁜 소리가 함 내 전체에 퍼졌다. 가공할 폭발 위력에 여러 격벽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쉴 틈 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잠시 후 함교 내 정신을 차린 사람은 조타장 오노 신지 1등해위였다.

“함장님 괜찮으십니까?”

좌현으로 급격하게 기울어가는 함교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 쓰러져 있는 함장을 살폈다. 다행히 외상은 없고 단지 벽에 부딪혀 정신을 잃은 거뿐이었다.

“으윽!”

“정신이 드십니까? 함장님.”

“함은 어떤가?”

정신을 차린 함장은 함의 안전부터 물었다.

“아무래도 퇴함해야 할 듯합니다. 현재 좌현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습니다.”

“제길! 조타장!”

“네, 함장님.”

“퇴함 명령을 내리게.”

“알겠습니다.”

조타장은 이내 함 내 통신 마이크를 들고 소리쳤다.

“전원 퇴함 한다. 전원 퇴함 한다.”

★ ★ ★

2020년 12월 15일 05:28,

제주도 남서단 북위 33° 10' 동경 128° 8' 심해.

윤봉길함(SS-077)의 음탐관이 쾌재를 부르며 보고했다.

“함장님! 4번 어뢰 정확히 명중입니다.”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하하하, 제대로 속였군.”

처음 윤봉길함(SS-077)은 일반 백상어(K-744) 중어뢰 3발을 발사하여 어뢰의 정체를 밝힌 후 시차를 두고 4번째 어뢰로 초공동 어뢰인 백상어A(K-755)를 발사했다. 이것은 쵸카이함((DDG-176)의 음탐관이 4번째 어뢰 또한 앞서 발사한 3개의 어뢰와 같은 종류의 어뢰로 판단을 흐리게 하기 위한 요행이었다. 몇 초만 속이더라도 초공동 어뢰의 속도에 대응이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현재 1번, 2번, 3번 어뢰 또한 정상적으로 잠항 중입니다.”

“좋아! 확실히 끝장내야지.”

“적함에 도달까지 251초 남···.”

음탐관은 보고하다 말고 헤드셋을 감싸며 들려오는 소음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뢰입니다! 상향 72, 거리 1,200입니다. 이런, 한 발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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