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대해전
2020년 12월 15일 04:45,
제주도 남동단 45km 해상(성종대왕함).
“1번 표적 요격 성공! 2번 표적도 요격 성공! 3번부터 6번 표적! 현재 45km 앞으로 165초 후 본 함에 착탄.”
요격 전탐관의 보고 소리가 전투지휘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근접방어체계로 전환됩니다.”
전투지휘실로부터 데이터 링크된 전술 스크린에는 본 함을 향해 중국 아음속 대함 미사일인 YJ-82(C-802) 4기가 뚜렷하게 표기된 상태로 날아오고 있었다.
잠시 후 전술 스크린에는 중국 대함 미사일임을 표기한 4개의 표기 중 1기의 표기가 사라졌다.
“아! KD-4 영조대왕함에서 1기 요격 성공! 1기 요격 성공.”
남동단 22km에 떨어진 제7기동전단 소속 영조대왕함(DDG-1006)에서 여유가 있었던지 본 함으로 향하던 대함 미사일 1기를 요격해줬다. 이에 전투지휘실과 함교에서는 일순간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아직 3기의 대함 미사일이 날아오는 상황이었기에 이내 함성은 잦아들었다.
“착탄까지 83초.”
이 순간 함장 윤경진 대령은 적어도 단거리 미사일이라도 호큘라 구축함에 장착된 32연장 Shield-M으로 업그레이드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1년도에 점차 세종대왕급 구축함부터 신형 대공 미사일과 단거리 미사일로 업그레이드하는 계획이 잡혀 있었다.
“앞으로 착탄까지 40초! 3초 후 램 사거리 확보.”
해수면을 스치며 씨 스키밍 모드로 날아오는 3기의 대함 미사일 변함없이 마하 0.8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1차 RIM-116 램 단거리 미사일 3기 발사합니다.”
성종대왕함(DDG-997)의 함교 바로 아래에 설치된 RIM-116 램(블록2) 21연장 발사관에서 발사음과 함께 3기의 미사일이 날아갔다.
슈아앙, 슈아앙, 슈아앙.
일정 고도까지 다다른 YJ-82(C-802) 대함 미사일 3기는 이내 설정된 목표물을 향해 내리꽂기 시작했고 반대로 해상에서는 3기의 단거리 미사일이 요격하기 위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4번 표적 요격 성공! 5번 표적 요격 실패! 6번 표적 아 요격 실패.”
연달아 요격 실패 보고에 전투지휘실과 함교는 일순간 얼어붙었다.
“착탄까지 23초! 2차 램 요격 및 펠링스 작동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은 요격 전탐관은 계속 보고를 이어갔다.
슈아앙, 슈아앙.
다시 한번 RIM-116 램(블록2) 단거리 미사일 2기가 하얀 항적을 보이며 날아갔다.
“5번 표적 요격 성공! 앗! 6번 표적 요격 실패.”
램 미사일의 요격에서 살아남은 6번 표적으로 할당된 YJ-82(C-802) 대함 미사일은 해수면을 박차고 순간 고도를 높여 하늘로 치솟았다.
“6번 표적 팝업 기동합니다.”
성종대왕함(DDG-997)의 바로 위 5km 상공에서 한차례 폭발이 일어났고 그 뒤로 1기의 미사일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미사일 파편을 뒤로 한 채 무섭게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이에 마지막 근접방어체계인 CIWS 20mm 펠링스(Phalanx)의 총열이 자동으로 요격할 미사일을 지향하고는 연신 불꽃을 터뜨리며 어두운 하늘을 향해 빛줄기를 뿌렸다. 마치 검은 도화지에 하얀 선을 긋듯 말이다.
“착탄까지 12초, 11초, 10초.”
전탐관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는지 울부짖듯 소리쳤다.
쾅!
“요격 성공! 요격 성공! CIWS가 요격 성공했습니다.”
전탐관이 만세 하듯 양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치자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승조원들도 탄성과 함께 양손을 들어 올렸다.
“휴우, 십 년 감수했네.”
그 누구보다 긴장한 상태로 지금 상황을 지켜본 건 성종대왕함(DDG-997)의 함장인 윤경진 대령이었다. 대공 미사일 몇 발 아끼고자 본 함은 물론 자칫 승조원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질 뻔한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한숨을 내쉰 윤경진 대령은 옆에서 서 있는 두 제독을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명령 때문에 자칫···.”
“이 친구 긴장을 많이 했군? 괜찮네, 괜찮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나? 지금 상황에서는 위험하긴 했지만 내가 볼 때 적절한 명령이었다고 생각하네. 하하하.”
해군 작전사령관인 이기형 제독이 괜찮다는 듯 함장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에 제1함대 사령관인 박수일 제독도 거들었다.
“그렇게 말입니다. 이 친구 강단 좀 센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허당인 듯합니다. 제독님! 하하하.”
★ ★ ★
2020년 12월 15일 04:50,
제주도 남서단 40km 해역(제1함대).
드디어 일본 해상자위군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대함 미사일을 이용한 선제공격이 시작했다. 가장 앞서 있던 제2호위대군의 제6호위대 소속 구축함 4척에서 일제히 함대함 미사일과 함께 2016년부터 최신예 호위함을 건조를 시작하여 예전에 퇴역한 함번과 이름을 다시 받은 4척의 사세보지방함대 소속 제13호위대 호위함 4척에서도 함대함 미사일을 날렸다.
“일본 제6호위대에서 함대함 미사일 발사되었습니다. 총 32기! 앗 후방에 있는 제13호위대 호위함에서도 32기의 대함 미사일을 발사되었습니다. 총 64기입니다.”
태조대왕함(DDG-995) 전투지휘실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저 쪽발이 새끼들은.”
1함대 사령관 길운석 제독은 짧게 일갈하며 함대 통신망이 연결된 마이크를 들었다.
“모든 함정은 본 함에서 요격 목표물 할당한다.”
명령을 내린 후 바로 태조대왕함(DDG-995) 함장 김유환 대령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에 김유환 대령은 전투지휘실에 추가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전투지휘실에서 요격에 따른 통합 대응에 들어간다. 각 함대에 요격 목표물 할당 및 보복 대함 미사일 각 5기씩 사격 제원 제공한다.”
“네, 알겠습니다.”
전투지휘실 전술통제관의 대답이 곧바로 이어졌고 태조대왕함(DDG-995)의 이지스 시스템은 자동으로 요격 목표물에 대한 할당과 공격 대상에 대한 사격 제원을 동시에 각 함정에 전달했다.
한편 포세이돈 3호 관제실에서는 일본 해상자위군의 공격과 동시에 초공동 어뢰인 S-SSSFM-500 트라이던트 2기가 사거리 안으로 접근한 2척의 제6호위대 소속 구축함을 향해 발사했다.
수중에서 660노트에 달하는 속도를 자랑하는 S-SSSFM-500 트라이던트 초공동 어뢰는 자체 장착된 초소형 SUSL-MP 음향탐지기만으로 기존에 설정된 목표물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잠항해 갔다.
★ ★ ★
2020년 12월 15일 05:00,
제주도 북동단 45km 해상(제주도 상공).
먹구름이 짙게 깔린 제주도 남단 상공에서는 제주도를 오가는 제25전투비행단 소속 주작 전투기와 2척의 항모전단에서 번갈아 가며 이 착함하며 대응하는 J-15 함재기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1차 공중전 이후 한국 주작 전투기의 강력한 스텔스 기능에 중국 본토에서는 3기의 공중조기경보기인 KJ-2000, 3기가 출격했다. 강력한 레이더 전파로 한국 주작 전투기를 탐지하고 이러한 정보를 J-15 함재기에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한국 해군 제3함대와 해상전을 치르면서도 한국 전투기가 탐지만 되면 대공 미사일을 아끼지 않고 연신 날렸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공권 싸움에 치중하는 KF-21P 주작 전투기를 대신해 한국 공군은 일본 항공자위군을 견제하기 위해 전력을 보존하고 있던 김해기지 제23전투비행단 소속 KF/A-25P 흑주작 전폭기 12기는 S-ASM-100 비단뱀 공대함 미사일 4기를 달고 고도 30km 초고도 비행 모드로 중국의 대함군 방향으로 날아갔다.
제주도 상공까지 날아온 제23전투비행단 소속 KF/A-25P 흑주작 전폭기 12기는 숙종대왕함(DDG-1005)으로부터 하달된 발사 명령에 따라 각자 무장하고 있던 함대함 미사일 4기를 내부 무장실의 페어링을 열고 연속으로 떨어뜨리며 발사했다.
투캉! 슈우웅~ 투캉! 슈우웅~ 투캉!
사거리 250km에 달하는 총 46기의 S-ASM-100 비단뱀 공대함 미사일은 푸른 불꽃을 터뜨리고는 표적으로 설정된 중국 구축함을 향해 이내 사라졌고 할 일을 다 한 KF/A-25P 흑주작 전폭기 12기는 본 기지 방향으로 기수를 돌려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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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5일 05:10,
제주도 남동단 125km 해상(중국 대함군).
규모 면에서 상대도 되지 않은 한국 해군 3함대와 일부 1함대와의 해상전에서 예상외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함대군의 총지휘관인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함교의 창문 넘어 검붉은 연기가 솟구치는 쿤밍급 창사함을 보며 양미간이 튀어날 올 정도로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더욱 화나는 건 상륙전에 있어서 내륙 공습을 책임질 J-15 함재기 반 이상이 한국 전투기와의 교전에서 격추되었다는 것이었다.
“함장! 더 이상의 함재기 손실은 상륙전에 치명상이야. 함재기 교전은 중지한다. 교전에서 물러나 착함하라고 전하게.”
“네, 지시하겠습니다.”
장지커 총부사령원은 함재기 손실을 이유로 말을 했으나 사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함재기 조종사의 손실이었다. 함재기 조종사 1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금전적 문제도 있었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특히 함재기 조종사는 숙련된 공군 조종사라 하더라도 적어도 3년 이상 이 착함 훈련을 걸쳐야 진정한 함재기 조종사가 되는데 이번 교전으로 벌써 50여 명의 조종사가 상공에서 산화하거나 바다에 추락해 아까운 인재들을 읽고 말았다.
이번 상륙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항공모함의 전력을 유지하려면 더 이상의 함재기 조종사 희생은 있어서는 안 되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참 과열이 돼가는 한국 해군과의 해상전에서 함재기 전력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공중전을 중단하고 후방으로 선회한 20여 기의 J-15 함재기가 허베이 항공모함으로 차례대로 착함에 들어갔다.
“통신관.”
“네, 총부사령원.”
“군사중앙위원회에 전문을 보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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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5일 05:10,
제주도 서단 145km 해상(제2호위대군 제6호위대).
10분 전 1차례 제1함대와 대함 미사일을 주고받은 제6호위대의 구축함 하루사메함(DD-102)과 오오나미함(DD-111)은 엄청난 속도로 잠항해 온 초공동 어뢰 공격을 받았다. 어뢰 공격 사실을 알고 바로 어뢰음향대항체계(TACM: Torpedo Acoustic Counter Measure)’를 가동했지만, 운이 나쁘게도 하루사메함(DD-102)은 우현 정 중앙에 어뢰에 직격당해 두 동강이 나면서 급격히 침몰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행히 오오나미함(DD-111)은 운이 좋게도 충돌 10초를 남기고 가까스로 급 변침을 통해 어뢰는 빗나가며 살아남았다.
하지만 어뢰 공격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대공 방어에 소홀한 오오나미함(DD-111)은 3기의 대함 미사일에 피격당하고 말했다. 선내에서 연속적인 유폭과 함께 사방에서 화염이 치솟으며 순식간에 함 전체에 번졌다. 방금 본 함으로 향하던 7기의 대함 미사일 중 4기를 요격하고 3기를 얻어맞은 결과였다. 그리고 사세보 지방대 소속 제13호위대 하루유키함(DD-128)과 진쓰함(DE-230)도 대함 미사일 사례를 받고는 그대로 바닷속으로 침몰해 버렸다.
교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한국 제1함대 7척은 날아오는 대함 미사일을 모두 요격하고 바로 20발의 아음속 함대함 미사일을 공격했고 2차 공격에서는 초음속 함대함 40발을 섞어 80발에 해당하는 다량의 대함 미사일을 날리자 일시적으로 대공 방어망이 뚫리면서 3척의 함정이 당했다.
이런 장면을 제8호위대 기함인 기리시마함(DDG-174) 함교에서 지켜보던 세키구치 유키 함장은 들고 있던 지휘봉을 집어 던지고는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
“적 함대 피해는?”
“네, 방금 공격으로 한국 해군의 호위함 1척이 피격당해 침몰 중입니다.”
“고작 1척이야? 2호위대는 어디쯤인가?”
“네, 현재 쓰시마에서 남동단 15km, 본 함과 101km입니다.”
“그렇다면 적 구축함에 대한 대함 미사일 사거리 이내인가?”
“적 함대에서 2호위대까지 197km입니다.”
“197km라. 간당간당하는군, 어쨌든 2호위대에 연락해! 이번 공격은 2호위대와 함께 대함 미사일 모두 쏟아붓는다. 적 구축함에 각 10발, 호위함에 5발씩 할당! 사격 제원 전달되는 대로 바로 발사한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제2호위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제2호위대군 소속의 모든 구축함과 사세보지방대 소속 제13호위대 호위함 2척에서는 수십 발의 90식(SSM-1B) 대함 미사일을 한국 함정을 향해 발사했다. 총 대함 미사일 수량은 무려 125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