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대해전
2020년 12월 15일 03:55,
제주도 남동단 45km 상공.
애프터 버너를 끈 KF-21P 주작 전투기 24기는 편대 진형을 갖추고 야간 비행 모드로 먹구름을 스치고 비교적 높은 고도를 유지하며 남쪽으로 날아왔다. 교전 직전에 돌입하는 조종사들은 저마다 몰려오는 긴장감을 애써 외면하며 레이더 모니터를 주시하는 그때 J-15 함재기로 보이는 표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루키 원! 대대장이다. 각 편대장 판단에 따라 인게이스 오펜스 고우! 고우!
- 루키 투! 카피 뎃.
- 루키 쓰리! 카피 뎃.
- 루키 포! 카피 뎃.
- 루키 파이브! 카피 뎃.
- 루키 식스! 카피 뎃.
루키 원 대대장의 교전 승인 명령과 함께 6개 편대는 각자 교전 기동을 펼치며 먼저 사거리 200km 달하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을 발사하며 저돌적인 공격에 들어갔다.
한국 해군 함정에 공대함 미사일을 날리고 2차 공격을 하려던 J-15 함재기는 갑자기 레이더 락 온 경고음이 울리자 당황하며 일제히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번 걸린 먹잇감은 놓치지 않는 방울뱀 미사일은 마하 12에 달하는 극초음속으로 날아갔다.
슈어아아앙~ 슝아아아앙~
급한 나머지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할 수 있는 모든 회피기동을 펼치며 레이더 락 온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것은 허황한 염원일 뿐 빛줄기처럼 날아온 방울뱀 미사일에 J-15 함재기들은 속수무책으로 격추당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스텔스 기능에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까지 탑재한 주작 전투기는 항상 그랬듯 탁월한 우위를 점하고 공중전에 임했다.
하지만 준이지스급에 준하는 40여 척의 중국 구축함 레이더에 간혹, 주작 전투기가 탐지되었고 그럴 때마다 구축함과 J-15 함재기에서 발사된 대공 미사일이 벌떼처럼 날아왔다.
10여 분이 지난 후, 48기에 달하던 중국 J-15 함재기 중 30여 기가 격추되었고 재수 없게도 중국 구축함 레이더에 탐지된 주작 전투기 1기는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온 10여 기의 대공 미사일에 격추당하고 말았다.
자국의 구축함 엄호 속에서도 일방적으로 깨진 J-15 함재기들은 기수를 돌려 본 항공모함으로 후퇴하자 제공 전투기인 KF-21P 주작 전투기의 내부무장에 장착된 2기의 S-ASM-100 대함 미사일을 날린 후 제주도 기지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2020년 12월 15일 04:05,
제주도 남동단 45km 해역(제3함대).
제주도 남단 해상에는 오백여 기의 미사일이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수적으로 밀린 한국 해군은 제주도에 주둔 중인 제25전투비행단 소속 대공 부대로부터 S-LAM 300 천궁A1 미사일 지원까지 받으며 아가리를 벌리고 날아오는 296기의 대함 미사일 요격에 들어갔다. 문제는 미국의 하푼 급에 해당하는 YJ-82(C-802) 대함 미사일보다 마하 2에 달하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인 YJ-83(C-803)에 대한 요격에 신경을 썼다.
슈우우웅~~ 슈우우웅~ 슈우우웅~ 슈우우웅
해수면 위로 수백 개의 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스치며 날아가자 잔잔했던 바다는 수백 개의 선이 형성되며 파도가 출렁했다.
1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가장 선두에서 날아온 YJ-83(C-803) 미사일이 KD-4 호큘라 구축함에서 발사한 해궁 함대공 미사일에 격추되기 시작했다.
쾅! 콰앙!
해수면 위로 폭발음을 동반한 수십 발의 미사일이 일제히 폭발하며 섬광을 일으켰다. 하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YJ-83(C-803) 대함 미사일은 더욱 속도를 높이며 한국 해군 함정을 향해 날아갔다. 이에 숙종대왕함(DDG-1005)은 1차 요격에 실패한 대함 미사일을 2차 표적으로 설정하고 각 함대에서 요격 발사 명령을 하달했다.
이렇게 대함 미사일과 대공 미사일이 충돌하는 사이 중국 대함군 구축함에서도 한국 해군의 해성A 대함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200여 발의 HHQ-9A와 개량형인 HHQ-9B 대공 미사일이 원형 발사관에서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며 연속으로 솟아올랐다.
★ ★ ★
2020년 12월 15일 04:05,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비행장.
환한 조명이 켜진 모슬포 비행장 공터에는 8연장 수직발사대가 90도로 세워진 차륜형 장갑차 18대가 세워져 있었고 그 주위에는 각가지 장갑차와 대형 밴드 레이더를 남쪽으로 지향해 있었다.
* 모슬포 비행장은 지금은 제주도 여행에서 한 번쯤 구경하는 관광지였지만 사실 이곳은 슬픈 역사가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1945년 세계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당시 일본군의 결 7호 작전에 따라 제주도에 5만에 달하는 병력을 진주시키고 제주도민을 강제 동원해 제주도를 요새화시켰던 옛 과거의 흔적이 담겨 있던 모슬포비행장은 그 당시 알뜨르 비행장으로 불렸으며 일본군 오무라 항공대가 난징과 상하이를 폭격하기 위해 모슬포에 알뜨르 비행장을 건설했던 장소였다.
2018년에 개발되어 실전에 배치된 SSM-700K 해성3A 미사일을 운영하는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제9해병여단의 대함대대 장병들의 몸놀림이 분주해졌다. 현재 제주도 남동단 150km에서 북상 중인 중국 대함군 수상함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슈우우웅~ 슈우우웅~ 슈우우웅~
숙종대왕함(DDG-1005)으로부터 할당받은 중국 함정을 향해 1분도 안 되어 144발의 SSM-700K 해성3A 초음속 순항 미사일이 인계점 고도를 지나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해수면 위를 스치듯 씨 스키밍(Sea-Skimming) 비행으로 전환했다.
짧은 시간 1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모슬포 비행장은 하얀 연기로 뒤덮였지만, 대대 장병들은 추가 공격을 위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텅 빈 발사관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 ★ ★
2020년 12월 15일 04:10,
제주도 남서단 40km 해역(제1함대).
중국 대함군과 교전하면서도 해상 자위군과 대치 중이던 제1함대는 제주도 방향으로 급선회하여 고속기동을 펼치는 일본 해상자위군의 제2호위대군과 20km 후방에서 따라오는 사세보지방대 소속 13호위대의 움직임을 정찰위성 아폴론 2호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으며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함교 내 전술통계 스크린을 바라보던 제1함대 사령관인 길운석 소장이 함대 전체 통신망으로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본 함과 김종서함, 김준함, 흑벌무함, 복실귀신함, 김천존함, 김음순함은 제2호위대군의 6호위대를 상대한다. 이외 나머지 함정은 숙종함의 요격 통제에 따른다. 이상!”
1함대 통신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통신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포세이돈 3호 관제실 연결해.”
“연결합니다.”
- 충성! 포세이돈 3호 관제실 관제장 영윤주입니다.
“영 대령! 제2호위대군 소속 제6호대 함정 4척에 대해 초공동 어뢰 발사 준비!”
- 벌써 모든 일본 함정에 대해 사격 제원이 모두 입력되었고 명령만 주시면 바로 발사 가능합니다.
“좋아! 따로 명령은 하지 않겠다. 해자대에서 공격 시 바로 공격한다. 이상!”
- 알겠습니다. 충성!
영상 통신을 마친 길운석 소장은 전술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술부관! 앞으로 110km 이내로 접근 시 제6호위대의 모든 함정에 대한 선제공격 시행한다. 목표 함정 설정 및 각 대함 미사일 6기 대기.”
“명령 하달합니다.”
“현재 가까운 잠수함은?”
“현재 윤봉길함이 1시 방향으로 46km 지점에 이순신함은 10시 방향 59km에 있습니다.”
“좋았어! 저속 잠항으로 6호위대로 15km까지 접근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 ★ ★
2020년 12월 15일 04:40,
제주도 남동단 45km 해역(제3함대).
쿠앙~ 콰르르르르르~
인천급 호위함인 경기함(FF-812)의 함수와 좌현에 YJ-83(C-803)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 2발을 맞고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붉은 화염을 토해내며 급격히 좌현으로 기울고 있었다.
방어 인계점을 웃도는 대함 미사일 수량에 그만 제3함대 대공 방어 라인은 뚫렸고 수직발사대가 없고 단지 RAM 단거리 대공 유도탄만 보유한 경기함(FF-812)은 마하 2로 날아오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막을 순 없었다.
또한, 불행하기에도 경기함(FF-812)의 침몰은 벌써 4번째였다. 강원함(FF-814)과 전북함(FF-813)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지 20분이 흘렀고 조금 전에는 인천함(FF-811)이 내부 유폭과 함께 엄청난 화염을 뿜어내며 전투 기능을 상실했다.
그리고 최영함(DDH-981)마저 우현에 대함 미사일 한 발을 얻어맞고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중국 대함군 또한 피해는 매우 컸다. 먼저 준 이지스급이라 불리는 란저우급 구축함 하이쿠함, 장춘함, 지난함은 여러 발의 해성A 대함 미사일을 얻어맞고는 바닷속으로 수장되었고 중국의 이지스함 이라는 쿤밍급 창사함과 허페이함은 함 전체에 화염이 번진 상태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외 장카이II급 9척과 항저우급 2척, 마지막으로 054B형 호위함 7척도 침몰했다.
양국 함정의 피해현황을 따져보자면 중국 대함군의 패배로 볼 수 있었으나 아직도 2척의 항공모함과 2배에 달하는 구축함과 호위함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한국 제1함대의 심각한 문제는 중국 대함군을 공격할 수 있는 함대함 미사일 수량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제주도 제9해병여단의 대함미사일대대에는 쉬지 않고 미사일을 재장전하며 제3함대를 대신해 공격을 이어갔다.
쿠앙!! 우지지직! 쾅쾅쾅!
성종대왕함(DDG-997)의 5시 방향에서 교전 중이던 양만춘함(DDH-973)의 함수 좌현 쪽에서 두 번의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격벽이 갈라지는 듣기 싫은 소음이 함 전체에 울렸고 폭풍이 몰아치듯 순식간에 화염이 함 전체를 집어삼켰다.
씨 스키밍 모드로 날아온 YJ-83(C-803) 2기의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이 파업 기동으로 전환하지 않고 그대로 함수 좌현을 직격을 한 것이었다. 함정 깊숙이 들어가 폭발했는지 바닷물은 빠른 속도로 밀고 들어왔고 양만춘함(DDH-973)은 함수 좌현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양만춘함 함수 좌현에 대함 미사일에 피격! 유폭은 없으나 좌현으로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전술통계 담당 오퍼레이터가 절규하듯 울상을 지며 소리쳤다.
“제길!”
함교 창문 너머 희미하게 화염이 치솟고 있는 양만춘함(DDH-973)을 확인한 이기형 중장은 양 주먹을 쥐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본 함으로 함대함 미사일 날아옵니다. 아음속 대함 4기, 초음속 대함 2기.”
보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다른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이어졌다.
이렇게 성종대왕함(DDG-997)의 함교와 전투지휘실은 불난 호떡집마냥 쏟아지는 보고와 명령에 정신없었다.
자체 이지스 레이더에 탐지되어 자동 계산을 통해 요격에 들어가면서도 숙종대왕함(DDG-1005)에서 하달하는 요격 명령에도 응해야 하는 성종대왕함(DDG-997)은 120% 성능을 발휘하며 죽음의 사선에서 줄다리기했다.
“초음속 대함부터 우선순위 1번 2번 표적 설정!, 아음속 대함 미사일은 램과 CIWS으로 요격한다.”
성종대왕함(DDG-997)의 함장인 윤경진 대령이 찹찹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표적 1번, 2번 표적 설정, 대공 미사일 발사합니다. 3번부터 6번까지 표적은 근접방어체계로 할당합니다.”
이제는 대공 미사일 수량까지 걱정해야 하는 판이었기에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을 제외하고는 아음속 대함 미사일은 RIM-116 단거리 미사일이나 CIWS 20mm 펠링스(Phalanx)르 요격에 들어갔다. 자칫 요격에 실패하여 피격당할 수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대공 미사일에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
Mk.41 VLS 수직발사대 덮개가 열리고 SM-2 대공 미사일 2기가 동시에 불꽃을 내지르며 발사관을 빠져나와 치솟아 올랐다.
슈아아아아앙~ 슈아아아아앙~
함교 창문을 통해 날아가는 대공 미사일을 보며 이기형 중장은 생각보다 아군 함정의 큰 피해에 마음이 매우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