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8/605)

남해 대해전

2020년 12월 14일 12:00 (중국시각 11:00),

중국 닝보시 동단 200km 해상.

대만해협을 통과한 100여 척의 수상함은 닝보를 지나며 또 다른 함대와 조우하여 거대한 대함군을 이뤘다. 항공모함 2척을 포함해 50여 척에 이르는 강습상륙함과 민간 수송선, 그리고 70여 척에 이르는 구축함과 호위함은 함수 갑판까지 치고 올라오는 거대한 파도를 헤치며 한국의 제주도를 향해 고속 항해 중이었다. 그리고 그 일대 심해 또한 핵잠수함을 비롯한 20여 척의 잠수함도 수상함의 속도에 맞춰 북상했다.

총 153척에 이르는 이 대함군은 지난 12일 잔장항에서 출항한 중국의 남해함대와 닝보시에서 합류한 동해함대의 수상함이었다. 괴멸하다시피 한 북해함대와 4함대 일부를 남기고 중국의 모든 해군 전력이 모였다 해도 무방한 이 대함군의 상륙함에는 15만에 이르는 해군육전대와 육군병력이 승선해 있었다. 또한, 서방의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중국형 이지스함만 해도 40여 척에 이르는 현재 규모로만 볼 때 동북아 최강의 해군 전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3개 함대의 주 전력을 모두 끌어모았다고 해도 무방할 대함군은 중국 해군의 운명을 넘어 중국의 운명을 걸고 펼쳐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해상 상륙작전에 돌입했다. 원래 계획은 일본 해상자위군이 독도를 점령함으로써 한국 해군의 1함대를 전력에서 제외하고 3함대를 상대하여 격파한 후 1차 제주도에 한국의 해병과 같은 해군육전대 4개 사단을 상륙시키고 곧바로 2함대를 격파한 후 대천 앞바다에 1개 집단군을 상륙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중국의 대함군은 대만해협을 통과한 후 한국 잠수함에 탐지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중국의 대함군 최고 지휘관은 해군사령부의 총부사령원인 장지커 상장으로 중국 자체 기술로 건조한 최초의 항공모함인 허베이함의 아일랜드 함교에서 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허베이함의 함장인 첸징 상교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현재 제주도까지 거리는 얼마인가?”

“네, 장지커 총부사령원 현재 기준으로 제주도까지는 484km입니다.”

옆에 있는 부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가지고 첸징 함장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동해함대 사령원과 남해함대 사령원, 그리고 4함대 사령원 등 중장 계급을 단 해군 주요 지휘관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작전시간까지 앞으로 17시간 남았군, 마지막 작전 점검을 위해 회의실로 갑시다.”

말을 마친 장지커 상장은 모자를 한번 고쳐 쓰고는 함교를 빠져나갔고 그 뒤로 각 함대 사령원과 참모진들이 줄을 지어 따라나섰다.

★ ★ ★

2020년 12월 14일 13: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새벽에 조봉함함(SSP-83)으로부터 올라온 긴급 전문에 새벽부터 대응 방안을 위해 소집된 합동참모부 장성들은 오전 10시가 돼서야 회의가 끝났고 식사 겸 휴식을 갖은 후 오후 1시에 2차 회의에 들어갔다.

새벽부터 시작한 오전 회의에서 가장 의견이 상충했던 부분은 현재 산둥반도를 상륙하기 위해 다롄에서 대기 중인 제10상륙함대와 제7기동전단의 전력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산둥반도 상륙은 적절하지 못하며 제7기동전단을 제주도로 급파하자는 의견이었고 다른 측에서는 기획했던 작전은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베이징을 진공 중인 지금 시점이 산둥반도에 상륙할 유일한 기회라는 것이었다. 나름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이에 절충안으로 제7기동전단 함정 중 3척을 제주도로 급파하여 제3함대를 지원하고 제1함대 또한 제주도 남단으로 기동시켜 제3함대와 함께 중국의 제주도 상륙작전을 막기로 했다. 그리고 산둥반도 상륙작전에는 공군에서 대규모로 항공기 지원을 하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오전에 회의를 통해 결정된 상황이었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전 회의와 마찬가지로 오후에서 각 함대 사령관까지 영상 회의에 참석하여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고 있었고 회의 시작과 함께 제1함대(동해함대) 사령관인 길운석 소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말씀하세요.”

“오전 회의에서 중국 대함군을 막을 우리 해군 함대는 제1함대와 제3함대 그리고 제93, 제95잠수함전대와 제7기동전단 소속 3척의 구축함입니다. 하지만 지금 제1함대는 일본 해상자위군 제6호대와 대치 중입니다. 또한, 제4호위대군이 시모노세키 해상로를 통해 남해로 북상 중입니다. 만약 중국 대함군이 제주도에 상륙하려는 그 시점에 제2호위대군이 해상 전력을 제주도에 투입한다면 제1함대는 중국 대함군은 물론 제2호위대군까지 상대해야 합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현재 일본은 중국과 밀약을 통해 독도 점령을 시발점을 한중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번 중국 상륙작전에도 충분히 일본 호위대군이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작전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이 상체를 회의 탁자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아니 아마도 일본은 분명히 우리 해군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해상 전력을 제주도에 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책이 있을까?”

해군참모총장 나형환 대장이 물었다.

“솔직히 현재 상황에서 해군 전력의 한계입니다. 가용 전력으로 제2함대가 있으나 현재 제2함대는 서해안 전체를 방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포세이돈 3호와 공군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야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2호위대군을 막으려면 일본본토에 대한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한방이라면?”

“중국 해군과 제2호위대군이 공동작전을 펼치지 못하도록 일본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전기획본부장의 말에 회의실이 잠시 술렁거렸다.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일본본토에는 아직 우리 유학생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한국인이 한국으로 귀국하지 못한 상황이야.”

우려하는 표정을 지으며 육군참모총장 신성용 대장이 말했다.

“하지만 사전에 일본 해상자위군의 움직임을 막으려면.”

“그건 나도 반대일세.”

강이식 합참의장이 손을 들고는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 중장 계획도 좋긴 하지만, 신 대장 말대로 아직 일본본토에 대한 공격은 시기상조라 생각하네.”

합참의장까지 반대에 가세하자 작전기획본부장은 더 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작전본부장이 손을 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 대마도는 어떻습니까? 현재 대마도에 거주 중인 일본인들이 본토로 피난 가고 있고 거주지가 아닌 군사기지에 자주포 공격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음. 그건 나쁘지 않군. 미사일 공격도 아니고 자주포 공격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어. 다른 사람들 의견은 어떤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합참의장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저도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의장님.”

제일 먼저 본토 공격에 반대했던 신성용 대장이 이번엔 긍정적인 태도로 말했다.

“나 중장은 어떤가?”

합참의장이 작전기획본부장에게 물었다.

“네, 괜찮다고 보입니다. 하나 과연 일본 정부가 대마도 공격에 해상자위대를 물릴지에 대해서 미지수라 생각합니다마는.”

일본본토 공격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지 나태윤 중장은 살짝 말을 흘렸다.

“좋네, 그럼 제2호위대군이 움직인다면 중국 해군과 함께 작전에 들어간다면 1차로 대만도 공격을 감행하고 그래도 물리지 않는다면 제2호위대군의 해군기지인 사세보에 대한 순항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도록 합시다.”

이때 회의실 문을 급히 열고 부관 한 명이 들어왔다.

“방금 제1해병사단으로부터 보고입니다. 15분 전 러시아군 제57차량소총사단과 교전에 들어갔다는 보고입니다.”

12일 12시를 기준으로 동북 삼성으로 가장 빠르게 진공 한 러시아의 제57차량소총사단과 제1해병사단과의 교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알았네. 드디어 시작되었군. 일단 2차 회의는 이 정도로 끝내고 오후 7시에 다시 3차 회의를 시작하지.”

러시아군과의 첫 교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기 위해 합참의장은 회의를 급히 마무리하고 상황실로 가기 위해 일어섰고 나머지 참모진 또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 ★ ★

2020년 12월 14일 13:50 (중국시각 12:50),

중국 솽야산시 북동단 62km 지점.

전날 지시에 주둔 중이었던 제5경계사령부의 직할 부대인 제82기갑사단(발해)의 2개 전차대대가 기갑전력이 약한 제1해병사단을 지원하기 위해 고속기동으로 금일 오전 10시에 솽야산 인근에 도착했고 러시아의 제12전차연대의 진공에 맞춰 선봉으로 나서며 기갑부대 간 교전이 한참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K-2 흑표 전차 수십 대가 하얀 눈밭을 가르며 2,000m까지 다가온 러시아의 T-80 전차를 향해 일제히 포신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T-80 전차에서도 일제히 날탄을 날리며 점점 더 거리는 좁혀지고 있었다.

퍼엉! 퍼엉! 퍼엉!

양 진형 간 일제 사격이 오갈 때마다 양 진형의 전차들은 직격을 받으며 여러 대의 전차가 화염을 뿌리며 폭발했다.

콰아앙! 콰르르릉!

한때 4세대급 전차 중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던 K-2 흑표 전차는 날탄의 피격을 이겨내며 보복 사격을 가해나갔다.

넓은 평원에서 수십 발의 날탄이 서로를 향해 몇 차례 오가자 하얀 눈밭에 주저앉는 전차는 러시아군 쪽에서 눈에 띄게 늘어났다. 수적 우세 속에서도 3세대급 초기 버전인 T-80 전차는 흑표 전차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K-2 흑표 전차를 뒤에서 받치고 돌격하는 K-24P-N 상륙돌격장갑차의 50mm 광자포의 위력은 반응장갑이 없는 T-80 전차의 전면 장갑을 뚫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 측면으로 5연장 AT-5 Spandrel 대전차 미사일 발사관을 장착한 9P148 Konkurs, BRDM-2 장갑차와 BMP-2 보병전투장갑차가 모습을 드러내며 흑표 전차의 측면을 노렸다. 일제히 발사된 AT-5 Spandrel 대전차 미사일은 하얀 항적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날아왔지만 흑표 전차의 하드 킬 능동방어시스템에 의해 대전차 미사일은 하나하나 요격탄에 맞고는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슈어와~ 쾅! 슈어와~ 쾅!

한 지점에 수백 대의 전차와 장갑차가 몰려들면서 갈수록 교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리고 3시간이 지난 후 전세가 기울어진 것을 직감한 러시아 제57차량소총사단은 후방으로 물러났다. 이에 한국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적극적인 공세를 멈추고 후방으로 물러나 정비 및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한국군을 우습게 본 러시아군은 첫 교전에서 크게 패하자 5군 사령부는 크게 당황했다. 아무리 한국 육군이 강하다고 소문이 났고 중국을 두들겨 팼다고 하지만 자부심 하나로 똘똘 뭉친 러시아군이 이렇게 패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동북 삼성으로 진공 하는 모든 부대에 진공 명령을 취소하고 현재 위치에서 고수하며 최신예 장비로 교체 후 재차 진공 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 ★ ★

2020년 12월 14일 19:30,

제주도 서단 72km 해상(제3함대).

가거도 해상에서 방어 중이던 제3함대 소속 함정 중 원양 전투가 가능한 구축함 6척과 호위함 8척이 해군작전사령부의 명령을 받고 제주도 남단으로 항해 중이었다. 제1함대와 함께 중국 대함군의 제주도 상륙작전을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1자 종렬 대형으로 길게 늘어진 13척의 함정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거칠게 덤벼드는 파도를 가르며 막 제주도 서단 72km 지점을 지나치고 있었다.

가장 앞에서 항해 중인 KD-3A 세종대왕급 성종대왕함(DDG-997)의 함교에는 제3함대 사령관인 박수일 소장이 뒷짐을 지고는 함수에서 갈라지는 푸른 파도를 보며 한마디 던졌다.

“부관! 오늘 저녁 식사 후 모든 함대 전체 승조원에게 자유 시간을 주고 각자 집으로 보낼 편지 한 통씩은 쓰도록 지시하게.”

“혹시 유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부관의 유서라는 말에 박수일 소장은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유서라고 하기엔 좀 서글프지 않나? 그냥 집에 안부 인사나 묻는 편지라고 말하고 싶네.”

“아! 네, 알겠습니다.”

“하하, 제독님도 쓰실 겁니까?”

“성종대왕함 함장인 윤경진 대령이 농담조로 물었다.”

“당연하지 이 사람아. 하하하,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 아니지 이젠 토끼보다는 늑대같이 자란 자식놈들한테 편지 한 통 써야지 않겠나? 자네도 쓰게나.”

“하하하, 알겠습니다. 제독님.”

겉으로 웃고 있지만, 제독이나 함장의 마음은 무거웠다. 조만간 있을 중국 대함군과의 해전이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마지막 해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휘관으로서 이러한 내색을 보일 수는 없기에 웃음과 함께 농담 섞인 대화를 이어갈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