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대해전
2020년 12월 14일 02:20,
동중국해 북위 26° 2’ 동경 124°19’ 심해.
이봉창함(SSP-81)과 함께 지난 10월 24일 동중국해 투입되어 한국 선박 보호 및 중국 해군을 감시하는 조봉함함(SSP-83)은 오늘도 어김없이 깊은 심해에서 중국 잠수함과 수상함에 대한 대잠 경계 작전을 펼쳤다.
새벽 2시 20분, 조봉함함(SSP-83)의 대부분 승조원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고 당일 당직자 8명만이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저마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히 임하고 있었다.
광도가 약한 몇 개의 조명만 켜져 조금은 어두운 조봉함함(SSP-83)의 전투통제실 음탐관 오한형 중위는 아까부터 알 수 없는 소음이 헤드셋을 통해 자꾸 귀를 거슬리게 했다. 음탐관 보직만 3년째인 나름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오한형 중위는 고민에 빠졌다. 음탐된 정보를 3D로 표현되는 모니터를 확인하니 잡음의 장소는 남서진 311km 떨어진 대만해협 북단 부분이었었다.
조봉함함(SSP-83)의 SUSL-01MP 엑티브소나로 사실 311km 떨어진 거리를 음탐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길어야 150km이며 정확한 상대를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km 이내여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311km 떨어진 곳에 알 수 없는 음탐이 포착되었고, 그냥 넘기기엔 매우 모호한 상황이었다.
“부함장님.”
오한형 중위는 헤드셋을 벗고 금일 당직 사령인 부함장 나일우 소령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뭔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남서진 311km 지점에서 판독할 수 없는 미세한 소음이 자꾸 들립니다.”
“남서진 311km?”
“네, 대만해협 북단입니다.”
나일우 소령은 오한형 대위가 가리키는 모니터 한 부분을 유심히 보고는 말을 건넸다.
“우리 소나 성능이 이 정도인가?”
“아닙니다. 날씨가 좋고 유심 흐름이 없는 경우 최대 150km입니다.”
오한형 중위의 대답에 좀 더 상체를 숙여 모니터에 다가간 나일우 소령은 재차 질문했다.
“음탐 최대 거리를 벗어난 소음을 탐지했다는 건 그냥 넘기긴 껄끄럽긴 하군, 자네 어떻게 생각하나?”
나일우 소령의 질문에 오한형 중위가 대답했다.
“저 정도 거리에서 음탐이 되었다는 건 대규모로 꾸려진 선박이나 잠수함일 수도 있다는 개인적 생각입니다.”
“음. 그래, 자네 말이 맞을지 몰라. 당직병.”
“병장 김현국.”
“함장님 깨워라.”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전투통제실로 주진후 함장이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물으며 들어왔다.
“뭔가?”
“함장님! 여기 소나 모니터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나일우 소령이 서둘러 거수경례를 하고는 설명에 들어갔다.
“311km 떨어진 지점에서 미세한 소음이 음탐 되었고 여러 의견을 들어본바 대규모 선박이나 잠수함 그룹일 확률이 크다고 의견으로 모였습니다.”
“311km인데도 소음이 음탐 되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번엔 음탐관 오한형 중위가 대답했다.
“수상하긴 하군!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어. 부함장! 80km까지 접근한다.”
“네, 알겠습니다.”
“방위각 2-7-6, 우현 반타! 잠항각 상각 12도, 심도 120까지 전속 잠항한다.”
“방위각 2-7-6, 우현 반타! 잠항각 상각 12도, 심도 120까지 전속 잠항.”
야간 당직이자 조함을 책임지고 있는 조타장 이학규 상사가 복명복창이 이어졌고 조봉함함(SSP-83)는 우현으로 함수를 돌림과 동시에 더 깊은 해심으로 머리를 숙이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2시간 후, 이동하는 정체불명의 소음지에 90km까지 접근한 조봉함함(SSP-83)의 전투통제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음탐관 전용 모니터에 3D로 표현된 정보들은 수많은 수상함이었고 일부 음문이 파악된 수상함은 중국 남해함대와 동해함대 소속인 최신예 구축함이 쿤밍급, 란저우급, 항저우급 등 준이지스 구축함과 호위함들이었다. 또한, 중국이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 2척도 포함되어 있었고 더욱 놀라운 건 23척의 잠수함을 포함한 총 함정 수가 153척에 달하는 대규모 함단이었다.
“현재 확인된 수상함과 잠수함은 총 153척! 아마도 대규모 선단으로 인해 300km 밖에서도 음탐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음탐관 오한형 중위는 음탐된 모든 정보를 분석한 후 헤드셋을 벗고는 보고했다.
“153척이라. 분명 상륙전을 위한 대규모 대함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함장 나일우 소령이 놀란 눈을 하고는 함장에게 말했다.
“그렇겠지. 그럴 가능성이 커, 문제는 상륙 지점이 어디냐는 것이지. 자네는 어디라고 보나?”
부함장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인 함장은 부함장에게 질문했다.
“제가 볼 때는 제주도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주도라. 여기서 제주도까지 거리는?”
“대략 840km입니다.”
“오 중위! 모든 선박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가?”
“100%는 힘듭니다. 최근에 취역한 중국 함정들에 대한 음문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좋아! 그럼 최대한 중국 함정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한다.”
“함장님! 공격하실 겁니까?”
부함장이 염려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함장은 질문한 의도를 알고 있는지 부함장의 어깨를 툭 치고는 한마디 던졌다.
“걱정되나? 생각 같아서는 공격하고 싶네만, 우리 잠수함 한 척으로 150여 대를 상대는 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꼴이지. 최대한 정보만 파악한 후 뒤로 빠진다.”
★ ★ ★
2020년 12월 14일 07:30 (중국시각 06:30),
중국 탕산시 서단 45km 평원 (제20기갑사단(결전)).
어젯밤 친황다오를 점령하고 새벽부터 다시 시작된 제20기갑사단의 베이징 진공 작전은 최후 방어 라인을 구축한 제65집단군 및 제27집단군과의 교전에 들어가고 있었다.
선봉으로 기동 중인 제61기갑여단 전방에 제27집단군의 예하 부대인 제13기갑사단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병력이 매복 중인 것을 탐지했다. 이에 제61기갑여단의 측면을 지원하라는 사단장의 명령을 하달받은 제60기갑여단의 26전차대대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가려며 얼어붙은 논바닥에 캐터필러 자국을 남기며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중국군의 방어 작전은 이랬다. 저번 서부전선 일대 대반격 작전과 마찬가지로 대평원 곳곳의 작은 마을에 중국군의 기갑부대와 대전차 부대를 중대나 대대 단위로 매복하여 기습 공격을 감행해 한국군의 진공 속도를 늦추게 하는 한편 방어전선 일대를 넓혀 수적으로 적은 한국군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데 치중했다.
크르르르릉.
어둠 속에서도 3가지 비전 모드를 켜고 만일에 있을 중국군의 매복 공격을 전 방위 감시를 유지하며 60기갑여단의 측면 방향으로 기동했다.
“대대장이다. 현재 61기갑여단이 교전에 들어갔다는 정보다. 최대속도로 기동한다.”
제60기갑여단과 25km나 떨어진 제26전차대대는 야지에서 낼 수 있는 최대속도인 시속 80km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아무리 뛰어난 현수장치라 하여도 울퉁불퉁한 야지를 이 속도로 달리자면 전차 속에 있는 승조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두두두두두두.
상공에서는 제20기갑사단을 지원하기 위해 임시 할당된 군단 직할인 제17항공단 소속의 171항공대 FAH-91SP 송골매 8대가 막 제26전차대대 상공을 가로질러 막 교전에 들어간 제61기갑여단을 지원하기 위해 날아가고 있었다.
“제기랄!”
시원하게 욕설을 내뱉은 7중대 소속 712호 전차장 오영택 중사는 손잡이를 부여잡고는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전차에 몸을 맡기며 헤드셋을 통해 목소리를 전했다.
“염아! 죽겠다, 운전 똑바로 안 하냐?”
“전차장님, 저도 죽겠습니다. 그렇다고 대대장님 명령을 어길 순 없잖습니까?”
“니 운전 실력이 서툴러서 그런 거 아니냐.”
“네? 전차 운전만 1년 4개월째입니다.”
“상병 나부랭이가 그렇지.”
“오 중사님, 너무하십니다. 염 상병도 나름 중대에서 알아주는 조종수입니다.”
김영주 하사가 대화에 끼어들며 염훈기 상병 편을 들어줬다.
“역시 김 하사님밖에 없습니다.”
“지랄들.”
그때였다. 대대 통신망으로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기동 전 본부중대에서 날린 스파이더 드론을 통해 전방 곳곳에서 매복 중인 중국군 부대가 탐지된 것이었다.
“전방 7시 방향! 거리 6,000 대전차 미사일 부대로 추정되는 매복 부대 탐지! 7중대부터 횡대 대형으로 전환 및 속도 40까지 감속 기동한다.”
쿠크쿵! 쿠르르릉! 킁릉!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각 중대는 신속하게 방향전환을 하며 중대별 횡대 대형을 갖추고 매복 부대가 발견된 방향으로 전환하며 저속 기동에 들어갔다.
“시간 없으니까 각 소대 전술로 대응하여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본진 부대를 지원한다.”
다시 한번 대대장의 명령이 대대 통신망으로 들려왔다.
5분 후, K-3 백호 전차의 LWR(Laser Warning Receiver)가 울리기 시작했다. 즉 중국군 대전차 미사일 공격이 시작되었다. 군데군데 밀집한 여러 개의 작은 마을에서 AFT-10 장갑차가 모습을 드러내며 26전차대대를 향해 HJ-10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4연장 발사관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연속적으로 미사일이 날아왔고 K-3 백호 전차는 좌우로 급기동을 펼치며 능동SECM교란시스템을 가동했다.
슈우웅~ 슈우웅~
하얀 연기 항적을 보이며 날아오는 수십 발의 HJ-10 대전차 미사일은 먹잇감을 찾듯 백호 전차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능동SECM교란시스템의 강력한 재밍에 목표물을 잃고 허공에서 폭발하거나 아니면 빙글빙글 돌다가 땅에 처박혀 터지곤 했다.
콰앙! 쾅!
712호 전차 측면으로 날아온 대전차 미사일이 꽈배기를 틀며 몇 번 공중에서 회전하더니 그대로 땅에 박히고는 흙구름이 피어올랐다.
“9시 방향 1번 표적 건너뛰고 2번 표적 사거리 1800, 연속 두 발 쏴.”
오영택 중사는 순간 9시 방향 건물에서 튀어나온 AFT-10 장갑차를 향해 표적 순위를 긴급 변경하고 발사 명령을 내렸다.
쮸웅! 쮸웅!
712호 전차의 광자포에서 연이어 2발의 붉은 광물질이 빛 속도로 날아갔고 중국 AFT-10 장갑차는 옆으로 뒤집히듯 두어 번 들썩거리고는 폭발과 함께 붉은 화염이 타올랐다.
콰앙!
“좋아! 김 하사! 다시 1번 표적으로 간다. 사거리 2200 쏴.”
이번 전쟁을 통해 팀워크가 극에 달한 712호 승조원 3명은 연신 광자포를 쏘아대며 차례차례 중국 장갑차를 격파하며 나아갔다.
★ ★ ★
2020년 12월 14일 09:00,
일본 도쿄 내각 비상안전상황실.
“당신은 대체 뭐 하는 작자요?”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아베 총리가 안절부절 서 있는 한 사내를 보며 삿대질과 함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제대로 하는 일이 뭐냐 말이야?”
급기야 반말체로 바뀐 아베 총리는 치미는 분노를 주체 못 했는지 탁자위에 있던 작은 화병을 집어 들고는 그대로 벽에 던져버렸다.
쨍그랑!
벽에 부딪힌 화병은 산산조각이 났고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기며 날아갔다.
상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거친 호흡을 내뱉은 아베 총리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죄송합니다, 총리님.”
일본의 모든 정보를 담당하는 내각정보실 총 책임자인 이나모토 준이치 실장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들을 만큼 들었소. 이번 일 책임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시오. 알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가보시오.”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총리님.”
이나모토 준이치 실장은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이내 총리실 문을 열고는 나갔다.
일본은 UN 안전보장이사회에 한국을 불법 침략군으로 안건을 상정하여 국제사회에서 고립 및 해상자위군의 전사자와 함정 손실비용에 대해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일중상호체결조약서’가 사전에 한국으로 유출 당함으로써 안건 상정은커녕 한국이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정당성만 준 꼴이 되었다.
“시바사키 대신.”
“네, 총리님.”
지금까지 쭉 자리에 앉아서 지켜보기만 하고 있던 방위성 대신인 대답 했다.
“다음 일정 관련하여 중국에서 연락이 왔습니까?”
“왔습니다.”
시바사키 대신은 보고하기 위해 가져온 문서를 아베 총리에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