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8화 (128/605)

거대한 음모

2020년 12월 06일 16: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대통령 집무실).

“오전에 주한 몽골 대사를 불러 확인한 바로는 퇴로가 막힌 제 16집단군을 무사히 본토로 후퇴할 수 있도록 몽골 주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한 듯합니다. 아마도 몽골 정부에서는 국경선을 맞대고 있고 강대국인 중국당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재학 외교부 장관은 오전에 주한 몽골 대사관과 대화했던 내용에 대해 보고 중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 정부에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것은 엄연히 한중전에 관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몽골의 행실에 못마땅했는지 이영호 국무총리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 총리! 중국이 조용히 요청했겠습니까? 온갖 협박을 하면서 몽골 정부를 압박했겠지요. 이게 힘없는 나라의 비애 아니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몽골 대사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혹시나 이번 일로 몽골에 대한 지원과 외교 관계가 악화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대통령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몇 번이나 당부했습니다.”

“허허,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는 게 더 화가 날 지경입니다.”

이영호 국무총리는 불편한 기색을 어김없이 드러내며 더욱 힘주어 말했다.

“이 총리! 진정하세요. 몽골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김 장관 선에서 마무리 짓도록 합시다.”

서현우 대통령이 분위기를 진정시키고자 나섰다.

“몽골이 한국보다 중공을 더 무서워하고 있다는 거에 기분이 상해서 그랬습니다.”

“이 총리, 그 마음 이해합니다. 나도 사실 기분은 썩 좋지는 않습니다. 베이징 진공 작전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다.”

서현우 대통령은 몽골 건이 정리되자 한중전으로 화제를 돌렸다.

“베이징 진공은 12월 12일 오전 10시를 기해서 총공세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작전 기일을 조금 더 앞으로 당길 수 없습니까.”

“그것이. 이번 베이징 진공 작전에는 제2해병사단과 제3해병기동사단을 상륙시킬 상륙함대와 제2함대 그리고 기동전단까지 동원되는 대규모 작전이라 준비시간이 좀 긴듯합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한데, 작전을 앞당겨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강현수 국방부 장관은 질문의 요지가 궁금했는지 대통령에게 질문하였다.

“별다른 건 없습니다. 가능한 이 전쟁을 빨리 끝냈으면 하는 바람에 물어봤습니다.”

“그러셨군요.”

“그것보다 강 장관! 국정원 대외정보국에서 주변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어떤 움직임입니까.”

“아직 정확한 정확은 없습니다. 중국에서 일본과 러시아에 접촉했다는 정보가 있으나 아직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 파악을 못 한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합참의장에게 전달해서 군사적 움직임이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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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7일 10: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제16집단군이 후퇴를 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몽골로 들어갔다는 말은 합동참모본부에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 몽골 국경선 근처에서 웅크리고 숨어있다가 언제든 기회만 되면 공격할 것이라는 게 참모진들의 일관적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하룻밤 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제16집단군은 몽골을 거쳐 본토로 후퇴하지 않고 국경서 근처에서 숨어있었고 이러한 부대는 정찰위성을 통해 벌써 6개 부대나 찾아냈다.

“당분간 7사단과 8사단은 후룬베이얼에서 대기해야 할 거 같습니다.”

향긋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건네며 김용현 중장이 말했다.

“고맙네, 아마도 그래야겠지?”

코끝을 자극하는 커피 향을 맡으며 천천히 한 모금을 마신 합참의장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면 말을 이었다.

“이제 ‘고구려의 기상’ 작전도 마지막 단계까지 왔군그래.”

“그렇긴 한데, 과연 중국이 베이징을 빼앗겨도 항복을 할지 의문이긴 합니다.”

걱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작전본부장이 말했다.

“나도 그게 걱정이긴 하네, 만약 베이징을 빼앗겨도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지루한 전쟁은 계속되겠지.”

두 장성이 이런저런 얘기가 주고받는 이 순간에도 상황실의 수많은 오퍼레이터와 실무를 맡은 장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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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7일 12:30 (중국시각 11:30),

중국 잔장항 남해함대 사령부.

남해함대는 1949년 11월에 2번째로 창설된 함대로 담당 해역은 남중국해로 대만해협 밑으로 남사 군도까지 담당하는 함대다. 또한, 주요 전투 함정만 28척으로 총 만재배수량으로만 따졌을 때 120,000톤에 달했다. 또한, 준이지스급 구축함 6척에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드래곤아이 위상배열레이더 시스템을 탑재한 만 배수량 14,000t의 최신 구축함인 하이난급 2척을 추가 배치하여 중국 해군 함대 중 규모 면에서 가장 컸다.

한 달 전 한국군의 탄도탄 공격에 일부 정박지가 파괴되었으나 지금은 긴급 복구로 제8상륙사단 소속의 상륙함 32척은 차례대로 항구에 정박했고 이런 상륙함에 선적을 기다리는 전쟁물자와 각종 상륙 돌격함과 전차 등 중장비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 해병 4개 사단과 제42집단군 병력도 함대 사령부 근처에서 주둔하며 상륙함 승선을 위해 대기 중이었고 사령부 기지 해역에서는 방공 구축함 10여 대가 만일에 있을 한국군의 탄도탄 공격과 공급에 모든 레이더를 켜고 비상 대기 중이었다.

바닷속에서는 재래식 잠수함 십여 척과 핵잠수함 여러 척이 능동소나를 24시간 연신 발산하며 물고기 한 마리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처럼 빈틈없는 대잠 초계를 진행했고 지상에서는 하늘을 향해 강력한 전자파를 쏘아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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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9일 14: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앞으로 3일 후 베이징 대공세에 따른 중간 점검을 하기 위해 합동지휘통제소 회의실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진들이 모여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현재 다롄항에는 제10상륙함대 소속 제53상륙전단 상륙함 8척이 정박하여 제2해병사단의 전차와 장갑차 등 중장비의 선적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내일이면 선적은 모두 완료될 것이며 11일에는 제2해병사단 병력이 승선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다롄 항 해역에는 제7기동전단 구축함 7척이 모두 초계임무 중에 있습니다.”

설명을 이어가던 작전본부장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대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오늘 오전에 작전 안이 약간 수정되었습니다. 원래는 인천항에서도 제10상륙함대 소속 제56상륙전단 상륙함을 통해 제3해병사단의 장비를 선적한 이후 해병대를 승선시켜 11일 오전에 다롄으로 출발하려 했으나 오늘 오전 중국 해군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여 제56상륙전단의 호위를 맡은 제2함대를 작전에서 제외함에 따라 제3해병사단 상륙작전 또한 전면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중국 해군의 수상한 움직임이라는 건 뭘 말하는 겁니까.”

이와 같은 보고를 받지 못한 국방부 장관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네, 장관님! 오늘 오전 11시경 정찰위성으로부터 포착한 영상입니다.”

작전본부장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 스크린 화면이 환해지며 영상을 돌아갔다. 평소 때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영상에는 수많은 상륙함이 항구에 정박한 모습이 보였고 영상이 가끔 끊기는 현상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으니 상륙함으로 선적하기 위해 여러 중장비 차들이 줄을 서며 상륙함으로 이동하는 영상이었다.

“강력한 전자파로 화질이 좋지 않은 점 양해 바랍니다.”

“중국 해군이 상륙전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까.”

이번에도 국방부 장관이 질문을 했다.

“현재까지 확실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영상만으로 판단한다면 장관님 말처럼 중국은 상륙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허허, 이런, 대체 어디로 상륙을 한단 말입니까.”

국방부 장관의 재차 질문에 이번엔 합참의장이 대답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합참의장은 단상으로 나와 작전본부장과 자리를 바꾼 후 마이크의 높이를 조절하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중국군의 공군과 육군의 전력은 40% 이상 괴멸된 상태지만 해군만은 북해함대를 제외한 동해, 남해, 4함대는 전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마도 우리 군이 베이징에 대한 지상군 공격과 톈진 상륙작전을 시행할 때 중국군은 제주도나 전라도 근처에 대대적 상륙전을 감행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입니다. 아니면 우리 해군의 전력을 분산시켜 톈진 상륙작전을 아예 시행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합참의장의 말이 끝나자 대통령이 질문했다.

“합참의장.”

“네, 대통령님.”

“방금 작전본부장은 톈진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것으로 말했는데, 합참의장 말대로라면 모든 해군력을 동원하여 혹시 있을 중국의 상륙군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 상륙작전은 무리가 있더라도 필시 시행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필시요? 그게 무엇입니까.”

“대통령님! 사실 톈진 상륙작전은 중국군을 속이기 위한 교란작전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점 죄송합니다. 실제 제2해병사단의 상륙 지점은 톈진이 아닌 산둥반도에 상륙할 것입니다.”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베이징 진공 시 중국군의 베이징 방어에 치중할 때 톈진에 상륙하는 척 교란한 후 산둥반도에 상륙할 예정이었다. 이유는 3가지였다. 첫째는 베이징 방어 병력을 톈진으로 분산시키려는 의도였고 두 번째는 베이징 방어에 치중한 나머지 산둥반도 방어가 취약해지는 틈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눈속임이 없다면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여도 한국군의 피해는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베이징을 점령하고도 과연 시진핑 주석이 항복을 할 것이냐였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자면 항복 의사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이에 동북 삼성과 더불어 산둥반도까지 점령함으로써 시진핑을 비롯해 중국 수뇌부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이유를 강이식 합참의장은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그런 작전이 있었군요. 대단합니다.”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다 이유가 있었으니 그랬겠죠.”

서현우 대통령은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미소를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잘 해오셨으니 합참의장만 믿겠습니다. 계속합시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합참의장은 자리로 돌아갔고 작전본부장이 다시 단상으로 올라왔다.

“다음은 지상군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서부전선을 구축 중인 제7기동군단의 3개 사단 중 제20기갑사단은 친황다오와 탕산시를 거쳐 베이징의 동단으로 진공할 것이며, 아마도 제27집단군과 제21집단군 그리고 제65집단군 소속의 일부 사단과 교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하나 제27집단군이나 제21집단군 중 1개 집단군은 톈진 상륙 저지 작전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김용현 작전본부장은 디지털 지도 곳곳을 가리키며 설명해 갔다.

“두 번째 진공 부대인 수기사는 푸신에서 출발하여 차오양시와 창더를 거쳐 베이징의 북동단에서 진공할 예정입니다. 수기사 역시 창더에서 방어 전선을 구축 중인 제15집단군과 교전이 예상됩니다. 세 번째 진공 부대인 제3기사는 퉁랴오에서 출발하여 츠펑을 지나 베이징의 북단에서 진공 할 예정이며 교전 대상은 제13집단군으로 예상됩니다.”

설명을 마친 작전본부장은 참석자들을 한번 살피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상륙부대에 대한 부연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롄에서 대기 중인 제10상륙함대는 제7기동군단이 베이징 근교에서 교전을 시작함과 동시에 다롄항에서 출항하여 톈진 방향으로 항로를 잡을 것입니다. 그리고 샨호칸섬을 지날 때쯤 항로를 변경하여 최고속도로 산둥반도의 옌타이 해변에 상륙작전을 감행할 것입니다. 이에 상륙을 저지하는 방어부대로는 제26집단군이며 적어도 1개 사단은 톈진 상륙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고구려의 기상’ 작전

6단계(베이징 함락 작전): 지상군과 상륙 양동 작전 시행

제20기갑사단은 베이징 동단 쪽에서 진공

수도기갑사단은 베이징 북동단 쪽에서 진공

제3기갑사단은 베이징 북단 쪽에서 진공

제10상륙함대를 이용한 제2해병사단을 산둥반도 옌타이에 상륙

“이상으로 이번 베이징 진공 작전에 대한 중간 브리핑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있으시면 질문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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