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음모
취지량지와 독대하기 이틀 전,
“저번 한국 공습으로 우리 경제 전체가 흔들릴 지경입니다. 지금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요.”
중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문제는 물가에 따른 위안화 가치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이 리커창 총리의 말을 거들었다. 지난 11월 8일 한국의 대규모 공습에 중국 산업시설 전체의 1/3이 파괴되면서 내수시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개전 후 조금씩 오르던 물가는 이때를 기준으로 폭등했고 위안화 가치는 반대로 추락했다.
“같잖은 놈들 때문에.”
시진핑 주석은 강한 어조로 욕설을 내뱉었다. 전쟁은 전쟁대로 밀리고 이제는 근 50여 년 동안 불황 없이 고속 성장만 했던 중국 경제마저 흔들린다는 보고에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현재 생필품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1개월 안에 한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군수업체의 원자재 수입에 대한 비용 폭등으로 수입량이 줄어들어 군수품 생산량이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위안화 가치 하락, 전시상황이 아닌 평시였다면 중국 기업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전쟁 중이었다. 국가비상사태에 따른 전쟁물자 총동원령이 내려진 지금 해외에 수출할 물품보다 내수로 전환되는 물품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반대로 원자재와 핵심 부품 대부분을 해외 기업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 기업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예전보다 더 큰 비용을 지급해야만 하므로 갈수록 중국 기업들의 경영 악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전시 중인 상황에서 군수 물품 생산량이 떨어진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현재 예상으로는 1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에 수입한 원자재가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1개월 이후부터는.”
“리커창 총리! 다른 대책 방안은 없습니까.”
중국 경제는 근래 30여 년간 눈부신 폭풍 성장을 보였다. 그 시작은 1979년 대외경제개방을 시행함으로써 농업 생산책임제를 도입하여 인민공사가 해체, 도시 기업도 공유제에서 다원화된 소유제 구조로 전환하여 개체소유제, 개인소유경영, 각종 경제연합체 등 다양한 소유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즉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인정하고 경제 활동에 관여하는 의사결정권을 다원화시키는 부분이었다. 또한, 지령성계획 위주의 경제계획을 지도성계획으로 전환 및 국가는 중장기 계획만 담당하여 경제주체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였다. 분배의 측면에서도 국가 이익을 강조하던 것에서 기업과 개인의 이익을 고려하는 제도로 전환되고 자유 시장으로 부활하였다. 즉 사회주의국가이면서도 자유시장제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사실 대외경제개방의 성공 원동력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15억이라는 인구에 따른 튼튼한 내수시장의 보유였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과는 다르게 수출에 기대지 않고 자체 내수시장의 힘만으로 중국 기업은 흑자경영을 유지하며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
“솔직히 뚜렷한 방안은 없습니다. 한순간 30%에 이르는 산업기반이 무너졌기에 임시방편으로 수입을 늘려 물가 상승률을 저지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위안화 하락으로 수입 지급 비용부담으로 중국 경제는 악순환이 될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15억이라는 인구수가 발목을 잡은 형국입니다.”
암담한 대답에 시진핑 주석이 침통한 표정을 하자 리커창 총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시진핑 주석님! 이 파국을 벗어나려면 저번에 취지량지 대장의 의견을 전격 수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총리도 그 방법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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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5일 10: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한국군의 제2차 서부전선 구축 작전과 동북 삼성 점령 작전은 중국군의 후퇴로 인해 수월하게 진행됐다. 특히 동북 삼성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제16집단군이 창춘시에서 북단으로 전격 후퇴함으로써 무혈입성을 할 수 있었고 진공 후 10일이 지난 시점, 동북 삼성 대부분을 점령하였고 점령지에 따른 치안 유지와 중국군 잔존세력에 대한 소탕 작전을 전개 중이었다.
오늘 용산 B2 벙커에는 오랜만에 서현우 대통령과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내관 하여 한중전 전체 전시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지금부터 한중전 전시 경과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스크린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레이저 포인트로 스크린 화면의 디지털 지도를 가리켰다.
“현재 제7기동군단과 제3기갑사단은 중국 본토와 동북 삼성의 길목을 차단한 서부전선 구축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지도를 보시면 이곳 진저우 일대는 제20기갑사단이 투입된 상황이며 리샨산맥을 따라 푸신 일대에는 수기사가, 그리고 위로 올라가 퉁랴오 일대에는 제3기갑사단이, 훠린궈러 일대에는 제30기보사가 투입되어 서부전선을 완성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길목인 진저우와 푸신 일대에 대한 중원부대로는 제1군단 예하 제25경보사가 판진에 주둔 중입니다.”
김용현 중장은 디지털 지도 곳곳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다음은 제2군단과 제5군단의 동북 삼성 점령지에 관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2군단 예하 제7기갑사단은 치치하얼시에서 북서단 95km까지 진공 하여 주둔 중이며 제27경산사는 이춘 일대에, 제15경산사는 베이안 북단 66km까지 진공한 상태입니다. 향후 제16집단군이 주둔 중인 후룬베이얼에는 제7기사와 제8기보사가 합동으로 진공 할 예정입니다.”
이때 강수현 국방부 장관이 손을 들었다.
“네, 장관님.”
“제16집단군과 교전에 있어 우리군 2개 사단만 진공 한다면 부족하지 않을까요? 내가 알기론 제16집단군은 주위 군관구까지 병합하여 규모로 보자면 적어도 2개 집단군 병력으로 보고를 받았는데 말이죠.”
“네, 맞습니다. 장관님, 제16집단군은 현재 자체 병력 외 길림 군관구와 흑룡강 군관구 그리고 북부 전구 직할 부대를 병합하여 규모로는 2개 집단군 규모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 보병 병과로 제7기사와 제8기보사만으로 충분히 격파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2군단 직할 항공대도 적극 교전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김용현 중장이 설명을 마치고 스크린을 조작하는 부관에게 손 신호를 보내자 스크린 화면에는 현재 제16집단군 병력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이 보였다.
“화면에 보시는 것과 같이 규모는 2개 집단군이지만 대부분이 일반 보병이 대부분입니다.”
“알겠습니다, 계속하세요.”
스크린 화면은 다시 동북 삼성 디지털 지도로 전환되었고 작전본부장의 설명은 이어졌다.
“제5군단 예하 제6기보사는 바이청 서단 22km까지 진공 중이며 제8기보사는 쑹위안 북단 30km에서 주둔 중이며, 앞으로 치치하얼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또한, 제1해병사단은 지시를 지나 최북단인 자무쓰시와 허강 그리고 쇠야산 일대에 대한 점령 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1군단 제9기보사는 다롄 일대에 남아 방어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압록강 국경선 일대에 투입한 제3군단 소속 제2경산사와 제12경산사는 수월하게 중국군 잔당 소탕 작전 중입니다. 이상으로 브리핑을 마치고 질문을 받겠습니다.”
작전본부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질문을 던졌다.
“러시아 동향은 어떻습니까? 우리 군이 러시아 국경까지 접근한다면 러시아의 반응이 있을 텐데요.”
“네, 대통령님, 현재까지 러시아군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이며 합참에서도 러시아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없애고자 중러 국경선으로부터 30km 이내로는 진공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방부 장관이 염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인지한 강이식 합참의장이 작전본부장의 말을 거들었다.
“장관님! 이 부분은 합참에서도 신중하게 신경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요.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군요. 합참에서 알아서 잘하고 있는데 말이죠. 하하하.”
“아닙니다. 장관님 입장에서 충분히 신경이 쓰일 부분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요. 동북 삼성 점령까지.”
“네, 앞으로 10일 이내에 제16집단군까지 몰아내고 동북 삼성을 완전히 점령할 예정입니다.”
또다시 국방부 장관이 질문이 이어졌다.
“그 이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번엔 작전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동북 삼성을 완전히 점령한 후 우리 군은 베이징 진공에 대한 압박을 가할 것입니다. 첫째 육로를 통한 제7기동군단의 북경 진공 작전과 둘째 다롄 항에 주둔 중인 제2해병사단을 북경 근처인 톈진에 상륙하는 작전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실제 북경을 칠 예정입니까.”
“현재까지 입안한 작전 안에는 북경 진공도 포함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던 서현우 대통령이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상대국 수도까지 점령한다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만큼 우리 쪽 피해도 클 수 있습니다. 북경 진공 건은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봅시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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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7일 11:00,
울산시 현웅중국업 조선소.
한국 해군 최초의 KC-1 중순양함이 진수식을 위해 그 위용을 드러냈다. 2년간 내부 도크에서 비밀리에 건조를 시작했고 건조를 시작한 지 1년 11개월 만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년 2월이 진수식이었으나 갈수록 발전하는 건조기술에 현웅중국업은 3개월을 앞당겨 건조를 완료했고 이에 금일 진수식을 갖게 되었다.
강현수 국방부 장관과 나형환 해군참모총장 등 각계 주요 인사와 현웅중국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충무공이순신함 진수식이 개최되었다. 진수식은 해군의 전통에 따라 함정명 선포로 시작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온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은 축사와 함께 오늘 진수식의 주인공인 KC-1 중순양함의 함정명을 선포했다.
“해군의 작전영역과 지속능력이 크게 확장되며, 이를 토대로 우리 해군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해양주권을 굳건히 수호해 나갈 것이며 이러한 대한민국 대양해군의 핵심전력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함정은 함번 CG-1101에 함명 충무공이순신함입니다.”
건조 당시 해군에서는 함정명 선택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앞으로 20여 년간 세계 최고의 전투 함정으로 대한민국 삼면을 지킬 이 순양함 함명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외엔 없다는 의견이 쇄도했고 이에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은 기존 KD-2 충무공이순신함(DDH-975)을 김종서함(DDH-975)으로 개명하고 첫 번째 KC-1 중순양함 함정명을 충무공이순신함(CG-1101)으로 망설임 없이 정했다.
함정명 선포에 200여 명의 진수식 참석자들은 현 과학기술의 총화라 할 수 있는 최첨단 전투함에 어울리는 충무공이순신함이라는 함명을 선포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다음은 해군의 관습에 따라 진수줄 절단식이 있겠습니다.”
진수식 사회자의 말이 스피커를 통해 진수식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진수식 주빈의 부인인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의 부인인 김은영 여사가 앞으로 나와 진수줄을 절단했다. 이후 안전항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충무공이순신함 선체에 샴페인을 깨트리는 것으로 진수식 행사가 마무리됐다.
235m에 달하는 크기와 형체만으로도 진수식에 참석한 관계자의 넋을 빼앗아 버린 충무공이순신함(CG-1101)은 현 전시상황을 고려하여 앞으로 6개월간의 짧은 인수평가를 걸쳐 내년 5월에 해군에 인도되어 정식으로 취역할 예정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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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30일 24:00 (러시아시각 18:00),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42km 떨어진 러시아 최대 공항인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입국 심사대를 막 통과한 동양 사내 3명은 대합실을 지나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3명 모두 검은 검정 정장을 입었고 그중 덩치 큰 동양 사내의 손에는 007가방이 들려있었다.
10분 후 동양 사내 3명은 주차장 기둥 중 B11이라는 곳에 도착했고 이 중 안경 쓴 동양 사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가까운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지 검은 밴 2대가 이내 동양 사내 3명 앞으로 다가와 섰다. 그리고 밴에서 선글라스를 쓴 우람한 체격의 러시아인 2명이 내려 전화를 걸었던 안경 쓴 동양 사내와 몇 마디 주고받은 후 동양 사내는 검은 밴에 탔고 밴 2대는 그대로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모스크바 시내 고속도로로 향했다.
1시간 후 검은 밴 2대는 무장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는 모스크바 시내 외곽의 어느 건물 지하주차장 입구에 들어섰다. 총 3번의 검색대를 통과한 후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2대의 검은 밴에서 동양 사내 3명과 러시아인 5명이 내렸고 그대로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에 찍힌 문양과 이름은 SVR 즉 러시아의 대외정보국 마크와 조직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