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3화 (123/605)

공방전!

2020년 12월 05일 15:00 (중국시각 14:00),

중국 치치하얼시 북서단 95km 지점.

11월 25일 서부전선을 구축하고 후룬베이얼시 일대만 남기 상태에서 동북 삼성 모든 지역에 대한 민간인 통제와 치안 유지 속에서 중국군 잔존 병력 소탕 작전에 전념했다. 그리고 10일 지난 금일 후룬베이얼 일대에서 방어 전선을 구축하고 버티고 있는 제16집단군을 격파하기 위해 치치하얼시로부터 북서단 95km 지점인 소도시 아룽 기 벌판에 집결한 제7기갑사단과 제8기계화보병사단은 이동 준비로 장병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집결지였던 치치하얼시에서 제16집단군의 방어 진지인 후룬베이얼시까지의 직선거리는 295km로 그 중간에는 험한 산악지형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고 연결된 도로는 총 2개로 제7기갑사단은 편도 2차선인 G10 고속도로로 제8기계화보병사단은 편도1차선인 G301 간선도로를 타고 기동하기로 사전에 약속이 되었다.

또한, 300km가 넘는 장거리 기동이었기에 기동 간 적의 포격과 항공기 공습을 대비해 이동 부대를 대대 단위로 나눈 상태에서 시차 간격을 두고 기동에 들어갔고 상공에는 두 개의 항공대 소속의 AH-64D 아파치와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가 넓게 퍼진 채 호버링을 하며 공중으로부터의 엄호와 탐색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며 헬기 특유의 소음을 내고 있었다.

잠시 후 제7기갑사단 선봉 수색전차대대가 기동을 시작하자 10분 간격을 두고 제73기갑여단 31전차대대 소속 K-3 백호 전차와 장갑차들이 육중한 엔진음을 울리며 종대대열을 유지했다. 꽁꽁 얼어붙은 벌판을 캐터필러 자국을 선명하게 남기며 가로지른 후 작은 언덕을 가뿐히 올라간 백호 전차는 고속도로 난간을 가뿐히 밟아 짓이기고는 G10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그리고 10km 떨어진 제8기계화보병사단 주둔지에서도 사단 직할 수색전차대대를 선봉으로 G301 간선도로에 올라섰고 10분 후 제10기갑여단 81전차대대가 뒤를 따르면 기다란 기동 행렬을 이어갔다.

★ ★ ★

2020년 12월 05일 15:30,

일본 도쿄 내각 총리실.

3시간 전 아베 총리로부터 방위회의 긴급 소집 명령에 방위성 건물이 아닌 총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는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을 포함하여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과 각 군 막료장, 그리고 내각안보실 구르마다 실장과 내각정보실 이나모토 준이치 마지막으로 야구마치 겐조 전략비서관이었다.

“무라 카와 해군막료장.”

회의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해상막료장을 불렀다.

“하잇! 총리님.”

해상막료장 무라 카와가 군인 특유의 기계를 보이며 대답했다.

“지금부터는 해상자위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철저한 준비를 하시오. 필요한 지원은 얼마든지 하겠소이다.”

“하잇,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무라 카와 해상막료장의 대답에 흐뭇한 표정을 지은 아베 총리는 회의에 참석한 장성들과 각료들을 쭉 살피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 기회는 앞으로 우리 대일본 역사에 있어 매우 크나큰 전환점이 될 것이오. 다들 이점 명심하고 대일본이 세계 속에 강대국으로 천년만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잇! 하잇.”

20여 명의 군인과 관료들은 일심동체인 듯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칩시다.”

장장 3시간의 긴 회의가 끝나고 회의에 참석했던 장성과 관료들이 다 빠져나가자 아베 총리는 의자에 몸을 저치며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피곤함을 풀었다. 그러고 나서 회의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대외비 문서를 들어 천천히 읽어갔다.

문서 제목은 ‘일중상호체결조약서’로 야구마치 켄조가 며칠 전 싱가포르에서 중국 인사들과 만나 체결해온 문서였다.

“이제 시작이다. 선조들이 이루지 못한 대일본의 숙명을 이제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린 아베 신조는 보안등급이 찍혀있는 대봉투에 대외비 문서를 집어넣으며 다시 한번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 ★ ★

2020년 12월 05일 19:40 (중국시각 18:40),

중국 후룬베이얼시 남동단 50km G10 고속도로 지점.

G10 고속도로 따라 5시간에 걸친 기나긴 기동으로 제7기갑사단은 중국군 제16집답군이 주둔 중인 후룬베이얼 50km까지 다가갔다. 이에 제7기갑사단장은 중국군의 포격 사거리를 고려하여 고속도로를 이탈하여 전체적인 횡대 대열을 갖추라는 명령을 하급부대에 지시했고 G301 간선도로를 따라 기동하던 제8기계화보병사단도 제7기갑사단과 마찬가지로 도로를 빠져나와 넓게 퍼지며 야간 교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두두두두두두~

상공에는 후룬베이얼부터 공중 위험과 정찰 임무를 맡으며 비행했던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비행대대가 먼저 매복으로 의심되는 중국군 주둔지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제7기갑사단 선봉 수색전차대대 전차들이 울퉁불퉁한 지면을 승용차 못지않은 승차감을 보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예상 교전 지점에 도달한 FAH-91SP 송골매 공격헬기에서 연속으로 50mm 파이어볼 로켓탄이 쏟아지며 공격이 시작되었고 뒤따라오던 수색전차대대 K-2A1 흑호 전차의 125mm 강선포에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동북 삼성의 마지막 점령지인 후룬베이얼 교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교전이 시작되고 30분이 지난 후 제7기갑사단으로부터 황당한 보고가 합동참모본부에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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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5일 20: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상황실 2번 3번 4번 5번 스크린에는 아폴론 위성과 사단본부에서 출격한 무인정찰기인 팔콘아이 그리고 십여 개의 스파이더 드론이 후룬베이얼 일대를 샅샅이 촬영하여 보내온 영상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2개 집단군 규모의 병력이 주둔했던 후룬베이얼 벌판에는 풍선으로 만든 위장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자주포 같은 풍선들이 찢어진 상태로 널려 있었다.

“뭐기네? 저게 다 가짜란 말이네? 이런 종간나새끼래.”

벙커 생활 20일째에 들어선 북한군 부참모장 최호일 대장이 스크린을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기러구만요. 풍선으로 만든 위장 무기들만 남기고서리 중국놈들이래 죄다 튄 듯합네다.”

최호일 대장의 보좌 겸 제620포병군단장인 윤기호 중장이 맞받아쳤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합동참모본부 참모진들도 웅성거렸고 강이식 합참의장도 아무 말 없이 비치는 스크린만 주시했다.

“중국 놈들, 뭔가 속셈이 있는 듯합니다.”

작전본부장이 합참의장 옆으로 다가가 넌지시 말했다.

“맞아. 속셈이 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해.”

한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스크린을 지켜보던 강이식 합참의장은 작전본부장의 말에 조용히 대답과 동시에 명령을 지시했다.

“일단 3사단장에게는 후룬베이얼 일대 점령 작전을 시행하고 지속해서 주변 일대에 대해 샅샅이 정찰하라고 지시해. 정찰위성은 후룬베이얼 일대 200km까지 정찰범위를 넓혀 정찰하라고 지시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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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5일 21:00 (러시아시각 15:00),

러시아 모스크바 대통령궁.

푸틴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경제적 상승과 테러에 대한 대처, 그리고 주변국과의 분쟁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며 불곰국이라는 강한 국가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에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푸틴 대통령은 2018년에도 재집권에 성공했고 자국 경제 촉진 정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강한 러시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대통령궁 회의실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측근으로만 이뤄진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국무회의가 열렸다. 회의안건은 며칠 전 중국과 체결한 비밀 체결 문건 내용이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조금 전 미하일 이바노프 국방부 장관이 제시한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내놓으며 회의실 회의 열기는 고조되고 있었다. 그리고 30분 후 국무위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이견이 조율되자 듣기만 하던 푸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우리 러시아는 지금, 두세 발 앞으로 나갈 때입니다. 이제 러시아는 건방진 미국을 넘어 세계 초강대국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러시아를 위하여.”

푸틴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고 외치자 이에 국무위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러시아를 위하여.”

★ ★ ★

2020년 12월 05일 21: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1시간 동안 상황실에서 후룬베이얼 교전을 지켜보고 있던 합동참모본부에 제7기갑사단장으로부터 추가보고가 이어졌다.

“충성! 제7기갑사단장 소장 서정열입니다.”

“충성! 특이사항은?”

“현재 후룬베이얼 일대 50km까지는 1개 중국 보병사단 외에는 추가 병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이곳 민간인을 통해 알아본바 중국군은 4일 전부터 야간을 틈타 G301 도로를 이용해 서단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어젯밤에도 대규모 병력이 빠져나갔다는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G301 도로를 타고 갔다면 몽골과 러시아 국경선 쪽 아닌가.”

“네, 현재로서는 제16집단군은 몽골이나 러시아로 넘어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10만이 넘은 중국군을 러시아나 몽골이 허락한단 말인가.”

“지금으로써는 모든 가정을 두고 생각해봐야 할 듯합니다. 의장님.”

작전기획본부장이 말했다.

“좋아! 작전본부장! 아폴론 정찰위성 모두 투입해서 G301 도로와 가까이 위치한 러시아와 몽골 국경선 일대에 대한 정찰 지시하고 탐지하는 대로 즉시 보고하라고 하게.”

“네, 아폴론 3기 모두 투입하겠습니다.”

“8사단장도 연결해.”

“네 알겠습니다.”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큰소리로 대답하고는 콘솔을 조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제8기계화보병사단 김영원 소장이 화면에 나타났다.

“충성! 8사단장 소장 김영원입니다.”

“충성! 수고가 많다. 그쪽 상황도 마찬가지인가.”

“네, 합참의장님 그렇습니다. 교전 당시 저희가 공격했던 중국군의 전차와 장갑차는 모두 풍선으로 만든 인형 병기로 확인하였습니다.

“그럼 우리 정찰위성과 레이더는 저런 인형 병기에 속았단 말인가?”

“확인한 봐, 인형 병기에 발열 장치와 전자파 발생장치까지 장착하여 우리 군의 정찰위성과 레이더를 속인 거 같습니다.”

21세기 최첨단 무기를 보유한 한국군이 고작 에어 풍선으로 만든 인형 병기에 속았다는 사실에 합참의장을 비롯한 참모진들은 황당한 표정과 함께 왜 중국군이 이런 짓을 했는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에 빠졌다.

“최호일 대장 동지 저거이 우리 인민군도 사용하는 거 아닙네까? 지금 보니 효과가 아주 큰 듯합네다.”

이때 제620포병군단장 김윤기 중장이 부참모장 최호일 대장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그딴 소리 하지 말라우. 지금 분위기 어카 돌아가는지 몰라서 그러네? 쓸 때기 없는 소리 하디 말라우 알았네.”

“죄송합네다. 최호일 대장 동지.”

한국군 참모진들이 들을까 봐 최호일 대장은 조용한 목소리로 김윤기 중장을 야단치며 눈을 흘겼다.

20일 전 중국군 총사령관인 취지량지 대장의 후퇴 명령을 받은 제16집단군은 후룬베이얼 일대로 후퇴한 후 이곳에서 에어 풍선으로 만든 인형 병기로 위장한 후 1개 보병사단만 남기고 나머지 모든 부대는 야간 이용해 매일 국경선을 넘어 러시아로 병력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1시간 후 정찰위성 아폴론 2호로부터 중국군으로 의심되는 기계화차량화부대가 러시아 지역에서 포착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아폴론 2호로부터 중국군 기계화차량부대로 추정되는 부대를 찾았다는 보고입니다. 2번 스크린입니다.”

전술 오퍼레이터는 보고와 함께 콘솔을 조작하여 2번 화면에 정찰위성 아폴론 2호로부터 전송된 영상을 비췄다.

“위치는.”

“메인 스크린에 위치 표기합니다.”

전시 모든 상황이 표기되는 상황실 메인 스크린의 디지털 지도에는 몽골 국경 마을인 에렌엔챠브에서 39km 떨어진 지대였고 후룬베이얼시로부터는 265km 거리였다.

“어떻게 중국군이 몽골까지 들어갔지? 몽골에서 중국군의 주둔을 허락했단 말인가.”

단순 몽골이 중국군의 주둔을 허락했다고 하더라도 한중전에 제3국이 관여하는 부분은 외교적으로 중대한 일일 수 있었다.

“정보본부장은 내일 아침 외교부에 이와 같은 사실 알리고 몽골 정부의 정확한 답변을 받으라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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