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121/605)

공방전!

2020년 11월 13일 15: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터널을 따라 길게 이어진 도로에는 불타고 있는 트럭 사이사이를 지나가며 산 중턱에서 공격하는 중국군을 향해 50mm 광자포와 흑룡 미사일을 날리며 교전하는 영상이 회의실 스크린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공격하던 중국군을 모두 죽었는지 총성이 멈추자 장갑차에서도 공격을 멈추고 장갑차 후방 해치가 열린 후 보병들이 하차했다. 그리고 이내 하차한 보병들은 화염에 휩싸인 수송 트럭 근처에서 쓰러져 있는 부상병들을 부축하며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영상은 정지 상태로 바뀌었다.

“이 영상은 수송부대에서 전송한 영상으로 시간은 정확히 14시 12분이며 수송부대를 공격한 중국군의 정체는 제39집단군 직할 특수작전연대 소속 병력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마도 개전 초 집단군 전체가 공격받은 후 이곳 산악지대에서 매복 및 게릴라전을 준비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스크린의 영상이 멈추자 작전본부장이 말했다.

“역시 중국군 총사령관이 취지량지 대장으로 바뀐 후로 뭔가 다르게 돌아가는 군,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조금은 침울한 표정으로 팔짱을 푼 강이식 합참의장이 되물었다.

“수송 트럭 14대 완전히 전소하였고 장갑차 2대 반파 및 전사자는 12명 부상자는 15명입니다.”

“중국군은?”

“네, 중국군 전사자는 59명이며 부상자는 22명입니다. 모두 체포한 상태이며 우리 군 부상병들은 19사단 의무대로 긴급 후송 중입니다.”

“앞으로 우리 군 소송부대에 대한 게릴라 공격이 자주 발생할 거야, 김용현 중장은 군수사령관과 이와 관련해서 대비책 마련하고 이제 산악전 및 고지전에 들어가야겠어.”

“합참의장님! 전선 숫자가 늘어나면 통솔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다른 방안이라도 있나.”

한쪽 눈을 치켜뜬 합참의장은 진짜 궁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에 별다른 방안이 없던 작전본부장이 머뭇거리자 합참의장이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김 중장! 이렇게 전선이 늘어간다면 일선 부대장을 믿고 자체적으로 지휘시키는 수밖에 없어! 자네 말대로 이제는 합참에서 일일이 모든 걸 결정하기에는 몸집이 커졌단 말이지.”

합참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앉아있는 참모진을 보며 한마디 던졌다.

“앞으로 전쟁은 더 힘들어질 거야. 고구려의 기상 6단계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게나. 난 잠시 국방부에 갔다 오겠네, 다들 수고하고.”

★ ★ ★

2020년 11월 13일 20:30,

북한 자강도 자성읍 북동단 17km.

K-1100 콘솔 장갑차에는 6명의 오퍼레이터가 모니터를 주시한 채 경계 임무 중이었다. 동계인 현재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총 15시간을 3교대로 수동 모드로 설정하여 오퍼레이터들이 직접 모니터링을 하였고 낮에는 자동 모드 경계 임무를 하고 있었다.

300m 간격으로 설치된 K-1000 해태 무인경계로봇은 3가지 비전 모드 카메라를 활성화한 상태로 장착된 무기를 전방으로 지향한 자세로 압록강 넘어 산악지형을 경계하고 있었다.

삑! 삑! 삑!

313호 K-1000 해태 오퍼레이터 콘솔에서 경보음이 울렸고 모니터에는 생명체로 보이는 발광체 백여 개가 산릉선에서 탐지되었다. 그리고 점차 다른 오퍼레이터 모니터도 탐지 및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소대장님! 전방 5.3km 산릉선에 생명체 탐지! 총 121명! 숫자 계속 늘어납니다.”

가장 먼저 탐지한 313호 오퍼레이터가 소대장에게 보고하자 나머지 오퍼레이터들도 탐지된 숫자를 보고하며 즉시 경계 1호 태세로 전환했다.

“경계 1호 태세 전환.”

1소대가 맡은 경계 구역은 총 1.8km 달하는 넓은 지역이었다. 이에 소대장 오상연 중위는 오퍼레이터와 연결된 대형 스크린을 보며 지시를 이어갔다.

“313호 확대해봐.”

“네.”

짧게 대답한 313호 오퍼레이터는 즉시 콘솔을 조작했고 고율 광학 줌에 의해 확대된 화면에는 야간인 상태에서도 여러 체온으로 발광하는 생명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신병! 중대본부에 현재 상황 알리고 경갑기동대 지원 요청해.”

“네, 알겠습니다.”

3경계대대 본부에서는 하루에 여러 번씩 스파이더 드론을 날려 경계 담당구역에 대한 공중 정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군은 낮에는 비트 속에서 공중 정찰을 피했고 며칠간 숨어만 있다가 오늘 중국 상급부대로부터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연대 규모의 중국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 새끼들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오늘 낮까지만 해도 개미 새끼 하나 없다는 정보를 받았는데 말이야.”

오상연 중위는 늘어나고 있는 발광체 수에 미간을 좁히며 욕설을 내뱉었다.

“소대장님, 중대장님 무전입니다.”

통신병 안형준 상병이 통신 마이크를 건네며 말했다.

“충성! 중위 오상연입니다.”

- 중대장이다. 링크된 화면을 확인하니 적어도 연대급이다. 지금 그쪽으로 중대 경갑기동대를 보냈고 대대본부에서도 경갑기동대를 보낸다니까 사격 거리 확보되면 명령 없어도 알아서 교전하도록 한다. 이상.

“알겠습니다. 충성.”

무전기를 통신병에게 건네 오상연 중위는 바로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내렸다.

“1호부터 6호까지 사격 시야 확보되면 각자 알아서 공격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6명의 오퍼레이터는 동시에 대답하며 각자 운용하는 K-1000 해태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실전 교전이 임박하자 313호 해태를 조종하는 오퍼레이터 이상길 일병은 긴장되는지 심장 박동 소리는 커져만 갔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양손은 굳어져만 갔다. 소대장답게 이런 상황을 인식했는지 오상연 중위는 큰소리로 외쳤다.

“긴장들 하지 마라! 우리가 있는 곳은 해태로부터 1km나 떨어져 있다. 해태로 막으면 우리가 있는 이곳까지 올 수 없다! 그리고 중대, 대대, 경갑기동대도 출발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평소 했던 대로 해! 알았나.”

“네!”

313호 해태 로봇은 자세를 낮추고 흑룡 미사일 발사관을 양쪽으로 벌리며 밀려오는 발광체를 향해 지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해태 로봇의 후면에 장착된 16연장 40mm 로켓탄이 줄줄이 발사음을 내며 전방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투웅! 투웅! 투웅!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중국군 진형 곳곳에 로켓탄이 착탄하자 폭발이 일어났고 비상하는 파편을 맞고 중국군은 쓰러지고는 굴러떨어졌다.

콰앙! 으아악! 콰앙! 콰아앙!

1,500명에 달하는 중국군은 쏟아지는 로켓탄 속에서 구르다시피 하며 평지까지 내려왔고 이제는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검은 그림자들이 하얀 얼음판 위를 달려오자 이번에는 12mm 레이저 벌컨에서 하얀 빛줄기가 쏟아졌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1.8km 달하는 넓은 곳에서 각자 담당하는 경계 지역의 얼음판을 향해 레이저 빛줄기는 계속 뿌려졌고 얼음판을 건너는 중국군은 레이저 빛줄기가 스칠 때마다 팔이나 다리가 찢어지며 쓰러졌고 어떤 중국군은 온몸이 벌집이 되어 흔적도 없이 분해되는 중국군도 속출했다. 그리고 운 좋게 압록강 얼음판을 건너 나무나 움푹 팬 곳에 엄폐한 중국군은 숨을 헐떡거리고는 다시 돌격할 준비를 하였다.

빛줄기와 로켓탄의 향연 속에서 이제 중국군과 K-1000 해태와의 거리는 500m까지 좁혀졌다.

끼이이잉! 투웅!

313호 오퍼레이터는 전방 800m 엄폐물에 숨어있는 중국군에게 시야 확보를 하고자 K-1000 해태 로봇의 조종간을 움직였다. 그러자 313호 K-1000 해태는 사족 다리를 움직이며 옆으로 10여 미터를 움직였고 이네 9명이 숨어있는 엄폐지역을 조준하고 로켓탄 발사 버튼을 눌렀다.

투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40mm 로켓탄은 작은 포물선을 그으며 정확히 그 자리에 떨어졌고 9명의 중국군은 파편을 뒤집어쓰고는 모두 쓰러졌다.

“나이스.”

이상길 일병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처음 교전 전에는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두근거렸던 심장은 지금은 흥분한 상태의 박동 소리로 바뀌어 있었고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샘솟고 있었다.

팅! 팅!

악착같이 밀려오는 중국들은 기어코 300여 미터까지 접근하고는 K-1000 해태 로봇에 총알을 날렸다. 하지만 고강도 합금으로 만들어진 K-1000 로봇에 QBZ-95 5.8mm 총알은 그냥 튕겨 나갈 뿐이었다. 이에 K-1000 해태 로봇은 날아오는 총알을 비웃듯 맞아주며 이리저리 움직이며 레이저 벌컨 빔과 로켓탄을 발사하며 교전해 나갔다.

그러나 이때 315호 오퍼레이터 모니터 화면 중 전자식 비전 모드 화면에서 LJ-7형태의 대전차무기를 든 보병이 자기가 조종하는 K-1000 해태를 조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급히 오른쪽 발사관에 있는 흑룡 미사일 한 발을 날렸으나, 간발의 차이로 그 중국 보병은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다. 거리가 너무나 가까운 나머지 요격할 틈도 없이 몇 초 만에 315호 해태 로봇은 대전차 미사일에 피격됐다.

콰앙! 쿠르르르르르릉~

15t에 달하는 K-1000은 대전차 미사일의 폭발력은 이겨냈으나 각종 광학 장비와 카메라가 망가져 315호 오퍼레이터 모니터의 화면은 지직거렸다.

“315호 피격됐습니다. 소대장님! 장비는 괜찮은데 재수 없게도 비전 카메라 3개 모두 다 손상된 듯합니다.”

“일단 방어 모드로 전환 시켜! 더는 공격 안 받게 말이야.”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오상연 중위는 중대본부에서 출발한 경갑기동대에 무전을 날렸다.

- 여기는 하늘소, 여기는 하늘소, 풍뎅이 있나? 이상.

- 여기는 풍뎅이, 말하라 이상.

- 여기는 하늘소, 1-5 섹터가 뚫렸다. 그쪽으로 먼저 지원 바란다. 이상.

- 여기는 풍뎅이, 확인했다. 이상.

315호 K-1000 해태 로봇이 움직임을 멈추자 중국군들은 그 방향으로 달려들며 경계선을 넘으려 했다. 하지만 소대 콘솔장갑차로 이동하던 중대 경갑기동대 장갑차 3대는 섹터 1-5로 급히 방향을 틀어 이동했고 도착하자마자 경갑보병들이 하차하여 망가진 K-1000 해태 로봇을 대신하여 방어 임무에 들어갔다.

경갑기동대 명칭답게 일반 보병과는 다르게 영화에 나오는 로보캅처럼 튼튼한 경갑을 입은 경갑보병들은 개인화기 또한 8mm 레이저 4열 벌컨 빔이나 30mm 스마트 유탄을 사용했다.

투웅! 투웅!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한쪽으로 밀려오는 중국군을 향해 25명의 경갑보병들은 4열 총신을 돌리며 일제히 빛줄기와 30mm 스마트 유탄을 선사했다. 어두운 밤 수십 발의 가느다란 빛줄기는 밀려오는 중국군을 사살했고 30mm 스마트 유탄은 중국군의 온몸을 사정없이 벌집으로 만들며 시체 더미로 만들었다.

그리고 10분 후 대대 경갑기동대까지 도착하여 제압 공격을 가하자 밀려오던 중국군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투웅! 투웅!

중대와 대대 경갑기동대의 장갑차에서 80mm 박격포가 연속으로 불을 뿜으며 하늘로 날아갔다. 확산탄 형식의 80mm 박격포탄은 이내 중국군의 머리 위에서 폭발했고 엄폐한 상태에서 응사하던 중국군은 파편을 뒤집어쓰며 비명횡사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중국군의 총성은 멈춰다. 1,500여 명에 달하던 연대 병력 중 300여 명만이 다시 압록강 얼음판을 건너, 산으로 후퇴했고 나머지 중국군은 차디찬 얼음 바닥에 누운 채 시체가 되거나 아니면 사지가 절단된 채로 신음을 토하는 부상자로 남겨졌다.

이날 압록강 국경선 전체에 중국군의 기습이 있었다. 그동안 험한 산중에서 숨어있던 중국군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번 공격에 참여한 중국군은 어림잡아 3만 명으로 생각보다 매우 적은 수였다. 중국군 수뇌부는 현재 압록강 국경선에 배치된 한국군의 경계 병력의 전력을 파악 및 분석하고 이후 2차 공격을 수립하기 위해 간 보기 형식으로 3만 명만 투입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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