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전!
2020년 11월 9일 11: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치우천황의 형벌 이후 만일의 핵미사일 보복공격에 24시간 초비상 대기 상황에 있었던 합동참모본부는 예상했던 공격이 없자 향후 작전에 대해 회의를 소집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는 중국의 핵미사일 보복공격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작전기획본부장 나태윤 중장이 뭔가 아쉽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번 기회에 중국의 모든 핵미사일을 걷어내고 맘 편히 작전을 펴고 싶었는데 말이죠.”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 역시 나태윤 중장과 같은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중국의 핵미사일은 몇 기정도 남은 것으로 확인되나.”
참모진의 대화에 강이식 합참의장이 끼어들었다. 이에 정보본부장 안길원 중장이 대답했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대략 110기 정도로 파악됩니다.”
“110기라. 시진핑 주석 성향으로 봐서는 보복하고도 남을 텐데, 중국군 지도부에도 아직은 정신이 멀쩡한 장성들이 있는가 보군.”
합동참모본부는 치우천황의 형벌 이후 중국은 대대적 핵미사일 보복공격을 예상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은근 바랐다. 이성을 잃은 중국 수뇌부가 보유 중인 모든 핵미사일을 보복공격에 사용하고 한국군은 이를 모두 요격한 후 재래식 전력만 남은 중국군을 상대하고자 했던 바람이었다.
“현재 중국군 총사령관인 칸 커이쳐가 해임되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자 실제 군 서열 2위인 취지량지가 새로운 총사령관에 임명됨과 동시에 대장으로 진급했다는 정보입니다.”
정보본부장의 말에 강이식 합참의장이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쉬지량지? 허허, 예전에 몇 번 본적이 있는 친구인데. 기억나기론 중국군에서 지략가로 소문난 사람이야. 아마 임기도 이번 연도까지로 알고 있었는데.”
“네 맞습니다. 의장님! 임기는 이번 연도 까지며 한때 군 혁신에 일조한 사람으로 전술, 전략에 통달한 인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거, 혹 띠려다 혹 붙인 꼴 아닌가? 앞으로 세부 작전수립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게 잡아야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현재 서부전선 일대 방사능은 어느 정도 제거되었나.”
"스크린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김용현 작전본부장이 스크린과 연결된 태블릿 PC를 조작하자 스크린에 중국 서부전선 일대의 디지털 지도와 여러 정보가 표기되었다.
“현재 구역별 방사능 수치량 입니다. 퍼센트로 요약하자면 약간의 수치는 다르겠지만 대부분 35% 정도 제거된 상태로 나오며 16일이면 이 일대에서 작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16일요? 음, 좋습니다. 15일까지 서부전선과 지린시 점령 부대는 자체 경계를 강화 한 상태로 정비와 휴식 기간을 가지도록 하고 이외 부대는 일정대로 점령 작전을 진행해 가는 것으로 하지. 참모들 의견은 어떤가.”
“네, 좋습니다. 합참의장님! 서부전선 일대는 개전 후 계속되는 교전으로 우리 장병들 피로가 상당히 축적된 상황인데 정비 및 휴식을 주는 건 지금이 적당한 시기라 저 또한 생각합니다.”
“알겠네, 그리고 군사지원본부장은 각 군 군수지원 사령부와 잘 협조해서 일선 부대에 필요한 전쟁물자 등 부족함 없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지원하게.”
“네, 합참의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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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1일 10:00,
일본 도쿄 내각 총리 회의실.
비서실로부터 인터폰 벨이 울렸다.
- 뭔가?
- 시바사키 대신이 방문하였습니다.
- 들어오라고 하세요.
잠시 후 출입문이 열리고 시바사키 대신이 들어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내각정보실 이나모토 준이치 실장이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앉으세요. 그리고 이나모토 실장은 다음에 다시 얘기합시다.”
“네! 총리님.”
짧게 대답을 한 이나모토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바사키 대신에게 눈인사만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시바사키 대신은 자리에 앉자마자 물어봤다.
“안색이 안 좋아 보입니다.”
“신경 쓰지 말고, 그래 무슨 일이오.”
“조금 전 미국에 있는 야구마치 켄조 협상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나모토 실장과 마찬가지로 표정이 좋지 않았던 아베 총리는 이내 기대감이 찬 표정으로 바뀌고는 되물었다.
“그래요? 어떻게 됐습니까.”
“네! 확실히 미끼를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네, 미 정부에서 일본의 핵무기 보유 건에 대한 내부 자체 회의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조만간 승인 소식이 있을 듯합니다.”
“켄조라는 친구 업무 수완이 좋구먼! 돌아오면 더 중요한 위치로 승진시키게.”
“하하, 네 알겠습니다.”
“순조롭게 원하는 데로 가니 확실히 해야겠군.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전술핵까지 다양한 투발 수단 개발이 필요해. 오후에 와타나베 청장을 불러서 회의 좀 합시다.”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총리님.”
소파에 몸을 파묻은 아베 총리는 핵미사일을 보유한 일본이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까지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뽐내는 상상을 하자 조금은 비열해 보이는 웃음을 보이며 한마디 던졌다.
“이제 자위군도 대외 작전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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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1일 19:00 (중국시각 18:00),
중국 베이징시 일대 X-2 벙커.
중국 인민해방군은 취지량지 총사령관 체제로 전환되며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전쟁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국군의 전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전력에 맞게 지리적, 전술적, 전략적으로 대응 작전을 재수립하였다.
“현재 한국군은 자기 영토보다 4배나 넓은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취지량지 대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러 참모진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다. 이에 취지량지 대장은 고개를 흔들며 한심하다는 눈빛을 발산하며 힘주어 말했다.
“여기 참모진들은 인민해방군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으면서 이렇게 머리가 텅텅 비어 있어서 어디에다 써먹겠습니까.”
취지량지 대장은 서슴지 않고 모욕적인 언사를 토해냈다.
“죄. 죄송합니다. 총사령관님.”
참모장 퍼펑이후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군수지원, 즉 탄 보급과 식량 등에 대한 수송이 매우 힘들 것으로 파악됩니다.”
저번 선양 시 일대 대규모 공중전 당시 전투기 출격을 반대했던 공군총부장 헝다이 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헝다이 왕 총부장! 한국은 지금까지 이렇게 넓은 곳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한 적도 장기적으로 수송 작전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모두 이번 전쟁을 통해서 단기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는 작전일 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국군의 빈틈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총사령관님.”
가만히 있으면 무능력자로 낙인찍힐까 봐 육군총부장 루에이융 상장은 진정성 없는 말투로 말했다. 이에 취지량지 대장은 듣는 척도 안 하며 무시한 채로 말을 이어갔다.
“현재 동북 삼성에 투입된 모든 한국군의 수송로는 압록강 일대의 도로거나 항공로입니다. 지금부터 압록강에 남아 있는 모든 부대에 한국군의 수송부대에 대한 적극적 게릴라 공격을 지시하고 항공로를 이용하는 한국 공군의 수송기 또한 적극적으로 요격을 지시하시오. 그리고 다롄 항으로 들어오는 길목 곳곳에 북해함대의 모든 잠수함을 동원해서 항로를 차단하시오.”
인민해방군 최고의 지략가답게 우선 중국군이 해야 할 일을 각 군에 꼭꼭 집혀줘다. 가장 중요한 중한전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 그리고 전선과 보급부대 간 길어진 수송로를 통해 수송하는 한국 보급부대를 지속해서 공격하여 한국의 일선 전투 부대를 고립시키는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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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2일 13:00,
서울시 기무사령부 대외정보수집과.
한중전이 시작된 지 16일로 접어든 지금, 동북 삼성은 물론 한국과 중국의 외교전도 가열되고 있었다. 양국은 국제사회에 상대국을 비방하고 헐뜯는 성명 발표가 연이어 이어졌다. 이 중 한국에서 가장 크게 쟁점이 되는 건 지린에서 사린가스를 이용해 공격한 건이었다. 핵무기만큼 국제사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화학전을 핵보유국에서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대대적으로 방송을 통해 알렸다.
이에 중국은 끝까지 핵무기가 있는데 무슨 사린가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발뺌했고 한층 더 나아가 한국의 음모라 선전했다.
기무사령부 대외정보수집과 회의실에는 저번 지린 중심가에서 제7기갑사단 소속 헌병대가 수거해온 사린가스 살포 범인들로부터 수거한 여러 물품이 제독한 상태로 놓여 있었다.
옷, 폭발로 부서진 핸드폰, 각종 개인화기, 그리고 알 수 없는 암호문이 쓰여 있는 수첩이었다.
“암호문은 언제쯤 해독할 수 있겠나.”
대외정보수집과장인 이윤규 중령이 수첩을 들어 올리면 말했다.
“복사본을 통해 30% 정도 해독한 상태입니다.”
정보수집1팀장 안동원 대위가 대답했다.
“핸드폰은?”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로 보내져 복원작업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완료되는 대로 바로 보고하고, 나머지 물품에 대한 분석은 어떤가?”
“현재까지 분석한 내용으로는 민간복과 그리고 화기 그리고 여러 물품을 확인 바, 중국군이라 보기에 조금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분석지원팀장 오원전 대위가 대답했다.
“중국군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현재까지 분석한 내용으로는 그렇습니다.”
“이유는?”
“일단 범인들의 착용했던 복장은 흔한 민간 복장이었고 개인화기 또한 중국군이 쓰고 있는 QBZ-95 돌격 소총은 맞으나 일련번호가 없는 사제 화기였습니다. 그리고 시체 몇 구의 얼굴은 전형적인 중국인 얼굴과 달라 DNA 검사를 했고 그 결과 동남아시아계열의 인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동남아?”
“그렇습니다.”
“만에 하나 중국에서 용병을 쓴 건 아닐까.”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전술핵까지 사용하는 마당에 굳이 용병까지 써가며 화학전을 하기엔 다소 희박하다고 봅니다.”
“음, 오 대위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그래.”
“일단 수첩 암호문과 핸드폰 복원이 된다면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알 수 있겠지, 그때까지 다들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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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3일 14:00,
북한 만포시 북서단 23km G303 도로.
육군 군수사령부 소속 육군탄약사령부 소속 KM-9010 수송 트럭 20대가 차륜장갑차인 K-23P-C 현무 보병전투장갑차의 호위를 받으며 막 만포시를 지나 2차선 도로인 G303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부우우우우웅~
수송 트럭 중간에서 달리고 있는 K-23P-C 현무 보병전투장갑차 1호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 지금부터 중국군 게릴라 출현 지역에 진입하니 모든 호위 장갑차는 할당된 방향 경계 철저히 하며 집중하도록 이상.
- 2호 라져.
- 3호 라져.
- 4호 라져.
- 5호 라져.
- 6호 라져.
총 6대의 호위 장갑차는 수송 트럭 5대마다 중간에 위치하며 기다란 행렬을 이어갔고 2.4km 달하는 터널에 진입했다. 그리고 잠시 후 터널을 막 빠져나오는 2호 장갑차에서 LWR(Laser Warning Receiver) 대전차 미사일 레이저 조준 감지 경고음이 울렸다.
삐빅! 삐빅! 삐빅!
막 터널을 빠져나와 360도 전방위 경계를 하지 못한 선두 2호 차장은 레이저 발산 지점을 모니터로 확인되자 통신망으로 급히 소리치며 말했다.
- 9시 방향! 3시 방향! 대전차 미사일! 요격체제로 전환! 요격체제로 전환!
통신망을 타고 들려오는 2호 전차장의 외침 속에 도로를 기준으로 양방향에서 20여 발의 HJ-9 대전차 미사일이 하얀 항적을 보이며 날아왔다.
수송 트럭을 보호하기 위해 흑룡 미사일은 요격시스템으로 전환 후 날아오는 대전차 미사일 요격에 들어갔고 50mm 광자포는 포탑을 돌린 상태로 먼저 9시 방향 대전차 미사일 발사지점을 향해 연신 광자 물질을 토해냈다.
2호 장갑차부터 푸른빛을 발하는 흑룡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지만 터널에서 막 빠져나온 두 대의 장갑차는 요격 타이밍을 놓쳤고 이에 20여 발의 대전차 미사일 중 16발만 요격에 성공했고 나머지 8발은 두 번째 장갑차와 수송 트럭을 강타했다.
슈아아앙~ 콰아앙! 쾅! 쾅!
2호 장갑차는 2발의 대전차 미사일에 직격당했다. 하지만 하이드리늄 합금 장갑 덕분에 내부 폭발은 모면했으나 타이어가 터지며 중심을 잃고 도로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장갑차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수송 트럭은 대전차 미사일에 직격당하며 폭발했고 수송 중인 탄약까지 유폭으로 이어지자 대폭발을 했고 화염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후발 트럭들이 급정거하였지만, 트럭 간 거리가 너무나 짧았던지라 수송 트럭끼리 연속 추돌을 했고 이어 3시 방향에서 날아오는 2차 대전차 미사일 공격에 그대로 피격당하며 수송 트럭들은 차례대로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