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119/605)

치우천황의 형벌!

2020년 11월 8일 15:45 (현지시각 14:45),

서필리핀해 스프래틀리 군도(난사 군도) 콰테론 인공섬.

2016년 중국은 서필리핀해(남중국해)에서 ‘남해구단선’에 대한 패소 판결을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우디섬에 이어 2018년 콰테론 암초에 인공 섬을 만들어 비행장과 군사시설인 레이더기지를 건설했다. 또한, 지대공 미사일과 지대함 미사일 부대를 주둔까지 시켰다. 그리고 지난 8일 새벽에 있었던 한국 선박 침몰도 이곳 콰테론 인공섬에서 중국이 발사한 지대함 미사일에 공격당한 것이었다.

인공 섬 치고 성능 좋은 HY-26A형 레이더를 운용했고 레이더 콘솔 장갑차 안에서는 레이더병의 얼굴이 일그러진 채 소리치고 있었다.

“통제관님! 탄도탄이, 탄도탄이 탐지되었습니다.”

“뭔 소리야.”

부대기지장 륭푸카이 소교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확실하게 이쪽으로 탄도탄 1기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고도는 250km입니다. 착탄까지 42초입니다.”

륭푸카이 상위는 레이더병 자리까지 다가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런 조그마한 인공 섬에 탄도탄이라니!”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지 욕설을 내뱉은 륭푸카이 소교는 탐지된 정보를 그대로 요격 오퍼레이터에게 전달하며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기지 공급경보 발령! 기지 공급경보 발령! 방공부대는 바로 요격 절차 들어가도록, 시간 없으니 바로 시행해.”

사람도 50여 명밖에 없는 조그마한 인공 섬에 공급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그리고 잠시 후 방공부대 요격운용통제관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들려왔다.

- 우리가 보유한 HQ-16B 지대공 미사일은 탄도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습니다.

* HQ-16B은 사거리 70km에 저고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며 저고도 고속탐지로 순항 미사일과 비행기에 한해 요격 가능 - 중트럭에 8발 탑재 운용.

- 할 수 있는 끝까지 요격해! 그런 개떡 같은 소리 하지 말고!

- 죄송합니다. 요격 인계 고도에 접어들면 시도하겠습니다.

사실 사격고도 10km밖에 안 되는 요격미사일로 탄도탄을 요격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요격을 하지 못하면 죽는 목숨이기에 어떻게든 요행을 바라며 요격시도는 해볼 마음으로 요격통제관은 그렇게 대답했다.

아스트라-PIP 탄도탄이 고도 200km까지 낙하하자 6개의 몸통 해치가 열리며 K-SH 지노그 미사일 6발을 토해냈다. 그리고 6개의 K-SH 지노그 미사일은 자체 추진을 일으켜 낙하속도를 더욱더 올렸고 축구장 4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콰테론 인공섬 상공 10km에 달하자 요격운용통제관이 소리쳤다.

“요격미사일 발사.”

발사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K-SH 지노그 미사일 3발은 인공 섬 곳곳에 낙탄하며 거대한 폭발을 만들었고, 나머지 3발은 또 다른 중국의 인공 섬인 우디 섬에 떨어져 같은 운명을 맞았다.

치우천황의 형벌은 받는 쪽에서는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이었다. 먼저 24기에 달하는 아스트라-PIP 탄도탄 미사일은 중국 본토에서 운용하던 핵미사일 기지 6개를 날려버렸고, 이 외 중국 경제의 중심축인 산업단지 16개는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렸다. 또한, 제22집단군의 전력도 상당한 피해를 보았고 스프래틀리 군도(난사 군도)의 인공섬인 콰테론섬과 파라셀 군도(시사 군도) 우디섬은 영원히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이유는 두 개 섬 모두 거대한 폭발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무-PIP(IRBM) 탄도탄 미사일 80기 중 21기는 중국의 대공 미사일에 요격이 되었지만, 나머지 59기는 각자 할당된 목표에 정확히 낙탄하여 지금까지 위치를 파악했던 이동형 발사차량 핵미사일 부대와 중국의 산업기반 시설들은 엄청난 화염과 함께 재가 되고 말았다.

★ ★ ★

2020년 11월 8일 16:50 (중국시각 15:50),

중국 베이징시 주석궁 근처.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벙커에서 밖으로 나갔던 경호부대의 보고를 받은 후 시진핑 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일행은 100m에 달하는 계단을 타고 올라와 베이징 시내를 바라봤다.

시내 곳곳은 화재로 인해 불타고 있었고 다행히 EMP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외곽에 있던 소방차들이 불길을 잡아가고 있었다.

지하 100m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온 시진핑 주석은 거친 호흡을 하며 몇 마디 내뱉다 말고 말문을 닫았다. 지치기도 했지만 참담한 베이징을 바라보는 심경이 찹찹함과 분노가 한순간에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가시지요, 주석님.”

리치안차오 부주석이 부축하며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시진핑 주석을 태우기 위해 외곽 부대에서 부리나케 달려온 장갑차 수십 대가 시진핑 주석 앞으로 줄을 서며 멈춰다.

“가족들은?”

“네, 벌써 출발해서 현재 X-2 벙커로 가고 있습니다.”

삼엄한 경호 속에 시진핑 주석은 장갑차를 탔고 베이징 근교에 있는 새로운 X-2 벙커로 이동했다.

★ ★ ★

2020년 11월 8일 16:5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생각보다 이번 치우천황의 형벌은 성공적인 듯합니다.”

통계 된 정보가 일일이 입력되고 있는 스크린을 보며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합참의장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이번 작전으로 확실히 한중전은 큰 전환점을 맞이할 거야. 통계자료는 언제쯤 끝나나.”

“취합 중입니다. 30분 정도면 완료될 거 같습니다.”

“태블릿에 담아주게나? 나도 이제 시대 흐름에 따라가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합참의장님.”

나름 만족스러운 작전 성공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뒷짐을 지고 있는 합참의장을 누군가 부르자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뭔가?

전략기획본부장 나태윤 중장이었다.

“방금 전략자원관리실 강병우 실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 어떻게 됐나.”

“확실한 답변은 미국으로 돌아가 보고 후 주겠다고 했지만 률리안 국장은 내심 우리 조건에 합의한 듯합니다.”

“그렇겠지, 중국 전 지역이 한국의 탄도탄 공격을 받아 상황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거야.”

“네, 그런 듯합니다. 저 같아도 중국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상황이라면 군사적 충돌 위험을 배제하고 합의할 듯합니다.”

“잘됐어! 이제 서필리핀해에서 미 해군에 의해 우리 민간 선박의 안전도 확보되니 우리 해군을 투입해 전력이 분산될 필요가 없어져 다행이야. 하지만 현재 투입된 잠수함 6척은 그대로 유지하게.”

“네, 알겠습니다.

★ ★ ★

2020년 11월 8일 17:30 (중국시각 16:50),

중국 베이징시 일대 X-2 벙커.

X-2 벙커는 핵전쟁을 대비해 베이징 일대에 건설한 여러 벙커 중의 하나였다. 실질적인 면에서 기존 주석궁 지하에 있던 통합지휘소 벙커보다 최신 장비로 설치되었고 벙커 내벽과 외벽도 2배 이상 튼튼하게 건설된 벙커였다.

시진핑 주석을 포함하여 100여 명의 국가 수뇌부가 벙커에 도착한 후 바로 상황실로 향했다. 베이징이 EMP 공격을 받고 2시 30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상황실에 도착하자마자 현재 상황을 물었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오.”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시진핑 주석이 말하자 X-2 벙커 관제장인 쑨커 대교가 미리 준비한 자료를 보며 보고했다.

“정확히 14시 29분에 한국군의 탄도탄으로 추정되는 EMP 탄도탄에 베이징이 공격을 받았으며 이외 본토 80여 곳에도 탄도탄 미사일 공격을 받았습니다. 먼저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은···.”

1시간에 달하는 보고가 끝나고 시진핑 주석은 의자에 몸을 묻히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 짧은 시간에 중국 경제들 지탱하고 있던 산업시설 중 35%에 달하는 기반시설이 공중 분해되었다는 사실과 이후 보복을 위한 핵미사일 기지와 이동발사 미사일 차량부대가 괴멸 수준의 피해를 봤다는 것이었다.

손과 발이 잘린 듯한 고통이 몸속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오자 시진핑 주석은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현재 가용한 핵미사일 수량은 얼마나 되오?”

“ICBM 핵미사일까지 포함입니까? 주석님.”

“그렇소, 모든 핵미사일이오.”

옆에서 듣고 있던 로켓군 사령관은 부관들을 지시하여 정확한 수량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려며 대답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힘없이 두 눈을 감은 채로 앉아있는 시진핑 주석에 로켓군 사령관이 고개를 숙이며 보고를 올렸다.

“시진핑 주석님! 현재 발사 가능한 핵미사일은 모두 122기입니다.”

“122기요? 500기가 넘던 우리 핵미사일이 이제 122기밖에 남지 않았단 말이오.”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한반도와 동북 삼성에 있는 한국군에게 모든 핵미사일을 쏟아부으시오!”

“네? 지금 말입니까.”

“그럼 지금이지 언제란 말이오!”

시진핑 주석은 벌떡 일어나면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안됩니다, 시진핑 주석님.”

칸 커이쳐 부주석이 반대 의견을 내세우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금 안 된단 말이 나옵니까.”

리치안차오 부주석이 칸 커이쳐 부주석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주석님! 지금 감정적으로 핵미사일을 모두 소진한다면, 이후 전술과 전략적인 면에서 우리 중국의 작전 반경은 매우 좁아집니다.”

“저도 반대합니다.”

리커창 총리도 반대 의사를 표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중앙군사위원회 소속은 아니었지만,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언권은 가지고 있었다.

이후 여러 중앙군사위원회 지휘관들의 반대에 부딪힌 시진핑 주석은 잠시 이성을 잃고 판단한 자기 자신을 책망하며 다시 이성적으로 돌아왔다.

“좋소이다. 하지만 칸 커이쳐 부주석은 지금까지 중국의 패전을 책임지고 총사령관에서 해임합니다. 새로운 총사령관은 지금부터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걸쳐 선출합시다.”

30분 후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통해 새로운 총사령관으로 취지량지 부주석이 선임되었다. 취지량지 부주석은 칸 커이쳐와 같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며 시진핑 주석 다음인 실제 군 서열 2위였다. 하지만 임기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번 전쟁에서 한발 뒤로 빠져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칸 커이쳐 부주석이 패장이라면 취지량지 부주석은 전략과 전술에 능한 지장에 가까운 군인이었다.

개전 초 시진핑 주석은 한국과의 전쟁에 머리 아픈 전술과 전략보다는 화끈한 공격으로 쉽게 밀어붙일 수 있다고 판단하여 칸 커이쳐 부주석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마를 치며 후회할 일이었다.

“취지량지 부주석! 임기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꺼져가는 중국의 불길을 다시 활활 불타오르게 집혀 주기 바라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지금부터는 부주석보다 상장으로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취치량지 상장은 군인 중의 군인이오. 알겠소이다.”

취지량지 상장은 중국 인민해방군 총사령관으로 임명이 된 후 서부전선에 투입된 모든 부대에 일선 후퇴 명령을 내렸고 각 군관구 병력까지 각 집단군에 추가 편제를 하여 방어준비에 만전을 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단, 압록강 국경선 일대에서 남아 있는 인민해방군 부대에는 험한 산지를 이용해 게릴라와 고지전 전투를 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우습게만 봤던 한국군에 호되게 당한 중국 인민해방군은 향후 전략과 전술을 이용한 치밀한 전쟁을 준비했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합동참모부는 도리어 상당한 고전을 하게 된다.

★ ★ ★

2020년 11월 8일 19: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대통령 집무실).

강이식 합참의장은 지하 벙커에 방문하여 이번 치우천황의 형벌 2단계에 관한 결과 보고를 하고 있었다. 가져온 태블릿 PC를 스크린에 연결하여 보기 쉽게 정리된 통계 파일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결과로 보자면 대성공이군요.”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요격당한 미사일 수량이 적어 예비미사일을 쓰지 않고도 목표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보유량도 적은데 말이죠. 한데 생각보다 민간인 피해가 심하군요.”

“전쟁에 따른 전쟁물자 생산과 군수공장의 가동으로 일요일인데도 출근한 근로자가 많았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의 요청으로 대통령님께서 정치적으로 곤란하게 된 점 죄송합니다.”

“무슨 그런 말을, 합참의장대는 합참의장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할 일이 있는 겁니다. 합참의장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이런 건 정치인인 대통령이 풀어야 할 당연한 숙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자! 식사시간도 됐으니 보고가 끝났다면 오랜만에 함께 식사나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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