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6화 (116/605)

중국의 대반격

2020년 11월 8일 04:30 (중국시각 03:30),

중국 선양시 서단 대평원.

지상에서 치열하게 전투가 진행돼가는 이때 서단 대평원 상공 20km에서는 주작 전투기 8기의 호위를 받으며 전략 폭격기인 KB-30P 청룡 폭격기 2기가 슈퍼 크루즈 비행 모드로 조용하고 빠른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 폭장칸에는 40t에 달하는 플라즈마 확산탄과 증폭탄이 가득 차 있었다.

잠시 후 주작 전투기 4기와 청룡 폭격기 1대가 한 조가 되어 11시 방향으로 기수를 돌려 제1포병사령부의 포병부대를 향해 날아갔고 나머지 한 조는 1차 폭격 목표인 제20집단군 본진으로 확인된 곳으로 고도를 내리며 날아갔다.

사실 청룡 폭격기는 미군 공군의 B-1B 랜서를 모델로 개발된 한국형 전략 폭격기였지만 스텔스 기능, 속도, 항속거리, 항전 장비 등 모두 부분에서 비교 불가의 최첨단 폭격기였다.

2시간 동안 신의주 공항 활주로에서 대기했던 청룡 폭격기에 출격 명령이 떨어지고 이륙한 지 7분도 안 되어 1차 목표인 제20집단군 본진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그 어떤 지대공 공격이나 전투기의 공격 위험은 없었다. 이에 5km까지 고도를 낮추며 폭탄투하를 위한 기동을 펼치려 했다.

“버너 오프! 다운! 다운! 다운! 붐 에리어 엑세스.”

청룡 폭격기의 주 조종사인 이강훈 소령이 호위기인 주작 전투기 편대에 현재 상황을 알리며 슈퍼 크루즈를 끄고 저공비행으로 전환했다.

“파파1 라져 뎃.”

이에 호위편대 편대장은 응답을 보냈고 청룡 폭격기를 따라 고도를 낮추며 저속 기동으로 전환하며 호위에 최선을 다했다.

“붐 스텝.”

-카피 프로프레이션.

주 조종사와 무기관제장의 통신이 오가는 사이 유도통제 요원이 고해상도로 보이는 폭탄투하 지역인 제20집단군 본진 곳곳을 스캔하며 폭격지점을 설정했다. 집단군 본부 막사 및 수송부대, 탄약고, 레이더 그리고 여러 방공부대와 포병부대였다.

그리고 잠시 후 포격지점을 모두 설정한 유도통제 요원이 무기관제장에게 오케이 신호를 보냈다. 이에 무기관제장은 최종 폭격지점을 확인하고 내부폭장 해치를 서서히 열었다.

- 붐! 드로잉 다운! 고!

무기관제장의 폭탄투하 외침과 동시에 투하 버튼을 누르자 폭격기 폭탄 연결고리가 움직였고 K-PSB 플라즈마 확산탄 수십 발이 차례대로 내부 폭장칸에서 떨어지며 자유낙하를 하다가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자체 추진체가 켜지면서 각자 할당된 표적으로 방향을 틀며 활공 낙하를 시작했다.

“컴프릿트! 컴프릿트.”

무기관제장이 폭탄투하 완료 보고 이후 청룡 전투기는 다시 고도를 높이며 2차 목표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고 40발에 달하는 플라즈마 확산탄은 짧은 시간에 폭격지점 상공 50m에 도달하자 1차 폭발을 하며 수많은 자탄을 중국군 머리 위에 뿌렸다. 이러한 폭발은 제20집단군 본진 곳곳에서 일어났고 일반 재래식 고폭탄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나 폭발력에 중국 군인들은 물론 일반 차량과 장갑차, 전차까지 피해를 주며 지옥의 화염 바다를 만들었다.

그리고 5분 후 제54집단군도 제20집단군과 마찬가지로 운명을 함께 했고 한국 포병과 술래잡기 대포병 포격을 주고받았던 제2포병사령부의 예하 포병부대는 무방비 상태에서 떨어지는 플라즈마 확산탄에 괴멸 수준의 손실을 당했다. 사실 괴멸당한 중국 포병대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핵포탄 50발을 준비한 포병부대도 있었다.

★ ★ ★

2020년 11월 8일 08:30 (중국시각 07:30),

중국 선양시 서단 대평원.

선양 서단 대평원에서 치러진 양군 간의 대규모 전투는 7시간이 지나서야 한국군의 승리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3자가 보더라도 긴 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양 국가의 군대 규모로 봤을 때는 너무 짧은 시간에 승부가 났다고 봐도 무관했다. 이러한 이유는 한국군은 교전 초반 엄청난 포병 화력전과 여러 유형의 공격수단을 동시에 동원했다. 즉 집중적이고 다양한 공격수단 때문에 중국의 대규모 병력이었지만 단기간에 전투를 끝낼 수 있었다.

한국군은 막강한 방공부대 보유와 함께 다양한 공격수단을 이용했다. 먼저 사거리에 따른 여러 포병부대의 공격이 있었고, 두 번째 송골매 공격헬기의 공격, 그리고 지상 기갑부대의 진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략 폭격기의 중국 수뇌부의 집중 포격이었다.

반대로 중국군은 저번 대규모 공중전 참패로 우수기종을 대부분 잃으며 제공권 확보에 실패했고 이런 이유로 이번 교전에서는 전투기 전력을 투입할 수 없었다. 그리고 포병부대 또한 한국 포병의 실시간 대포병 포격에 확실한 화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진지 이동만 하면서 부분적 포격만 가했을 뿐이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에 중국군은 수적 우위의 지상군 전력으로만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전에 있었던 교전 결과와 마찬가지로 전차와 각종 장갑차 성능 면에서 비교 상대가 되지 못했던 중국 기갑군은 이번 교전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선양 남단과 동단 대평원처럼 서단 대평원에도 중국군의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수많은 인민해방군 무덤 지대로 바뀌어 버렸다. 간혹 기동하는 중국군의 전차나 장갑차가 있었지만 다들 안테나에 하얀 기를 걸고는 항복 의사를 보였다.

★ ★ ★

2020년 11월 8일 09:2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회의실.

합참의장 강이식 대장은 선양 서단 전투의 승기를 확인하고 바로 이곳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를 방문했다. 오늘 오후에 있을 치우천황의 형벌 건에 대한 최종 보고 전 추가적인 의사를 표하고자 대통령에게 독대 신청을 하였다.

“앉으세요.”

피곤함이 역력한 얼굴로 맞이하며 대통령이 말했다.

“네, 대통령님.”

서현우 대통령은 새벽에 방문한 강현수 장관을 통해 지린에서 중국군이 사린가스를 살포했다는 보고와 스프래틀리 군도(난사 군도) 근방에서 중국군으로부터 한국 민간 선박 3척이 공격을 받아 침몰을 당했다는 보고를 받은 후 이곳 지하 벙커에 내려와 어제 한국에 방문한 미국 국무부가 건넨 제안 건에 대한 회답과 말레이시아 정부에 한국 민간 선박 구조 및 인양 관련 협조 등 여러 업무를 소화하며 평소 때보다 일찍 일과를 시작했다.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대통령님.”

자리에 앉은 강이식 합참의장은 대통령의 건강이 걱정되었는지 본론을 꺼내기 전에 안부를 먼저 물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합참의장이 요새 무리하는 거 같은데 건강 챙기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전 회의 전에 독대 신청을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서로의 안부를 건넨 후 대통령이 본론으로 넘어가자 강이식 합참의장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요청할 것이 있습니다.”

“네.”

“오늘 예정된 치우천황의 형벌 2단계를 3단계로 격상했으면 합니다. 승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단계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3단계로 격상해달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강이식 합참의장은 자세를 곧게 하고는 진중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대통령님! 현재 ‘고구려의 기상’ 작전은 최대 1개월 이내에 중국의 항복을 받을 수 있게 수립되어 입안된 작전입니다. 그리고 그 작전은 중국의 핵 공격 즉 전술핵과 핵전략까지 모두 고려해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핵보유국이면서도 화학전까지 시작했고 앞으로 생물학전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쟁은 길어질 것입니다.”

“생물학전이요?”

“네 그렇습니다. 화학전처럼 탄저균, 페스트균, 콜레라균 등 인간에게 치명적으로 전염이 되는 병원체를 포탄이나 폭탄을 이용해 투발 후 살포하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말을 끊어서 미안합니다. 계속하시죠.”

“두 번째는 중국은 한국 경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해외로 오가는 한국 무역선에 대한 나포입니다. 이에 해군은 우리 민간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잠수함 6척을 서필리핀해(남중국해)에 투입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나포가 아닌 미사일 공격으로 한국 민간 선박을 공격하여 격침했습니다.”

설명하다 말고 강이식 합참의장은 조그마한 서류 가방에서 몇 개의 종이 문서를 꺼낸 후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자료는 10월부터 12월까지 서필리핀해(남중국해) 항로를 이용해 지나가는 우리 선박의 일정표입니다. 하루 50척이 넘습니다.”

문서를 들고 천천히 읽어본 대통령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큰일이군요. 이 많은 선박이 공격을 당한다면 우리나라 대외 무역 경제는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제가 앞서 말한 첫 번째 이유로 전쟁은 길어지며 두 번째 이유로 전쟁이 길어지면 질수록 우리 경제는 무너지기에 지금 시점에서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치우천황의 형벌 2단계를 3단계로 승격 요청한 이유입니다.”

서현우 대통령은 강이식 합참의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잘 들었습니다. 합참의장의 말은 일리 있고 저도 충분히 동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통령으로서 3단계 승인은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답변을 들은 강이식 합참의장의 얼굴엔 실망감이 잔뜩 묻어났다. 이를 눈치챈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합참의장에게 다가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제가 3단계를 승인하진 못하지만,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 ★ ★

2020년 11월 8일 10:00 (중국시각 09:00),

중국 지린 시내 중심가.

사린가스로 지린 시내 중심가는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폭발로 인해 가스가 유출된 시간이 새벽 시간이라 인근 근방에서 자고 있었던 지린 시민들의 피해는 매우 컸다.

제7기갑사단 직할 부대인 화생방지원대의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제독 및 사린가스에 중독된 민간인들을 찾아다니며 응급조치 및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사단 의무대로 후송하여 치료를 받게 했다.

“여깁니다.”

새벽에 수색 분대조로 사린가스 범인들과 최초 조우하여 총격전을 벌였던 수색 분대의 분대장인 강호일 병장이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확실해?”

대위 계급의 헌병대 장교가 피폭 차단복에 피폭 마스크를 쓴 채로 되물었다.

“네, 여기 맞습니다. 시체들도 그대로 있고 오른쪽 저것이 가스 유출의 원천 폭탄입니다.”

강호일 병장의 말이 끝나자 화생방지원대 군인들은 흩어져 제독 작업에 들어갔고, 특히 몇 명은 가스 유출 원천 폭탄에 대해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헌병대 군인들은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일일이 뒤지기 시작했다.

“대장님! 여기 시체에서 뭔가 나왔습니다.”

민간인 옷을 입고 쓰러져 있는 시체 품에서 뭔가를 찾아낸 헌병 대원이 손바닥만 한 수첩 같은 것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잠시 후 수첩을 이리저리 살펴본 대위 계급의 헌병대 대장은 원했던 걸 찾았는지 살짝 미소를 보이고는 헌병 대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체에서 나오는 것들 먼지 하나 빠뜨리지 말고 다 수집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