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15/605)

중국의 대반격

2020년 11월 8일 04:30분,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합동참모본부는 그야말로 초비상이었다. 지린시 전투에서 핵 공격에 이어 화학전까지 벌어졌다는 보고에 긴급회의 소집 명령이 떨어졌고 국방부 장관까지 회의에 참석했다.

“먼저 사건 경위에 대해 간단히 보고하겠습니다.”

작전본부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작전회의실 단상으로 올라와 말했다.

“정확히 1시간 30분 전 지린 시내 중심가까지 수색 범위를 확대하며 수색하던 1개 분대에서 수상자들이 뭔가를 꾸미는 것을 발견하여 총격을 치렀고 모두 사살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살아남은 한 명이 수류탄을 터뜨렸고 그 옆에 있던 수상한 물건이 터지면서 사린가스가 유출되었습니다. 스크린을 보시기 바랍니다.”

스크린에는 수색 당시 분대장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에서 찍힌 영상이 보였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고 작전본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린가스는 중심가를 기준으로 급속도로 퍼진 상태입니다. 현재 7사단 직할인 화생방지원대에서 일부 지역만 긴급 제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질문했다.

“네, 현재 사린가스 중독 증상을 보이는 군인은 총 49명이며 방금 전 영상에 나왔던 분대원 중 4명이 증상이 심각해 사단 의무대로 긴급 후송된 상태입니다. 나머지 45명은 응급조치로 백신주사를 투여했고, 며칠 쉬면 충분히 완치되는 수준입니다.”

“증상이 심각한 4명은 생명에 지장 없습니까.”

“아직 7기사 의무대로부터 정밀 진단 보고를 받지 못해 현재는 알 수 없습니다. 연락되는 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우리 의료기술이 좋지 않습니까? 암이나 에이즈도 완치시키는 판에.”

“그것이 초기에 다량의 사린가스를 흡입한 상태라 유독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방부 장관은 이마를 짚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핵 공격에 이어 생화학 공격까지 감행하자 머리가 복잡해진 것이었다. 또한, 앞으로 생물학전까지 가지 않을 보장은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이마를 짚었던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쿵!

“이 더러운 중국 놈들이!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요. 21세기에 화학전이라니, 합참의장! 어떻게 하면 좋겠소.”

국방부 장관의 질문에 회의실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합참의장에게로 모였다. 이에 합참의장이 입을 열었다.

“합참에서는 중국이 화학전까지 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핵보유국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세계 모든 국가가 금지한 화학전까지 갔으니 이제는 생물학전도 배제 못 하는 상황이 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모든 작전에 시간적 소모가 예상됩니다.”

“시간적 소모요.”

“네, 원래 고구려의 기상 작전을 입안할 때 우리 합참에서는 중국군에게 항복을 받는데 길어야 한 달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핵 공격과 화학전 또는 생물학전까지 생각해야 한다면 그만큼 모든 작전에 신중해야 하고 일부 작전도 수정해야 하니 그만큼 전쟁 기간은 더 길어질 것입니다.”

“이거 큰일이군요. 전쟁이 길어지면 불리한 건 우리나라가 아닙니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합참의장이 말했다.

“말해보세요”

“내일 치우천황 형벌을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렸으면 합니다.”

“3단계요.”

사실 강현수 장관은 놀랐다. 저번에 대통령으로부터 2단계 승인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받아냈다. 그만큼 2단계도 한 나라의 경제력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잔인한 보복인데, 지금 합참의장은 그것보다 더 강력한 3단계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합참의장! 그래도 3단계는 너무 심하지 않겠습니까.”

“장관님, 저는 군인입니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하여 지켜내야 합니다. 그게 군인의 책임이며 사명입니다. 장관님도 군인 출신이니 아시지 않습니까.”

강현수 국방부 장관은 합참의장의 육군사관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그거야 맞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3단계는···.”

쿵!

상황실 당직사관이 회의실 문을 거세게 열며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급한 상황이라!”

“뭔가?”

작전본부장이 물었다.

“서필리핀해(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 근방을 항해하던 한국 유조선 1척과 화물선 2척이 중국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에 공격을 받아 격침되었다는 보고입니다.”

중국은 전쟁 양상에서 밀리자 본격적으로 한국의 대외 무역을 무력화시켜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려는 의도로 이제는 대놓고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민간 선박을 공격해? 개자식들.”

강이식 합참의장은 올라오는 분노를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상황은? 아니지, 내가 상황으로 직접 가겠네.”

“알겠습니다.”

당직사관이 나가고 나서 합참의장은 강현수 장관을 보고 말했다.

“장관님! 회의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상황실에 가봐야겠습니다.”

“아! 그래요. 대통령님에게는 내가 직접 가서 보고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합참의장은 참모진과 함께 회의실을 빠져나가 상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합참의장이 상황실에 들어서자 일직사령인 유황준 준장이 거수경례했다.

“충성.”

“충성, 현재 조치 상황은.”

경례를 받자마자 합참의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5번 스크린입니다.”

아폴론 3호 위성이 스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 상공으로 이동하여 고해상도 화질로 불타고 있는 선박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 말레이시아 해군의 협조를 얻어 구조선이 급파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유조선은 내부 유폭으로 인해 배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서 구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일직사령의 말대로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영상에는 CK오일(주) 소유의 26만 톤급 유조선 한 척이 불길에 휩싸인 채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주위에 구조선이 여러 척이 있었지만, 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에 다가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조선 승조원 40여 명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만 탈출하지 못했다.

“다른 선박은 어떤가.”

“화물선 2척 중 1척은 피해가 심해 우현으로 62도 정도 기울어 침몰 중이며 나머지 1척은 그런대로 피해가 작아 현재 모든 선원이 갑판에 나와 구조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간을 좁히며 양 주먹에 힘이 들어간 강이식 합참의장은 재차 질문했다.

“정확히 중국의 공격이라 단정할 수 있나.”

“이 일대에서 한국 민간 선박을 공격할 나라는 중국 말고는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 중국을 제외하고 감히 한국 선박을 건드릴 나라는 있을 수 없지. 그렇다면 공격수단은 뭐인가.”

“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아폴론 3호를 이용해 이 일대를 정밀하게 정찰 중이나 중국 구축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또한, 이곳 심해에서 잠항 중인 호큘라 잠수함으로부터 그 어떠한 중국 잠수함을 탐지했다는 정보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투기를 이용한 공대함 미사일 공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에 피어리크로스(융수자오) 인공섬에서 발사한 지대함 미사일입니다.”

“피어리크로스? 우디섬에 이어 암초 지대를 섬으로 만든 인공섬이지.”

“네, 현재 활주로는 물론 각가지 군사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투기를 이용한 공격보다 이곳 피어리크로스(융수자오)에 지대공 미사일 부대를 세팅하고 공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음, 그럴 수 있다고 보이는 군, 정보본부장.”

“네, 합참의장님.”

“이곳을 신경 써서 정찰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방심했어. 주변국 특히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정부에 피어리크로스 인공섬에 대한 최신 정보를 요청하고 아폴론 3호로 정밀하게 정찰해봐, 지대함미사일 부대가 있는지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건도 전체적으로 정보본부장이 맡아 보고해주게나.”

“네.”

“그러고 보니 선양 전황을 깜박하고 있었군그래.”

선양 서단 대평원에서 벌어진 교전은 시작한 지 3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초반 포격전으로 교전의 시작을 알렸지만, 지금은 양국의 기갑부대가 뒤엉켜 서로를 향해 날탄과 광자포를 주고받고 있었다.

★ ★ ★

2020년 11월 8일 05:23 (중국시각 04:23),

중국 선양시 서단 대평원.

제7기갑여단은 제7기동군단의 정예부대답게 2개 기갑사단 규모에 이르는 중국군의 기갑군을 상대로 수적 불리함에도 대등하거나 약간 우세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제3기갑사단의 예하 제22기갑여단의 측면 지원 공격으로 승리의 여신은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투웅! 투웅!

중국 기갑의 최신예 100식A2 전차 한 대가 농가 가옥에서 숨어있다가 모습을 드러내며 130mm 할강포에서 연속으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방금 96식(Type-96 MBT(88C) 전차 한 대를 명중시키고 두 번째 표적을 쏘기 위해 기동하며 포탑을 돌리고 있는 552전차대대 6중대 611호 백호 전차의 측면을 목표로 날린 것이다.

100식A2 전차는 130mm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 첫발은 빗나갔고 두 번째 날탄은 운이 좋게도 322호 전차의 흑룡 미사일 발사관을 맞추며 폭발했다. 전차 내부까지 영향을 가질만한 폭발은 아니었지만, 열화우라늄탄에 흑룡 미사일 폭발 위력까지 더해지니 322호 전차는 옆으로 크게 한번 흔들리며 중심을 잃고 서버렸다.

쿠르르르릉. 끼긱기기기~

이에 기회라고 생각한 100식A2 전차는 백호 전차처럼 포탑 옆에 장착된 발사관에서 AFT-10 대전차 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슈와아아아앙~

하지만 백호 전차는 중심만 잃었을 뿐 광자포 포신은 중국 전차를 미리부터 지향했고 이내 광자 물질을 토해냈다.

쮸우웅.

대전차 미사일 먼저 발사되었지만, 빛 속도로 날아가는 광물질은 100식A2 전차의 주 포탑과 전차몸통 사이로 정확히 파고들며 폭발했고 그 위력에 주 포탑 전체가 하늘로 치솟으면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전차 내부에서는 유폭이 일어나며 시뻘건 화염이 구멍이란 구멍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AFT-10 대전차 미사일은 고도를 높여 상승한 후 이내 백호 전차를 향해 떨어졌다.

콰앙! 콰르르르르~

상단에서 폭발하는 대전차 미사일의 위력은 매우 강력했다. 이에 전차장의 현시경 카메라와 일부 광학 장비가 부서졌지만, 방호력 2,000에 이르는 하이드리늄 합금 장갑은 뚫을 수 없었다.

“제길! 현신경 작살이다. 이 하사가 직접 조준경으로 사격해.”

방금 공격으로 현시경이 고장 나자 611호 전차장이면서 1소대장인 안형기 중위가 소리쳤다.

“네!”

이처럼 일부 광학 장비가 손상을 입긴 하지만 신의 방패인 이지스처럼 최고의 방호력을 갖춘 백호 전차들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처럼 중국 전차들 사이사이로 뛰어들면 최신 전차로 구성된 1차 기갑군을 괴멸시켰다. 하지만 잠시 후 한국 포병의 포격에 살아남은 2차 공격 기갑군이 전방 4km에서 지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쿠르르르.

“좋았어.”

중국군의 2차 기갑군이 나타나자 안형기 중위는 쾌재를 부르며 양 주먹을 쥐고는 흔들어댔다.

“이 하사! 20사단에 712호 전차가 현재 파괴 전차 73대로 전체 1위라며? 오늘 우리가 20대 정도 잡아서 역전 좀 하자 알았지.”

“안 중위님! 20대 가지고 되겠습니까. 50대는 잡아야지 않겠습니까.”

포수인 이진성 하사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안형기 중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퍼엉!

거리 3km까지 좁혀지자 전방의 적 전차에서 일제히 사격을 가하자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만으로도 졸게 만드는 아주 천지진동할 소리였다.

쿠앙! 쿠르르르릉~ 콰콰쾅!

일제 사격에 백호 전차 사이사이로 흙기둥이 솟아올랐고 어떤 전차는 날탄을 튕겨내며 전진했다. 661호 전차도 스치는 날탄을 뒤로 한 채 중국 전차를 향해 질주했다.

“하필 이럴 때 현시경이 나가고 지랄이야.”

현시경만 부서지지 않았어도 저렇게 떼로 밀려오는 전차들을 향해 전차장이 줄줄이 표적 지정하고 포수는 따라가며 쏘기만 하면 되는걸, 생각할수록 아쉬운지 안형기 중위는 입맛을 다졌다.

“어? 망했는데요.”

“뭐가.”

안형기 중위는 조준경에 비치는 영상 데이터를 링크하여 모니터로 확인했다.

“전차 뒤에서 새까맣게 밀려오는 AFT-11 장갑차요. 워 12연장 발사관에 200mm 열화우라늄 대전차 미사일인데요.”

이진성 하사가 피아식별 데이터에서 나오는 제원 일부를 읽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그 같은 감탄사가 끝나자 중국군 전차, 후방에서 일제히 섬광들이 번쩍거리며 수많은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왔다.

“저것들은 무슨 대전차 미사일을 포탄 쏘듯이 날리네.”

포수 조준경으로 바라보다 AFT-11 장갑차에서 일제히 미사일이 발사되자 깜짝 놀라며 조종수에게 소리쳤다.

“야! 일단 튀자! 최고속도로 뒤로 빼.”

전차장의 지시에 조종수 오기준 병장은 백호 전차를 급히 뒤로 후진했다. 그러면서

전차장 안형기 중위는 능동SECM교란시스템 출력을 수동으로 최대한 올렸다.

콰앙! 쾅! 쾅!

백호 전차를 향해 날아온 백여 발의 열화우라늄 대전차 미사일은 백호 전차 1대당 23발이 날아왔고 611호 전차는 간신히 피했지만 9시 방향에 있던 713호 전차는 상단에 2발을 맞고 전차 움직임을 멈췄다. 이외 피격된 전차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에 제7기갑여단 전차들은 합참에서 대전차 미사일 장갑차를 조심하라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현시경이 고장 나니 답답하네. 해치를 열고 나가서 볼 수도 없고.”

전차장 안형기 중위의 투덜거림에도 포수 이진성 하사는 표적들을 직접 선택하며 분주하게 발사 발판을 밟아갔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 한국군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이진성 하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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