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3/605)

중국의 대반격

2020년 11월 8일 00: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오늘도 합동지휘통제소 숙소에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막 잠자리에 들던 강이식 합참의장을 누군가가 깨우고 있었다.

“합참의장님, 죄송합니다.”

설 잠에서 깬 합참의장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진광 당직 보좌관의 얼굴이 보였다.

“이 보좌관, 무슨 일인가.”

“상황실로 급히 가셔야 할 듯합니다.”

“준비하고 바로 가겠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상황실로 들어서자 각 담당 보좌관과 작전본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인가?”

대충 제복을 차려입고 상황실에 들어온 강이식 합참의장은 상황실의 가장 큰 스크린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에 작전본부장이 대답했다.

“지린시에서 제7기갑사단을 향해 5kt급 핵포탄 한발을 터뜨렸습니다.”

합참의장의 눈 밑에서 작은 경련이 일어났다.

“피해는.”

“7사단으로부터 보고된 내용으로는 전차수색대대 K-2A1 흑호 전차 8대와 전사자 24명 부상자 12명입니다.”

“현재 상황은.”

한숨을 내쉰 합참의장은 짧게 질문을 이어갔다.

“핵포탄 투발 지점으로 확인된 지린 시내에 보복 포격을 1시간가량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플라즈마 확산탄 36발을 포격한 후 기보여단을 통해 도심 시가전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도심에 포격을 가했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서정열 소장이 이를 갈았군. 확산탄까지 사용한 것을 보니 말이야. 어쨌든 민간인 피해는 심하겠군.”

핵포탄 EMP 영향 때문인지 화질이 좋지 않은 상태로 스크린에는 제7기갑사단이 기동 간에 포 사격을 하며 진공 하는 영상이 비치고 있었다. 이때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제7기동군단장으로부터 연락입니다. 3번 스크린입니다.”

오퍼레이터가 콘솔을 몇 번 조작하자 제7기동군단장 양민춘 중장이 거수경례하는 모습이 3번 스크린에 보였다.

“충성! 제7기동군단장 양민춘입니다.”

“충성! 수고가 많다.”

한중전 선봉 부대의 지휘관답게 군기 서린 경례 동작을 보인 양민춘 중장은 이내 손을 내리고는 보고할 내용에 대해 말했다.

“진저우의 쯔징산부터 푸신 베고니아산까지 길게 이어진 링샨산맥을 2개의 방향에서 넘어온 중국군은 현재 선양 서단 102km까지 진공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규모로는 최소 2개집단군 이상이며, 또한, 잉커우로 진공이 예상되는 1개 집단군 규모의 중국군이 현재 진저우 일대에서 기존 병력과 합쳐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양민춘 중장은 핵심적인 내용만 간추려 보고했다.

“대응방안은 정했는가.”

“네, 현재 수기사가 진공 길목을 막기 위해 남단 방향으로 이동 중이며 제25경보사도 선양 서단으로 이동하여 방어 진지 구축에 들어갔습니다.”

“수기사는 이번 핵 공격으로 피해가 컸던 부대이지 않나.”

“네, 맞습니다.”

“완전한 기계화 집단군이 아니더라도 2개 집단군 이상의 규모인데 말이야. 교전하는데 부족하지 않을까 하네만.”

“네, 그래서 증원부대로 제3기갑사단의 제22기갑여단을 긴급 호출해 수기사의 측면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음, 좋아! 그리고 한 가지! 지린에서도 중국군이 핵포탄을 날렸다네, 지금부터는 중국군의 전술핵 공격에 대한 적극적 대비가 필요하네. 그러니 의심되는 핵포탄 투발 부대에 대해선 선제공격을 하게. 그러려면 지대지 미사일 공격이나 항공대 공격이 필수라 보네. 그리고 합참에서도 신의주에 있는 통합공격전투비행단의 항공기 지원을 하겠네.”

“네, 감사합니다.”

“혹시 다른 지원이 필요하면 연락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충성.”

“충성! 수고하게.”

★ ★ ★

2020년 11월 8일 01:05 (중국시각 00:05),

중국 지린 시내.

3,000여 발의 포격을 받은 지린시는 그야말로 지옥 자체였다. 시내 모든 곳에서는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했고 온전한 상태로 서 있는 빌딩이나 건물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건물이란 건물은 철골 구조물을 들어낸 채 흉물스럽게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건물 잔해 속에서 민간인 시체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어버렸다.

또한, 도로 곳곳에는 한국 포병부대의 포탄 세례를 받은 일부 중국 포병의 자주포나 다연장 발사차량들이 반파된 모습으로 시꺼먼 연기를 내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중국 포병들의 시체들이 심하게 훼손된 채로 너부러져 있었다.

두르르르! 두르르르! 퍼엉! 펑엉! 펑엉!

지린 시내로 진입한 제8기계화보병여단 소속 K-21 장갑차의 7.62mm 동축 기관총과 40mm 기관포는 연신 불을 뿜었고. 장갑차 전차장과 포수는 적외선 및 자기장 비전 모드가 활성화된 현시경과 조준경을 통해 발광하는 생명체나 위험물로 판단되는 물체에 대해 가차 없이 사격을 가했다.

펑! 펑!

2017년 K-21 PIP(Product Improvement Program) 사업에 따라 반응장갑을 주렁주렁 장착한 K-21 장갑차 1대가 10시 방향에서 움직이는 장갑차 한 대를 발견하고는 기관포로 3연발 사격을 가해 명중시켰다.

40mm 플라즈마 응집탄 3발을 얻어맞은 중국군의 장갑차는 차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 폭발한 후 화염이 치솟았다. 그리고 또 다른 표적이 있는지 포탑을 돌리는 그때 12중대장의 목소리가 중대 통신망을 타고 흘러나왔다.

- 여기는 아놀드! 아놀드! 섹터 5까지 진입한 헐리우드는 전투보병 하차 후 수색작전 실행! 각 전투보병 하차 후 수색작전 실행!

- 브라이언 라져.

- 톰 라져.

- 엠마스톤 라져.

- 로버트 라져.

이에 섹터 5 점령 및 수색을 할당받은 12중대의 모든 장갑차에서 보병들이 후방 해치를 열고 사주경계를 취하며 신속하게 하차했다. 그리고 보병들 각자 헬멧에 장착된 비전 선글라스를 통해 주변 건물과 도로 사이사이를 신중하게 확인하며 수색에 들어갔다.

★ ★ ★

2020년 11월 8일 01:30 (중국시각 00:30),

중국 선양시 동북단 10km.

선양으로부터 서쪽에 펼치진 가로 110km, 세로 200km에 달하는 대평원에서는 먼 훗날 양국의 군사전문가들로부터 제2차 선양 대기갑전 또는 중국 대반격전이라 불리게 되는 역사적인 전투를 막 시작하려 했다.

한 가지 이번 전투는 한국군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성격의 전투였다. 공격군이면서도 이번 전투만큼은 방어적 개념을 가진 전력과 전술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선양 동단에는 7군단 직할 포병대대가 넓게 전개하여 앞으로 있을 대전투에 즉각 포격준비를 하고 있었고, 선양 서단에는 제7기동군단의 직할 부대인 제7기갑여단이 선봉을 섰고 저번 핵 공격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수도기갑여단을 제외한 제1기계화보병여단과 제26기갑여단이 좌우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제7기갑여단 뒤에 제25경갑보병사단과 각 사단포병여단이 최후 방어 라인을 형성하여 대기했다. 마지막으로 장우현에서 증원군으로 오는 제3기갑사단 예하 제22기갑여단이 고속기동을 펼치며 남하하고 있었다.

한편 중국군은 링샨산 산맥 뒤로 포 사거리가 긴 여러 다연장 포병부대들이 세로로 길게 배치되어 포격 준비를 마쳤고 2개의 집단군인 제20집단군과 제54집단군에서는 기계화부대와 차량화 부대인 제18기갑사단, 제58기계화보병사단, 제11기갑사단, 제127경기계화보병사단, 제162차량화보병사단이 선봉으로 50km 달하는 횡대 대형을 갖추고 본격적인 진공 준비에 들어갔다.

★ ★ ★

2020년 11월 8일 01:50,

북한 신의주시 임시 합동공격전투비행단 공군기지.

북한이 만든 활주로치고는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이유는 공항과 활주로를 만든 이후 실제 활주로를 사용한 비행기가 몇 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지금 길게 뻗은 활주로에는 한국 공군 마크를 단 여러 종류의 전투기들이 활주로를 따라 2열 종대로 줄을 서며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개전 이후 동북 삼성에 대한 확실한 제공권 확보를 위해 여러 전투비행단에서 차출한 전투기들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KB-30P 청룡 전략 폭격기 2기가 유도병의 신호를 받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듯 막 격납고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원래는 내일 치우천황의 형벌 작전에서 최초로 실전투입하려 했으나, 추가적인 중국군의 핵 공격에 강이식 합참의장은 일반 폭격기가 아닌 청룡 폭격기 투입 명령을 내렸다.

승무원: 4명(조종사 2명 / 무기관제 2명)

길이: 35.3m x 35.5m x9.1m

자체중량: 48t

최대이륙중량: 250t

한계고도: 45km

레이더: K-HOKULLA 02 MCS

엔진: K-PTZ-1000 x 4

엔진출력: 120,000 x 4= 480,000

항속거리: 60,000km

행동반경: 45,500km

최고속도: 마하 5

고속크루즈: 마하 3.5

스텔스기능: 100%

무장:

S-AAM-200 방울뱀 * 4(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K-PSB(플라스마 확산탄) x 80발 or K-PAB(플라스마 증폭탄) x 40발 or 각종 재래식 폭탄 X 100발

★ ★ ★

2020년 11월 8일 01:30 (중국시각 00:30),

중국 선양시 서단 2km 제7기동군단 본부.

선양 서단 외곽에 있는 제7기동군단 본부의 임시 막사 안에는 대형 스크린 여러 대와 각종 전자장비가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자리마다 통신, 전술, 정보 등 여러 오퍼레이터가 헤드셋을 쓰고 뭔가를 열심히 조작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편에는 제7기동군단장 양민춘 중장이 카리스마를 물씬 풍기며 군단 참모진들과 함께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번엔 방어적 교전이라 전술핵에 대한 공격 부담이 적어서 다행입니다.”

부군단장 오준완 소장이 말했다.

“그건 모르지. 중국 놈들이 언제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행동했나? 저번 핵 공격도 사실 우리나라였으면 합참에서 자국 땅에 핵을 날리라는 명령을 했겠나.”

“그렇긴 합니다.”

“저번 핵 공격은 잠시나마 물불 안 가리는 중국을 망각해서 당한 거라 볼 수 있지.”

“맞습니다. 군단장님.”

부군단장은 뒷머리를 만지며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분명 이번 교전에서도 중국군은 전술핵을 사용할 것이야. 단지 거리가 멀기에 일반 곡사포 투발 수단보다는 중거리에 가까운 단거리 지대지나 대구경 다연장을 사용하겠지.”

“일단 방공부대에서는 전술핵 공격이 있든 없든 방공 요격에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한 상태이며 중국 포병에 대한 대포병 포격도 실시간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작전부장인 김강일 준장이 현재 대비상황을 보고하듯 말했다.

“일단 믿어봐야지.”

스크린 중에 가장 큰 대형 스크린에는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그리고 스파이더 드론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가지고 슈퍼컴퓨터에서 계산된 통계 정보가 각가지 표기로 디지털 지도에 실시간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저번 선양 기갑전과 비교했을 때 규모 면에서는 능가하는 느낌이군.”

“비슷하거나 약간 더 많지 않나 생각됩니다.”

“항공대는 출격준비 마쳤는지 확인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군단장님.”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뭔가.”

“제7포병여단에서 중국 선봉 부대가 758MRLS대대 사거리에 들어왔다는 보고와 함께 포격 명령에 대한 요청입니다.”

“대기하라고 해! 적어도 200mm 다연장 사거리까지는 도달 후 포격 명령을 내리겠다고 해.”

“알겠습니다.”

그러는 사이 항공대 상황을 파악한 김강일 준장이 보고했다.

“군단장님, 현재 항공대에서 29대 모두 출격준비를 마치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방어준비는 모두 다 됐군, 중국 선봉 부대와의 거리는.”

“현재 선봉 부대로 추정되는 중국 기갑부대와의 거리는 55km입니다.”

“55km라. 좋아! 제7기갑여단 중속 기동으로 5km까지만 전진.”

“네, 알겠습니다.”

20분 후, 디지털 지도에는 중국 지상군을 표기한 지상군 붉은 점의 속도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양을 향해 진공을 시작한 중국군은 고속기동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거리.”

군단장의 짧은 지시에 전술 오퍼레이터가 즉시 대답했다.

“45km입니다.”

“항공대 출격! 사거리 확보한 모든 포병부대 포격 시작.”

군단장의 간단명료한 명령이 하달되자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이 순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해당 부대로 즉시 명령을 전파했다.

“제7포병여단에서 670대대와 758대대에서 포격 시작합니다.”

“수도기갑사단의 직할 771포병여단 10대대, 60대대, 61대대, 808대대에서 포격 들어갔습니다.”

“제17항공단 소속 송골매 29대가 출격했다는 보고입니다.”

지시했던 부대로부터 명령에 대한 회답 보고가 통신 오퍼레이터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와중에 먼 곳으로부터 포격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며 울려 퍼졌다.

퍼엉! 펑엉! 슈아와~ 슈아와~

“1000대대(MRLS K271 신기전)와 1001대대(현무-1E2 지대지 미사일)는 적 포병 포격 시 즉각 대포병 공격할 수 있도록 하고, 7기갑여단은 저속 기동으로 전환 후 잠시 대기! 지시하게.”

“네, 알겠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선양 대기갑전 2차전이 막 시작되었다. 전술핵 사용으로 잠시나마 한국군을 후방으로 후퇴시켰고 그 기회를 틈타 대대적 반격을 시도하는 중국군은 저돌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 포병의 화망 안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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