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반격
2020년 11월 7일 20:00 (중국시각 19:00),
중국 잉카우시 일대.
핵포탄의 방사능 오염지역인 판진에서 잉커우 일대까지 이동한 제20기갑사단(결전) 본부와 제61기갑사단, 제26기계화보병여단은 추가적인 중국군의 핵포탄 공격에 우려해 대대 단위로 5km 간격을 유지한 채 방사능에 대한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 전 제10상륙함대를 통해 다롄항에 도착했던 2군단의 직할 부대인 2포병여단(쌍용 포병)의 제11포병단 소속 제976MRLS대대 2개 포대가 잉커우 일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무 장갑차 측면에는 방사능 표기에 빨간 엑스가 그려진 마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쿠르르르릉~ 쿠르르르릉~
12대의 천무 장갑차는 종렬 대형으로 막 제61기갑여단 주둔지를 지나쳐 넓은 공터에 도착하자 방열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방열이 끝난 천무 장갑차의 모든 K270A1 포열은 판잔 방향을 가리켰다.
핵 지옥에서 운 좋게 살아 돌아온 제61기갑여단 소속 12전차대대 1중대 113호 전차 조종수인 강중태 병장은 피폭 차단복을 입은 상태로 숙영용 텐트를 치다 말고 오동경 하사에게 말을 걸었다.
“저 포병대대는 뭔가 좀 다릅니다.”
“뭐가?”
“저기 말입니다.”
12전차대대 바로 옆 넓은 공터에 방금 막 방열을 끝마친 천무 장갑차 대대를 향해 턱으로 가리켰다.
“어쭈! 선임한테 짐 턱으로 가리 키냐.”
“좀 봐주십시오. 저 5일만 지나면 제대입니다. 말년 병장 중에 슈퍼 말년 병장인데 좀 봐주면 안 됩니까.”
“맞다, 너 이번 달이 제대하는 달이지? 너도 참 불쌍하다. 제대가 5일 남았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터에 끌려와 기약도 없고 말이야.”
약 올리듯 웃으며 강중태 병장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부대 마크가 왠지 방사능 표시랑 좀 비슷하다? 저거 혹 전술핵 똥포들 아니야.”
불빛 사이사이로 장갑차의 마크를 확인한 오동경 하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네? 오 하사님도 참, 우리나라에 핵이 어딨습니까.”
“미국에서 줄 수도 있지. 우리 군이 핵 맞았는데 동맹국으로써 핵우산은 못 해주더라도 핵포탄 한두 개는 줄 수 있지 않겠냐?”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이때 전차장 소집 명령에 대대본부에 갔었던 윤일호 중사가 뭔가 이상한 원기둥 형태의 장비 하나를 가지고 왔다. 이에 오동경 하사가 물었다.
“윤 중사님! 그거 뭡니까.”
“이거? R 뭐시기라고 하는 방사능 제거 장비란다. 이거 켜고 하루 정도 있으면 방사성 물질들은 모두 제거된다고 하더라.”
“그럼 이제 피폭 차단복을 벗을 수 있는 겁니까.”
“지금은 아니고 내일 아침이면 벗을 수 있을 거다.”
“답답했는데 잘됐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이제 못 만드는 게 없네요. 아 맞다. 윤 중사님, 저기 좀 보십시오.”
가져온 원기둥 형태의 장비를 전차 위에 올려놓고 설명 들은 대로 작동시키던 윤일호 중사는 이동경 하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봤다.
“저거 뭐.”
“마크 좀 보십쇼.”
“아! 저거?”
“뭔지 아십니까?”
뭔가 아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자 이동경 하사와 강중태 병장이 달려들 듯 다가와 재차 물었다.
“재들 정체가 뭡니까? 오 하사님은 전술핵 포병이라고 하는데요.”
“내가 가져온 거 이거다.”
“네? 무슨 말씀인지.”
“이거 쏘는 포대라고 이놈들아.”
“무슨 말씀인지······.”
뭔 말인지 못 알아들은 강중태 병장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너희 신경 그만 끄시고 어서 텐트나 쳐라.”
강중태 병장은 텐트 줄을 잡아당기며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잠시 후 976MRLS대대의 알파포대와 브라보포대의 천무 장갑차 12대에서 천둥 같은 굉음 소리와 함께 희뿌연 먼지구름을 만들며 로켓탄은 하늘로 치솟았다.
슈우우우앙~ 슈우우우앙~ 슈우우우앙~ 슈우우우앙~
몇 초 만에 12대의 천무 장갑차에서는 발사 장갑차당 12발, 총 144발의 270mm 로켓탄이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판잔 상공으로 날아갔고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핀잔 상공에 도달했을 때 270mm 로켓탄의 몸통 커버가 열리자 25cm만한 원기둥 형태의 자탄(K-RRS)들은 핵폭발로 생지옥이 되어버린 판잔 서단 상공 일대에 넓게 골고루 퍼지며 낙하했다. 그리고 지면에 떨어지자 폭발은커녕 뭔가 작동되는 소리를 냄과 동시에 원기둥 상단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며 약한 불빛을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포대 K-1200 장갑차에서는 여러 오퍼레이터가 모니터를 확인하며 뭔가를 계속 보고하듯 말했고 이에 각 포대 전포대장들은 디지털 지도에서 푸른 점으로 깜박이는 표기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리고 몇 분 후 각 포대장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 브라보 포대 박길원 전포대장입니다.
- 그래, 어떻게 되었나?
- 목표지역에 정확히 모두 착탄 완료됐습니다. 그리고 720개 중 28개 불량, 나머지 692개 모두 정상적으로 RRS(Radiation Remove System) 되고 있습니다.
- 좋아, 모니터링은 24시간 쉬지 말고 당직병 통해 확실히 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제2포병여단 제11포병단 소속 976포병대대는 바로 방사능 원소들을 제거하는 부대였다. 개전 전 개발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험 중이었으나, 급작스러운 중국과의 개전으로 올림푸스 기지에서는 투발 수단을 기존 운용 중인 MRLS K270A1 천무로 정했고 이에 몇 개의 천무 포병대대를 선정하여 투발 로켓탄의 개조와 모니터링 장갑차를 추가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금 전 976포병대대에서 떨어뜨린 자탄들은 반경 300m 내의 세슘을 포함한 인체에 해로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이 들어있었고 이후 제거가 완료되면 자폭탄처럼 고열을 발하며 녹아버리는 최첨단 장비였다.
이날 밤 핵폭발이 있었던 서부전선 일대 모든 곳에는 방사능 제거 자탄(K-RRS)이 들어있는 로켓탄이 날아갔고 충분한 실험을 하지 못한 올림푸스 연구진은 최소 7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모든 방사능이 제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 ★
2020년 11월 7일 23:00 (중국시각 22:00),
중국 지린시 일대.
유일하게 북부 전구 집단군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제16집단군은 장춘시부터 지린시 일대까지 방어 라인을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한국군 제2군단 소속 제7기갑사단(칠성)은 지린시 50km까지 밀고 올라온 후 정비 겸 공격을 위한 정찰을 하기 위해 무인정찰기와 스파이더 드론을 통해 지린시 일대를 샅샅이 확인했다.
K-1100 콘솔장갑차의 오퍼레이터들은 정보참모의 지휘하에 무인정찰기와 드론에서 전송하는 화면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제16집단군의 병력 배치와 여러 상황을 파악해 나갔다. 그리고 삼십 분이 지난 후 K-22 지휘장갑차 안에서는 사단장과 작전참모가 정보참모로부터 전송받은 여러 영상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며 공격 작전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이 화면을 보시면 지린시 전방에 배치된 전차들은 아마도 16집단군의 제4기갑사단 소속의 기갑군으로 예상됩니다.”
“규모로 봤을 때 사단급 규모로는 보이지 않는군.”
“개전 초기 제16집단군의 4기갑사단도 큰 피해를 봤을 것이고 또한 지금은 장춘과 지린 두 곳에 병력을 분산 배치를 해야만 하기에 아마도 이곳 지린시에 배치된 기갑 규모는 1개 기갑여단으로 보입니다.”
대답 후 다시 디지털 지도에서 한쪽을 가리키며 작전참모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중국 기갑이 여단급 규모라고 방심한다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이쪽에 있는 차량화보병사단이 10시 방향에서 밀고 들어올 경우, 자칫 우리 쪽 피해도 커질 수도 있습니다.”
“대전차 장갑차 사단이겠군.”
“네,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제73기갑여단으로 11시의 차량화보병사단을 우회하여 측면에서 공격하고, 제75기갑여단으로 종심 급속진공으로 적 기갑여단을 신속하게 격파한 후 후공 부대인 제8기보여단으로 지린시 점령 작전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괜찮군, 그런데 말이야. 적 포병부대의 위치를 확인되었나?
“포병부대의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왠지 정찰하지 못한 것이 걸리는군.”
“최종 방어선인 장춘 일대에 모두 투입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서정열 사단장은 팔짱을 낀 채로 모니터만 주시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사단장은 팔짱을 풀고는 모니터를 주시한 채 말했다.
“먼저 수색전차대대부터 보내 보자고, 신속하게 적 기갑여단까지 치고 빠져보도록 하지, 잽 한번 날려보면 뭔 반응이 나오겠지.”
“네, 알겠습니다.”
작전 안이 수립되자 작전참모는 사단 직할인 수색전차대대에 통신망을 통해 고속기동으로 적 기갑여단의 숨은 의도만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나머지 부대에도 몇 가지 작전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쿠르르르릉.
수색전차대대 소속 K2A1 흑호 전차가 일제히 엔진을 높이며 천천히 진공 루트로 방향을 틀며 기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제75기갑여단이 넓게 횡대 대형을 갖추며 수색전차대대의 뒤에서 진형을 갖췄다. 그리고 사단장의 진공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튀어나가며 지린시 방향으로 고속기동을 펼쳤다. 야간이긴 했지만,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첨단 비전 장비에 거칠 거 없이 얼어붙은 땅을 밟아가며 전진했다.
지린으로부터 30km까지 접근한 수색전차대대를 포함한 제75기갑여단의 모든 전차에서 다영역파장 연막탄을 사출하며 어둠 속에서 한층 더 어두운 환경을 만들었고 기속 기동으로 거리를 좁혀갔다. 가장 선두에 섰던 수색전차대대의 K-2A1 흑호 전차는 틈날 때마다 계속해서 연막탄을 사출했고 거리 20km까지 도달했을 때 지린 시내 곳곳에서 섬광과 포격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쾅! 쾅! 콰콰콰앙!
그리고 잠시 후 포탄 공습 경보음이 울리고 몇 초 후 K-2A1 흑호 전차 사이사이로 포탄이 떨어지며 불기둥이 솟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습을 스파이더 드론을 통해 모니터로 확인하던 서정열 사단은 살짝 미소를 보이고는 중얼거렸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뭔가 뒤가 가려웠는데, 중국 놈들이 포병부대를 시내 곳곳에 숨겨놨군그래.”
“상대방이지만, 작전은 좋았다고 보입니다.”
“그렇긴 해, 수색대대 바로 착탄 지점에서 이탈하라고 해, 그리고 제75기갑여단도 좀 후방으로 3km까지 물러나라고 지시해.”
“바로 지시하겠습니다.”
수색전차대대의 뒤를 따르던 제3기갑여단은 첫 연막탄을 사출했을 때 진공을 멈추고 수색전차대대만 진공 했다. 즉, 다영역파장 연막탄을 이용해 적의 탐지를 방해하고 여단급 이상의 규모로 진공 하는 것처럼 속였던 것이었다. 이에 중국은 포병 사거리 내에서 일제 사격으로 섬멸하려 했던 작전은 탄로 나며 실패로 돌아갔다.
쾅! 쾅! 쾅!
K-2 흑표 전차의 개량형인 K-2A1 흑호 전차는 떨어지는 포탄을 피해가며 죽음의 줄타기를 하듯 긴급 기동으로 포격의 화망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엄청난 섬광이 번쩍했다.
섬광과 함께 버섯구름이 솟아올랐고 이내 폭심지에서 생성된 핵폭풍은 빠른 속도로 원심 밖으로 퍼져나갔다.
쿠르르르르릉.
화아아악.
뜨거운 열기와 함께 엄청난 위력의 폭풍이 몰아치자 폭심지 근처에 있던 몇 대의 흑호 전차는 폭풍에 휘말리며 뒤집히며 날아갔고 근처 작은 마을의 가정집들은 빗으로 쓸려가듯 잔해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개새끼들, 이젠 핵포탄 쓰는데 재미 들렸나 보군.”
스파이더 드론도 핵폭풍에 휘말며 녹아버린 덕에 모니터는 지직거렸고 그런 모니터를 바라보던 서정열 사단장은 욕설을 내뱉었다.
“부대 전체에 퇴각 명령을 내리시겠습니까?”
“일단 포격 사거리까지만 물러나라고 지시하고, 지금 사단 포병부대는 지린 도심에 대한 포격이 가능한가.”
“자주포 대대인 16포병대 빼고는 56, 57, 637은 포격 가능합니다.”
“좋아! 모든 부대 낙진 대비하고 56, 57, 637은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지속 사격 명령하게.”
“네! 알겠습니다.”
제7기갑사단의 모든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특수차량까지도 양압 장치로 방사선 피폭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에 한국 기갑여단은 중국 포격 사거리 밖으로 벗어나 대기 했고 나머지 3개 포병대대는 지린 시내 전체에 무지막지한 보복 포격이 시작되었다.
슈앙~ 슈앙~ 슈앙~ 슈앙~
K-9A1 라이트닝 자주포 18문과 K-137 200mm 다연장인 화룡 장갑차 18대, 그리고 MRLS K-239 천무 장갑차 18대에서 쉬지 않고 불꽃을 내지르며 30분이 넘도록 포격은 계속됐다.
처음으로 민간 건물을 향해 공격하는 한국 제7기갑사단의 포병대대는 인정사정없이 지린 시내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시내 도로 위에서 방열하고 포격을 하던 중국 포병들은 무너진 건물 파편에 도로가 막히자 오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포탄 세례를 받으며 요단강을 넘기 위한 줄을 섰고 자주포와 다연장 장갑차를 버리고 도망가 버리는 일들이 발생했다.
1시간이 넘게 포격을 가한 제7기갑사단의 사단포병 3개 대대는 급속 탄 보급까지 받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포 사격을 계속 이어갔다.
“사단장님, 이 정도면 도시에 숨은 중국 포병부대는 모두 와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전부장은 핵포탄 공격에 1시간 넘은 보복 포격을 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사실 걱정되는 건 탄 소모량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단장에게 작전부장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돌아왔다.
“637대대에 플라즈마 확산탄 몇 세트나 있나.”
“현재 18세트 있습니다.”
“2개 포대 수량이군. 1개 포대에 3개 세트만 장전해서 그대로 날리라고 해.”
“네, 바로 지시하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뒤돌아 통신병에게 몇 마디하고는 통신 마이크를 들고는 조금 전 사단장의 명령을 전달했다. 그리고 잠시 후 통신 마이크를 놓고는 사단장에게 보고했다.
“장전하는데 5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사단장님.”
“좋아! 637에서 확산탄 발사하면 모든 포대 포격 정지시키게.”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