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1/605)

중국의 대반격

2020년 11월 6일 19:10 (중국시각 18:10),

중국 베이징시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벙커 회의실.

모처럼 회의실은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개전 후 파죽지세로 밀고 오는 한국군에 선양까지 빼앗겼다가 이번 전술핵 공격으로 일부 한국군의 후방으로 밀어내고 반격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칸 커이쳐 부주석 수고했어요. 역시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어.”

8일 만에 보이는 시진핑의 웃음에 회의실 분위기 또한 화기애애했다.

“이제 선양 진공만 남았군요.”

“네, 현재 제20집단군과 제54집단군이 링위안를 지나 챠오양으로 기계화 집단군답게 빠른 진공을 하고 있으며 제21집단군도 친황다오를 지나 후루다오로 진공 중에 있습니다.”

칸 커이쳐 부주석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루젠후이 외교부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주석님.”

“말하시오. 루젠후이 부장.”

“오늘 전술핵 사용으로 UN 상임이사국은 물론 핵확산금지조약 가맹국의 비난 성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뭐요? 아니, 우리 땅에 핵을 사용한 걸 왜 타국에서 이래라저래라 간섭 질을 한단 말이오.”

“그게······.”

“됐소! 루젠후이 부장은 바로 반박 성명을 발표하시오.”

“네, 알겠습니다.”

“칸 커이쳐 부주석.”

“네, 주석님.”

“앞으로 전술핵 추가 사용 건에 대해 정치국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했으니 전술적으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전술핵 사용을 승인하겠소.”

“감사합니다, 주석님.”

“이번 기회에 국토 수복은 물론 저 오만한 한국과 북한에 대국인 중화인민공화국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가르쳐 줄 필요가 있소이다.”

“네, 확실히 가르쳐 주겠습니다.”

★ ★ ★

2020년 11월 6일 19:30,

일본 도쿄 내각 총리 회의실.

한국군이 구축 중인 서부전선 일대에서 중국군의 핵포탄을 사용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은 아베 총리는 와타나베 히데아키 방위창비청장을 비롯해 몇 명의 정부 관료를 소집하여 총리실에서 밀회를 나누고 있었다.

“와타나베 청장.”

“네, 총리님.”

“청장도 오늘 낮에 한국을 향해 중국이 핵포탄을 사용했다는 것을 보셨지요.”

“뉴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현재 한중전은 전술핵까지 사용할 만큼 전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 일본의 안보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지경이란 거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뭔가 말하려다 잠시 뜸을 들인 아베 신조 총리는 와타나베 청장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일본도 핵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와타나베 청장의 소견은 어떻소.”

일본 정치꾼 중에서도 극진 우파에 속한 와타나베 청장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총리님 생각과 같습니다. 핵보유국의 눈치만 보며 안보를 생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자 아베 총리는 입꼬리가 눈 밑까지 올라갔다.

“하하하 시원시원 하구만, 그렇소. 이제 우리 일본은 헌법개헌을 통해 보통국가로서 정식 자위군을 보유하게 되었소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핵포탄 사용은 우리 일본 안보에 매우 위험하지요. 그런 이유로 집단자위권법을 발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볼 수 있소이다. 하지만, 핵전력을 보유한 국가에 함부로 참전한다는 것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꼴밖에 안 되니 이럴 때는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 생각합니다.”

* 집단자위권법: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국에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 자유 및 행복추구권이 근저에서 뒤집히는 명백한 위협이 있는 때 자위군은 전쟁에 참전할 수 있다는 법.

빙빙 돌려 말하던 아베 총리가 음흉한 눈빛을 발산한 후 본론을 꺼내 들었다.

“와타나베 청장, 얼마나 걸리겠소.”

“불안요소를 배제한다면 날릴 수 있는데 수준까지 2개월이면 충분합니다.”

주어가 빠진 아베 총리의 질문에도 와타나베 청장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허허, 2개월이요?”

“그렇습니다. 핵탄두 개발은 물론 탄도탄 미사일까지 가능합니다.”

“그 정도로 빨리 가능하단 말이지요.”

“현재 우리 일본은 인공위성 발사체인 M-V 로켓과 엡실론 로켓 등 총 6기의 발사체를 보유 중입니다. 이 발사체에 핵탄두만 탑재한다면 그게 바로 탄도탄 미사일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선제조건으로 핵확산금지조약 및 각 국가와의 원자력 협정과 미·일 원자력 협정의 제한을 풀지 못한다면······.”

* 플루토늄은 핵무기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물질로, 일본은 40톤의 플루토늄을 유럽으로부터 수입하여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IAEA와 맺은 원자력 협정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일본은 우라늄 농축 공장이 있으며 미·일 원자력 협정 때문에 20% 이상 우라늄을 농축할 시 미국과 사전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

* M-V 로켓: 3단 고체로켓, 무게 140톤, 화물 1,800kg,

* 엡실론 로켓: 3단 고체로켓, 무게 90톤, 화물 1,200kg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염려 말라는 듯, 한 손을 들어 손바닥을 펼쳐 보인 아베 총리는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바사키 대신.”

“네, 총리님.”

“저번에 일 처리를 깔끔하게 했던 그 누구더라?”

“야구마치 켄조 협상관입니다.”

“아! 그래요. 야구마치 켄조 협상관은 출발했습니까.”

“오후 5시발 비행기로 출발했습니다.”

“신속해서 좋군요. 좋습니다. 저번처럼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되겠지요.”

“이번에도 무시 못 할 미끼를 준비했으니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시바사키 대신의 대답을 듣고 난 후 아베 총리는 다시 와타나베 청장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와타나베 청장, 당장 내일부터 TF팀을 꾸리세요. 그리고 핵탄두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시오. 연구에 관한 모든 재원과 자원은 충분히 지원하겠소. 그러니 장담한 대로 2개월 안에 나에게 탄도탄 미사일 6기를 보여주시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한중전을 핑계 삼아 일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경제적이든 군사적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으려 했다. 마침 중국이 핵을 사용함으로써 좋은 핑계가 생겼고 이 기회를 통해 미국을 구워삶아 핵보유국의 배열에 오르고자 야욕을 드러냈다.

★ ★ ★

2020년 11월 7일 14:00,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접견실.

외교부 접견실에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막 도착한 국무성 소속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또한,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 관료 외에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관료들도 나와 있었다.

접견실에 들어선 국무성 소속의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한국 관료들과 악수를 하며 회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았다.

“전쟁 중인 나라치고는 생각보다 너무 평온하군요.”

“기껏 중공과의 전쟁에 온 나라가 들썩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미국 관료들은 방금 말한 외교부 2차관인 박형오의 말을 듣고는 살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중국을 중공으로 국명을 바꿔 말한 것과 또 하나는 미국도 무시 못 할 정도로 커진 중국과의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말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말투는 미국에서 보자면 매우 건방져 보일 수도 있었다.

“그렇습니까.”

미국 국무부 차관보이며 동아시아태평양담당국의 국장인 로버트 률리안이 감정 없는 웃음을 보였다. 동아시아태평양담당국 국장으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고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때가 지난 2019년 4월이었다. 즉 1년 6개월 만에 재방문한 한국은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실 정도로 발전해 있었고 정부 관계자들 또한 모두 자신감에 가득 차 보였다. 확실히 예전하고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 있었다.

“률리안 국장님, 갑자기 이렇게 방문하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박형오 2차관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에 률리안 국장은 함께 온 직원에게 사인을 보내자 직원은 가방에서 서류뭉치 하나를 꺼내어 률리안 국장에게 건넸다.

“이것 때문입니다.”

직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서류를 박형오 2차관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이거라니요.”

박형오 2차관은 내민 서류를 받아 앞장부터 확인했다. 서류 안에는 이번 한중전 교전 사진과 이와 관련된 여러 정보가 적혀 있었다. 대충 확인한 박형오 2차관은 옆에 앉아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은 현재 전쟁 중인 한중전 교전 사진들이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무엇인 문제입니까? 어제 중국이 전술핵을 사용한 것 때문입니까.”

중국군으로부터 전술핵 공격을 받은 후 미국 국무부로부터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외교부는 나름 중국의 전술핵 공격에 대해 핵우산 약속이 되어있는 미국이 이와 관련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방문하는 이유로 생각했었다.

“아닙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한국군에서 최근에 실전 배치한 K3 백호 전차 때문입니다.”

“네? 백호 전차 말입니까.”

예상과 다른 게 백호 전차 때문에 왔다는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은 박형오 2차관에게 률리안 국장의 말은 이어졌다.

“백호 전차의 전차포는 현재 과학 기술력으로 봤을 때 미국도 개발하지 못한 입자형 포로 확인했습니다. 이에 어떠한 경로로 이러한 기술을 습득했고 현재 어느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 겸 실사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하하하! 실사요?”

박형오 2차관이 실소를 터뜨렸다. 이에 옆에 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수종 안보전략비서관이 대신 말했다.

“률리안 국장님, 대한민국은 자주국입니다. 어떻게 한 나라의 국가안보에 해당하는 군사정보를 무슨 권한으로 실사니 뭐니 하면서 이렇게 찾아와 고압적인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이건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예전과는 대응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률리안 국장은 처음과는 다르게 살짝 저자세로 낮추고 말했다.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단지 현재 미국 정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했던 것이 도를 넘은 듯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항상 우리 대한민국이 미국으로부터 받아왔던 대접 아닙니까? 저는 국방부에서 나온 전력자원관리실 강병우 실장입니다. 률리안 국장님께서 말씀하신 백호 전차의 모든 정보는 군사기밀 S급에 해당합니다. 즉, 이와 관련하여 그 어떠한 정보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당연히 기밀이겠죠. 미국에도 없는 신기술이니 말이오. 이것 또한 기밀입니까? 미국 정부는 백호 전차 말고도 위성을 발사체로 하여 중국에 미사일 공격을 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이것은 국제우주조약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입니다.”

률리안 국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수종 안보전략비서관은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는 다시 률리안 국장에게 서류를 건네며 반문했다.

“률리안 국장님! 여기 주신 서류를 보면 공격위성에 대한 그 어떤 사진이나 내용이 없습니다. 지금 말로만 정황 어쩌고저쩌고하시면서 우리나라를 범죄 국가로 치부하시는 겁니까.”

률리안 국장은 아차 했다. 사실 공격위성 건은 심증은 있었지만 이를 밝혀낼 물증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현재 분위기를 역전하고자 섣부르게 말한 것이 실수였다. 그래서 바로 돌려 말했다.

“그건 중대한 정보이기에 여기 서류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방금 말씀드린 대로 정황을 포착한 여러 증거를 가지고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수종 안보전략비서관은 물러서지 않고 반박하듯 말했다.

“네, 그렇군요. 률리안 국장님, 증거를 가지고 계신다면 UN에 안보리에 고발하십시오. 대한민국이 국제우주조약을 위반했다고요. 그러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허허! 미국과 한국은 동맹국 아닙니까? 동맹국인 한국이 위반했더라도 어떻게 몰인정하게 UN에 바로 고발할 수 있겠습니까? 동북아 안보를 위해서도 그건 좋지 않지요.”

‘능구렁이.’

동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얻게 된 로버트 률리안의 별명이었다. 있지도 않은 증거로 큰소리치며 도리어 한국을 위한 척하는 뻔뻔하고 저급한 능구렁이였다.

“률리안 국장님 말대로 정말 우리나라에 공격위성이 있다면 좋겠군요.”

이날 외교부 접견실에서 진행된 회의는 밤 9시가 돼서야 저녁 식사를 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긴 회의 시간에 비해 률리안 국장은 별 소득 없이 내일 다시 회의하기로 한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호텔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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