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반격
2020년 11월 6일 11:00 (중국시각 10:00),
중국 판잔시 남서단 5km(제61기갑여단 주둔지).
지난 4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제7기동군단의 서부전선 구축 작전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선양 대기갑전에서 대패한 이유 때문인지 생각보다 중국군의 저항은 미미했고 이에 탄력을 받은 한국군은 더욱 속도를 내 목표 점령지를 차례대로 접수하며 서부전선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제7기동군단의 선봉 부대인 제20기갑사단(결전)의 최종 목표 점령지였던 판진 시는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간 텅텅 빈 도시를 제26기계화보병여단만으로 무혈입성을 하였고 라오 현과 타이안 현의 점령 작전으로 투입된 제60기갑여단을 제외한 사단본부와 제61기갑여단, 제26기계화보병여단은 핀잔 일대 여러 곳으로 나뉘어 주둔지 진지구축을 하였고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 및 방어 임무에 들어갔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중대 규모의 전차들이 주둔지를 빠져나가 진저우 방향으로 기동하고 있었다. 여단장 명령으로 대대에서 1개 중대씩 차출된 전차중대가 주둔지 반경 10km 이내에 있는 모든 마을을 수색하기 위해서였다. 각자 정해진 루트로 3개의 전차중대가 주둔지를 빠져나가는 그때 대공을 책임지고 있던 사단 직할 방공대대에서 미사일 한 발이 솟구쳐 올라갔다.
슈아아앙~
푸른 불빛을 내뿜으며 날아간 S-LAM 300 천궁A1 미사일은 마하 10이라는 속도를 내며 가시거리 시야에서 사라졌고 잠시 후 상공 22km에서 작은 섬광이 일어났다.
쾅앙! 쿠르르르르~
중국군에서 핀잔 시 일대를 정찰하기 위해 띄운 글로벌호크 복제판이라 불리는 샤룽 무인정찰기가 제20기갑사단(결전)의 직할 방공대대의 레이더에 탐지되자마자 격추당한 것이었다.
“여단장님! 방금 사단 직할 방공대대로부터 중국 무인정찰기 한 대가 격추되었다는 보고입니다.”
여단 지휘 막사에서 여러 참모진과 회의를 하고 있던 홍경준 준장에게 통신관 나강완 대위가 보고했다.
“정찰 무인기? 그래, 어찌 조용하다 했어.”
통신관의 보고에 짧게 대답한 홍경준 준장은 잠시 회의를 멈추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2일 전부터 판잔을 진공 할 때도 조용했던 중국군이 무인정찰기까지 동원하며 뭔가 계략을 꾸미는 건 아닌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자 홍경준 준장은 탁자를 살짝 치고는 말했다.
“작전 회의는 다음에 이어서 하고 지금 각 지휘관은 부대로 돌아가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한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여단장의 말이 끝나자 각 부대 지휘관들은 거수경례하고는 지휘 막사를 빠져나갔다.
“이 중령.”
“네, 여단장님.”
자리에서 일어난 홍경준 준장은 회의 탁자에 올려져 있던 전투 헬멧을 들고는 이윤원 작전관에게 말했다.
“사단에 연락해서 판잔 시 일대 반경 50km까지 정밀 정찰 요청한다고 전하고 여단 본부에서도 정찰 드론 모두 띄우도록 해.”
“알겠습니다.”
★ ★ ★
2020년 11월 6일 11:30 (중국시각 10:30),
중국 판잔시 북서단 40km 작은 마을.
핀잔 시로부터 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소규모의 마을 곳곳에는 중국 포병대대 차량과 병력이 몰래 엄폐하고 있었다. 이 중 제2포병 사령부로부터 특급 지령을 받고 3일 전 어두운 야밤을 틈타 이곳 마을에 은밀히 도착한 332포병대대의 A100 다연장 발사차량 18대는 공장이나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매복 중이었다. A100 다연장은 5연장 발사관 2개로 구성된 서방국가의 MRLS 형식과 같은 300mm 다연장으로 2015년 후반부터 제2포병 사령부와 각 집단군 직할 포병여단에 실전 배치된 최신예 대구경 주력 다연장 부대였다.
332포병대대 대대장인 로홍헝 중교는 아까부터 자꾸 손목시계만 쳐다봤다. 얼굴은 초조한 기력이 뚜렷했고 뭔가를 기다리는지 안절부절못하더니 이윽고 통신병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상급부대로부터 연락 온 거 없나.”
“아직 없습니다. 로홍헝 중교님.”
“시간은 돼가는 거 같은데, 연락 오는 즉시 나한테 바로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계속되는 초조함에 소변이 마려웠는지 로홍헝 중교는 화장실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때 통신병이 소리치며 말했다.
“중교님! 상급부대에서 전문입니다.”
막 출입문을 열고 화장실에 가려던 로홍헝 중교는 통신병의 말에 그대로 뛰어와 전문을 받아 확인했다. 그리고 한참을 읽고 난 로홍헝 중교의 얼굴은 새파랗게 창백해졌다.
“통신관! 각 포대에 연락해! 정확히 금일 12시에 하달되는 좌표로 포격 시작하며 그때까지 다들 준비 철저히 하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방금 로홍헝 중교가 받아 들은 전문은 이 일대에서 엄폐하고 있던 다른 포병대대 지휘관 모두에게도 전달된 상황이었다.
★ ★ ★
2020년 11월 6일 11:50 (중국시각 10:50),
중국 판잔시 동단 5km 평원(제61기갑여단 주둔지).
각 부대로 돌아온 대대 지휘관들은 경계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막사에서 쉬고 있던 간부와 장병들은 전차와 장갑차에 탑승하기 시작했고 특히, 대공 담당을 맡은 비호 장갑차와 천마 장갑차들은 방어 위치로 기동하며 대공 레이더를 돌리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밥도 못 먹고 뭐냐? 갑자기.”
12전차대대 1중대 113호 전차장 윤일호 중사가 푹 꺼진 배를 만지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차장님, 전투식량 한 봉지 까 드시겠습니까.”
전차포수 오동경 하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 경계강화 태세에 밥 먹다 걸리면 곤란한데.”
“누가 본다고 그러십니까.”
“먹자 먹어, 이것도 다 먹자고 하는 거 아니냐? 강중태 병장.”
“네, 전차장님.”
“너도 전식 먹을래.”
“괜찮습니다.”
“알았다.”
윤일호 중사는 헤드셋을 벗으며 오동경 하사에게 말을 돌렸다.
“두 개 까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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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6일 12:00 (중국시각 11:00),
중국 판잔시 북서단 40km 작은 마을.
3일 동안 죽은 듯이 엄폐만 하고 있던 322대대 다연장 발사차량이 일제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공터 쪽으로 급속 방열 후 판진 방향으로 다연장 포구를 돌렸다. 그리고 미리 전달받은 포격 좌표 제원까지 입력하자 각 포대장으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 제1포대 사격준비 끝!
- 제2포대 사격준비 끝!
- 제3포대 사격준비 끝!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로홍헝 중교가 타고 있는 지휘장갑차 통신망에 각 포대장의 사격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좋아! 각 포대 급속 발사 후 진지 이탈한다. 발사 명령 내리도록.”
“알겠습니다. 각 포대 일제히 사격.”
로홍헝 중교의 명령이 떨어지자 3개 포대 18개의 다연장 차량에서 각각 10발의 300mm 로켓탄이 귀청을 찢을 듯한 소음을 내며 발사관에서 빠져나왔다.
슈와아아아~ 슈와아아아~ 슈와아아아~
10초 간격으로 날아가는 300mm 로켓탄은 2분도 안 되어 모두 발사되었고 332대대 다연장 발사차량은 진지 이탈을 위한 기동 준비에 들어갔다. 또한, 332포병대대와 마찬가지로 여러 마을에서 엄폐하고 있던 중국 포병대대에서도 방열을 완료하고 일제히 제61기갑여단을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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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6일 12:00 (중국시각 11:00),
중국 판잔시 동단 5km 평원(제61기갑여단 주둔지).
“여단장님, 사단본부로부터 연락입니다.”
“그래.”
“판잔으로부터 동단 40km 지점 일대에 중국 포병대대를 포착했다는 보고입니다.”
“포병대대? 몇 개나.”
“현재까지 확인 한 바로는 적어도 5개 이상의 포병대대 규모라고 합니다.”
모니터와 여단장을 번갈아 보며 통신관이 외쳤다.
“어떻게 40km에 포병대대가 숨어있다는 것을 몰랐단 말이야? 각 예하 대대에 즉각 산개 기동 시행하고 포격 공습에 대한···.”
위잉잉잉잉.
여단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61기갑여단 주둔지 전체에 포격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즉, 대포병레이더에 적 포탄이 탐지되었고 이에 자동으로 사이렌이 울린 것이었다.
“한발 늦었군그래, 대공 부대로부터 데이터 링크를 받고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여단장 홍경준 준장이 헬멧을 고쳐 쓰고는 작전 과장에게 바로 물었다.
“현재 확인하고 있습니다. 작전과장이 모니터를 주시하며 대답했다.”
K-22 지휘장갑차 안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예하 부대에서 전해오는 여러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였다. 그중 가장 큰 모니터에는 주둔지를 향해 동그란 점으로 표기 점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중국군의 다연장 로켓탄과 각가지 포탄 항적이었다.
“대포병 공격은?”
모니터를 주시한 채 여단장이 또다시 물었다.
“현재 포격 시발점 확인했고 대포병 공격에 들어간다는 보고입니다.”
“사단 포병에게도 포격 지원 요청해.”
“네, 알겠습니다.”
“제길, 중국 놈들이 이번에 나름대로 준비를 단단히 했군.”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사전에 여단장의 경계태세 강화 지시로 주둔지 곳곳으로 기동하여 위치한 비호 장갑차들은 빠른 대응을 보이며 레이저 벌컨 포탑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날아오는 중국 로켓탄과 포탄을 향해 상공이 뒤덮일 정도로 수백 개의 빛줄기를 뿌려댔다. 그리고 천마 장갑차에서도 광룡 미사일을 날리며 로켓탄 격추에 최선을 다했다.
슈와아~ 슈와아~ 슈와아~ 슈와아~
쾅아앙~ 쾅! 쾅! 쾅아아앙! 콰아앙앙~
진저우와 판진 사이의 상공 일대는 그야말로 불꽃 축제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대 장관이 펼쳐졌다. 중국의 로켓탄과 포탄이 격추당할 때마다 붉은 섬광이 일어났고 소리 또한 천둥과 비슷한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댔다. 하지만 일제히 날아오는 로켓탄과 포탄을 100% 요격할 수 없었는지 서서히 제61기갑여단 주둔지 곳곳으로 적 포탄이 떨어졌고 그때마다 흙기둥과 화염이 솟구쳤다.
쿠웅! 쾅아아앙! 쿠앙!
“몇 분만 버티면 된다! 각 대대 지휘관에게 백호 전차도 대공 방어에 탄 아끼지 말고 요격하라고 지시해.”
“네, 전달하겠습니다.”
콰앙!
여단장의 지휘장갑차 바로 옆에도 포탄 한 발이 떨어졌는지 흙기둥이 솟아오르면 쇳조각과 자갈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상했고 여단장 지휘장갑차 상단위로 일부 파편들이 떨어졌다.
우두둑둑둑~ 텅! 텅! 텅!
신속한 대응으로 요격함에도 주둔지 곳곳에 포탄이 떨어지자 생각보다 포격 규모가 크다고 생각한 여단장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각 부대 지휘관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여단장이다! 각 부대 전차대대는 현재 주둔지 이탈한다. 포격 화마에서 벗어난 후 자체 방어 및 요격 대응한다. 이상.”
짧게 명령을 내리고 마이크를 내려놓는 그때 홍경준 여단장의 눈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엄청난 하얀 섬광이 현시경의 모니터를 통해 보였다.
콰아아아앙!
섬광과 함께 하얀 버섯구름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너무나 밝은 빛에 본능적으로 팔로 눈을 가렸던 홍경준 여단장은 아랫입술을 깨물면 짧게 욕설을 뱉었다. 하지만 이 욕설은 여단장의 삶을 마감하는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미친 새끼들. 핵폭탄을···.”
쿠와와와와와~ 콰앙캉 쿠르르~
폭심지로부터 가까이 있었던 여단장의 지휘장갑차는 원형으로 퍼지며 몰려오는 핵폭풍에 휩싸이며 그대로 뒤집히며 날아갔다. 방금 떨어진 전술 핵포탄은 10kt급에 달하는 핵포탄이었다.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2에 달하는 위력이었고 폭심지 즉 그라운드 제로인 반경 400m 안에 있었던 전차와 장갑차는 하이드리늄 합금 장갑 덕분에 소멸까지는 면했지만, 안에 있던 승조원이 전사하기엔 충분한 파괴력이었다. 또한, 반경 1.1km 이내에 있던 작은 건물이나 전차, 장갑들은 핵폭풍에 휩싸이며 깡그리 날아갔다.
“모든 부대는 각자 알아서 포탄 탄착지점에서 벗어나라!”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단 통신망으로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말에 정신을 차린 제61기갑여단 전차와 장갑차들은 탄착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속도를 내며 사방으로 긴급기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엄청난 섬광은 주둔지 내에서 한 번 더 발산하며 그 일대를 초토화했다.
콰아아아앙~ 쿠와와와와와와~
2차 핵포탄 폭발에 폭심지에 있었던 여러 대의 전차와 장갑차는 순식간에 녹아들었고 조금 벗어나 있던 45t에 달하는 백호 전차는 핵폭풍의 위력에 그대로 뒤집히거나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일반 차량은 철골만 엉성하게 남기거나 흔적 자체를 없애버렸다.
이날 중국 포병의 기습포격은 제61기갑여단을 포함해 서부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진공하던 제7기동군단(북진선봉)과 제3기갑사단(백골)에 총 1,500문에 달하는 포병부대를 동원했고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전술핵 사용 승인을 요청했던 수량 50발보다 더 많은 200발을 한국군에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