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2020년 11월 4일 14:30,
서해 북위 38° 65’ 동경 122° 40’ 심해.
표적의 음문을 비교·분석하며 날아가는 백상어(K-744) 어뢰는 거리가 거리인 만큼 표적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길었다. 그리고 십여 분이 지날 때쯤 패시브소나의 탐지음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음탐관이 헤드셋을 감싼 상태로 말했다.
“1번 어뢰, 적 어뢰와 거리 50, 2번 어뢰, 적 어뢰와의 거리 120입니다.”
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시차를 두고 연속으로 음탐관의 헤드셋을 통해 전해졌다.
“1번 어뢰, 상대 어뢰에 격침! 2번 어뢰 또한 상대 어뢰로 인해 격침당했습니다.”
귀가 먹먹했는지 헤드셋을 벗어젖힌 음탐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자식들 봐라! 좀 한다 이거지? 3번과 4번 어뢰 거리는.”
함장의 물음에 다시 헤드셋을 바로 쓴 음탐관은 다시 한번 신경을 양 귀에 집중하며 쏟아지는 음문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3번 어뢰!! 1번 표적에서 쏜 두 번째 어뢰와 거리 60, 4번 어뢰! 2번 표적에서 쏜 두 번째 어뢰와 거리 150! 폭발하기 10초 전! 9초 전!··· 1초 전! 폭발합니다.”
투웅! 콰아앙! 투퉁! 콰콰쾅!
하드 킬 목적으로 쏜 중국의 어뢰는 3번과 4번 어뢰와 가까워지자 근접신관이 작동하며 자폭했고 이에 손일원함의 어뢰도 피폭 때문에 연이어 폭발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뢰 폭발에 의한 진동파가 수중에서 전해지며 손원일함(SS-072)의 선체를 흔들었다.
“3번 어뢰 이상 없음, 4번 어뢰 2번 표적의 어뢰에 격침.”
이용현 함장의 미간이 더욱더 좁혀졌다. 쏭급 잠수함 따위에 한국 백상어 어뢰(K-744) 4발 중 3발이 하드 킬로 격침되었다는 사실에 매우 짜증이 났다.
“무장관 5번 발사관에 주수! 조타장! 잠항각 하향 최대각으로 잠수, 속도 전타!”
“잠항각 최대로 잠수! 속도 전타.”
“5번 발사관 주수 들어갑니다.”
조타장이 복명복창을 하며 조종을 하자 손원일함(SS-072)은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심해 밑바닥을 향해 곤두박질하듯 속도를 높이며 내려갔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다.
“함장님! 3번 어뢰 표적 1번과의 거리 1200! 격침까지 56초입니다.”
“2번 표적은?”
“2번 표적 잠수함은 본 함으로 최대 18노트로 전속 전진 중.”
“오버힛 중지! 엔진 중지! 침묵 잠항에 들어간다.”
함장의 지시에 승조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손원일함(SS-072)은 심해 밑바닥까지 깊숙이 잠수한 후 엔진까지 끈 상태로 유령선처럼 침묵 잠항 모드로 전환했다.
“2번 표적에 3번 어뢰 접근 거리 도달!!! 3초, 2초, 1초.”
투앙! 쾅아아앙~
“1번 표적, 3번 어뢰에 명중! 3번 어뢰에 명중.”
명중 사실을 보고한 음탐관은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음에 집중했다. 어뢰의 폭발로 잠수함의 선체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승조원들의 비명 등, 온갖 잡음이 뭉쳐져서 들려왔지만, 김수원 음탐관은 정확히 소음을 구별하며 확신 찬 음성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
“확실히 1번 표적 명중, 격침되었습니다.”
음탄관 옆자리로 다가간 이용현 함장이 조용히 지시했다.
“좋아! 이제 1척 남았다. 패시브소나로 전환! 2번 표적 위치 확인해봐.”
피잉~ 피잉~ 피잉~
패시브소나인 M-SUSL 탐지 음파가 3차원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반사되어 들려오는 음문에 음탐관이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2번 표적, 현재 방위각 0-0-3, 상향 25도 거리 7,700.”
“좋아! 다들 그대로 침묵 잠항 유지한다.”
함장은 승조원들을 둘러보며 양 손바닥을 편 상태로 아래를 향하고는 누르듯 손짓을 보였다.
“무장관, 5번 어뢰에 음문 삽입하고 완료되면 보고.”
“5번 어뢰, 음문 삽입합니다.
“5번 어뢰, 음문 삽입 완료.”
“좋아! 지금부터는 적 잠수함도 충분히 본 함에 어뢰를 쏠 수 있는 거리다. 그러기에 기회는 딱 한 번이다. 2번 표적 위치.”
피잉~ 피잉~ 피잉~
“2번 표적 현재 위치 0-0-2 상향 33도 거리 5200.”
음탐관의 보고가 들리자마자 함장은 소리치듯 말했다.
“5번 발사관 개방! 급속 발사.”
“5번 발사관 개방! 5번 어뢰 발사합니다.”
투웅!
발사관에서 빠져나온 5번 백상어(K-744) 어뢰는 음문에 해당하는 2번 표적 잠수함을 탐지하자 방향타를 이리저리 조절한 후 솟구쳐 올랐다.
“5번 어뢰 정상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방위각 0-0-2 우현 잠항각 상향 30도 오버 힛! 전속 항진.”
함장의 명령은 계속 이어졌다.
“6번 어뢰 주수 및 음문 삽입.”
“6번 어뢰 주수 및 음문 삽입.”
손원일함(SS-072)은 순간속도를 높이며 조금 전 쏜 5번 어뢰를 따라가듯 30도 각도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앗! 적 잠수함에서 3개의 주수음이 들립니다. 발사관 개방합니다.”
“6번 어뢰 음문 삽입 완료!”
“6번 발사관 개방.”
“6번 발사관 개방합니다.”
“2번 표적 잠수함 본 함을 향해 어뢰 2발이 발사되었습니다.
“6번 어뢰 발사.”
“6번 어뢰 발사! 정상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명령과 복명복창과 보고가 한순간 뒤섞인 손원일함(SS-072)의 전투통제실은 그야말로 떠들썩한 야시장과 다름없었다.
“누구 간덩어리가 큰지 한번 보자!”
이용현 함장은 이제는 눈에 살기마저 들 정도로 전투력이 상승하고 있었다.
“2번 표적 어뢰 3번째 어뢰 발사되었습니다. 앞선 2발의 어뢰는 본 함으로 방금 쏜 어뢰는 하드 킬입니다.”
“적 잠수함의 어뢰는 유선유도다. 유도선을 끊기 전에 박살 내면 되는 거야.”
“함장님 그래도 가까운 곳에서 폭발이라도 한다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부함장 나길산 대위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함장은 부함장의 조언에 동감하며 추가 명령을 하달했다.
“맞는 말이야. 자주항주식 닉시 준비해.”
“방위가 1-6-5 우현 전타! 잠항각 0도에 속도는 전속유지.”
“방위가 1-6-5 우현 전타! 잠항각 0도에 속도는 전속유지.”
최고속도로 상승하던 손원일함(SS-072)은 우현으로 급선회하며 방향을 틀었고 위로 기울었던 선체의 중심을 잡았다.
“닉시 사출.”
“닉시 사출.”
손원일함(SS-072) 후미의 디스펜서에서 자주항주식 닉시가 사출되었고 사출된 즉시 추진동력이 작동하여 손원일함(SS-072)과 멀어졌고 음문이 담긴 음파를 방사하여 쏭급 잠수함과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를 유인한다.
2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멀어졌다고 생각한 이용현 함장은 다시 명령을 이어갔다.
“방위각 0-9-0 우현 전타! 속도 1/2 감속! 침묵 잠항 전환.”
“어뢰 상황보고.”
“5번 어뢰 적 잠수함과 거리 1300, 6번 어뢰 적 잠수함과 거리 1520, 앗 적 어뢰 한 발이 닉시에 걸려들었습니다.”
“다른 한 발은.”
“속지 않았습니다.”
“제길.”
이때 연속으로 두 발의 폭발음이 전해져왔다.
투웅 콰아앙! 콰아앙!
“5번 어뢰 적 어뢰에 격침! 닉시에 적 잠수함 3번 어뢰 폭발했습니다.
이제 남은 어뢰는 서로를 향한 각각 한발의 어뢰였다. 표적 2번 잠수함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길게 돌면서 회피하는 손원일함(SS-072)에서 중국 잠수함의 어뢰는 계속 유선유도를 받으며 따라붙었다.
“디코이 준비! 적 어뢰에서 유도선을 끊고 능동소나로 전환 시 디코이 사출한다.”
“네, 알겠습니다.”
음탐관이 다급하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6번 어뢰! 인정 거리 도달, 격침까지 10초 9초 8초 7초 6초··· 적 어뢰 유도선을 끊고 능동소나 탐지로 전환 중입니다.”
“무장관 디코이 사출!!
“디코이 사출 성공.”
손일원함(SS-072)의 외부 발사관에서 디코이 한발이 사출됐다. 이 디코이는 자체 추진력을 일으키고는 잠수함과 비슷한 소음을 방산을 하며 다가오는 적 어뢰를 향해 기동했다.
“명중까지 3초, 2초 1초.”
쿠웅! 콰아쾅! 쾅!
“6번 어뢰에 2번 표적 잠수함 명중! 격침되었습니다.”
“중국 어뢰는? 디코이에 속았나.”
선임 음탐관은 정신이 없었다. 이에 보조 음탐병이 바로 대답했다.
“속지 않았습니다.”
함장으로서 원하지 않는 야속한 답변이었다.
“디코이 한 발 더! 준비되는 대로 바로 사출.”
적 잠수함이 격침되고 없는 이상 침묵 잠항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이용현 함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치듯 말했다.
“아! 적 어뢰 인정 거리 250까지 도달! 명중까지 15초입니다.”
“디코이 사출되었습니다.”
“방위각 0-8-5 좌현 전타 잠항각 최대 하향 잠수! 속도 전속 오버 힛.”
디코이 사출과 함께 손원일함(SS-072)은 좌측 밑으로 내리꽂듯이 최대속도로 잠항했다.
“적 어뢰 거리 200! 도달까지 12초.”
지금 절규하듯 소리치는 음탐관의 목소리는 본인을 포함해 손원일함(SS-072) 승조원 27명에게 앞으로 남은 인생의 시간을 초 단위로 불러주는 저승사자의 목소리와 같았다.
“조타장! 속도 최대! 최대! 오버 힛 하란 말이야.”
“함장님, 현재 최대속도 22노트입니다.”
함장 또한 죽음이 사선에 직면한 지금 할 수 있는 건 부하를 다그치는 일밖에 없었다.
“적 어뢰 거리 160 도달 명중까지 10초, 9초, 8초··· 적 어뢰 디코이에 속아 방향 전환합니다!”
“정말이야?”
“네! 현재 어뢰 방위각 2-6-5로 방향 전환했습니다.”
“본 함과의 적 어뢰 거리 120, 130, 140··· 220.”
쿠웅! 콰쾅!
디코이에 속아 방향전환을 했던 중국 어뢰가 디코이와 부딪치며 드디어 폭발했다.
“어뢰 디코이에 명중, 어뢰 폭발했습니다. 살았습니다!”
음탐관이 헤드셋을 벗어던지며 벌떡 일어나 만세를 하는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에 함장도 충격을 대비해 단단히 붙잡고 있던 잠망경 손잡이를 놓고는 이마를 한번 짚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살았네. 살았어.”
짧게 말을 내뱉으며 승조원들을 바라본 함장은 깜짝 놀랄 뻔했다. 부함장을 비롯해 승조원 모두가 지옥을 오가는 요 몇 분 때문에 급노화가 됐는지 땀으로 범벅이 된 퀭한 얼굴로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용현 함장의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수고했다. 방위각 2-7-0 좌현 전타! 잠항각 10에 속도 5로 잠항.”
이동 명령을 내린 이용현 함장은 잠수함 전체에 연결된 통신 마이크를 들고 모든 승조원에게 추가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까지 무한 휴식에 들어간다. 이상.”
다롄 해역에 침투했던 한국 제91잠수함전단의 214급 잠수함 6척은 손원일함(SS-072)이 목숨을 걸며 격침한 중국 잠수함 2척을 포함해 총 7척의 중국 잠수함을 바닷속에 수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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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5일 16:30,
중국 다롄항.
다롄 북측 일대에 대한 점령을 마무리한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은 오전 11시부터 4개 사단이 지키고 있는 32km에 달하는 방어 라인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은 K-3 백호 전차와 K-2A1 흑표 전차로 구성된 4개의 전차대대는 중앙 돌파를 시도하며 방어 라인을 무너뜨렸고 나머지 장갑차 대대의 공격으로 일반 보병과 차량화보병으로 이뤄진 중국군을 어렵지 않게 괴멸시킬 수 있었다.
또한, 전날 6척의 214급 잠수함의 활약으로 중국 잠수함으로부터의 공격 위험을 제거한 한국 해군은 제7기동전단과 제2함대 제2구축함전단의 호위를 받으며 제10상륙함대는 큰 손실 없이 다롄항구에 상륙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위쪽과 아래쪽의 전선이 뚫린 중국군은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와해하기 시작하며 끝까지 저항한 제40집단군 예하 제118보병사단을 빼고는 모두 제9기계화보병사단(백마)에 항복하고 말았다.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이 자식들 행동 봐라!”
“네! 갑니다.”
“거기 조심!”
주임원사 계급장을 단 간부가 확성기를 통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하역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이곳 다롄 항은 국제 규모의 항구답게 LPD 청왕봉급 8척과 LPH 독도급 3척 LPH 강화도급 4척, 그리고 기업으로부터 차출한 민간 수송선 2척이 모두 동시에 정박하여 싣고 왔던 각가지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각 군단에서 추가 증원된 포병여단과 대공여단들의 장비들이 쏟아지듯 하역하고 있었다.
만재배수량 60,000t의 다목적 강습상륙함인 강화도급 진도함(LHD-5114)에 이번에 추가 증원된 쌍용 2군단의 2포병여단 포병대대의 자주포를 포함하여 여러 다연장 차량과 MRLS 장갑차들이 막 하선을 끝내고 넓은 선착장 광장에서 도열을 하고 있었다.
총 1개 포병단과 7개 대대로 이뤄진 제2포병여단은 관측대대를 비롯해 K-9A1 라이트닝으로 구성된 자주포 3개 대대, K-137 200mm 화룡 다연장으로 구성된 2개 다연장대대, K270A1 천무로 구성된 2개의 MLRS대대, 마지막으로 현무-1E2 지대지 미사일로 구성된 1개의 현무대대였다. 이중 MLRS대대 중 제11포병단 소속의 1개 대대는 3일 타오센 국제공항에 삼엄한 경계 속에서 A400M 수송기로 공수해왔던 K270A1 천무 장갑차처럼 옆면에 방사능 마크에 X자 빨간색이 표기된 마크가 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