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6화 (106/605)

서부전선

2020년 11월 02일 10:00 (중국시각 09:00),

중국 베이징시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벙커 회의실.

선양 방어 실패에 따른 전면적 작전 수정이 불가피했던 중앙군사위원회는 방어개념을 넘어 반격을 위한 작전수립에 들어갔다. 그리고 하루 동안 날을 새며 반격 작전을 수립했고 시진핑 주석에게 최종 입안 보고를 하며 재가를 받으려 했다.

“지금부터 방어개념을 버리고 대반격 작전에 대한 작전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칸 커이쳐 부주석이 직접 단상에 나와 중국 내 실세라는 실세들이 모두 모인 회의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군은 선양 시민에게 소개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이것은 선양과 그 일대의 도시들을 점령한 후 전선구축 및 고착화 작업을 위한 전초 행위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전선구축 시점은 언제로 보고 있소.”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차분한 음성으로 시진핑 주석이 질문을 했다.

“현재 한국군은 한국 본토로부터 각가지 탄약과 식량에 대한 보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소개 명령이 3일까지인 것으로 봐서 적어도 4일이나 5일 정도에 전선구축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겠소. 계속하시오.”

“먼저 우리 인민해방군의 현황부터 말씀드리고 이후 세부 작전에 대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현재 각 군구의 12개 집단군에 이동 명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먼저 스크린의 지도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며 중국 전체가 보이는 지도가 나타났다.

“중부 전구의 제20집단군과 제54집단군, 남부 전구의 제15집단군, 서부 전구의 제21집단군이 이번 동북 삼성 탈환 작전에 선봉으로 나설 예정이며 현재 베이징 이북으로 전진 배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칸 커이쳐 부주석은 각 집단군이 배치된 곳을 스크린의 지도에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켰다.

“그리고 서부 전구의 제13집단군과 중부 전구의 제27집단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에 베이징의 북쪽과 동쪽 방어 임무를 맡게 되며 마지막으로 현재 정비 중인 제38집단군은 각 집단군으로부터 최정예 병사들을 선별하여 충원 중이며 장비 또한 최신예 전차와 장비를 배치함으로써 적어도 11월 10일 안으로 집단군 편제를 완편 한 후 동북 삼성 탈환 작전에 최선봉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전인대 상무위원장인 장더장이 손을 들었다.

“네, 장더장 위원장님.”

“이번 선양 전투에서 한국군은 3개 정도의 기갑사단으로 우리의 3개 집단군을 괴멸 직전까지 밀어붙이며 승리했습니다. 이 정도 전력 차이에서도 쉽게 승리하는 한국군에게 4개 집단군으로 탈환 작전을 한다는 것이 가당치 않다고 봅니다.”

치부를 건드리는 장더장 위원장의 말에 살짝 얼굴을 찌푸린 칸 커이쳐 부주석은 이내 평정심을 찾고는 바로 대답했다.

“장더장 위원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현재 한국군의 제7기동군단과 함께 온 제3기갑사단의 전력은 우리 집단군 3개를 상대로 쉽게 승리를 하였습니다. 이에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동북 삼성 탈환 작전의 돌파구를 찾고자 한 가지 정식으로 중앙정치국위원회에 전술핵에 대한 사용 승인을 요청합니다.”

회의실은 일순간 찬물을 끼얹진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이 순간, 칸 커이쳐를 음흉한 눈빛과 함께 입꼬리를 올리며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바로 어제 칸 커이쳐에게 전술핵이란 말을 은근슬쩍 꺼내 들었던 리치안차오 부주석이었다.

어제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반격 작전을 위한 수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현재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큰 묘책은 정치국 리치안차오 부주석이 말한 전술핵밖에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칸 커이쳐 입장에서 자국의 영토에 핵폭탄을 날린다는 것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각 군의 총부장과 수뇌부의 줄기찬 주장에 그만 굴복하고 말았다. 현실적으로 전술핵 말고 한국군의 제7기동군단 선봉을 꺾을 수 있는 다른 묘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우리 영토에 지금 핵폭탄을 사용하자는 말이오.”

깜짝 놀란 류윈산 상무위원이 소리치며 말했다.

“류윈산 상무위원님 칸 커이쳐 부주석의 작전 브리핑을 끝까지 들어보고 반대를 해도 늦지 않을 듯합니다.”

리치안차오 부주석이 미소 띤 얼굴로 칸 커이쳐의 편을 들어주듯 말했다. 이에 시진핑 주석도 리치안차오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요. 일단 칸 커이쳐 부주석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보고 판단합시다.”

시진핑 주석의 말에 모든 정치국 위원들은 황당한 표정만 지을 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전술핵 승인을 해주신다는 전제하에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은 선양 일대를 기준으로 전선구축 및 고착화 전술로 본토와 동북 삼성에 대한 길목을 차단한 후 한국군 후공 부대로 동북 삼성을 점령할 것입니다. 이에 서부전선이 형성되기 전 우리 인민해방군은 전술핵을 이용해 한국군의 선봉인 제7기동군단에 타격을 줄 것입니다.”

“전술핵은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입니까.”

국가안전부 주야오 부장이 손을 들며 질문했다.

“투발 수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50발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50발이라, 동북 삼성 전체를 방사능 지역으로 만들려는 겁니까.”

“아닙니다. 지금까지 한국군과의 교전 경험을 비춰보자면 한국군은 포탄에 대한 요격 성공률 또한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요격 성공률을 따졌을 때 적어도 50발의 전술핵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전술핵 투발 지역은 어디로 보고 있습니까.”

주야오 부장이 다시 한번 질문을 하였다.

“지도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 지도에서 붉은 점으로 표시된 곳은 한국군이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필수로 점령해야 하는 곳입니다. 바로 판진, 푸신, 장우, 퉁랴오입니다.”

“그럼 저곳에 모두 전술핵을?”

“한국군의 전선구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예상하는 구축 라인을 봤을 때 전술핵을 사용할 지역은 이곳과 이곳입니다.”

칸 커이쳐 부주석은 레이저 포인트로 여러 개의 지역을 가리켰고 심각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는 회의 참석자들을 쭉 바라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럼 지금부터 ‘지옥의 불(地狱之火)’ 작전에 대해 상세히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 ★

2020년 11월 2일 13:00 (중국시각 12:00),

중국 선양시 테시구 시가지.

제7중갑강습여단은 공중침투 및 도시 시가전에 특화된 부대로써 방호력이 뛰어난 중갑 슈트를 착용하여 가장 위험한 전장에 제일 먼저 투입하는 부대였다. 이에 선양 점령 후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게릴라 패잔병을 소탕하기 위해 중갑강습여단을 투입했고 건물마다 4인 1조로 한 팀들을 투입해 발 빠르게 접수해 나가고 있었다.

드르르르~ 투캉! 투캉! 캉! 탕탕탕~

쭝웅~ 쭈쭈쭈쭈쭈쭈쭈웅~

중갑보병이 사용하는 12mm 레이저 미니 건의 위력에 벽들은 쉽게 뚫렸고 이에 벽 넘어 숨어 있던 중국군들은 온몸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져갔다.

- 알파 1, 1층 접수했다는 통보! 건물 전체에 민간인을 포함하여 개인화기를 소지한 중국군 다수가 스캔 되었다는 통보!

- 알파 3, 확인했다는 통보!

- 알파 4, 확인했다는 통보!

1층을 접수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멈춘 알파팀 팀장인 오영열 중위가 옥상에서 침투 중인 알파 3과 4에게 지시했다.

- 알파 1, 알파 3과 4에게 알림! 교전 시 민간인과 중국군을 구분하여 대응하라는 통보!

- 알파 3, 확인했다는 통보!

- 알파 4, 확인했다는 통보!

그리고 뒤에서 대기 중인 알파 2인 김경환 하사에게 손가락 3개를 펴서 보여주고는 다시 손가락 두 개로 계단을 가리키며 까딱거리는 손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알파 2인 김경환 하사가 레이저 미니 건을 지향한 채로 2층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다다다다닷~~

영화 아이언맨처럼 온몸을 중장갑 형태의 슈트로 무장한 김경환 하사는 그대로 복도를 한 바퀴를 구르고는 비전 고글에서 붉은 점으로 표기되는 곳을 향해 레이저 미니 건을 사격했다.

쭈웅! 커어억!

단발로 날아간 레이저 빛줄기는 벽을 기댄 채로 사격하던 중국군의 방탄 헬멧을 관통하고는 그대로 이마에 명중했다. 그러자 중국군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벌러덩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바닥에 웅크린 채 AK-47 소총을 난사하는 중국군을 향해 이번엔 연발로 레이저 미니 건 빛줄기를 뿌렸다. 바닥부터 일자로 착탄이 형성되며 쏟아진 레이저 빛줄기는 중국의 머리부터 몸통까지 일자로 훑어 버리며 흉측한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쭈웅쭈웅쭈웅.

마지막으로 세 번째 중국군 한 명은 오영열 중위의 정확한 사격에 가슴과 복부에 구멍이 뚫리며 뒤로 튕겨 나가 벽에 부딪힌 후 고꾸라졌다.

- 알파 1, 2층 접수했다는 통보!

- 알파 3, 현재 7층 교전 중이라는 통보!

복도에 매복했던 중국군 3명을 처리하고 김경환 하사가 추가 위험이 있는지 경계를 하며 주위를 확인할 때 알파 팀장인 오영열 중위는 360도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2층 전체를 쓱 하니 스캔을 했다.

- 알파 1, 2층에 생명체 없고 3층으로 가겠다는 통보!

- 알파 3, 6층 접수, 민간이 12명 외 중국군 없다는 통보!

10여 분이 지난 후 알파팀은 건물 전체에 숨어있는 중국군 게릴라 패잔병들을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날 1,000여 명에 달하는 중갑강습여단 소속 중갑보병을 투입한 지 6시간 만에 선양 테시구 지역의 모든 게릴라 패잔병을 소탕하는 임무를 완수했다.

★ ★ ★

2020년 11월 3일 16:00 (중국시각 15:00),

중국 선양시 타오셴 국제공항.

타오셴 국제공항에는 대한민국 민간항공사로부터 차출한 민간 수송기와 군용 수송기 수십 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착륙과 이륙을 반복하며 전쟁물자를 수송하느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막 타오셴 국제공항에 2019년에 도입한 A400M 수송기 여러 대가 착륙했고 지상 유도 차량의 안내 신호를 받으며 활주로를 벗어나 유도로를 따라 이동 후 화물 하역장에 멈췄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완전무장한 헌병들이 A400M 수송기들을 에워싸며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저기 수송기에 뭐가 들었다고 이 난리를 칩니까?”

제7기동군단의 51수송지원항공단 소속인 강만호 상병이 소대장인 오춘원 하사에게 물었다.

“궁금하냐.”

“네,”

“너 같은 상병 나부랭이가 알면 안 되는 보안이다.”

“아시면 좀 알려 주십시오.”

수송기에서 내려오는 전쟁물자를 하역하느라 정신없었던 강만호 상병은 다른 수송기와는 다르게 유독 삼엄한 경계를 하며 하역하는 장비가 궁금했던지 선임인 오춘원 하사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쓸데없는 곳에 정신 팔지 말고 어서 하역작업이나 해라!”

“오 하사님도 사실 모르시죠.”

“죽을래.”

“죄송! 일이나 하겠습니다.”

완전무장한 헌병 대원의 경계 속에 A400M 수송기의 후문 해치가 열리고 일반 장갑차보다 큰 궤도형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모습은 MLRS인 K270A1-천무 장갑차와 비슷했고 장갑차 옆면에 그려진 마크는 보통 방사능을 표시하는 그림에 빨간색으로 X표가 그려진 마크였다.

“천천히 앞으로 오케이 그대로 앞으로!”

A400M 수송기에서 하역된 장갑차는 총 3대였고 수송기를 통해 함께 온 운용 요원들이 각자 장갑차에 탑승하자 헌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타오셴 국제공항을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이날 이런 하역작업은 여러 번 반복됐고 수송기를 통해 하역된 장갑차는 총 36대로 하역 할 때마다 헌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어디론가 급히 사라졌다.

★ ★ ★

2020년 11월 4일 10:00 (중국시각 09:00),

중국 선양시 남단 제60기갑여단 26전차대대 주둔지.

꿀맛 같은 4일간의 휴식과 정비시간이 지나고 26전차대대는 서부전선 구축을 위한 1차 목표 지점인 라오중을 가기 위해 26전차대대의 전차와 장갑차가 일제히 엔진음을 울리며 기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력에서 이탈했던 711호 전차와 712호 전차도 장비 교체와 정비를 통해 다시 7중대 1소대에 복귀했다. 몇 분 후 대대 작전 회의에 참석했던 한영국 대위가 돌아와 중대 통신망으로 명령을 하달했다.

- 중대장이다. 선두는 8중대다. 그다음으로 우리 7중대가 뒤따라 간다. 각 소대장과 전차장은 기둥 간 거리 유지하며 혹, 만일의 공격에 대비해 전차장은 전차 내부에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상!

- 1소대 확인!-

- 2소대 확인!-

- 3소대 확인!

- 4소대 확인!

쿠루릉 콰콰콰콰~

잠시 후 26전차대대 대대장 강혁진 중령의 전체 기동 명령이 떨어지자 8중대 백호 전차부터 우렁찬 엔진음을 터뜨리며 주둔지를 빠져나가 선두로 나섰고 선양 G1051 외곽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기동하기 시작했다.

“가자.”

712호 백호 전차도 기동 순서에 맞게 대열에 합류하며 새로운 교전을 위해 출발했다. 그리고 G1051 외곽고속도로를 타기 전 26전차대대가 지나치는 길거리에는 소개 명령에도 불구하고 선양에 남은 민간인들이 이번에 1군단으로부터 증원된 제25경갑보병사단(비룡) 소속 군인과 헌병에게 체포당하는 장면들이 간혹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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