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2020년 11월 01일 10: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일요일 아침 TV에서는 국방부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다. 발표 내용은 금일 오전 8시부로 옛 고구려의 영토인 요동(선양)은 1,400년 만에 후세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내용과 현재 동북 삼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대변인 발표가 끝남과 동시에 금일 오전에 있었던 요동시청 태극기 게양식 영상을 클로징으로 내보냈다.
TV를 시청한 수많은 국민은 어린아이부터 고령의 노인들까지 저마다 애국심이 활활 불타올랐고 저번 단동 시청 태극기 게양식 못지않은 국민의 큰 반향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날 모든 방송국에서는 옛날 고구려 당시 요동성과 관련된 여러 역사적 사실이 담긴 프로그램을 방영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 모든 언론에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요동이 한국 영토였다는 점을 널리 퍼뜨렸다.
이처럼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옛날 도시명으로 바꿔 부르며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종전 후 영토분쟁에 있어 한국의 고유 영토였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있어 2,000년 전부터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오늘날까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 역사까지 중국의 속국으로 치부하며 역사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강경 대응의 목적으로 세계 언론에 올바른 역사 인식을 알리기 위한 계획된 의도로 방송을 준비한 것이었다.
“생각보다 국방부에서 일을 너무 잘해주고 있군그래.”
서현우 대통령은 어젯밤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에서 올라와 모처럼 대통령 관저에서 푹 쉬고 일어나 오은하 여사가 타준 커피 한잔을 마시며 국방부 대변인의 발표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국방부로부터 미리 보고를 받은 내용이었지만, 주도면밀하게 진행하는 국방부가 매우 만족스러웠는지 자기도 모르게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뭐가 그리 좋다고 혼자 웃고 있으세요.”
서재에 있던 오은하 여사가 혼자 웃고 있는 대통령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들렸소? 국방부에서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어서 기쁜 나머지 웃음이 나오는구려.”
“준일이 아버지!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이 이렇게 아침부터 웃고 있으면 경호원과 청와대 직원들이 속으로 욕해요.”
“미처 내가 그 생각을 못 했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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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01일 11:00,
일본 도쿄 내각 총리 회의실.
총리 회의실 안에서는 내각 고위 관료들이 자리에 앉아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방송을 보고 있었다. TV에서 방영되는 영상은 바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이 요동(선양) 점령과 현재 전쟁 상황을 간단하게 발표를 하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영상이 끝나자 TV는 꺼지고 아베 총리가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대며 입을 열었다.
“한중전이 참으로 어이없게 돌아가고 있어요. 방위성 전략부에서는 대체 뭐 하는 겁니까? 분석한 내용과 하나라도 맞는 게 없잖소.”
실망감이 가득한 어조로 첫 말을 띈 아베 신조 총리는 팔짱을 끼고는 상체를 등받이에 의지한 채 뒤로 젖혔다. 며칠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는 한중전을 이용해 지난 과거 6·25 때처럼 경제적, 군사적으로 크나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전쟁 판도는 그의 기대를 가차 없이 무너뜨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총리님.”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실 일본 방위성 전략부에서 한중전 양상에 대해 정밀 분석한 내용은 한국이 선제공격으로 초반 우위를 점하며 압록강 국경선을 넘어 랴오니성 일대에서 치열한 교전이 이뤄지고 이후 중국의 군사적 물량 공세로 차쯤 한국군이 밀린다는 분석이었다. 그래서 일본은 이때를 기회로 삼아 한국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려 했다. 하지만 분석과는 다르게 한국군은 전쟁발발 5일 만에 군사적,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양을 점령해 버렸고 4개의 집단군을 괴멸 수준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에 일본 방위성의 전략부를 매우 당황케 했다.
“현재 가용한 모든 정보력을 통해 여러모로 한국군의 전력을 재차 분석 중입니다.”
“말만 하지 말고 뭔가 일을 제대로 해보세요.”
“제가 볼 때는 둘 중에 하나라 생각합니다.”
내각정보실장인 이나모토 준이치가 말을 꺼냈다.
“말해보시오. 준이치 국장.”
“네, 중국의 군사력은 허상으로 만들어진 사상누각 전력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 몇 년 동안 중국은 최첨단 무기를 개발했다며 지속해서 선전을 해오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어 J-20이나 J-30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의 F-22 전투기보다 성능적으로 우수하다며 입에 침을 튀기며 선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번 한중전을 통해 그 허상이 송두리째 벗겨졌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 부분은 동감합니다. 툭하면 미국 정보기술을 해킹하여 짝퉁 무기만 줄기차게 만들었지 자체적으로 우수한 무기를 만든 적이 없다고 봅니다.”
시바사키 대신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방위성 대신은 조용히 하시오.”
아베 총리는 대화에 끼어든 시바사키 대신이 못마땅했는지 눈을 흘기듯 쳐다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래요. 준이치 국장, 다른 하나는 무엇이오.”
“네, 총리님, 현재 내각정보실에서 몇 가지 정보를 수집 중입니다. 그중 미국 정보기관 쪽에 연이 닿은 정보원에 따르면 한국군의 무기 중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몇 가지 첨단 무기들을 개발 및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조그마한 눈을 크게 뜨며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상상하지 못한 무기요? 그게 대체 뭡니까.”
“그 부분은 최종적으로 정리가 되면 즉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그 보고서를 보고 싶군요.”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바사키 대신.”
“네, 총리님.”
“한중전 양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우리 자위군은 언제든 만일의 사태에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통합막료감부에서는 이점 유의하고 각 군의 전력 상태를 다시 점검해보시오.”
“알겠습니다, 총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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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01일 11:00 (미국시각 31일 22:00),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펜타곤.
펜타곤 수뇌부 회의실 스크린에는 영화 한 장면을 보는듯한 영상이 보였다. 이 영상은 바로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선양 일대의 한국군과 중국군과의 전차끼리의 교전 장면이었다. 한국군 전차들이 수백 대의 중국 전차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연신 광자포를 뿜어냈고, 그럴 때마다 중국 전차는 추풍낙엽처럼 폭발하는 장면들이 선명한 해상도로 반복되어 보였다.
“역시 우려했던 대로 한국군의 전차는 입자형 물질을 사용하고 있군요.”
턱을 괸 채로 살짝 미간을 좁힌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영상에서 나온 것처럼 위력 또한 현재 우리 미군의 전차에 탑재할 레일건 포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전차포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보는 오늘 보고서 내용에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전략분석관 로드 멕카이 중장이 오늘 오전에 올린 보고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한국이 저런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단기간에 말이오.”
“몇 년 전 CIA에서 한국의 비밀 군사연구소에 잠입하려다 발각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국무부에서 한국 정부에 한국 내 첩보 활동을 안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사건 확대를 무마시킨 적이 있습니다.”
국방정보국 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 국장인 마이클 T. 죠시 국장이 대답했다.
“연구소라? 대체 무슨 말입니까.”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은 처음 듣는 얘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진지하게 물었다.
“당시 우리 정보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첩보 활동을 하려 했으나, CIA 첩보 활동이 발각되면서 백악관으로부터 한국 첩보 활동을 자제하라는 방침이 내려와 추가적인 정보를 입수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적어도 51구역과 연관된 기밀인 것은 확실합니다.”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은 흠칫 놀랐다. 미국 내에서도 최고 기밀 SS등급으로 취급하는 51구역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51구역과 말이오?”
“아직 보고할 정도의 확신한 정보는 아니기에 보고를 드리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름 확인된 정보를 취합해본다면 한국에도 UFO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UFO 기술을 통해 전차를 개발했다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물증은 없습니다. 단지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와 최근 한중전을 통해 한국군의 전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우수하고 강력하다는 점에서 심증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한중전 판도를 보자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고는 여겨지는군요. 충분히 의심이 갑니다. 그렇다면 공격위성으로 의심되는 한국 위성의 위치는 확인되었습니까.”
“그것이, 정지궤도 고도에 있는 한반도 상공 일대의 모든 위성을 확인하였으나, 의심이 갈만한 한국의 군사 위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공군참모총장 드웨인 존슨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것 참, 근래 한국은 10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하나도 못 찾았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죄송합니다. 시간을 조금 더 주시면 기필코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NASA 협조를 통해 최대한 빨리 찾아내세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턱에 괸 손을 푼 존 웨인 국방부 장관은 탁자를 살짝 두드리며 강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각 군 정보국은 좀 더 확실하게 한국군의 전력과 무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세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떤 것이든 찾아내 보고하세요. 마이클 T 국장.”
“네, 장관님.”
“CIA 국장과 미팅을 일정 좀 잡아주세요. 함께 만나봅시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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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일 15:00 (중국시각 14:00),
중국 선양시 남단 제60기갑여단 26전차대대 주둔지.
새벽까지 이어진 전투에 26전차대대는 선양 남단 외곽에 주둔지로 잡고 오후까지 취침에 들어갔다. 그리고 막 기상하여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중대별 임시 식당으로 모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푹 잤더니 피곤이 팍 풀리긴 했는데 무지 배고프네.”
오영택 중사가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는 뒤따라오는 김영주 하사에게 말을 건넸다.
“저도 배고파서 일찍 눈이 떠지더라고요.”
“염이도 잘 잤냐.”
“네, 잘 잤습니다.”
임시로 만든 중대 식당에 들어선 3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김치 갈비찜이냐.”
선양 점령에 최선을 다한 장병들을 위해 제7기동군단의 군단장은 특별지시로 보기에도 군침이 샘솟는 김치 갈비찜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또한, 국도 쇠고깃국이었고 반찬도 4찬이 아닌 6찬이었다. 그래서 식판도 인당 2개씩 들고는 배식을 받았다.
“오 중사님, 그거 다 드실 수 있습니까.”
오영택 중사의 식판 하나에 갈비찜이 가득 차 있었다.
“니들은 짬밥이 안돼서 갈비찜 많이 못 받아 올까봐 이만큼 가져온 거야. 니들 몫이니 다 먹어라.”
"우리 오 중사님께서 후임을 생각하는 그런 배려가 있었다니. 충성입니다.”
“이제 알았냐? 어제 정말 수고 많았다. 이거 먹고 힘내자.”
“예!”
김영주 하사와 염훈기 상병은 주먹만 한 갈비찜을 통째로 들고는 한입에 물고는 맛있게 먹었다.
“니들만 입이냐.”
이석경 중사가 언제 왔는지 오영택 중사 옆으로 앉으며 갈비찜에 손을 갖다 댔다.
“어허! 니들 거나 먹어, 이건 우리 아그들 거다.”
“아나 이 자식은 동기 사랑이 없어! 이따가 내가 좋은 거 줄 테니까 같이 먹자!”
“좋은 거 뭐?”
갈비찜으로 향하는 이석경 중사의 손을 저지한 오영택 중사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이, 치사하게. 요거다 요거.”
이석경 중사는 품에서 소주 팩을 보여주면 살짝 웃었다.
“너 그거 어디서 났냐!”
“취사반장님한테 사정사정해서 구했다. 이제 먹어도 되는 거지?”
“오늘 밤에 한잔?”
“이따 우리 막사로 와라! 오랜만에 소주 파티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