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104/605)

서부전선

2020년 11월 01일 09:00 (중국시각 08:00),

중국 베이징시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벙커 회의실.

선양을 하루 만에 빼앗긴 중앙군사위원회는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가장 큰 패착은 한국군 제7기동군단을 타격하기 위해 공군총부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전투기를 출격시켜 제7기동군단의 지상 타격은커녕 320대 중 252기가 격추당해 공군 전력의 50%에 해당하는 전력의 손실이었다. 그것도 최신예 J-20 전투기와 J-31 전투기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제 중국 공군은 앞으로 동북 삼성 수복 작전은 고사하고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방어하기에도 부족한 전력으로 구형 전투기들까지 끌어모아야 할 판이었다.

“대체!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시핀징 주석은 분노에 찬 얼굴로 중앙군사위원회 장성들을 노려봤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는 상황에서 컨 카이쳐 부주석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진정하십시오.”

“지금 내가 진정 같은 거 할 때요? 열이면 열 다 패배하고 있지 않소? 당신들 그 자리에 계속 있고 싶으면 뭔가 대책을 마련하시오!”

콰앙!

시진핑 주석은 새로 고친 출입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어쩌다가 인민해방군이 이리되었나.”

자조 섞인 말을 내뱉은 칸 커이쳐 부주석은 시진핑 주석이 방금까지 앉아있었던 자리에 앉고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이에 중앙군사위원회 소속은 아니지만, 개전 후 계속 회의에 참석한 중앙정치국위원회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비아냥거리듯 어깨를 흔들거리며 말했다.

“부주석! 지금 상황에서 가릴 게 뭐 있겠소? 선양까지 한국군에 떨어진 마당에 말이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턱을 괸 상태에서 눈만 치켜뜨고는 칸 커이쳐는 대답했다.

“전술핵이라도 써야지 않겠소.”

전술핵이라는 말에 칸 커이쳐는 미간을 심하게 좁히며 인상을 일그러뜨리고는 호통치듯 말했다.

“말 같지 않은 소리 마시오, 우리 땅에 핵을 떨어드리자는 말이오?”

“칸 부주석! 그럼 이대로 그냥 동북 삼성을 넘길 거요?”

“누가 넘긴다고 그러시오? 그리고 핵 날리고 방사능에 오염된 땅을 다시 찾으면 뭐합니까? 제발 생각 좀 하고 말씀하시오.”

“작전이야 칸 부주석이 결정하는 거지만, 어쨌든 적어도 몇 발 정도는 전술핵으로 한국군의 예봉을 꺾어야 하지 않나 해서 하는 말이오. 너무 심각하게 듣지 마시오.”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음흉한 미소를 보이고는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저 여우 같은 새끼.’

평소에도 사이가 안 좋았던 칸 커이쳐 부주석은 리위안차오의 비웃음을 보고는 속이 뒤틀리고 화가 났다. 더 화나는 건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말한 것처럼 현재 사면초가에 빠진 중국에 전술핵 작전이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었다.

“총부장들! 현재 상황이나 보고하시오.”

칸 커이쳐는 각 군 총부장들에게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 ★ ★

2020년 11월 01일 09: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금일 새벽 5시 기준 중국군 편성 현황입니다.”

작전본부장인 김용현 중장이 스크린 옆에 서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현재 제65집단군은 와해한 상태로 봐도 무방합니다. 수뇌부는 모두 전사했고 선봉이었던 제1기갑사단은 괴멸, 나머지 사단들도 어제 출격한 봉황 지상공격기 공격에 60% 이상의 전력 손실을 입고는 판진 시 일대로 후퇴한 상태입니다.”

“초반 수뇌부 타격 작전이 제대로 들어맞았군.”

“그렇습니다, 합참의장님.”

“양민춘 중장이 전략기획본부장 출신답게 야전에서 빛을 보는 거 같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인 신성용 대장이 털털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렇지, 예전에 전략기획본부장이었었지. 자!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두 번째 선양 방어를 책임지고 있었던 제39집단군은 일부 보병들만 선양에서 게릴라 전술을 위해 숨어있을 뿐 대부분 병력과 장비들은 시민 시로 후퇴하여 재정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종합한 통계를 볼 때 제39집단군의 남아 있는 병력과 장비는 1개 기보사 수준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집단군 서열 1위는 물론 3위까지 괴멸 직전까지 몰아붙여서 다행이야.”

“그럼 이어서 세 번째 제40집단군은 수기사와 제3기갑사단의 양면 공격과 지상공격기 봉황의 공격으로 모두 괴멸된 것으로 확인되며 극히 일부 패잔병들이 선양으로 들어가 현재 게릴라 전술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김용현 중장은 스크린에 표시된 디지털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을 다시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양 교전에서 빠진 제16집단군은 동원령으로 소집한 예비사단과 함께 장춘을 중심으로 쓰핑과 지린에 병력을 분산 배치하여 방어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보병사단은 지린성의 산악 진형으로 이동하여 고지선 전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은 옆자리에 앉아있는 작전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에게 물었다.

“고지전 대응은 어떻게 하기로 했지? 나이 먹으니 깜빡깜빡하는군.”

합참의장이 물었다.

“중국군의 고지전 대응은 공격헬기와 지상공격기로만 1차 대응을 한 후 2차로 경갑산악사단을 투입하기로 작전을 수립하였습니다.”

“그랬지, 이번엔 5단계 작전에 대해 검토를 해봅시다.”

합참의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작전기회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이 브리핑하기 위해 스크린 옆에 섰다.

“‘고구려의 기상’ 5단계 작전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스크린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스크린 화면에 비친 스크린에는 새로운 디지털 지도로 바뀌었다.

“‘고구려의 기상’ 5단계는 전선 고착화 및 동북 삼성 점령 작전입니다. 여기 지도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디지털 지도에는 현재 한국군이 점령한 도시가 표기되어 있었다.

“제7기동군단은 선양을 본부로 하며 11월 4일 오전 10시까지 식량과 탄 보급을 받으며 재정비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후 11월 4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제20기갑사단은 라오중현을 지나 핀잔으로, 수도기갑사단은 신민을 지나 푸신으로, 제3기갑사단은 퉁라우로 진격할 예정이며, 제30기계화보병사단은 펑청을 걸쳐 안산과 랴오닝으로 진격할 예정입니다. 추가로 1군단 예하 제25경갑보병사단은 선양으로 기동 중이며 내일 오후 6시에 도착하여 선양 내 게릴라 추출 작전에 투입되며 제9기계화보병사단은 현재 평양을 지나 다렌으로 진격 중입니다.”

작전기획본부장은 서부전선이 형성되는 곳을 디지털 지도에서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며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이처럼 제7기동군단과 3사단, 25사단, 9사단은 중국 본토와 동북 삼성의 길목을 차단하는 판잔 시부터 푸신을 지나 퉁랴오까지 서부전선을 구축하여 고착화 작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신성용 육군참모총장이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하십시오.”

“룽랴오까지 전선이 구축된다면 그 위에 있는 짜루터기 쪽으로 이어진 도로를 통해 동북 삼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도로도 왕복 4차선 도로이기에 기계화보병사단이 이동하는데 문제없습니다. 이에 제7기동군단에서는 이곳에 무인정찰기와 아폴론 정찰위성의 도움을 받아 24시간 감시할 예정이며 중국군의 이동 병력이 확인됐을 경우 17항공단과 지상공격기 및 지대지 미사일로 공격할 예정입니다.

“알겠네.”

“다음은 5군단 예하 사단의 진격로입니다. 제6기계화보병사단은 둥펑에 1개 여단만 남긴 주둔시킨 후 쓰펑으로 진격할 예정이며, 제8기계화보병사단은 통화에 1개 대대만 주둔시키고 판스으로 진격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2군단의 진격로입니다. 제27경갑산악사단은 허룽에 1개 대대만 주둔시킨 후 둔화로 진격할 예정이며 제15경갑산악사단은 푸쑹에 2개 대대만 주둔시킨 후 후이난으로, 제7기사는 바이산에서 진린으로 모든 병력이 진격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제1해병사단은 연변에 2개 대대만 주둔시키고 무단장으로 진격할 예정입니다. 2군단, 5군단, 제1해병사단은 11월 3일 오전 09시에 일제히 작전은 시작됩니다.”

* ‘고구려의 기상’ 작전

5단계(서부전선 고착화): 서부전선 고착화 후 동북 삼성 점령전 시행

제7기동군단 판잔에서 푸신를 지나 퉁랴오시까지 서부전선 구축

제9기계화보병사단 다렌 진격

제25경갑보병사단은 선양 시내로 이동

2군단과 5군단 동북 삼성 각 도시 점령전 시행

제1해병사단 옌지 점령전 시행

★ ★ ★

2020년 11월 01일 10:00 (중국시각 09:00),

중국 선양시 황구구 시내.

선양 시내의 오전 모습은 밤새 포성과 총성이 울려댔지만, 지금만큼은 다른 도시 못지않게 평온했고 중국 민간인들은 거리를 활보하며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직장에 출근은 물론 장사도 하고 있었다. 일부 은행이나 공공기관 공무원들이 출근하여 업무를 보는 곳도 있었다. 이에 제7기동군단 본부와 각 사단의 본부에서는 완전무장한 헌병 대원을 투입해 곳곳에서 검문검색 등 민간인들의 동향을 감시했다.

그리고 커다란 확성기를 단 K-21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에서는 현재 선양에 살고 있던 모든 민간인에게 소개 명령을 알리고 있었다.

“선양 시민 여러분! 이곳 선양은 금일 오전 8시부로 한국군에 점령되었으며 이에 모든 선양 시민들은 11월 3일 오후 6시까지 선양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11월 3일 오후 6시 이후 선양에 남은 분들은 불법 점거죄를 들어 모두 체포할 예정이니 모두 떠나시기 바랍니다.”

4차선 도로를 따라 소계 명령을 알리고 있는 K-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 앞으로 마스크를 쓴 한 무리의 민간인들이 피켓을 들고 길을 막았다. 대략 50여 명으로 보이는 시위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고함을 질러댔다.

“빵즈는 선양에서 물러나라! 빵즈는 선양에서 물러나라.”

“저 새끼들 뭐야!”

선두에서 기동하던 311호 장갑차 전차장인 오영국 중위가 해치를 열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 마이크에 입에 대고 중국말로 말했다.

“잘 들어라, 지금부터 10초 준다. 10초 이내에 해산하지 않는다면 불법시위로 간주하여 즉시 체포하겠다.”

짧게 말하고는 이내 숫자를 열부터 아래로 세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쓴 중국 민간인들은 더 거세게 외쳤고 그중에 선두에 섰던 젊은 남자 한 명이 돌을 집어 들더니 장갑차에 던지기까지 했다.

캉!

둔탁한 소리가 장갑차를 울렸다. 오영국 중사는 넷까지 세다 말고 소대 통신망으로 헌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1소대 헌병대! 저 개새끼들 모조리 체포해!”

오영국 중위의 명령이 떨어지자 현무 장갑차 후방 해치가 일제히 열리더니 180cm 넘은 거구의 헌병 대원들이 완전무장한 상태에서 1m가 넘는 진압봉을 들고는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 새끼들이 지금 상황 판단이 안 되는구나.”

“너희들 오늘 한번 다 뒤져봐라!.”

장갑차에서 하차한 헌병 대원들은 한마디씩 외치며 시위대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갑자기 몰려오는 헌병들 때문에 놀란 시위대는 피켓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버리고는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헌병 대원들은 놓칠세라 무섭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진압봉을 휘두르며 제압에 들어갔다. 그리고 장갑차에 돌을 던진 시위대 대장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군홧발에 하도 밟혀 온몸이 피투성이 된 상태로 헌병 대원 두 명에게 장갑차 뒤편으로 질질 끌려갔다.

“너무 심하게 하지 말고, 체포한 놈들은 저쪽으로 다 모아놔.”

겉으로는 말리는 듯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칼을 간 오영국 중위는 장갑차에서 내려 방금 피투성이가 되어 장갑차 뒤편으로 끌려온 젊은 남자에게 향했다.

오영국 중위는 군홧발에 밟혀 엎어져 있는 젊은 남자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퍼억.

옆구리를 제대로 맞았는지 젊은 남자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배를 움켜잡고는 먹은 음식물을 토해냈다.

“감히 한국군 장갑차에 돌을 던져? 이걸 그냥 죽여 말아?

퍽퍽퍽.

연속으로 3번을 더 걷어차인 시위대 젊은 중국 남자는 극심한 통증에 그대로 실신했다.

“저쪽으로 치워라.”

거리 한쪽 편에 포승줄에 묶여 모여 있는 시위대 쪽을 가리킨 오영국 중위는 목을 좌우로 한번 털고는 다시 장갑차에 탑승했다.

마스크가 벗겨진 채로 앉아있는 시위대 참가자 대부분은 젊은 남자들로 중화사상에 물든 선양대학교 학생이었다.

“314호는 여기서 기다렸다가 호송할 차량이 도착하면 저것들 다 싣고 원대 복귀하도록.”

“알겠습니다.”

314호 전차장이 대답했다.

“나머진 모두 승차한다.”

4분대는 시위대를 감시하기 위해 남았고 나머지 헌병들은 장갑차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