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 시가전!
2020년 10월 31일 09: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상황실 메인 스크린에는 제10전투비행단 소속 101전투비행대대 흑주작 전투기 24대가 중거리 미사일을 날리며 다시금 학살 모드로 중국 전투기들을 사냥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 합동지휘통제소의 상황실 분위기는 조금은 가라앉아 있었다.
조금 전 103전투비행대대의 주작 전투기 3대가 격추당했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합참의장님!”
최초 ‘고구려의 기상’ 작전을 수립한 작전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이 부동자세로 합참의장에게 말했다.
“됐네, 이게 무슨 자네 잘못인가? 우리가 모두 상식선 안에서 중국 놈들을 판단한 것이 잘못이지. 그리고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작전과 완벽한 예상은 있을 수 없다네.”
이것은 절대적으로 합동참모본부의 판단 실수였다. 개전 전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중국 공군의 전투기 출격 수 예상을 최대 100기 정도로 판단했다. 그렇기에 24기의 주작 전투기라면 충분히 제공권 확보 및 공중전에서 손실 없이 승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상식을 뛰어넘은 대량의 전투기를 출격시킴으로써 예상은 빗나갔고 이에 아군 전투기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었다.
“역시 중국 놈들을 정상적인 생각으로 판단하긴 무리였어, 4세대급 이상 320기면 중국 전투기 보유량의 몇 프로인가?”
합참의장은 나태윤 중장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치고는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적어도 320기, 이전 교전 손실분까지 합쳐서 55%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55%로라. 중국 놈들이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무슨 이런. 한 번의 교전에 55%에 해당하는 전력을 쏟아붓다니 말이야.”
“앞으로 공중전에 있어서 출격하는 중국 전투기 수에 맞춰 최소 30% 이상의 비율로 출격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작전본부장 김용현 중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다시는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됩니다. 그리고 공 참모장님?”
“네, 합참의장님.”
“현재 신의주 전투비행사단 전진 배치 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군작전 사령관 김은호 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현재 각 전투비행단에서 차출한 주작 전투기 48대, 흑주작 전폭기 24대, 지상공격기인 봉황 전투기 24대, 폭격기 16대가 신의주 공군기지로 이동 중입니다. 현재 85% 정도 완료됐고 나머지 정비 기자재 및 각가지 무기들이 오늘 밤 안으로 배치가 완료되면 내일 오전부터는 신의주 합동 공격전투비행단에서 모든 임무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생각보다 빨리 준비했군요. 수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제8전투비행사단은 백업으로 임무를 돌려 잠시 정비시간을 주도록 하고 내일부터는 통합 공격전투비행단에서 제공권 확보 및 공중전에 투입합시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화 중 전술정보담당 오퍼레이터가 큰소리로 외쳤다.
“보고 드립니다. 방금 중국 공군의 공중조기경보기 KJ-2000 한 대를 격추했다는 보고입니다.”
“조기경보기를?”
“푸신 상공까지 접근했던 KJ-2000을 알리바바 편대에서 중거리 미사일로 격추했다는 보고와 함께 현재 중국 전투기들도 교전 지역을 이탈하여 후퇴한다는 보고입니다.”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공중조기경보기마저 탐지되어 격추당하자 때늦은 후회를 하며 모든 전투기에 귀환 명령을 내렸다. 이에 중국 공군의 J-11BS 전투기와 J-10B 전투기 60여 기가 교전 상공에서 황급히 벗어나 고속기동으로 진저우 기지로 돌아가고 있었다.
“교전 최종 상황은?”
“1차, 2차 모두 통합해 보고 드리겠습니다. 적기 총 320기 중 252기 격추, J-20 전투기 48기, J-11B 전투기 64기, J-30 전투기 64기, J-11BS 전투기 22기, J-10B 전투기 54기입니다.”
“합참의장님! 이 정도 손실이라면 북경 일대를 방어하는 공군 전력 외에 더는 선양으로 투입할 공군 전력은 없다고 봅니다. 제공권은 우리가 확실히 잡은 듯합니다.”
신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여러 정보가 입력되는 스크린을 보며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통계자료를 보니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군, 미련한 놈들. 자! 그럼 지상군 현황 좀 봅시다.”
★ ★ ★
2020년 10월 31일 21:35 (중국시각 20:35),
중국 선양시 남서단 5km.
선양 상공에서 대규모 공중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상에서는 패잔병이나 다름없는 중국군의 각 집단군에 대한 섬멸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제65집단군은 수뇌부가 송골매 공격헬기에 기습 공격을 당해 하급부대와의 명령체계가 붕괴하여 오합지졸이 되면서 제61기갑여단에 밀리자 판진 시 일대로 후퇴하였고, 제60기갑여단은 최종 방어 라인인 제39집단군의 직할 기갑여단과 나머지 기계화보병여단을 선양까지 밀어붙이며 시가전 준비를 대비했다. 그리고 선양 동단 교전에도 수도기갑사단(맹호)과 제3기갑사단(백호)이 제40집단군을 격파하고 잔 병력 섬멸에 집중하고 있었다.
제7기동군단 장병들은 6시간째에 접어든 교전에 다들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했지만, 옛 고구려 당시 요동이라 불렀던 선양을 1,400년 만에 다시 찾는다는 즉, 고토수복이라는 사명감에 다들 투지를 불태우며 시가전을 앞두고 정비시간을 갖고 있었다.
712호 전차도 6시간 동안 혹사당한 백호 전차의 내 외형을 정비했고 흑룡 미사일과 광자포의 충전 팩을 보급받느라 정신없었다.
“김 하사! 흑룡 세팅 끝났냐?”
“네, 지금 총 8발 모두 장전 완료되었고 여비 분 8발도 적재함에 적재 완료했습니다.”
“염 상병, 낮에 캐터필러 맞은 곳은 어때?”
오영택 중사는 밖에서 백호 전차 외형을 확인하고 있는 염훈기 상병에게 물었다.
“아까 정비대대에서 확인했는데, 기동하는데 문제없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12시 방향 조종 카메라는 교체했냐?”
“그것도 정비대대에서 교체해줬습니다.”
“오케이 좋았어! 그럼 다들 밥이나 먹자! 30분 후면 시가전 들어가는데 지금 못 먹으면 싸우다 죽는 것보다 배고파 죽을 수 있다.”
“알겠습니다. 전차장님”
염훈기 상병은 한 번 더 전차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내 전차 안으로 들어가 식량 함에서 전투식량 3봉지를 꺼내 전투식량의 발열 줄을 당겼다. 그러자 하얀 연기가 나며 식량 봉지에서 자체 발열이 나며 따뜻해졌다.
“이거 드십시오.”
염훈기 상병이 빵빵해진 전투식량 봉지를 오영택 중사와 김영주 하사에게 건넸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야전에서는 전투식량만큼 맛있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점심을 먹고 9시간 만에 먹는 밥이라 김영주 하사는 따끈따끈한 참치 볶음밥을 입에 퍼붓든 먹으며 연신 즐거워했다.
“그래, 넌 죽을 때까지 군바리 하면서 계속 전투식량이나 먹어라.”
“김 하사님, 장기 신청할 겁니까?”
염훈기 상병이 밥 먹다 말고 물었다.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난 단기만 하고 나갈 거야. 그렇지 않으면 오 중사님처럼 장가도 못 갈 수 있다고!”
“너 죽고 잡냐?”
“하하하, 농담입니다.”
며칠간 생사를 함께 한 712호 전차 승조원들은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안도와 고마움을 내색하진 않았지만, 예전보다 더 끈끈한 전우애로 꿀맛 같은 식사시간을 보냈다.
★ ★ ★
2020년 10월 31일 22:00 (중국시각 21:00),
중국 선양시 남서단 5km.
꿀맛 같은 식사시간이 끝나갈 때쯤 중대 통신망으로 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 현 시간 10분 후 각 소대 시가전에 들어간다. 특히 1소대는 전차 2대뿐이니 조심히 시가전에 임하도록.
중대장의 명령이 하달되는 동안 대대 본부중대에서 날린 스파이더 드론이 선양 시내로 날아갔다. 시가전 투입 전 시내 곳곳에 매복하고 있는 중국군 탐지 및 동향파악을 위해서였다.
- 2소대가 선봉, 그다음 1소대, 3소대, 본부소대 순으로 저속 기동한다. 시가전 투입 시 각 건물에 매복하고 있을 대전차 화기 놈들 조심하도록, 이상.
드디어 선양을 점령하기 위한 시가전에 들어서는 26전차대대는 좌우로 늘어선 빌딩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만에 있을 대전차 화기 공격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시내 내부로 천천히 기동하기 시작했다.
전방 2시와 3시 방향을 맡은 712호 전차장 오영택 중사는 50m에서 500m 거리의 건물들을 하나하나 적외선과 인버터 모드로 스캔하며 현시경에 집중했다. 그리고 큰 사거리에 도착 후 3시 방향으로 전환하며 6차선 도로로 진입하려는 그때 LWR(Laser Warning Receiver)에서 대전차 미사일의 레이저 조준 감지 경고음이 울렸다.
삐빅~ 삐빅~ 삐빅~
디지털 지도에 레이저 송출지점을 확인한 오영택 중사는 바로 표적 지정과 함께 김영주 하사에게 발사 명령을 내렸다.
“전방 11시 방향 거리 400 발사!”
쮸웅.
경쾌한 광자포 소리와 함께 400m 떨어진 12층 건물의 8층 한곳에 광자포로 폭발하며 유리창 조각들이 비상했다. 그리고는 푸른 화염이 한번 휘감고는 사라졌다.
“역시 우리 김 하사! 아주 빨라!”
“이 정도는 껌이지 말입니다.”
7중대의 점령 목표 지점은 6차선 도로를 따라 3km에 전방에 있는 공안건물이었다. 잠시 후 7중대 전차 12대가 6차선 도로에 완전히 진입하며 저속으로 기동하며 도로 따라 양옆으로 세워진 빌딩의 내부를 일일이 스캔하며 개인화와 대전차 화기를 든 중국 보병들이 있는지 확인하며 천천히 전진해갔다. 이런 곳이 매복하여 공격하기 딱 좋은 장소였기에 긴장감은 극도로 오르고 있었다.
“전방 11시 방향 거리 250, 2층과 3층 개인화기 보병 매복 확인!”
쮸웅쭈웅쮸웅쭈~ 팟팟 콰르르르르~
슈우웅~ 쾅아앙
쏟아지는 레이저 벌컨 빔의 빛줄기에 건물 유리창은 사정없이 깨져 나갔고 내부에서 매복하고 있던 중국 보병들은 레이저 벌컨 빔의 위력에 온몸이 찢어지며 살점들은 사방으로 튀었다.
공안건물 2km를 남기고 대대 통신망으로 본부중대장인 김태근 중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 현재 7중대 목표 지점에 적 전차 6대와 대전차 장갑차 2대, 그리고 다수의 대전차 화기를 든 보병이 확인됨, 또한 3시 방향, 4차선 도로 안쪽 거리 320에 신형으로 보이는 전차 4대 추가 확인됨 이상!
스파이더 드론으로 확보한 정찰 정보를 본부중대에서는 각 전차중대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보내왔다.
이에 712호 전차장 오영택 중사는 3시 방향으로 현신경을 돌려 3차선 도로를 따라 길게 살폈다. 역시나 본부중대에서 알려준 대로 90도로 꺾인 작은 도로 안쪽에서 자기장을 방출하며 매복 중인 전차 4대를 확인했다.
“찾았다. 그런데 이거 어떤 기종인지 식별이 안 되네?”
현시경을 보며 오영택 중사가 중얼거리자 김영주 하사도 같은 곳을 조준경으로 확인하며 대답했다.
“신형이라 해봤자, 99식A2(ZTZ-99A2)겠죠.”
이때 중대장으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 중대장이다. 711호와 712호는 3시 방향, 거리 320 적 전차 4대 격파 시행! 이상!
- 711호, 확인! 이상!
- 712호, 확인! 이상!
중대장의 명령에 711호와 712호 전차는 3차선 도로로 방향을 꺾으며 정체불명의 신형 전차가 있는 곳으로 광자포를 지향하며 기동했다.
- 711호, 712호 내가 먼저 고속기동으로 접근하면 712호는 후방에서 지원 사격 바람 이상!
-712호, 확인 아상!
711호 전차 소대장은 712호에 후방 지원 사격을 요청한 후 신속하게 기동하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쿠르르릉.
3차선 도로에서 T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매복하던 중국 전차를 향해 포탑을 9시 방향으로 지향하며 전진하는 711호 전차가 T자 삼거리를 지나치며 그대로 광자포를 날렸다.
뻗어간 광자포는 가장 앞에 있던 중국 전차의 포탑 부위를 강타하며 주 포탑 전체가 뒤로 날아가며 화염이 일어났고 중국 전차들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물러서지 않고 반격 사격을 날렸다. 그 포격 소리는 기존의 다른 포보다 우렁찬 포격 소리였고 진동까지 느끼게 했다.
퍼엉! 퍼엉! 콰앙!
두 발의 날탄 중 한 발은 공기를 찢는 듯한 파공음을 내며 711호 포탑 상단을 지나치며 반대편 건물에 박히며 폭발했고 두 번째 날탄은 캐터필러에 명중하고 말았다. 이에 한쪽 캐터필러가 풀리며 711호 전차는 왼쪽으로 획 하니 쏠리며 멈춰버렸다.
퀴리리리릭~ 크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