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화 (100/605)

치열한 공중전

2020년 10월 31일 20:25,

북한 신의주시 북서단 10km 상공.

중국군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중조기경보기와 지상 YJ-26B 레이더에서는 그 어떠한 탐지 정보도 보내지 않았다.

이전 공중전에서 어이없게 전사했던 동료들의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 당사자가 되어 겪어보니 머리가 하얘지는 중국 조종사들이었다.

“그냥 죽으라는 소리인가? 뭐라도 정보를 달란 말이야!”

1전투비행사단 1연대장 홍카이창이 KJ-2000 공중조기경보기에 악을 쓰며 통신망에 소리쳤다. 하지만 KJ-2000 공중조기경보기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자국산 AESA 레이더의 출력을 높여 탐지 시도를 하였지만, 한국 공군의 전투기로 보일만 한 그 어떠한 것도 탐지하지 못했다.

이에 중앙군사위원회에서 KJ-2000 공중조기경보기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진저우와 푸신시 일대까지 접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반적인 교범으로 보자면 말이 안 되는 명령이었지만 현재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처지였기에 비행 중이던 6대 중 2대의 공중조기경보기가 J-20 스텔스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진저우와 푸신 시 일대로 기수를 선회했다.

슈우우우우~ 슈우우우우

한국 주작 전투기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은 계속되었다. 한발 당 50억 원에 가까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대공 미사일이었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며 중국 전투기들을 상공에서 산화시켰다.

★ ★ ★

2020년 10월 31일 20:30 (중국시각 19:30),

중국 베이징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상황실.

상황실에서 지켜보고 있는 중앙군사위원회와 각 군 총부장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 2일 전에 있었던 제39집단군의 제3기갑사단이 일개 여단에 괴멸된 것은 접어두고 제65집단군 수뇌부가 한국군의 공격 헬기 기습으로 모두 전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현재 선양 최후 방어 라인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상황 때문이었다.

이에 초도 입안했던 방어 후 각 집단군의 포위섬멸 작전이 1차 실패로 돌아가자 대규모 공군 전투기를 출격하여 한국 제7기동군단을 섬멸하려던 2차 작전도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매우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개전 후 정체불명의 한국 전투기와 공중전이 몇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아군 측 전투기가 맥없이 당하긴 했다지만, 대규모 전투기가 이렇게 피 말리며 한국 전투기에 유린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국 전투기들에 대한 성능과 정체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안 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현재 출격한 전투기 모두를 잃을 수 있으며 이러한 전력 손실은 이후 작전 전개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칸 커이쳐 부주석님! 지금이라도 살아남은 전투기들을 모두 귀환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공군총부장 헝다이 왕이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사실 다른 군 장성들이 보자면 자기 식구 감싸기 모양새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공군총부장의 말은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꼴이 되느니 시간을 갖고 정확한 한국 공군의 정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순리이고 원칙이었다.

“공군총부장! 그럼 선양을 넘기자는 것이오?”

중앙군사위원회 칸 커이쳐 부주석이 노려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전력을 보존해야 이후 작전에도 써먹을 수 있습니다.”

쿵!

급기야 칸 커이쳐 부주석이 책상을 내려치며 일어나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선양을 잃으면 동북 삼성 모두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모르겠소? 한국 놈들이 선양을 점령하고 이 일대를 고착화 및 병력을 집중하여 전선을 구축하고 본국과의 보급로를 막아버리면 헤리룽장성과 지린성, 랴오니성에 있는 보병사단만으로 추가적인 한국군의 진공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부주석님! 내줄 때는 내줘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찾으면 됩니다. 그러려면 공군 전력 보존은 필수입니다.”

헝다이 왕 상장도 물러서지 않고 반대 의사를 계속 피력했다.

“다시 찾는다 라? 한국군의 제7기동군단을 그냥 둔 채로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지금 인민해방군 3개 집단군은 목숨을 잃어가며 한국 놈들과 전투 중인데 공군총부장이란 작자는 공군 안위만 걱정하며 계속 이딴 소리만 할 것이오?”

칸 커이쳐와 헝다이 왕의 상충하는 의견은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칸 커이쳐 부주석은 부주석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헝다이 왕 상장 또한 나름대로 이유 있는 말이었다. 단지 전략적 우선권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일 뿐이었다. 군 서열에서도 8단계나 밑인 공군총부장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자, 상황실 분위기는 더욱 과열해지자 지켜보고만 있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섰다.

“그만들 하시오. 다들 틀린 말은 아니나, 나는 칸 커이쳐 부주석에 의견에 동의합니다. 절대로 한국 놈들에게 일분일초라도 우리 동북 삼성이 점령당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갑론을박이 한창인 이 시간에도 상황실 스크린에는 계속하여 중국 전투기의 격추 보고와 이러한 정보들이 그대로 실시간으로 표기되고 있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이 스크린을 슬쩍 쳐다보고는 미간을 좁히며 재차 말을 이었다.

“현재 모든 작전 권한은 칸 커이쳐 부주석이 가지고 있소이다. 그러니 더 이상의 반대의견은 그만두고 명령에 따르시오.”

시진핑 주석까지 칸 커이쳐 의견을 거들자 헝다이 왕 상장은 대답 대신 두 눈을 감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칸 커이쳐 부주석!”

“네, 주석님!”

“가용할 수 있는 전투기를 더 출격시키시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확실히 물량으로 끝장을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 ★ ★

2020년 10월 31일 20:40 (중국시각 19:40),

중국 선양시 서단 100km 상공.

4차례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공격에 81대가 격추당한 중국 전투기들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편대단위로 뿔뿔이 흩어지며 표적 분산 선회기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일부 전투기 편대는 제7기동군단을 타격하기 위해 애프터 버너(after burner)를 켜며 고속 비행으로 전환했다. 이에 한국 제8전투비행단 103전투비행대대도 편대별로 나뉘어 중거리 미사일 공격으로 전환했다.

- 벌새, 각 편대장 판단하에 할당 목표에 인게이스 오펜스 고.

- 레종, 카피 뎃.

- 소나타, 카피 뎃.

- 로우킥, 카피 뎃.

- 위스키, 카피 뎃.

- 블랙핑크, 카피 뎃.

비행대대장의 명령에 6개 편대는 각자 할당된 목표 방향으로 고도를 상승시키며 편대 전투방식으로 전환했다.

★ ★ ★

2020년 10월 31일 20:50 (중국시각 19:50),

중국 선양시 동남단 20km 제7대공여단 81대대.

제7기동군단의 대공망을 책임지고 있는 제7대공여단 예하 81대대 K-SAM-2 천궁A2 발사차량의 12연장(6X2) 발사관이 직각으로 상승하며 하늘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거리 300km에 이르는 S-LAM 300 천궁A2 미사일 24발이 사격통제 레이더가 지정한 표적을 향해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한국 기갑사단을 공격하기 위해 고속기동으로 다가오는 중군 J-30 스텔스 전투기를 향해 솟아올랐다.

쿠우우우우웅.

천궁A2 미사일 한 발이 목표로 한 J-30 스텔스 전투기 한 대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ECM 전파교란을 시도했지만, 천궁A2 미사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J-30 스텔스 전투기의 몸체를 향해 거리를 좁혔고 나름 중국 공군에서 에이스라 불리는 룽파이 소교는 직격 직전 슬라이스 턴으로 가까스로 비껴가는 찰나에 근접 자동신관이 작동되어 미사일이 폭발하자 수많은 파편이 J-30 스텔스 전투기 상단을 덮쳤다.

슈우우웅 팟츠츠츠츠

콰아아앙 쾅앙!

일부 파편들은 캐노피를 뚫고 들어가 룽파이 조종사의 몸에 박혔고 기체 또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지상으로 추락하다 폭발했다. 이외 나머지 J-30 스텔스 전투기들도 룽파이 조종사와 같은 신세로 어두운 밤하늘 상공을 밝게 비추는 불꽃 쇼를 선사하며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 ★ ★

2020년 10월 31일 21:00 (중국시각 20:00),

중국 번시시 서남단 25km 상공.

10여 분이 지난 시점, 주작 전투기의 레이더에 탐지되는 중국 전투기는 이제 40여 대뿐 마지막 남은 중거리 미사일 1발씩을 날린 소나타 편대는 제61기갑여단으로 향하는 한 무리의 중국 전투기 방향으로 선회하며 50km 이내까지 접근했다.

- 소나타, 웨스트포인트, 밴딧 J-11 전투기 8기, 거리 44 체크,

- 티코, 카피 뎃.

- 그랜저, 카피 뎃.

- 투스카니, 카피 뎃.

소나타 편대 편대장인 최영호 소령이 교전 대상인 전투기를 지정하며 편대 통신망으로 알렸다. 제38전투비행단에서 블랙문 편대를 지휘했던 최영호 소령은 중국과의 개전 이후 제8전투비행단으로 지원 차출이 됐고 현재 103전투비행대대 소나타 편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 소나타, 컨택! 그랜저, 투스카니, 고도 상승 앤 S-AAM-50 까치독사 스탠바이.

- 그랜저, 카피 뎃.

- 투스카니, 카피 뎃.

그랜저와 투스카니 전투기는 고도를 20km까지 급상승하며 할당된 J-11 전투기에 락온을 걸었다. 그리고 바로 최영호 편대장의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 파이어!

- 티코, 폭스 투.

- 그랜저, 폭스 투.

- 투스카니, 폭스 투.

- 소나타, 폭스 투.

슈유우우웅~ 슈유우우웅~ 슈유우우웅~ 슈유우우웅~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J-11 전투기들은 지상공격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했다. 하지만 이런 간절함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적외선 미사일에 락온 되었다는 경고음이 조종석 전체를 울렸다. 이내 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신호로 바뀌었다.

삐삐삐삐. 삐.

초고속으로 날아간 까치독사 미사일은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슬라이스 턴 기동으로 회피하던 J-11 전투기의 몸통을 직격 했고 나머지 3기의 미사일 역시 중국 전투기를 명중시키며 불꽃 쇼를 이어갔다.

이제 소나타 편대가 상대할 적 전투기는 이제 4기였다. 그리고 거리도 25km까지 좁혀지며 최영호 편대장의 명령이 이어졌다.

- 소나타 편대! 도그파이트 전환!

편대장의 명령에 4대의 주작 전투기는 각자 목표로 설정한 J-11 전투기를 향해 프리 도그파이트 교전으로 들어갔다.

삐빅삐빅삐빅.

최영호 편대장의 윙맨인 오길성 중위는(호출명 ‘티코’) J-11 전투기의 레이더로부터 락 온에 걸리자 조종석의 계기판에서는 경고음이 울렸고 이내 PL-8B 단거리 미사일이 날아왔다.

- 런치 런치 런치 암즈.

미사일 공격 위험 경고를 통신망으로 외친 오길성 중위는 기체를 최소 선회력으로 기울기 기동을 펼치며 PL-8B 미사일의 직격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재차 스피릿트 S 기동 후 저고도에서 애프터 버너를 작동하여 초고속으로 비행하며 조금 전 자신에게 미사일을 날렸던 J-11 전투기의 하단을 향해 레이저 벌컨 빔에서 빛줄기를 뿌렸다.

쏟아지는 빛줄기에 J-11 전투기의 앞부분부터 엔진 후미까지 11자 착탄이 생겼고 곧바로 공중 폭발을 하였다. 적 전투기를 제거한 오길성 중위는 캐노피 유리 넘어 3시 방향 4.1km에서 적 전투기의 꼬리를 물고 레이저 벌컨 빔을 날리는 최영호 소령의 기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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