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대기갑전!
2020년 10월 31일 16:20 (중국시각 15:20)
중국 선양시 남서단 47km 대평원
1차 집결지로 모여드는 제60기갑여단과 제61기갑여단, 그리고 제26기계화보병여단의 31전차대대의 전차들은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공격 대형을 갖추며 서서히 기동했다. 그리고 31전차대대 후방에서 대공 임무를 책임질 비호와 천마 장갑차들이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한편 반대편 중공군의 제65집단군에서도 제1기갑사단의 전차를 필두로 각 예하 사단과 여단 소속의 수많은 대전차미사일 장갑차들이 횡대 대형을 유지하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는 자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쿠르르르릉~~ 쿠쿠쿠~
선두대형의 한복판에서 기동 중인 26전차대대 712호 전차 포수 김영주 하사가 조준경을 바라보고는 전차장에게 말했다.
“아! 긴장되는데요. 오 중사님”
전차의 성능 면에서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지만, 조준경에 비친 중공군의 전차와 장갑차의 수가 제20기갑사단보다 몇 배는 되어 보였기에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김 하사~ 쫄 거 없다. 저것들 숫자만 많지! 다 깡통들 아니냐?”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만은 충만한 712호 전차장 오영택 중사가 하얀 이를 보이며 여유 있게 대답했다.
“그래도 저거 보세요. 새까만지 않습니까?”
“아나~ 넌 정말 걱정도 팔자다. 야! 김 하사랑 염 상병은 나만 믿고 따라와라~ 알았지? 오늘은 우리 여단 1위 해보자! 움하하하”
한국군과 중공군이 맞부딪칠 이곳 만주 대평원에는 곳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마음 놓고 기갑전을 하기엔 다소 민간인의 마을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여단 통신망을 통해 여단장인 김주명 준장이 직접 교전 수칙에 대해 전달했다.
“여단장이다. 오늘 교전에 있어 중공 전차들은 곳곳에 있는 마을을 이용해 엄폐와 은폐 시도가 있을 것이다. 이에 민간인 마을에 대한 피해는 불가피하다. 민간인의 피해를 우려해 자칫 우리의 전력에 손실 나는 일이 없도록 한다. 즉, 이번 교전에는 민간인의 피해보다 우리 전력 보유에 우선 점을 둔다. 이점 명심하고 조심히 최선을 다해 교전할 수 있도록 한다. 이상!”
다들 민간인 마을에 피해를 줘 교전 후 상부로부터 벌점이나 징계를 받을까 봐 걱정하던 전차장들은 깔끔한 여단장의 교전 지침 사항에 마음 놓고 교전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아무리 전쟁이라도 해당 국가의 민간인에 대한 사살이나 재산적 피해를 주는 경우 국제사회에 반인륜적 행위라며 맹비난을 받거나 질타를 받은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합동참모부에서는 그런 걱정은 말고 교전에 충실히 임하라는 명령이 내려왔고 이에 각 지휘관도 부담감을 덜어내고 교전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중공 전차와의 거리 12km까지 좁혀지고 있었다.
“김 하사! 여단장님 말씀 잘 들었지?”
“네, 전차장님”
“이제 맘 놓고 땡기는 거다.”
“엣썰입니다.”
쿠르르르릉~ 쿠르르르릉~
선양 남단 대평원, 제65집단군 제1기갑사단의 중앙 돌파 및 분쇄 임무를 띤 제60기갑여단의 26전차대대를 기준으로 왼편엔 32전차대대가 오른편에는 107전차대대가 대형을 유지하며 기동했고 26전차대대의 백업 역할인 제26기계화보병여단의 31전차대대가 뒤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몇 킬로 뒤로 비호와 천마 장갑차들이 선봉 전차대대의 대공을 책임지기 위해 대공 레이더와 대포병레이더를 비추며 뒤따르고 있었다. 제65집단군의 전차와 장갑차까지 합친다면 3,000여 대가 넘는 숫자였다. 그리고 선양 동단 대평원에서도 4,000여 대의 전차와 장갑차가 격돌 직전에 있었다.
잠시 후 적 전차와의 거리가 12km에 달하자 제7기동군단 본부의 후방 주둔지에서 방열하고 대기 중이던 13개의 포병대대에 일제히 발사하라는 군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천지가 진동하는 엄청난 포격 소리가 대평원 일대에 울려 퍼졌고 중공군의 후방 부대로 날아가는 수백 발의 포탄과 로켓탄은 하늘을 찢을 듯한 괴기한 울음소리를 내며, 동북아 역사에 길이 남을 만주 대 기갑전 또는 만주 대회전이라는 교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먼저 군단 직할 670다연장대대의 K-137 200mm 화룡부터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다연장 발사차량의 32연장 발사관에서는 희뿌연 후폭풍 연기를 토해내며 200mm 로켓탄이 연속으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사거리 80km 달하는 집속로켓탄는 대기갑 자탄 40개가 내장되어 있어서 축구장 2개 넓이에 해당하는 범위의 전차나 장갑차의 상판을 걸레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연이어 661포병대대, 662포병대대, 663포병대대의 K-9A1 라이트닝 자주포와 758포병대대의 MRLS K270A1 천무까지 엄청난 화력을 뽐내듯 연속으로 불꽃을 내뿜으며 상대 진형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사단 예하 포병대대에서는 중공군의 대포병 사격을 위해 조용히 대기했다.
쿠웅~ 쿠웅~ 슈웅~ 슈웅~ 슈웅~ 슈웅~ 슈웅~ 슈웅~
쿠우우우~ 쿠우우우~ 쿠우우우~ 호오~
퍼펑, 퍼펑, 퍼엉~
제7기동군단 직할 포병부대의 타격 목표는 제65집단군의 제1기갑사단의 직할 부대인 CM-501G 122mm 대전차미사일을 운용하는 다련장 부대와 HJ-9 대전미사일을 탑재한 장갑차부대, 그리고 AFT-10 대전차미사일 탑재한 장갑차부대였다. 지난 교전 경험에 따라 합동참모부에서 중공군의 대전차미사일 장갑차부대부터 선제 타격하라는 교전 지침이 내려졌고 이에 제7기동군단의 직할 및 예하 포병부대는 선제 타격 순위를 대전차미사일 장갑차 부대로 지정했다.
포물선을 타고 제20기갑사단 상공을 지나친 수백 발의 포탄들이 제65기갑사단 후방 일대를 강타했다.
쿵~ 콰콰쾅아~~ 콰르르르 쾅!! 쾅!!
반경 수 킬로에 이른 광범위한 지역에 연속으로 떨어지는 포탄과 이중목격 집속로케탄의 자탄에 백여 대의 장갑차들이 불길에 휩싸이며 주저앉았고 여기저기 흙기둥과 파편들이 비상했다. 교전도 해보기 전에 유폭과 함께 무수히 많은 생명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포격의 화망에 포함된 민간인 마을의 집들도 폭삭 주저앉거나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제60기갑여단! 고속 기동하여 최대 사거리에서 교전 시작한다.”
제60여단장의 명령과 함께 천천히 기동하던 4개 전차대대는 급속 기동을 전개하며 중공 제1기갑사단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사격 거리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10km 이상에서도 사격이 가능했던 백호 전차는 전방 12km 지점에 새까맣게 몰려오는 중공 전차를 향해 표적을 지정했다. 전차장의 현시경에 표적으로 잡히는 전차들은 중공 기갑의 주력기종인 96식(Type-96 MBT(88C) 전차였다. 85식 전차의 최종 개량형인 85III형인 96식 전차는 3세대급에 가까운 전차였으나 한국군 전차와 비교하자면 K1 전차와 K1A1 전차의 중간 정도의 성능을 보유한 전차였다.
11km 가까워지며 중공 전차를 향해 표적 지정을 마치고 전진 기동하던 그때 제60기갑여단 전차 전체에 포격 경보음이 울렸다.
삐~ 삐~ 삐~ 삐~ 삐~
“염아~ 속도 좀 더 올려~”
“네, 알겠습니다.”
제60기갑여단 백호 전차들은 야지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까지 끌어올리며 중공군의 포탄 착탄 지대를 벗어나려 했고 후방 몇 킬로 떨어진 비호에서는 전방 하늘을 향해 12mm 레이저 벌컨 빔을 토해냈다.
퓻퓨퓨퓨퓨퓨퓨퓨~ 퓻퓨퓨퓨퓨퓨퓨퓨~
파팡~ 쾅아~쿠앙아앙~
하늘을 수 놓은 수십 개의 빛줄기에 대평원 하늘에서는 불꽃놀이 하듯 수십 개의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고 비호의 화망을 뚫고 날아온 포탄들은 백호 전차 주변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카앙~ 쾅~ 쾅아아앙~ 캉앙~
본격적인 전차 교전도 하기 전에 양측의 포병으로부터 포탄 사례부터 받은 기갑부대는 쏟아지는 포탄을 이겨내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 10km까지 다다르자 백호 전차의 포신에서 광자포 입자를 토해냈다.
퓨웅~ 퓨웅~
712호 전차도 사방에서 일어나 흙기둥을 사이를 파고들며 첫 번째 표적에 대한 광자포를 쐈다.
퓨웅~
쾅!!
거리가 9.8km에 달했지만, 어김없이 빛 속도에 버금가는 속도로 날아간 광자포 입자는 그대로 중군 96식 전차의 정면장갑을 박살 냈고 두 번째 표적으로 포신을 돌리려는 순간 전차 앞부분에서 흙기둥이 치솟으며 충격이 가해졌다.
콰캉~
중공군 자주 포대에서 날린 155mm 고폭탄이 712호 바로 앞에 떨어진 것이었다. 이에 고폭탄의 파편과 흙덩어리가 712호를 덮쳐 잠시 시야를 방해했다.
묵직한 충격에 잠시 흔들렸던 712호 전차장인 오영택 중사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아나~ 짱깨 새끼들~ 김 하사! 조준경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좋아! 두 번째 표적 그대로 날린다.
“라져~”
712호 전차는 흙구덩이를 통과하며 2번째 표적에 광자포를 날렸다.
퓨웅~ 쾅!!!
“3번째 표적 거리 9500 발사~!”
“라져~”
퓨융~
콰콰쾅아아앙~
광활한 대평원을 가로지르며 고속 기동을 하며 연신 광자포를 날리는 백호 전차에도 간혹 중공군의 고폭탄에 상단을 직격당하며 파손되는 전차가 발생했다. 정말 재수 없게 가장 장갑이 취약한 포탑 후미에 떨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치열한 교전이 시작된 가운데 중공군의 포격이 순간 멈췄다. 한국군의 사단 예하 포병대대에서 대포병 사격으로 중공군의 포병대대를 공격했고, 공격받은 중공군 포병대대는 진지 이탈을 해야 했기에 더 이상의 추가 포격은 없었다.
이제 거리는 8km까지 좁혀졌고, 일방적인 한국군 전차의 광자포 사격에 중공군 96식 전차들은 연막탄을 날리며 곳곳에 있는 마을을 엄폐 삼아 회피기동을 했다.
2020년 10월 31일 16:40
서울시 용산 B2 벙커 (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강이식 합참의장도 조금 전 시작한 선양 시 일대 교전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문제없이 잘하고 있군그래.”
고도 20km에서 비행하는 무인 스텔스 정찰기인 C-10 팔콘아이로부터 보내지는 영상은 그야말로 꼭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전차미사일 장갑차 부대에 어느 정도 손실을 입혔나?”
전술정보담당관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바로 대답했다.
“40% 정도 괴멸시켰습니다.”
“40%라······. 아쉽군,”
“현재 군단과 사단 포병은 중공군 포병에 대한 대포병 사격으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합참의장님”
함께 지켜보고 있던 작전본부장이 말을 꺼냈다.
“그래, 그것도 중요하지······. 제17항공대는?”
“네, 현재 제65집단군 지휘부를 타격하기 위해 남남 방향 산골짜기를 따라 저공비행 중에 있습니다.”
“알았네, 작전대로 돼가고 있으니, 수기사 쪽도 확인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전술정보담당관! 수기사 교전 지역으로 화면 전환한다.”
작전본부장이 지시했다.
“네!”
대답과 동시에 전술정보담당관은 이내 상황실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수도기갑사단(맹호)과 중공군 제3기갑사단이 교전하는 장면으로 전환시켰다.
2,000여 대의 전차들이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선 이곳 선양 동단 20km 지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과 같았다. 2km까지 접근한 양 진형 전차들은 서로를 향해 포신을 지향하며 날탄과 광자포가 교차했고, 교전한 지 40분 만에 사백여 대의 전차들이 붉은 화염 속에 불타며 흉측한 모습을 보였다.
2020년 10월 31일 16:50 (중국시각 15:50)
중국 선양시 남서단 40km
3km까지 좁혀진 전선, 이제 중공군 96식 전차에서도 일제히 날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쿠앙~ 쿠앙~ 슈우우웅~~~
일제히 날아오는 날탄은 표적으로 삼았던 백호 전차를 비껴가거나 땅속에 처박혔고 백호 전차도 광자포 입자를 토해내며 대응해 나갔다.
-2시 방향 마을 뒤편으로 적 8대 전차 엄폐 중 그곳은 1소대가 맡는다.-
중대 통신망으로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712호 오영택 중사가 말했다.
“염아~ 2시 방향 마을 뒤편으로 이동한다.”
“네, 전차장님”
기수를 돌려 전방 3km 떨어진 마을 쪽으로 기동하는 712호 전차에 LWR(Laser Warning Receiver)에서 레이저 감지 경고음이 울렸다.
삐~~~
즉시 위치를 파악한 오영택 중사가 소리쳤다.
“9시 방향! 거리 2200, 1번 표적 즉각 사격!”
표적 지정과 동시에 자동으로 돌아가는 포수 조준경에 712호 전차를 향해 포신을 가리키고 있는 96식 전차 한 대가 보였다. 이에 동물적 감각으로 바로 발사판을 밟아 광자포를 쐈지만, 적 전차에서도 불꽃 화염을 뿜어내며 날탄을 발사했다.
퓨슝~ 퍼엉~
콰앙! 쾅!
712호 전차의 광자포에 맞은 중공 전차는 그대로 포탑 자체가 날아가며 내부 유폭과 함께 폭발했고, 712호 전차 옆 부분에도 충격이 가해졌다.
“맞은 거야?”
측면에서의 충격에 잠시 흔들린 백호 전차가 걱정되었는지 오영택 중사가 물었다.
“궤도에 맞는 거 같은데, 현재 기동하는 데 문제없습니다.”
“아나~ 놀랐네······. 아무튼, 다행이군. 이동하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