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4/605)

고토수복

2020년 10월 31일 10:00 (중국시각 09:00),

중국 번시시 서남단 15km 제60기갑여단 주둔지.

29일 밤, 번시 서북단 15km 지점으로 이동해 주둔한 제60기갑여단의 서북 방향은 끝이 보이지 않은 광활한 대평지였다. 앞으로 있을 세계 전쟁 역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기갑전이 치러질 대평원의 아침은 오늘만은 고요하고 멋지게만 보였다.

북벌 부대 중 유일하게 교전을 치른 제60기갑여단은 탄약 보급과 전차와 장갑차를 정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제26전차대대는 2일간 3번의 교전을 치른지라 정비할 부분이 다른 부대보다 많았다. 이에 정비하면서도 피로를 푼 꿀맛 같은 하루였다. 가끔 중국 포병으로부터의 포격만 빼고는 말이다.

룰루랄라~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오영택 중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K-3 백호 전차의 포신에 하얀색 해골 마크를 칠하고 있었다.

“오 중사님?”

“왜?”

“그렇게 좋으십니까?”

“그럼 안 좋냐? 지금 대대 공동 1위인데 말이다. 전차 23대에 장갑차 10대다. 엊그제 측면 공격이 아니고 중앙 돌파 공격이었으면 더 잡았을 텐데.”

혀를 차며 예술의 혼을 담아 해골 마크를 하나하나 정성 들여 칠하는 중 또 포격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빌어먹을 짱깨놈들 아직 몇 개 남았는데!”

“오 중사님, 빨리 들어오세요.”

“알았다.”

오영택 중사는 페인트통에 버리다시피 붓을 던지고는 전차 위로 올랐다.

이곳에 주둔한 이후로 간혹 중국군의 포격과 산속에서 엄폐하고 있던 중국 보병들의 박격포 포격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여단 포병의 대포병레이더로 탐지하여 각 예하 부대에 있는 K-30 비호A2로 요격하며 여단 포병에서 대포병 포격으로 괴멸시켰지만, 바퀴벌레 특성이 있는지,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타나 공격해봤다.

712호 전차 근방에 있던 K-30 비호A2 장갑차에서 여단의 대포병레이더와 링크되어 정확히 날아오는 포탄을 탐지했는지 양문의 12mm 레이저 벌컨 빔의 빛줄기는 사정없이 서남단 하늘로 쏟아졌다.

퓨퓨퓨퓨퓨슛~ 퓨퓨퓨퓨퓨슛~

안전을 위해 전차에 들어온 염훈기 상병과 김영주 하사는 잠시 쉬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눈을 감고 있었지만, 오영택 중사는 대공 모니터를 확인했다. 그리고 서북단 하늘에서 여러 개의 빛이 발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남쪽 후방에 주둔 중인 사단포병여단에서 대포병 사격을 가하는지 하늘을 울리는 포성이 저 멀리서 들려왔다.

★ ★ ★

2020년 10월 31일 13:00,

동중국해 북위 31° 80’ 동경 124° 50’ 심해.

대한민국 해군 제7기동잠수함전단 소속 230급 잠수함인 이봉창함(SSP-081)이 심해 150m에서 암살자처럼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침묵 잠항 중이었다. 2018년 극비로 건조를 시작하여 2020년 중순에 취역한 호큘라 시스템과 수중 플라즈마 엔진으로 운용되는 6,000t급 이봉창함(SSP-081)은 동급 잠수함 6척과 함께 개전 7일 전부터 은밀히 이동했었다.

제11기동잠수함전단 소속의 호큘라 잠수함에는 2가지 임무가 주어졌다. 첫째는 중국 해군의 잠수함과 구축함에 대한 정찰이었고, 두 번째는 개전 후 대한민국의 일반 선박에 대한 중국 해군으로부터의 보호였다. 이에 포세이돈 2호의 탐지를 벗어나는 이어도부터 대만까지의 동중국해에 3척이 투입되었고 서필리핀해(남중국해)에 4척의 230급 잠수함이 투입되었다.

이어도 서남단 50km 지점 심도 82m에서 3일째 침묵 잠항 중인 이봉창함(SSP-081)의 승조원은 오늘도 할 일 없이 잠수함 내에서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나원현 함장 역시 가족사진이 담긴 태블릿 PC를 보며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중국 잠수함 2척 탐지됩니다.”

갑자기 들려온 음탐관의 목소리는 지루했던 잠수함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에 태블릿 PC를 내려놓은 함장은 즉각 회답했다.

“위치와 방향은?”

“현재 닝보 해군기지에서 동북 방향 225km와 221km입니다. 본 함과의 거리 135km와 139km이며 현재 2척 모두 20노트 속도로 동진 잠항 중입니다. 스크린에 띄우겠습니다.”

바닷속의 이지스 구축함이라 불리는 호큘라 잠수함의 SUSL 소나의 극초음광 탐지파에 중국 잠수함이 희미하게 탐지되었다. 잠수함 전투지휘실 정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띄어진 3D 디지털 지도에 수심 70m로 표기된 하나의 작은 물체가 붉은 점으로 표기되어 있었고 잠행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280km 지점에 일본본토에서 센카쿠로 이어진 열도를 따라 항해 중인 대한민국 오진기업의 유조선이 보였다.

한국 선박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데이터 링크를 받는 이봉창함(SSP-081)은 중국 잠수함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자식들! 유조선이라도 뭐 폭파라도 하겠다는 거야? 잠수함 종류는 확인되는가?”

“아직 확인 불가입니다. 거리 100km는 되어야 확실한 잠수함 종류를 확인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때 통신관이 헤드셋을 벗으며 소리쳤다.

“함석헌함에서 연락입니다. 해당 중국 잠수함을 포착한 내용과 목표 할당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구역이니 본 함에서 2척 모두 처리한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미리 가서 기다린다. 1-0-0 좌현 반 타! 잠항각 35도 심도 150까지 전속!”

“1-0-0 좌현 반 타! 잠항각 하향 35도로 심도 150까지. 전속!”

3일간 어두운 심해에서 잠복 중이던 이봉창함(SSP-081)이 서서히 수중 플라즈마 엔진을 가동했다. 순간 잠수함의 선수는 좌현으로 서서히 꺾이며 잠항각 하향 35도를 유지한 채 속도를 올리며 더 깊은 심해로 내려갔다.

★ ★ ★

2020년 10월 31일 14:3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오후 2시가 되자 제2군단과 제5군단 소속 예하 사단들의 각각 도시 점령 작전을 시작한다는 보고와 함께 이곳 합동지휘통제소는 불난 호떡집처럼 바쁘게 돌아갔다.

아폴론 정찰위성과 각 군단에서 보유한 무인정찰기에서 보내오는 영상들은 여러 스크린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장면들을 제공하였고, 점령전이 시작된 지 30여 분이 지난 현재까지 무난하게 작전은 진행되고 있었다.

상황실 정 중앙에 앉아있는 강이식 합참의장은 현재 점령 중인 여러 도시의 작전 장면을 보는 것이 아닌 아까부터 왼쪽 3번 스크린의 디지털 지도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바로 제7기동군단이 위치한 번시와 선양 일대의 대평원이었다. 조만간 벌어질 한국군과 중국군과의 대규모 기갑전 때문이었다. 아마도 세계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갑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에 합참의장의 신경은 온통 그쪽에만 쏠려 있었다.

“3사단은 어디쯤인가?”

함께 지켜보고 있던 김용현 작전본부장에게 물었다.

“지도를 보시면 저기 선양 남서단 19km 떨어진 곳에 현재 대기 중에 있습니다.”

“수기사나 3사단은 제40집단군을 상대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20사단이 조금 걱정이군, 배후에서 들어오는 제65집단군은 전혀 손실 없는 완편 된 집단군이고 거기다가 39집단군의 일부 기갑여단과 기계화보병사단까지 합세하면 말이야.”

“맞습니다. 그래서 제7기동군단에서 육군항공대를 20기사에 올인한다는 보고입니다.”

“그래, 좋은 작전이야. 그럼 작전 시작은 오후 4시로 통보하고 평양 순안공항에 있는 공군에도 제공권 확보에 신경을 쓰라고 전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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