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수복
2020년 10월 30일 11:30 (중국시각 10:30),
중국 단둥 시청.
중조우호교를 건너 완싱로를 타고 6시 방향으로 내려온 제90기계화보병여단 제115기계화보병대대 3중대는 넓게 펼쳐진 광장을 지나 18층 높이의 단둥 시청 현관까지 진입하였고 현무 장갑차에서 보병들이 하차하기 시작했다. 소대별 사주경계를 취하며 기다리던 각 소대는 중대장인 김영준 대위의 명령이 떨어지자 1소대만 남고 3개의 소대는 정해진 루트로 신속하게 시청 건물 내부로 진입하여 수색하기 시작했다.
“1소대장?”
“네, 중대장님,”
“지금부터 이쪽으로 민간인이건 뭐건 간에 접근 시 즉각 사격하세요.”
“알겠습니다.”
소대장에게 짧게 지시한 김영준 대위는 왼손 팔목 부위의 미니 스크린을 잠시 살피고는 누군가를 불렀다.
“강 중위? 이제 나와도 돼.”
잠시 후 장갑차에서 본부중대 소속인 강기수 정훈장교와 카메라와 박스형 가방을 든 2명의 본부중대원이 장갑차에서 내렸다.
“언제쯤 시작할까요?”
“기다려봐, 시청 내부 수색 및 접수가 끝나면 소대장들이 통신으로 알려 올 거야.”
“네, 알겠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짧게 대답한 강 중위는 양팔을 벌리며 어깨 한번 크게 피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중국 놈들 땅덩어리가 크니 광장도 서울 광장보다 더 넓네요.”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 30여 분이 지날 때쯤 각 소대장으로부터 수색 및 접수 완료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일부 시청 공무원들의 반항이 있었지만 무장한 국군은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시청 접수는 끝난 거 같군, 이제 시작하지?”
“네, 알겠습니다.”
강기수 대위는 함께 온 본부중대원들에게 손짓 신호를 보내자 하얀 장갑을 끼고 박스형 가방에서 대형 태극기를 꺼내 들었다.
“너랑 너는 저기 오성기 3개 다 내려버려라! 꼴 보기 싫다.”
사주경계를 하고 있던 소대원 2명에게 정훈장교가 지시하자 사주경계를 풀고는 게양대로 달려가 오성기들을 차례대로 내렸다.
“시작하겠습니다.”
정훈장교는 카메라를 들고는 이내 작은 스피커가 달린 MP3를 꺼내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작은 스피커에서 웅장한 애국가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하얀 장갑을 낀 본부중대 대원 2명은 천천히 박자에 맞춰 로프를 끌어당기며 태극기를 하늘 높이 게양하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정훈장교는 이런 장면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카메라를 이리저리 비취며 영상 녹화를 했다. 그리고 국기 봉까지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끝나자 3중대장 김영준 대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중대! 전체에 차렷! 국기에 대하여 경례!”
몇 명만이 사주경계를 취하고 나머지 30여 명의 소대원은 신속한 동작으로 오와 열을 맞추고는 절도 있는 자세로 태극기를 향해 세워 총 경례를 했다.
척!
“바로”
척!
“수고했습니다. 김 대위님.”
“수고라고 할 게 있냐? 근데 이거 눈물 나려고 한다.”
“저도 카메라로 찍으면서 울컥했습니다.”
할 일을 다 한 정훈장교 강기수 중위는 카메라를 본부중대원에게 넘기고는 김영준 대위에게 경례했다.
“충성! 수고하십시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충성! 강 중위도 수고해.”
경례를 마친 강기수 중위와 본부중대원은 타고 왔던 장갑차에 다시 탑승하고 대대 본부 막사를 향해 출발했다.
이번 이벤트는 솔직히 합동참모부에서 전쟁 선전용으로 지시한 일이었지만 실제 중국 영토에서 대한민국 태극기를 게양하고 경례하는 당사자인 강기수 중대장과 중대원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 그 무언가가 끌어 오르는 벅찬 감동을 하였다. 옛 선조들의 땅이었던 이곳에 그 후손들이 태극기를 게양하고 경례한 것은 시간으로 보자면 천 년이 흐른 후였고 역사적으로 보자면 후대에 천년만년 길이 남을 고토수복의 첫 발걸음이기도 했다.
- 중대장이다. 각 소대장은 시청 안에 있는 중국 공무원들에게 오늘부로 이곳은 대한민국 영토라고 확실히 각인시키고 다들 집으로 돌려보내라 이상.
이날 중국 단둥 시청에 있었던 태극기 게양식 영상은 저녁 뉴스를 통해 대한민국과 북한 전역은 물론 해외까지 방송되었고, 이를 시청한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은 집안에서는 물론 터미널, 기차 대합실, 술집 등 사람들이 모인 장소라면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역사의 시간 속에 묻히고 사라졌던 옛 선조의 땅을 다시 찾았다는 ‘고토수복’ 네 글자와 ‘대한민국 만세’를 연신 외치며 한반도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은 언제 만들었는지 삼족오 종이 깃발을 흔들며 축제의 현장에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대한민국이 현재 전쟁 중이라는 나라가 맞는지 의아해할 정도로 국민은 축제를 벌였고 그만큼 한국 내부에서는 전쟁이라는 그 어떠한 위압감이나 불안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음을 방증하고 있었다.
★ ★ ★
2020년 10월 30일 21: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TV에서는 길거리에 나와 연신 ‘고토수복’과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이를 다시 뉴스로 내보내기 위해 여러 방송국 기자와 카메라맨들은 쉴 틈 없이 취재하기 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다.
“합참에서 이벤트를 아주 크게 했습니다.”
오전에 잠시 자리를 비웠던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과 함께 TV를 시청하다 말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국민이 하나가 되어 저렇게 기뻐하니 나 또한 기분이 좋군요.”
“대통령님, 나성태 비서실장이 대통령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뭔 걱정을 한다고 그러십니까?”
“건강 말입니다. 이틀 동안 주무시지도 않고 있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오늘은 기분도 좋으시니 이만 주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곳은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서현우 대통령은 손사래를 하면서 되물었다.
“사람이 이틀 안 잤다고 병이 납니까? 아니면 죽기라도 합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요.”
“전쟁이 하루 이틀 내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인데 무리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오늘은 제발 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강현수 국방부 장관의 말에 조금은 마음이 움직였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쉴 테니 강 장관이 잘 좀 해주시고 내일 일찍 나오리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늦게 나오셔도 되니 푹 쉬시기 바랍니다.”
★ ★ ★
2020년 10월 31일 01:00 (중국시각: 24:00),
중국 옌지시 시가지.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 속한 옌지는 우리말로 풀자면 연길이었다. 조선족 자치주답게 도시인구 44만 중 25만이 조선족이었다. 이에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조선족들의 배신행위를 염려하여 제16집단군의 제9보병사단 예하 제55연대의 병력을 도심 곳곳에 배치해 놓은 상태였다. 이에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옌지시 도시 점령 작전은 자정이 넘어간 시간인데도 시가지 곳곳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 옌지 공항에서는 치열한 교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드르르르르르륵~
공항 대합실 층마다 중기관총과 경기관총의 경쾌한 총성이 울려댔다. 적어도 화기 중대 포함한 대대급 인원이 공항 건물에 매복하여 수공작전을 펼치고 있는 듯하였다. 이에 대응하는 해병대는 제1해병사단 제3해병연대 소속 제32기습대대 일명 ‘검은 박쥐’ 대대였다. 층마다 쏟아지는 기관총의 총알을 피하며 대기실 정면에서 접근하는 해병 6중대는 주차된 차들이 적어 엄폐하기가 쉽지 않아 좀처럼 전진하기가 힘들었다.
인버터 비전 모드로 벽 넘어 중국군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조재화 병장이 살짝 차위로 얼굴을 내밀자 그대로 총알이 쏟아졌고 차 지붕에 여러 총알 자국이 생기며 불꽃이 튀었고 십여 발의 총알 중 한발이 조재화 병장의 헬멧을 강타하고 튕겨 나갔다. 이에 급히 고개를 숙였다.
피잉 피잉 탓악 핑핑~ 타탁타탁타탁
헬멧 상단 부위를 손으로 문지른 조재화 병장은 살짝 미소를 보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라? 헬멧에 한 방 맞았네? 이거 방탄력 죽여주는구먼.”
그리고 숨 한번 길게 쉬고는 이번에 새로 지급한 K-200P 플라스마 스마트탄의 발사기 손잡이를 만지작거리고는 그대로 몸을 날려 연속으로 유탄 발사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5발의 30mm 소형 스마트탄은 조금 전 확인한 중국군의 중기관총과 경기관총이 있던 자리로 날아가 시원한 폭발음과 함께 기관총 사수의 사지를 찢으며 걸레로 만들었다. 그리고 5연발 탄창을 모두 소비하고 반대편 차량으로 착지하며 몸을 숨긴 조재화 병장에게 원래 그곳에 있던 3소대장인 안강규 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하듯 말했다.
“너는 꼭 그렇게 쏴야 하냐? 그냥 숨어서 조심조심 쏘지. 목숨이 두 개도 아니고 말이야!”
“소대장님, 무적해병이 이 정도는 싸워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정도 액션을 보여줘야 무적해병, 귀신 잡는 해병이지 말입니다.”
조재화 병장이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안강규 중사는 손가락 욕을 했다.
이때 중대 통신망으로 오은길 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는 통통배, 각 소대 해산물들은 들어라. 지금부터 반대편 7중대에서 기습 진격한다. 그쪽으로 신경 못쓰게 화력 시위 들어간다. 이상.
- 오징어, 라져.
- 꼴뚜기, 라져.
- 대구, 라져.
- 명태, 라져.
중대 통신망을 통한 중대장의 명령에 해산물 6중대 해병들이 하나둘 집중 사격을 위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우리 중대에 조 병장 너만 한 놈은 없을 거다. 너 제대도 반납하고 이번 참전에 연장 복무 지원했다며?”
“소대장님, 저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불타는 무적해병 FM이지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전쟁 체질인 듯합니다.”
젊어서 겁이 없는 건지, 자신감으로 충만한 조재화 병장의 얼굴에는 여유가 잔뜩 묻어 있었다. 25mm 소형 유탄 탄창을 갈아 낀 후 조재화 병장은 안강규 중사에게 잉크 한번 하고는 중대장의 신호를 기다렸다.
“FM 같은 소리 하네.”
- 통통배, 신호와 함께 명태 화기소대부터 집중적으로 사격한다. 중대! 해산물 일제히 사격!
6중대 해병들은 일제히 공항 대합실을 향해 K-200P 플라즈마 스마트탄과 중화기 레이저 미니 머신 건을 연속으로 날렸고 백여 개의 KS2까지 더해지며 쏟아지는 레이저 빔은 말 그대로 소나기 떨어지듯 대합실 1층부터 3층까지 가리지 않고 날아갔다. 대합실 벽면의 대리석은 레이저 빔에 맞을 때마다 동전 크기의 구멍을 내려 쪼개졌고 창문이란 창문은 박살이 나며 벌집 아닌 벌집이 되었다. 연속된 레이저 빔 사격에 안쪽으로 엄폐하며 몸을 숨긴 중국군을 향해 조재화 병장은 다시 한번 30mm 스마트탄을 날렸다.
퓨퓨퓨퓽~ 퓨퓨퓨퓽~
드르르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르륵~
서로 총알과 빔을 주고받는 가운데 중국군들은 계속해서 쓰러져갔다. 일부 해병들도 총알에 맞고는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 엄폐했다.
“보호 슈트 성능이 대단한데? 진경아, 너 괜찮냐?”
조재화 병장은 바로 앞에서 총알 사례를 맞고 쓰러졌다가 벌떡 일어나 엄폐한 나진경 상병의 이름을 부르며 괜찮은지 물었다.
반쯤 부서진 차에 몸을 기대고 엄폐한 나진경 상병은 뒤돌아보고는 엄지를 슬쩍 올리며 말했다.
“끄떡 없지 말입니다.”
“겉멋만 든 놈들이 우리 부대에 너무 많아.”
나진경 상병까지 있지도 않은 가오를 잡으며 말하는 통에 안강규 중사는 혀를 차며 한심하듯 말했다.
“오늘 교전 끝나면 정신 강화 교육부터 확실하게 지옥부터 하늘까지 보여주겠어!”
“안 중사님, 그러면 안 됩니다. 저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지말입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해병대원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악인지 깡인지, 좋게 보면 죽음 따위 무서워하지 않은 무적해병이라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당나라 군기 빠진 모습으로도 보일 수도 있었다.
- 여기는 통통배, 우리도 진격한다. 오징어부터 네 박자 형식으로 진격 시행.
- 오징어, 라져.
- 전복, 라져.
- 명태, 라져.
- 꼴뚜기, 라져.
각 소대장의 대답과 동시에 오징어 소대부터 약진형태로 진격했고 나머지 소대에서는 엄호 사격을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일제 사격을 했다. 무사히 1층 대기실 현관까지 진입한 호출 명 ‘오징어’ 1소대는 분대별로 나뉘어 양쪽으로 흩어져 2층 계단 쪽을 향해 엄호 공격을 시작했고 뒤이어 두 번째 꼴뚜기 소대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르륵~ 탕! 탕! 탕! 탕! 탕! 탕!
뛰어가는 꼴뚜기 2소대 사이사이로 콘크리트 바닥에 불꽃이 튕기며 몇 명의 해병대는 총알을 맞았다. 하지만 잠시 비틀거릴 뿐 순간 통증을 참아내고 그대로 내달렸다.
팟팟! 파파파파팟!
기관총을 난사하던 중국군들은 아연실색하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으아악, 대체 한국 해병대 새끼들은 뭐야? 귀신이야, 좀비야?”
절규하듯 겁에 질린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중국군들은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기관총을 난사했다.
영화에서나 볼 듯한 좀비 그 자체였다. 총알을 맞고 쓰러지거나 죽지 않고 끝까지 자기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오는 징그러운 좀비. 이날 이후 생포된 중국군 사이에서는 한국 해병대에서는 좀비 군대를 양산한다는 황당한 소문이 나돌았고 이후 전쟁이 중반으로 치달았을 때는 중국군 전체에 소문이 퍼져 대한민국 해병대와의 결전을 피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유는 이랬다. 일반 육군 보병들은 자체 보호 슈트와 특수방탄복이 있더라 하여도 해병대처럼 무리한 행동으로 교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병대는 무서움 따위 개에게 줘버렸는지 어느 전투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교전에 임했기 때문에 총알을 맞는 병사들이 많았고 이때마다 좀비처럼 벌떡 일어나 다시 교전하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무적해병대가 아니라 무적좀비해병대라고 불러야 하지 않느냐는 해병대 사이에서도 농담조로 말들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