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1화 (91/605)

고토수복

2020년 10월 29일 23:50 (중국시각 22:50),

중국 베이징시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주석실.

우당탕탕~ 팍아~

통합지휘소에 마련된 국가 주석실의 바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조금 전 뉴욕에서의 친강 국장 전화를 받은 후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책상 위의 물건들을 마구 내던진 것이었다.

“이 미국놈들, 그놈들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인 미국을 위시한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와 몇 개의 비상임이사국의 반대표로 부결되었다는 보고였다. 말 그대로 상임이사국에서 거부권 행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기필코 이번 일에 대해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거친 숨을 내쉬며 벽에 걸려 있는 세계 지도의 한 곳을 노려보며 이를 바득거렸고 책상 모서리를 잡고 있던 양손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다.

시진핑 주석에겐 요 이틀간은 국가주석으로서 또한 세계 G2 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위상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한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에 기습을 당한 것도 모질라 6시간 전에 있었던 대규모 기갑 교전에서 제3기갑사단이 괴멸되었다는 믿지 못할 연패 소식은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크나큰 충격이었는데, 이젠 UN에 상정한 결의안까지 부결되었다는 소식은 충격을 넘어 자괴감마저 들었다.

‘내가 이런 꼴 보려고 국가주석을 했나 자괴감까지 드는군.’

★ ★ ★

2020년 10월 30일 09:30,

북한 평양시 주석궁.

평양 주석궁에서는 매일 남북 연방제 통일 합의안에 따른 진행 과정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었다. 오늘도 시간에 맞춰 주석궁에 도착한 남측 대표 통일정책부의 오승태 장관과 오장수 안보실장 일행은 북측 대표 김여정 제1부위원장과 통일 후 중앙정부의 각 부서 차관으로 임명될 고위 관료들이 회의실에 모였다.

“어제 국방부로부터 번시 일대에서 벌어진 기갑 전투에서도 한국의 대승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장수 안보실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중 전쟁에 관한 이야기부터 꺼내 들었다. 이에 김여정 제1부위원장이 환한 웃음을 보이며 회신했다.

“고저 남조선이래 제가 생각한 것보다 국방력이 대단한 가봅네다.”

“이게 다 김여정 제1부위원장님께서 물심양면 도와주셨기에 가능하지 않았겠습니까?”

“이제 통일까지 가는 마당에 무슨 도와줬다는 말씀입네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디요. 앞으로 뭐든 말만 하시디요. 성심을 다해 지원하겠시야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어제 국방부로부터 신의주 일대 비행장에 대한 한국 공군의 활용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알겠시야요. 나원일 부장? 바로 관할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라 하시라요.”

“네, 제1부원장님.”

이번에 인민무력부 부장에 오른 나원일 부장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말씀 잘 들었지요?”

“네, 회의가 끝나는 대로 즉각 조치하갔습네다.”

요청 건에 대한 회답이 바로 돌아오자 오장수 안보실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회의 시작을 위해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김여정 제1위원장님. 그럼 오늘 주요 안건부터 말씀드리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고렇게 하시디요.”

10월 2일부터 매일 진행된 남북 연방제 통일 합의안에 대한 현안 회의는 현재 한중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가장 우선으로 둔 북한 인민군 해체와 재편성 부분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고 부서별 통합도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며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통일정책부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는 북한 전역 일대에 대한 복구 작업과 기간시설 건설을 위해 북한으로 파견된 수많은 건설회사에서는 군부대 해체로 인해 남아도는 인력들을 그대로 채용해 서민 생활 안정에 이바지하며 안정적인 사회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

★ ★ ★

2020년 10월 30일 11: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어제 오후에 있었던 중국 제3기갑사단과의 대규모 기갑 교전에서도 대승하자 합동지휘통제소는 한층 고무된 분위기였다. 제3기갑사단은 규모로 보자면 사단급 이상이었고 제39집단군의 선봉 부대를 여단 전력으로만 상대하여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리고 중국에서 UN에 상정한 한국 제재 결의안도 부결되었다는 소식에 분위기는 한층 더 밝아졌다.

회의석 정 중앙 의자에 앉아있던 강이식 합참의장은 태블릿 PC를 한참 들려다 보고는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 태블릿 PC에는 어제 오후에 있었던 제60기갑여단과 중국의 제3기갑사단과의 전투 결과 통계표였다.

“중국군 기갑부대의 편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편제와 약간 다르군.”

“중국 대전차 미사일 장갑차 편제 말입니까?”

강이식 합참의장의 말에 작전기획본부장인 나태윤 중장이 답했다.

“그래, 맞아. 통계표를 보니 백호 전차 7대가 여기 AFT-10 장갑차의 ‘HJ-10(훙젠-10) 대전차 미사일’에 궤도가 피격당했어. 앞으로 기갑 교전에 있어 대전차 미사일 장갑차부터 선제공격을 가해야 하지 않을까 하네”

“그러잖아도 작전기획부서에 중국 기갑부대와의 교범을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려놨습니다.”

중국의 기갑사단은 한국이나 서방국가의 기갑부대 편제가 약간 달랐다. 중국 기갑사단 편제 중 가장 차이 나는 점은 대전차 미사일을 활용한 장갑차의 전력 비중이 매우 컸다. 먼저 HJ-10(훙젠-10) 대전차 미사일 4연장 발사관 2개를 장착한 AFT-10 장갑차(궤도형) 대대와 HJ-9 대전차 미사일 2연장 발사관 2개를 장착한 장갑차(차륜형) 중대로 구성된 부대 편제였고 이번 제3기갑사단 편제에 빠져있지만, 사거리 40km에 이르는 CM-501G 대전차 미사일 9연장 발사관 2개를 장착한 90식 다연장 차량 부대를 운영했다. 이 정도 대전차 미사일 장갑차 규모만으로도 기갑의 꽃인 전차를 제외하고도 웬만한 적 기갑부대를 상대할 수 있는 극강의 전력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상식 이상의 편제구성일 줄 몰랐군. 앞으로 기갑 교전에 있어서 중국 대전차 미사일 장갑차에 신경을 써야겠어. 수정된 교범은 바로 제7기동군단은 물론 모든 부대에 지침으로 전달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좋아, 현재 ‘고구려의 기상’ 4단계 작전(고토수복) 상황은 어떤가?”

“금일 오전 6시부로 4단계 작전에 들어갔으며 현재 제7기동군단은 어제 격전지에서 20km 서북방으로 진격하여 전진기지 구축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양민춘 제7군단장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전진기지가 구축되면 탄도탄이나 공중 공격에 각별히 유념하라고 전달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좋아 지금까지 작전대로 잘 돼 가고 있으니 30사단은 오후 2시 기준으로 단둥을, 제1해병사단은 옌지 점령 작전에 들어간다.”

“네,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합동참모부에서는 제7기동군단을 번시 남단 15km 섹터를 제7기동군단 전진기지로 지정하고 본격적으로 선양 점령 작전에 착수했다. 그리고 긴급 종심 타격 전술로 지금까지 활용하지 못했던 제7기동군단 직속 부대인 제17항공단도 전진기지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마지막으로 신의주와 가까운 단동 점령은 신의주에서 대기했던 제7기동군단 예하 부대인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을 투입하여 시가전 및 단동 점령이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와 동시에 한국 공군의 각 전투비행사단에서 차출한 6개의 비행대대를 하나로 묶은 통합 공격전투비행단을 창설하여 신의주 비행장에 이동배치를 지시함으로써 본격적인 랴오닝성 제공권 확보와 점령 전에 따른 폭격 임무가 주어졌다.

* ‘고구려의 기상’ 작전

4단계(고토수복): 중국 각 도시 점령전

제7기동군단 번시 일대 전선 고착화 및 선양 점령전 시행

제7기동군단 예하 제30기계화보병사단 단둥시 점령전 시행

해병 1사단 옌지시 점령전 시행

후방 6개의 자동경계사단 현 2군단과 5군단 섹터로 이동 및 임무 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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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30일 13:00,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대통령님, 잠시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틀 동안 잠도 못 주무시고 이러다가 쓰러지십니다.”

나성태 비서실장이 염려되는 목소리로 센터실 회의실 의자에 앉아있는 대통령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염려 마세요. 정 힘들면 알아서 쉬겠습니다.”

이틀 동안 잠깐씩 눈만 붙였던 서현우 대통령의 얼굴은 피곤함으로 가득했다.

“그것보다 이틀간 전투로 전사한 장병들과 그 유가족에 대해 특히 각별히 쓰고 있지요?”

“네, 대통령님, 현재 전사자의 시신은 국군통합수도병원으로 후송 중이며 유가족에게도 연락하여 국가 차원에서 위로와 보상 그리고 절차에 관해 설명했다고 합니다.”

“나로 인해 귀한 아들들이 전장에서 죽고 있습니다. 유가족분들에게 못 할 짓을 한 거고요. 이제 시작인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대통령님, 전쟁 중에 전사는 불가항력입니다. 자꾸 그쪽으로 마음을 쓰시면 힘드십니다.”

“제가 그 불가항력을 제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하여도 지금은 감정적 판단보다는 국가 원수로서 한중전 승리에만 신경 써 주시는 게.”

“압니다. 알아요. 허허허 내가 또 우리 비서실장 마음을 무겁게 한 거 같군요. 앞으로 이런 소리 안 할 테니 그만합시다.”

서현우 대통령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고자 나름 태연한 척 억지웃음을 보이며 나성태 비서실장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상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2020년 10월 30일 14:00 (중국시각 13:00),

중국 단둥시 압록강 일대.

압록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단둥을 향해 제30기계화보병사단의 예하 부대인 제90기계화보병여단과 제91기계화보병여단의 백호 전차와 현무 장갑차가 겨울 날씨로 수심이 얇아진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상공에는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AH-64 롱보우 아파치 36기가 단둥 방향으로 횡대 대형을 유지하며 호버링 상태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공중 경계 및 엄호했다. 그리고 일반 특수차량은 선두 전차와 장갑차를 따라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단둥 시내에는 중국의 소개 작전이 있었지만 떠나지 않고 머무는 사람들이 많았다. 갑자기 들려오는 전차 소리와 상공에서 울려 퍼지는 헬기 소리에 하나둘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구경하였고, 큰 대로변을 따라 백호 전차와 현무 장갑차가 할당된 목표 지점으로 조심스레 주변을 확인하며 기동했다.

이십여 분 후 목표 지점에 도달한 중대 단위의 현무 장갑차에서 보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들 특수방탄조끼에 각가지 첨단장비를 착용한 보병들은 분대 단위로 사주경계를 취하며 미리 지정한 건물을 향해 신속한 동작으로 이동했다.

“1분대 1번 표적부터 수색작전 들어간다.”

헬멧에 부착된 헤드셋을 통해 분대 통신망으로 지시를 내린 분대장 이경철 병장은 첫 번째 수색 건물에 다다르자 부분대장조에게 손가락으로 각가지 신호를 내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조명이 없어 밖에 비해 어두운 실내에 들어오자 오른쪽 헬멧 안쪽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버튼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헬멧 앞부분 안쪽에서 보호 고글이 내려왔다. 그리고 분대 대원 전체에 지시했다.

“인버터 및 적외선 비전 모드 활성화 ON.”

전투 보병의 눈을 보호하는 목적과 여러 비전 모드 기능이 있는 고글 화면에는 벽 너머로 건물에 거주하는 민간인과 애완동물들의 생명체 반응이 각가지 발화 색상을 띄며 보였고, 개인화기 및 화약성분이나 인화 물질 등 아군에 위험이 될 만한 것들이 있는지 감지하며 비전되고 있었다.

- 누룽지, 1층 클리어 2층 이동한다. 이상.

- 밥솥, 확인. 밥솥은 3층으로 이동한다. 이상.

분대장조와 부분대장조는 분대 통신망을 이용해 통신하며 5층 건물에 대한 수색작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분대장조가 3층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려는 그때 헬멧의 헤드셋으로 조그마한 경고음이 울렸다.

삐빅삐빅삐빅~

경고음과 동시에 왼쪽 팔목 부위에 장착한 조그마한 스크린에는 붉은 점 두 개가 표기되었고 그 위치를 고글로 바라보자 고글 화면에는 3층 계단과 연결된 복도 벽 너머에 붉은 발화 색상을 뛴 생명체 2개가 보였다. 손에는 AK-47로 보이는 개인화기 들이 들려있었다. 이에 이경철 분대장은 고개를 돌려 오낙현 일병에게 손가락 두 개를 보인 다음 주먹을 쥐고 엄지를 올렸다. 그리고 살짝 엄지를 굽혔다 폈다. 이에 오낙현 일병이 특수방탄조끼의 왼쪽 포켓에서 섬광 수류탄 하나를 꺼내고는 이내 안전클립과 안전핀을 뽑고 3층 복도를 향해 던졌다.

콰앙.

크지 않은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섬광이 3층 복도를 휘감았고 복도 벽을 의지하며 엄폐하고 있던 중국군 2명은 눈을 감싸며 적지 않은 고통에 발버둥 치자 분대장조 이때를 기회 삼아 계단을 타고 올라가 복도로 진입하고는 그대로 KS2 레이저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쭈웅쭈웅쭈중~

여러 발의 레이저 빔을 맞은 중국군 2명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온몸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 밥솥, 건물 3층 복도에서 중국군 2명 사살, 누룽지 조심해서 수색 바람 이상.

- 누룽지, 확인. 이상.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소개 작전 목적으로 민간인과 인민해방군에 대한 신속한 후방 이동 명령을 내렸지만, 여러 도시에 1개 대대급 병력은 남겨두고 시가지 전투와 게릴라 전술을 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한국군은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전쟁에서 가장 어렵다는 도시 점령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제30기계화보병사단의 2개 기계화보병여단은 단둥 일대에 나뉘어 건물들을 차례대로 수색 및 정찰 작전에 들어갔다. 중국군의 게릴라 전술로 인해 도시 곳곳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끝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첨단장비를 착용한 국군에 의해 중국군은 맥없이 사살되거나 체포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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