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백호
2020년 10월 29일 18:25 (중국시각 17:25),
중국 번시시 남동단 23km 나펀구.
교전이 시작되고 40여 분이 지난 시점, 서서히 승기는 제60기갑여단으로 기울고 있었다. 물량으로 승부를 건 제3기갑사단의 99식G 전차의 2/3 이상이 화염 속에 잠들었고 장갑차마저 여기저기 피격되어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었다. 중앙 돌파를 책임진 제60기갑여단의 32전차대대는 적진 중앙까지 뚫고 들어가 사정없이 중국 전차와 장갑차를 짓밟았다. 이에 중국 제3기갑사단의 사단장은 전세가 불리함을 느꼈는지 대공세로 역전의 기회를 잡고자 히든카드를 사용했다. 잠시 후 제60기갑여단 전체에 공중 위험 경보가 울렸다.
“서단 산릉선 위! 공격헬기 출현! 대대별 대공 방어 체제로 전환!”
여단본부의 긴급 명령이 하달되는 동안 서단 산릉선 아래에 숨어있던 수십 대의 공격헬기가 고도를 높이며 제60기갑여단의 왼쪽 측면을 바라봤다.
“WZ-10 헬기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26전차대대 대대장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들려왔다. WZ-10(우즈-10) 공격헬기는 미국의 아파치 공격헬기의 짝퉁 모델로 크기는 다소 작아 무장력은 떨어지나 2010년에 실전 배치한 만큼 전자장비와 기동력은 탁월하다는 자체 발표가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고도를 높이며 기수를 앞으로 숙인 WZ-10 공격헬기는 제60기갑여단의 전차와 각종 장갑차에 대한 표적 지정이 끝나자 양쪽 날개에 달린 HJ-10(훙젠-10) 대전차 미사일 16발을 차례대로 발사했다. 그리고 반대편 제60기갑여단의 방공대대와 각 대대 본부중대 소속 K-SMA-1 천마A2와 K-30 비호A2에서도 요격을 위한 지대공 미사일과 12mm 레이저 벌컨 빔의 빛줄기를 뿌렸다.
슈웅~ 슈웅~ 슈웅~
퓻퓨퓨퓨퓨퓨퓨퓨~ 퓻퓨퓨퓨퓨퓨퓨퓨~
공중과 지상에서 서로를 향해 수많은 미사일과 빛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군의 후방에 있는 대전차미사일대대 AFT-10장갑차(궤도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32전차대대를 향해 4연장 발사관 2개에서 HJ-10(훙젠-10)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다. 레이더 락온이 된 제32전차대대 백호 전차들은 긴급 회피기동을 펼치며 광자포로 99식G 전차를 상대하면서도 흑룡 미사일로 후방 AFT-10장갑차를 노렸다.
이렇게 중국 제3기갑사단의 항공 전력까지 모두 동원이 되자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백호 전차 몇 대는 무한궤도가 풀리며 기동을 멈췄다. 그리고 이때다 싶었는지 중국 전차들은 기동을 멈춤 백호 전차에 집중포화했다.
“각 대대장에게 통보한다. 전장 위치에서 후방으로 1km까지 긴급 후퇴한다. 이상.”
여단장의 명령에 각 대대장은 중대에 신속하게 명령을 전달했고 예하 백호 전차들은 광자포를 쏘아가며 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후 중국 제3기갑사단의 후방지역 상공 몇십 미터 위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강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로 제20기갑사단 예하 포병여단에서 발사한 155mm 정밀유도 플라즈마 확산탄이 떨어진 것이었다. 연속적인 수십 발의 플라즈마 확산탄이 터지자 중국의 각 장갑차의 포탑 상단은 벌집이 되었고 이내 검붉은 화염과 연기를 뿜어냈다.
사실 전차끼리 뒤엉켜 교전 중인 상황에서 적군이든 아군이든 포병부대의 포격은 있을 수 없었다. 이유는 아군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기에 때문이었다. 하지만 K-9A1 라이트닝 자주포는 레이저 유도를 받아 정밀한 타격이 가능했고 대공세를 위해 일제히 뭉쳐서 전진하는 제3기갑사단의 후공 부대의 좌표를 확인함과 동시에 제60기갑여단장은 즉각 사단 포병여단에 레이저 유도를 지정하고 포격 요청을 한 것이었다.
백여 발의 포격이 끝나자 후방 일대에 움직이는 장갑차와 특수차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리고 상공에서 몇 대 남지 않은 WZ-10(우즈-10) 공격헬기가 여단본부 상공으로 비행하며 HJ-10(훙젠-10)대전차 미사일을 날렸다. 이에 즉각 K-30 비호A2 장갑차에서 양 문의 12mm 레이저 벌컨 빔의 빛줄기가 쏟아지며 요격했다. 그리고 천마A2 지대공 발사관에서 광룡 미사일이 발사되자 WZ-10(우즈-10) 공격헬기 3기는 플레어와 채프를 뿌리며 회피기동에 들어갔지만, 끝내 차례대로 공중에서 산화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교전이 시작된 지 2시간이 지나자 천지를 진동했던 전차포 소리와 무한궤도의 움직이는 소리는 차쯤 줄어들었고 교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단장이다. 32전차대대는 중국군 후방지대로 진격하여 나머지 잔존 세력을 소탕하고 나머지 각 대대는 현재 위치 고수하며 방어 임무에 들어간다. 이상.”
교전 지역에서 왼편을 담당했던 26전차대대는 횡렬대열을 유지하며 중국군의 잔존 전차와 장갑차를 확인 및 타격하기 위해 천천히 전진 기동에 들어갔다.
“오 중사님! 이번 교전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저 까딱했으면 바지에 오줌 쌀 뻔했습니다.”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러냐?”
“에이! 오 중사님도 솔직히 살 떨렸지요?”
“웃기지 마라! 사나이 오영택이가 이런 거로? 어림없지!”
“크크크.”
“너 왜 웃냐?”
둘의 대화에 헤드셋으로 염훈기 상병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이다.
“아닙니다, 전차장님.”
“아니긴 뭐가 아냐 마!”
“크크크.”
“야! 전방 200 표적 1번이다! 발사!”
농담을 주고받던 712호 전차 앞에 99식G 전차 한 대가 흙구덩이 속에서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바로 표적 지정을 한 오경택 전차장은 발사 명령을 내렸다.
퓨웅.
광자포에서 불이 뿜어나오고 붉은 입자가 날아가자 살짝 모습을 보였던 중국 99식G 전차 앞부분이 직격당하며 폭발했다.
콰아아앙~ 콰르르
“역시 오 중사님은 매의 눈입니다.”
“저놈까지 합치면 전차만 15대다, 그리고 장갑차는 4대고, 이 정도면 대대 1등일 듯싶은데?”
오영택 중사는 대대 교전 통계시스템을 확인하며 은근 기대했다.
“어라? 이놈이 일등이네.”
1대 차이로 대대 1위를 빼앗긴 오영택 중사는 기분이 매우 상했는지 염훈기 상병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앞으로 더 이동해봐!”
“전차장님! 자리 고수하고 확인하라는 대대장님 명령 또 어기실 건가요?”
김영주 하사가 얼굴에 인상을 잔뜩 주고는 오영택 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에잇, 알았다. 자식아!”
-대대 대공 방어 태세로 전환, 서서단 85km 적 전투기 16기 출현!-
대대 통신망으로 공중 위험 경보와 함께 대대장 강혁진 중령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엿 됐다, 대공 미사일이 읍다. 이거 어쩌냐? 밖으로 나가서 재장전할 수도 없고. 방금 적 전차 날린 웅덩이 있지? 거기로 가서 일단 엄폐라도 해보자!”
“네!”
미국의 F-22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라며 자화자찬한 중국의 J-20 전투기 16기의 전투기는 육중한 활공 분산폭탄을 무장하고 제60기갑여단으로 마하 1의 속도로 접근 중이었다. 하지만 제60기갑여단의 대공대대 레이더에는 스텔스 전투기라고 하기엔 어이없게도 확연히 탐지되었다.
★ ★ ★
2020년 10월 29일 17:03 (중국시각 16:03),
중국 안산시 북단 11km 상공.
65km까지 가까워진 J-20 스텔스 비행대대의 후이룽 중교가 각 편대에 공격 명령을 하달했다.
“여기는 후치 대대장이다. 공격 범위 40에서 지정된 목표로 활공 분산폭탄 투여 후 바로 귀환한다. 이상.”
- 렁보이, 카피 뎃.
- 룽하잉, 카피 뎃.
- 홍돗, 카피 뎃.
각 편대장과의 통신을 주고받던 그때 갑자기 대대장 전투기의 RWR 경보음이 울렸다. 하지만 자체 레이더에는 그 어떠한 탐지 정보도 나타나지 않았고 후방 300km에서 비행하는 최신 KJ-2000 조기경보기에서도 아무런 탐지 정보를 보내오지 않고 있었다.
“대체 뭐야? 어디서 오는 거야?”
회피냐 아니면 목표 타격이냐를 두고 고민하던 대대장 후이룽 중교는 짧은 거리인 만큼 바로 쏘고 충분히 회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대로 목표 타격을 우선으로 결정하고는 공격 명령을 내렸다.
“목표 거리까지 급속 기동 후 투여 후 바로 회피기동 실행한다. 이상.”
- 렁보이, 카피 뎃.
- 룽하잉, 카피 뎃.
- 홍돗, 카피 뎃.
4개 편대의 J-20 스텔스 전투기는 목표 거리 40km에 다다르기 위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표 거리에 가까워지는 그때 아군 KJ-2000 조기경보기로부터 긴급 회피 명령이 떨어졌다.
“푸신1, 후치 확인, 현재 16개의 공대공 미사일이 마하 20으로 빠르게 접근! 긴급 회피 바람,”
삐빅삐빅삐빅~.
조기경보기로부터 데이터 링크를 받자 본 전투기 레이더에도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공대공 미사일이 표기되었다. 이에 다급해진 후치 대대장은 통신망으로 다급하게 외쳤다.
“후치, 각 편대 회피기동 및 귀···.”
콰앙! 콰앙! 쾅앙!
순간 날아온 공대공 미사일 4기는 후이룽 중교를 포함한 선두의 J-20 스텔스 전투기 4기를 요격하여 공중 폭발시켰다. 이에 놀란 나머지 3개 비행 편대는 활공 분산폭탄을 발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급히 플레어와 채프를 뿌리며 회피기동을 펼쳤다.
하지만 2차로 날아온 공대공 미사일에 4기의 J-20 스텔스 전투기가 추가로 요격되었고 살아남은 8기의 J-20 스텔스 전투기는 폭격 임무는 잊은 채 살아남기 위해 최고속도로 도망쳤다.
한편, J-20 스텔스 전투기 8기를 요격하는 전과를 올린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격한 KF/A-25P 흑주작 전폭기 4기도 압록강 국경지대를 앞에 두고 기수를 돌려 다시 순안공항으로 복귀했다.
★ ★ ★
2020년 10월 29일 23:00 (미국시각 09:00),
미국 뉴욕 UN 본부 안전보장이사회.
중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에 한국의 불법 침략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올렸고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 15개국이 모여 결의안에 대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비상임이사국인 한국도 참석하여 중국의 제재 결의안에 대한 반대 발언 시간을 가졌다.
“중국에서는 한국을 불법 침략한 국가로 주장하며 제재 결의안을 상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주장은 잘못된 주장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입니다. 즉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이며, 당연히 북한을 침공하려는 중국의 계략을 사전 파악하였기에 헌법수호와 침략국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불법 침략이 될 수 있습니까?”
“한국은 말을 삼가시오. 대체 우리 중국이 무슨 근거로 북한을 침공하려 했단 말이오?”
한국 외교부 안효준 차관의 발언 중 중국의 외교부 국장 친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이에 카리스마를 풍기며 안효준 차관은 친강 국장을 째려보며 강한 어조로 맞받아쳤다.
“친강 국장! 정령 발뺌하려는 것이오? 군단급 이상의 집단군 4개가 10여 일간 훈련을 가장해 압록강 근처로 이동 배치한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병력만 40만이 넘습니다.”
“우리 중국은 중조우호조약에 입각해 만에 있을 북한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한 것이오.”
“중조우호조약이오?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은 2020년 10월 1일 남북 연방제 통일안에 합의 성명 발표를 하였고, 북한에서는 정식으로 10월 20일 조중우호조약의 개정안을 통해 조중우호조약에 대한 효력 상실을 선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조약으로 인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훈련이란 말입니까? 어린애도 믿지 않을 말은 그만두시오.”
안효준 차관은 끌어 오르는 분노를 진정시키고자 마이크에서 입을 잠깐 때고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존경하는 이사국 여러분,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자국의 영토를 침략하려는 적대국을 뻔히 보고만 있다가 당해야 합니까? 아니면 이에 상응하는 최선의 조처를 해야겠습니까? 이에 중국에서 침략하려던 여러 증거자료를 제시합니다. 이상입니다.”
간단명료하게 발언을 마친 안효준 차관은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이에 안전보장이사회 사회를 맡은 미국의 외교부 안폴리 마카린 차관이 중국 대표에게 발언 의사를 물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발언을 하시겠습니까?”
“네, 하겠습니다.”
친강 국장이 발언대에 올라와 안효준 차관을 살짝 흘겨보고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국가 간 체결한 조약이란 의무와 책임을 다해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수십 년간 혈맹국으로써 지켜야 할 조약에 대해 의무와 책임을 한순간 저버렸습니다. 일방적인 한 국가의 조약 파기는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짓이며 이런 관행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이에 우리 중국은 이러한 조약 파기를 인정할 수 없었으며, 중조우호조약을 성실히 따르기 위해 만일의 사태에 따른 훈련을 실행한 것뿐입니다.”
친강 국장은 이사국 참석자들의 분위기를 한번 살피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한국은 새벽 4시라는 의도적인 시간을 선택해 우리 중국을 불법 공격하여 20여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만들었고, 민간인 또한 2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인륜적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중국은 불법 침략한 한국에 대해 즉각 군대를 철수하고 이에 따른 사과와 전쟁피해보상금을 요청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불법 침략국 한국에 대해 UN군 파병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한국과 중국 양국의 발언이 끝나고 잠시 휴정 시간을 가진 후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회원국은 중국이 상정한 결의안에 대한 투표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