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백호
2020년 10월 29일 16:25,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강이식 합참의장은 여러 군 참모총장들과 추가적인 작전 현황을 검토하기 위해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가운데 다급한 모습으로 통신장교가 들어왔다.
“충성! 제7기동군단 본부로부터 보고입니다.”
회의에 열중하던 합참의장과 장성들은 갑자기 들어온 통신장교 쪽으로 시선이 모였다.
“제60기갑여단의 26전차대대가 여단본부와 합류하기 위해 기동 중 중국 공군의 J-30 스텔스 전투기에 공습을 받고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통신장교는 간략한 보고와 함께 전투 보고 상황을 정리한 자료를 건넸다. 이에 합참의장은 꼼꼼히 읽어보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또한, 회의실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전차대대 하나를 잡겠다고 그것도 최신예 전투기 12기를 보내다니, 중국 놈들이 미쳐도 한참 미친 듯합니다.”
공군참모총장인 김병환 대장이 혀를 차며 합참의장을 바라봤다.
“한 개 대대에 기계화보병연대 하나가 날아갔으니, 중국군 수뇌부에서 무리수를 둔 듯합니다.”
육군참모총장 신성용 대장이 대답하자 잠시 고심하던 합참의장이 말을 이었다.
“랴오닝성 일대의 제공권 확보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김병환 대장?”
“네, 합참의장님.”
“평양에 있는 오장수 안보실장님에게 말해서 신의주 쪽 비행장에 한국 공군의 기지 활용 건 건의해 주시고 수락되면 적어도 1개의 전투비행단을 전진 배치합시다. 괜찮겠지요?”
“문제없습니다. 바로 오장수 안보실장님과 통화하겠습니다.”
“그래요. 서둘러 주세요. 그리고 곧 제60기갑여단과 중국 제3기갑사단과의 교전이 시작되니 나머지 안건은 다음 회의로 미루고 준비들 합시다.”
손목시계를 힐긋 쳐다본 합참의장은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 통합지휘소 상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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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9일 16:45 (중국시각 15:30),
중국 베이징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지휘소 벙커 회의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시진핑 주석이 눈을 감고 있었다.
한국군의 전차대대에 인민해방군의 기계화보병연대 하나가 완전히 박살이 났고 그걸 보복하기 위해 출격한 J-30 스텔스 전투기 12기 역시 모두 격추당했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칸 커이쳐 부주석! 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기계화보병연대가 고작 전차대대 1개에 괴멸을 당하질 않나, 보복하라고 보낸 3개 편대의 스텔스 전투기 12기가 모두 격추되질 않나? 뭐가 문제입니까?”
시진핑 주석은 개전 이후로 속 시원한 승전 소식은커녕 마냥 한국군에게 패전한 소식만 들려오니 속에 불이 났다.
“육군총부장, 말을 해봐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답니까?”
아무 말도 못 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고개를 숙인 육군총부장을 뒤로 하고 이번엔 공군총부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공군총부장, 당신도 할 말 없습니까? 대체 어떻게 전투기와 전차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전투기가 도리어 당하느냐 말입니다.”
“그, 그게 한국군 기갑편제에 대공 방어 능력을 상당히 끌어 올린 듯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배치한 우리 중국의 최신예 전투기 12기 모두 격추당했다고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죄송합니다. 달리 드릴 말씀이···.”
쿵!
주먹으로 회의 탁자를 힘껏 내려친 소리에 침울했던 회의실은 더욱 가라앉고 말았다.
“개전초기 한국군의 기습에 대한 대응부터 보복공격, 그리고 이젠 각개 전투에서의 패전까지 정말 당신들은 인민해방군으로서 고위장성이라는 게 부끄럽지 않소?”
시진핑 주석에게 질타당하는 각 군 총부장들도 억울했다. 기본 교범을 두고 보자면 지금까지 전투에 있어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당할 인민해방군의 전력은 아니었으나, 어쩐 일인지 날 빠진 톱니바퀴처럼 뭔가가 하나씩 부족한 듯 빈틈이 생기고 당하기만 한 것이었다.
“주석님!”
“말씀하시오. 칸 커이쳐 부주석.”
“잠시 후면 한국군 선봉 부대인 제60기갑여단과 우리 인민해방군 제39집단군 소속 제3기갑사단의 전투가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확실한 승리로 주석님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겠습니다.”
칸 커이쳐 부주석의 말에 살짝 눈을 치켜뜬 시진핑 주석은 내심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뀌며 말했다.
“준비는 확실히 한 것이오?”
“네, 이번에 매복했다가 당한 연대를 대신해 제117기계화보병사단의 예하 2개 연대가 합류하였고 제9육군항공여단의 모든 공격헬기가 이번 전투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또한, 무인정찰기와 조기경보기를 투입하여 제공권 확보 및 J-20 전투기 4개 편대가 출격 대기 중입니다.”
“좋소. 이번 전투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 ★ ★
2020년 10월 29일 17:35 (중국시각 16:35),
중국 번시시 남동단 23km 나펀구.
제26전차대대가 막 제60기갑여단에 합류할 때쯤 제60기갑여단은 타깃 A인 중국의 제3기갑사단과 교전 중이었다.
중국군의 기갑사단이 훈련하는 이곳 훈련장은 가로세로 5km인 야지에서 수백 대의 전차들이 서로를 향해 광자 포와 전차포에서 연신 불을 뿜고 있었다. 곳곳에서 캐터필러가 풀려 주저앉은 전차를 포함하여 벌써 수십 대의 전차가 화염에 휩싸인 채로 전차의 생명을 다하고 보기 흉한 형체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하늘에서 봤다면 마치 전쟁영화를 보듯 입을 떡 벌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퍼엉~ 펑엉~ 퓨슝~ 퓨슝~
- 여단장이다. 26전차대대는 왼쪽으로 크게 우회하여 적 기갑사단의 측면을 공격한다. 이상.
- 충성! 26전차대대 강혁진 중령입니다. 확인했습니다. 이상.
막 합류한 26전차대대에게 여단장은 왼쪽 측면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제26전차대대의 각 예하 중대 백호 전차들은 긴급 야지 기동을 펼치며 신속하게 희뿌연 흙먼지 속으로 뛰어들며 선두 7중대부터 적 전차를 향해 광자포를 발사했다.
“김 하사, 1번부터 5번까지 알아서 사격해”
712호 전차장 오경택 중사의 외침에 김영주 하사는 조준경에 시선을 고정하고 쉴 새 없이 발사판을 밟아갔다.
퓨웅~ 퓨웅~ 퓽웅
신속하고 정확한 사격에 중국군의 제3기갑사단의 최신예 전차 99식G 전차들은 측면 쪽에 직격을 당하며 하나둘, 주저앉았다. 이에 중국군의 2개 대대 규모의 전차들이 기수를 돌리며 26전차대대를 상대하려 했는지 포구를 지향하고는 날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퍼엉~ 펑엉~
수적으로 우세한 중국군의 전차에서 일제히 날탄이 날아오자 선두에 섰던 7중대 전차 사이사이로 흙기둥이 솟아오르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텅컹!
날탄 하나가 712호 전차 주 포탑을 때리고는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거리가 500m까지 가까워지니 백호 전차들도 날탄에 맞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에 오영택 전차장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흙구덩이 사이로 모습을 감춘 중국군 전차에 GPS 레이더의 락을 걸고는 그대로 흑룡 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
슈우우웅~ 퐈아악~
주 포탑 양쪽에 장착된 4연장 발사관에서 흑룡 미사일이 1기가 고도를 높이며 솟아올랐고 이내 은폐하고 있던 중국전차의 주 포탑을 상단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일순간 거대한 화염을 토해내며 중국 전차의 주 포탑 전체를 날려버렸다.
- 여단장이다. 32전차대대에서 중앙 돌파에 들어간다. 26전차대대는 그대로 측면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107전차대대는 후방 지원, 기갑수색대대는 오른쪽을 맡도록, 이상.
여단 통신망으로 여단장의 거침없는 명령이 하달되었고 이에 32전차대대가 더욱 속도를 높이며 제3기갑사단의 정 중앙을 향해 돌파 기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에 26전차대대 통신망으로 강혁진 중령의 추가 명령이 떨어졌다.
- 7중대 12시 방향으로 전진하며 격퇴, 8중대와 9중대는 측면 중앙으로 파고든다. 본부중대는 기동을 멈추고 현재 위치 고수하며 방어태세로 전환! 이상.
대대장의 깔끔한 명령에 각 중대는 하달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광자포를 연신 뿜어내며 각자의 진로를 설정하고 튀어 나갔다.
“밟아라! 김 하사는 표적이 지정되는 대로 발사 명령 없어도 무조건 쏴!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7중대 소속 13대의 백호 전차는 전진 방향에서 주 포탑만 오른쪽으로 90도로 돌려 중국군의 측면을 보이는 대로 저격하듯 광자포를 날렸고 그럴 때마다 중국군의 99식G 전차들은 시꺼먼 연기를 흩날리며 폭발했다. 이때 7중대 전차의 LWR(Laser Warning Receiver) 레이저 감지 경고음이 울려댔다. 전방 2Km에서 대전차 중대 장갑차들이 7중대를 저지하기 위해 HJ-9(훙젠-9)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상황이었다.
가장 선두에 섰던 1소대 전차 4대는 긴급 회피기동을 펼치며 각각 2발씩의 흑룡 미사일을 날렸고 중국 대전차 중대 장갑차에서도 십여 발의 HJ-9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다.
피융~ 슈웅~ 슈웅~
각자의 미사일이 상공에서 교차하며 지정된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가장 먼저 중국 대전차 중대의 장갑차들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지옥의 화염 속으로 파묻혔다. 그리고 장갑차에서 간신히 탈출하는 중국군은 공중에서 터진 확산탄 파편에 사지가 잘리거나 몸통을 관통당하며 여기저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러는 상황에서 한국군 7중대 1소대에도 끝까지 유도가 유지된 HJ-9 대전차 미사일 3기는 기어코 1소대 백호 전차를 향해 덮쳤다. 하지만 3세대급 대전차 미사일은 백호 전차의 전면 장갑을 뚫지 못하고 광학 장비 몇 개만 부셨을 뿐 주저앉힐 수는 없었다.
“제길! 711호 전차 전차장 현시경 손상.”
중대 통신망으로 분노 섞인 7중대 소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 712호 전차 포수 조준경 사망,
- 713호 전차 대전차 미사일에 피격을 당했으나 다행히 손상 없음.
대전차 미사일에 대한 피해 보고가 즉각 올라왔고 다시 한번 중대 통신망으로 7중대장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 2소대가 선두로 전환 후 전방 주시 임무 맡고 1소대는 2소대 측면 방어 및 공격, 3소대와 본부소대는 변함없이 측면 공격 계속 시행한다. 이상.
★ ★ ★
2020년 10월 29일 17:50 (미국시각 01:50),
미국 버지니아주 엘링턴 펜타곤.
펜타곤 수뇌부 회의실에는 죤 웨인 국방부 장관과 50여 명의 각 군 장성들이 참석하여 정찰위성으로부터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확인하며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진행되고 있었다. 그 영상과 사진은 금일 한국과 중국의 전쟁 영상이었다. 영상이 끝나갈 때쯤 국방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한국의 첫 기습 공격에 동원된 탄도탄이 일반 탄도탄 미사일이 아닌 위성에서 발사되었다는 겁니까?”
이에 통합참모부 전략분석관 로드 멕카이 중장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한국군의 첫 기습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 조기경보위성이나 일본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및 미 7함대의 이지스 구축함에서는 그 어떠한 탄도탄 발사에 대해 탐지를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중국 내 상공 3,000km쯤에서 마하 50이 넘는 속도로 떨어지는 미사일만 잠깐 탐지했을 뿐입니다. 또한, 타격 당한 지점을 봤을 때 지형적 갈라짐과 폭발 현상을 추측했을 때 이것은 아주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의 추진력과 낙하 운동에너지를 기반으로 떨어진 미사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죤 웨인 국방부 장관은 살짝 놀래는 표정을 보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우리 공군에서 80년대 계획만 하고 포기한 신의 지팡이 프로젝트를 한국에서는 실전 배치까지 성공했다는 거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가능성은 다분합니다.”
“그렇다면 우주국제조약 위반 아닙니까?”
“조약 위반일 수 있으나, 확실한 증거를 잡기 전까지는 함구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공군참모총장 드웨인 존슨이 말했다.
“그래야겠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 공격위성을 꼭 찾아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외 영상과 사진들을 보면 의문점이 드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
죤 웨인 국방부 장관은 앞에 놓인 여러 사진 중 의문점이 드는 사진 여러 장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그 사진들은 6시간 전 26전차대대와 중국의 매복 기계화보병연대간의 교전 장면을 상공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에 이번에도 전략분석관 로드 멕카이 중장이 대답했다.
“사진에 보이는 전차는 한국군에서 2019년부터 전방 기갑사단에 배치된 최신예 전차인 K-3 백호 전차입니다.”
“보고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한국에서 K-2 흑표 전차의 실전 배치가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다음 세대 전차를 개발해 실전 배치라니. 이해할 수 없군요.”
“정보에 의하면 K-3 백호 전차는 우리 M1A2 에이브람스 전차의 성능을 뛰어넘는 4세대급 이상의 전차라는 첩보가 있었지만, 실제 성능을 가늠할 그 어떠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K-2 흑표 전차의 개량형 정도로 판단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투의 결과를 봤을 때 충분히 최상의 성능을 가진 전차라 판단해야 할 듯합니다. 한국군은 44대의 백호 전차로 중국의 최신예 전차 99식G 전차 124대를 상대하여 완승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 사진입니다.”
로드 멕카이 중장은 두 장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백호 전차의 포신은 현시대 4세대급 포신 구경 기준으로 작습니다. K-2 흑표만 해도 120mm입니다. 하지만 백호 전차의 포신은 100mm 정도로 예상해 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사진은 백호 전차에서 광자포를 쏘고 있는 장면이었다.
“잘 보시면, 백호 전차에서 발사되는 포구 부분을 보시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탄이 아닌 입자형 빔 같은 물질이라 생각합니다.”
죤 웨인 국방부 장관은 로드 멕카이 중장이 건넨 사진을 유심히 보고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판단하긴 쉽지 않군요. 정말 이게 입자형 탄이라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건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만약, 멕카이 중장의 말이 맞는다면 이건 바로 백악관에 보고해야 합니다.”
“장관님,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정찰위성을 통해 정확한 증거자료를 더 수집하여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