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백호
2020년 10월 29일 15:30,
중국 단동시 북서단 78km 베이그샹바오산.
중대 전차장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오경택 중사의 얼굴은 그야말로 지옥에서 돌아온 악귀의 얼굴이었다.
“중대장님한테 깨지셨습니까?”
“신경 쓰지 마라!”
“전공 1위인 우리 전차장님한테 너무들 하네! 안 그러냐?”
“맞습니다. 우리가 작살 낸 전차만 해도 8대에 장갑차도 7대나 되는데.”
김영주 하사와 염훈기 상병은 오영택 중사의 눈치를 보며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됐고, 오늘 5시에 여단 본부와 예하 대대에서 타깃 A로 지정된 중국 3기갑사단과 붙는단다. 이동 준비해라. 우리도 여단 본부와 합류한다.”
뒤틀린 심정으로 중대 전차장 회의 내용만 간단하게 내뱉은 오경택 중사는 전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런 행동을 본 김영주 하사와 염훈기 상병은 서로를 바라보며 양팔 올려 으쓱하고는 이동 준비를 위해 간이 위장막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동 준비가 완료된 시점, 대대 통신망으로부터 이동 명령이 떨어졌다.
쿠르르르릉.
38대의 백호 전차와 갖가지 장갑차와 차량이 S203 도로를 따라 흙먼지를 날리며 천천히 기동하기 시작했다.
“기갑부대 기동은 언제봐도 멋지다잉.”
조금 전까지 울상이던 오경택 중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졌는지 줄줄이 기동하는 전차대대 모습에 감탄사를 흘렸다.
“기분 좀 나아졌습니까?”
“그럼 계속 꿍하리?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그럼 앞으로 무리한 명령은 안 하실 거죠?”
“몰라 마!”
변덕쟁이 오경택 중사와 김영주 하사가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제26전차대대는 S203 도로를 따라 기동하며 서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단 본부와의 거리 55km까지 다다르자 대대 통신망으로부터 공중 위험 경보와 대대장이 목소리가 울렸다.
- 대대장이다. 현재 동북 방향 120km에서 마하 1 속도로 전투기 12기 접근 중, 대대 대공 방어 체제로 전환한다.
다급한 목소리로 하달되는 대대장의 명령에 제26전차대대는 기동 간 공중 방어 진형을 갖췄다. 그리고 대공 방어 담당인 K-30 비호A2와 KSMA-1 천마A2는 동북단 상공으로 레이더를 비추며 요격 태세에 들어갔다. 7중대 712호 전차 오경태 중사도 해치를 닫고 안으로 들어와 대공요격용 모니터를 확인하며 주 포탑 양 측면에 장착된 4연장(2*2) 흑룡 미사일의 조종간을 움켜쥐고 발사 버튼에 검지를 갖다 댔다.
골짜기를 따라 저공비행으로 접근하는 전투기의 정체는 J-30 스텔스 전투기였다. 미국의 F-35 전투기의 대항마 격인 J-30 스텔스 전투기는 통합전투기로 2019년 후반에 150여 기가 실전 배치되었다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였다. 이에 제26전차대대 대공 레이더로 탐지가 안 되었다. 대신 아폴론 3호 정찰위성에서 탐지하여 곧바로 데이터 링크로 통보한 것이었다.
승무원: 3명
이동형태: 궤도형(K-21A1 장갑차 사용)
중량: 23t
최고속도: 100km
항속거리: 1,500km
엔진: KPP-50(프라즈마 엔진)
엔진출력: 2,500마력
레이더: K-776A(대포병레이더)
탐지종류: 박격포탄, 곡사포탄, 다련장탄, 공중 투하폭탄
탐지거리: 거리30km/고도12km
추척거리: 거리20km/고도10km
대공유효사거리 20km
요격무기1: 12mm 레이저 6열 벌컨 빔 2문
요격무기2: 60mm S-LAM-60 4연장(2X2)*1=4기
연막탄: 다영역파장 연막탄 5*2=10개
승무원: 3명
이동형태: 궤도형(K-21A1 장갑차 사용)
중량: 26t
최고속도: 100km
항속거리: 1,500km
엔진: KPP-50 프라즈마 엔진
엔진출력: 2,500마력
레이더 : K-777
탐지종류: 항공기, 지대지 미사일, 순항미사일
탐지거리: 거리50km/고도 30km
추척거리: 거리45km/고도 25km
대공유효사거리: 2080km
요격무기1: S-LAM-100 광룡 6연장(3X2)*2=12기
부무장1: 50mm 레이저 6열 벌컨 빔 1문
부무장2: 12mm 레이저 6열 벌컨 빔 1문
미사일 최고속도: 마하 8
연막탄: 다영역 파장 연막탄 5*2=10개
“요것들 봐라? 우리가 대대급 규모라 대공 방어에 취약하다고 생각했는가 보지?”
이리저리 산골짜기를 따라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붉은 점들이 대공 레이더 모니터에 선명하게 표기되었고 이를 확인한 오경택 중사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대대 통신망을 통해 대대장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 중대본부 천마에서 요격 할당한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대공 미사일은 사용하지 말도록, 요격 시점은 골짜기가 끝나고 산릉선 위로 올라오는 서서 방향 20km 지점을 요격 포인트로 잡는다. 이상!
대대장의 지시와 함께 잠시 후 오경택 중사의 대공요격 모니터에 3번째로 날아오는 전투기 한 기가 요격 할당 컨택 포인트에 잡혔다.
그리고 2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쯤 12기의 J-30 스텔스 전투기가 차례대로 산릉선 위로 솟아오르며 내부무장 해치를 열고는 이내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 마찬가지로 26전차대대의 KSMA-1 천마A2와 K-3 백호 전차의 주 포탑 발사관에서도 대공 미사일이 푸른 불꽃 항적을 그으며 J-30 스텔스 전투기를 향해 솟구쳐 올랐다.
J-30 스텔스 전투기에서 발사된 36기의 CM-400AKG 공대지 미사일은 해당 목표물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카로운 항적을 보이며 날아갔고 이를 요격하기 위해 9대의 K-30 비호A2의 2연장 12mm 레이저 벌컨 빔에서 하얀 빛줄기들을 사정없이 상공을 향해 쏟아냈다. 경쾌한 발사음과 함께 45도 고각을 유지하며 날아가는 하얀 빛줄기 하나둘 공대지 미사일을 요격하여 공중 폭발시켰다.
쯍쯍쯍쯍쯍쯍쯍쯍쯍~ 쯍쯍쯍쯍쯍쯍쯍쯍쯍~
꽈아앙~ 파파팟! 쾅!
하지만 J-30 스텔스 전투기의 공대지 미사일들은 워낙 빠르고 거리도 가까웠기에 모든 공대지 미사일을 요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운 좋게 살아남은 공대지 미사일 중 1기가 8중대 821호 전차에 그대로 꽂혔고 육중한 폭발음과 함께 812호 전차는 순간 들썩거렸고 붉은 화염에 휩싸이며 파편들은 사방으로 비상했다.
- 812호 전차 피격 생존자 확인 불가.
8중대 중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대대 통신망으로 울려 퍼졌다.
쿵! 쾅! 쾅! 쾅!
그리고 연이어 이곳저곳에서 폭발음이 울리며 흙기둥이 솟아올랐다. KSMA-1 천마A2와 K-3 백호 전차에서 발사된 대공 미사일도 J-30 스텔스 전투기 6기를 요격하여 공중에서 산화시켰다. 하지만 살아남은 나머지 6기는 산릉선 반대편으로 날아가 기체를 숨기는 형식으로 공중에서 유리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리고 QQ17-1 분산폭탄을 잔뜩 실은 3기의 J-30 스텔스 전투기는 급격히 고도를 높이며 상승했고 26전차대대 상공을 지날 때쯤 QQ17-1 분산폭탄 18개를 자유낙하 형식으로 줄줄이 떨어뜨렸다.
1개의 폭탄에 자탄 40개가 들어있는 QQ17-1 분산폭탄은 집속탄, 접속탄, CBU, 클러스터탄이라고 불리는 탄으로 2018년에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폭탄이었다.
- 비호! 상공에서 낙하하는 폭탄 요격 시행하고 중대별 긴급 회피기동를 실시한다.
비호 승조원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다급해진 강혁진 대대장은 대대 통신망으로 스피커가 터지라 소리 질렀다. 혹, QQ17-1 분산폭탄의 자탄들이 상공에서 폭발하여 제26전차대대를 덮친다 하더라도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만든 전차와 장갑차는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차와 장갑차의 외부에 장착된 레이더와 여러 광학 장비들의 손상이었다. 이것은 전투 전력에 있어 무시 못 할 손실로 다가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대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부응하듯 K-30 비호A2의 양 문 12mm 레이저 벌컨 빔은 최대 고각을 올리고는 6열 빔 열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빛줄기를 쏟아냈다. 지상 곳곳에서 여러 빛줄기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며 화망을 구성하였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운 나머지 18개 중 14개만 요격하는 데 성공했고 나머지 4개의 분산폭탄은 상공 500m에서 지연신관의 작동과 함께 일제히 폭발하며 수많은 자탄은 제26전차대대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자탄의 착탄 지점을 벗어나기 최대 출력을 끌어올리며 각 중대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넓은 평야도 아닌 폭이 1km도 안 되는 좁은 지형의 한계로 인해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두두두두두.
드디어 자탄들이 지상에 떨어졌다.
쾅! 콰콰콰콰앙~ 콰앙!
연속된 폭발음과 함께 여기저기에서 흙기둥이 솟아올랐고 운 나쁘게 자탄에 얻어맞은 전차와 장갑차는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탄 보급을 위해 여러 탄을 적재하여 26전차대대에 추가 배속된 수송 트럭의 피해가 컸다. 백호 전차나 현무 장갑차처럼 외부 장갑으로 보호받지 못한 수송 트럭들은 자탄 한발의 폭발에도 승무원들이 다치거나 어떤 트럭은 적재한 탄의 유폭으로 대폭발을 일으키며 검붉은 화염에 휩싸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축구장 몇 배의 넓은 공간에서 연속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은 지옥을 방불케 했다.
- 9중대 923호 전차, 사격통제장치 손상, 사격 불능.
- 본부중대 천마 2대, 비호 1대 자탄 피격으로 인한 레이더 가동 불가, 적재 트럭 2대 자탄에 완전 전소, 희생자 확인 불가
- 8중대 814호 전차, 822호 전차, 전차장 현시경 손상입니다.
제26전차대대 통신망에는 동네 야시장처럼 중대별 피해 현황에 대한 보고들이 대대 통신망을 통해 시끄럽게 연이어 울려댔다.
그리고 산릉선 뒤로 모습을 감췄던 3대의 J-30 전투기들이 2차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12시 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내부무장 해치를 열고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려던 순간 6시 방향에서 날아온 극초음속 미사일 3기에 차례대로 얻어맞으며 그대로 공중 폭발을 하며 붉은 화염과 함께 산릉선 아래로 떨어졌다.
슈웅~ 쾅!! 쾅! 쾅!
또한, 분산폭탄을 떨어뜨리고 자기 기지로 귀환하던 나머지 3대의 J-30 스텔스 전투기도 어디선가 날아온 미사일에 요격을 당했다.
콰아아앙! 쾅! 쾅!
한국 공군은 개전 전부터 원주에 있는 제8전투비행단을 평양 순안 공항을 임시기지로 결정하고 개전과 동시에 이동시켰다. 임무는 중국 랴오닝성 일대의 제공권 확보와 폭격 임무였다. 이처럼 제7기동군단의 지원 요청으로 평양 순안 공항에서 긴급 출격한 제8전투비행단 소속의 흑주작 전투기 4기가 J-30 스텔스 전투기를 요격한 것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의 폭발음은 없었다. 그리고 제26전차대대가 자리 잡고 있었던 곳곳에는 쾌쾌한 화약 냄새와 함께 검붉은 연기만 솟아오르고 있었다.
- 당소, 제8전투비행단 소속 로우킥 편대, 귀소 상황은 괜찮은가? 이상!
- 당소, 26전차대대, 로우킥 편대 지원으로 큰 피해는 면했다. 이상!
- 당소, 로우킥 편대, 늦게 와서 미안하다. 이상!
- 당소, 26전차대대, 아니다. 도움은 충분했다. 이상!
- 당소, 로우킥 편대, 더 이상 추가 공중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판단, 귀소 귀환한다. 이상.
- 당소 26전차대대, 알았다. 이상.
로우킥 편대와 통신을 마친 강혁진 대대장은 지휘장갑차의 해치를 열고 올라와 상공을 올려봤다. 그때 6시 방향에서 검은 색상을 뛴 전투기 4기가 저공비행으로 제26전차대대 바로 위 상공을 빠른 속도로 지나치며 각각 2기씩 좌우로 갈라지며 귀환 기동을 펼쳤다.
“제길! 전차대대 하나 잡자고 최신예 전투기 12기를 보내다니. 중국 놈들 열이 받긴 받았나 보군.”
장갑차 위에서 주변 일대를 둘러본 강혁진 중령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대장님, 중대별 피 현황 보고 올라왔습니다.”
현무 지휘장갑차 안에서 나성원 작전과장이 말했다.
“알았다.”
짧게 대답한 강혁진 중령은 현무 지휘장갑차 안으로 들어와 모니터를 살폈다.
[제26전차대대 피해 현황]
- 7중대: 피해 없음.
- 8중대: 812호 반파, 814호, 822호 전차장 현시경 손상, 851호 비호 레이더 손상, 충격에 의한 경미한 부상자 5명 발생, 중상 1명 발생.
- 9중대: 923호 사격통제장치 손상, 955호 천마 레이더 손상, 충격에 의한 경미한 부상자 3명 발생.
- 본부중대: 1003호 비호 레이더 손상, 1006호, 1007호 천마 레이더 손상, 탄 적재 차량 2대 모두 전소, 경상자 4명, 중상자 2명, 전사자 2명 발생.
최신예 전투기 12기의 공격으로만 봤을 때 26전차대대의 피해는 매우 양호한 편이었지만, 이제 시작하는 전쟁에서 그것도 선봉 역할을 담당한 26전차대대로서는 뼈아픈 손실이었다. 특히, 탄을 적재한 2대의 수송 트럭이 전소했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그리고 첫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강혁진 중령의 마음을 매우 무겁게 만들었다.
“2명의 전사자라. 본부중대가 가장 피해가 크군.”
“수송 트럭 중 한 대가 적재한 탄의 유폭으로 인한 화염에 휩쓸리는 바람에···.”
부연설명을 하던 작전과장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만 말문을 닫아 버렸다.
“나 대위, 이게 전쟁이야. 어쩌겠나, 예상 밖의 상황인 것을. 일단 부상자와 전사자 시신을 수습한 다음 여단본부와 합류한다. 각 중대에 지시하고 기동 불능 전차는 구난전차로 끌고 가도록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그리고 전사한 장병 인식표는 나에게 바로 갖다 주게나.”
“네, 대대장님, 충성!”
강혁진 중령은 작전과장인 나성원 대위에게 감정 없는 냉혈인처럼 말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 지휘관으로서 부하 앞에서 감정적인 표현을 할 수 없었기에. 하지만 지금, 그 누구보다 가장 마음 아픈 사람은 강혁진 중령일 것이다. 개전 전, 부하 한 명, 한 명 모두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무사히 고국으로 데리고 가겠노라며 굳게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이번 전투에서 깨지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