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백호
2020년 10월 29일 11:55 (중국시각 10:55),
중국 단동시 북서단 75km 베이그샹바오산 지점.
“7중대는 전방의 적 전차 무시하고 고속 기동하여 후방에서 퇴각하려는 장갑차 잡아, 그리고 9중대는 최대속도로 우회하여 퇴각로로 예상되는 2시 방향 S203 도로지점에서 횡단 사격으로 도주 차단한다. 나머지 8중대와 본부중대는 중국군 잔여 전차 청소하고 합류한다. 이상.”
- 네! 알겠습니다.
26전차대대는 대대장의 하달된 명령대로 신속한 기동을 펼치며 마지막 승리의 피날레를 울리기 위해 백호의 울음이 포효하듯 굉음을 내며 다시 쾌속 질주하였다.
“염아! 가속 페달 더 밟아!”
퇴각하려는 중국군 장갑차를 잡기 위해 전방 전차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7중대 1소대 712호 전차장 오 중사가 전차 운전병 염훈기 상병에게 고함을 질렀다.
“전차장님, 지금 시속 60km에 육박합니다. 야지에서 이 정도면 미친 거예요. 이러다가 현수장치 고장 나면 저 군기교육대란 말입니다.”
“짐 우리가 전차 몇 대 부쉈는지 아나? 7대다, 7대! 통계상 우리가 대대 1위다. 근디 3소대 733호 전차가 6대로 바짝 쫓아온다 안그냐. 돌갱이한테 질 순 없제! 안그냐잉?”
3소대 733호 전차장 이석경 중사는 오영택 중사와 부사관 동기로 6년간 같은 곳에서 근무를 한 대대에선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이름에 석 자가 있어서 그런지 항상 이석경 중사를 부를 땐 돌갱이라고 부르곤 했다.
“염아? 오 중사님 소원 들어줘라.”
전차 포수인 김영주 하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는지 싱글벙글하며, 1위 하고픈 생각에 오 중사 말을 거들었다.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현수장치 고장 나면 전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우리 백호는 야지 기동 80km까지는 껌이다! 긍게 걱정하지 말고 밟아.”
염훈기 상병의 오른발에 힘이 들어가자 712호 전차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7중대에서 712호 전차가 선두로 달리기 시작하며, 적 전차 사이를 통과하는 순간, 2시 방향 50여m 지점, 작은 흙구덩이 속에서 은폐하고 있던 중국군 전차 1대가 살짝 뒤로 후진한 후 포신을 712호 전차에 조준하기 위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삐이이~
LWR(Laser Warning Receiver)에서 레이저 감지 경고음이 울리며, 712호 전차를 조준하는 중국군 전차가 현시경 모니터에 붉은 점으로 표기되자, 오 중사는 바로 표적 지정을 하였다. 표적 지정과 동시에 712호 백호 전차의 포신이 중국군 전차를 자동으로 조준하기 위해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조준점을 하단 캐터필러에 타깃 온이 되는 순간 양 전차의 포신에서 불이 뿜어 나왔다.
퍼엉! 퓨웅.
중국군 전차의 날탄은 712호 전차 상단 위로 허공을 찢는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갔고, 백호 전차의 광자포 입자는 그대로 중국군 전차 옆면 하단을 때려 캐터필러를 부숴버렸고 파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전차 내 유 폭이 있었는지 대폭발을 하며 멈춰버렸다. 백호 전차의 탁월한 라이즈 타임, 즉 타깃 탐색 및 지정 후 초탄 발사까지의 걸리는 시간이 중국군 99식 전차보다 두 배 이상 빨랐기에 표적 지정을 늦게 했어도 동시 발사가 가능했다.
여덟 번째 중국군 전차를 격파하고 중대 통신망을 통해 전달 된 7중대장의 연막탄 투하 명령에 좌우로 2발씩 ‘다영역 파장 연막탄’을 터뜨리며 더욱 힘차게 장갑차를 따라잡기 위해 가속하였다. 아무리 백호 전차가 ‘하드드리늄’ 합금 장갑으로 방호력이 뛰어나고 ‘능동ECM교란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전차의 후면을 보이는 건 위험하기에 밀리미터파, 적외선, 가시광선, 모두를 차단하는 연막탄을 날려 전차의 후면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퇴각하던 중국군 차륜형 VN-1 보병전투장갑차의 모습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712호 전차 LWR(Laser Warning Receiver)에서 대전차 미사일의 레이저 조준 감지 경고음이 들렸다.
삐빅! 삐빅! 삐빅!
대전차 미사일 조준 레이저 송출 지점이 디지털 지도 전방 10시 방향 2,200m 지점 산릉선 뒤편에서 여러 개의 붉은 점으로 표기되었다. 아군 장갑차를 노리는 한국군 7전차중대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한 중국군 대전차 미사일 소대원들의 매복 공격이었다.
전자방어기술인 SECM(Super Electronic Counter Measures)에 의해 3세대급 이하의 대전차 미사일에 피격당할 확률은 5% 이하였지만, 조금 전 날탄을 맞은 기억에 본능적으로 복합형 대전차 및 대공화기인 ‘S-LLAM 60 흑룡미사일’ 조종간 발사 버튼을 눌렀다.
* S-LLAM 60 흑룡 미사일
제5세대 대전차 미사일과 단거리 대공 미사일의 기능을 합친 다목적 복합형 미사일로 탄두는 ‘하이드리늄’ 관통탄으로 장갑을 뚫고 탄미 부분은 확산탄으로 비행기와 지상군에 파편을 비상시키는 형식.
주 포탑 양 옆면에 장착된 60mm 4연장(2*2) 미사일 발사관에서 흑룡 미사일 한 발이 푸른 불꽃을 내지르며 50여 미터 상승하다 지정된 표적에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중국군 기갑연대 대전차 소대원들의 지점에서도 6개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왔다.
쾅앙! 파파팟~
“으악!”
흑룡 미사일은 상공 10여 미터에서 터지면서 탄두의 관통탄은 중국 대전차 미사일 소대원 사격수 중 한 명의 몸을 조각으로 만들며 지면에 박혔고 탄미 부분의 확산탄은 수백 개의 쇳조각으로 쪼개지며 반경 30여 미터 안에 있던 대전차 소대원들에게 사정없이 덮쳐버렸다.
팟파팟팟팟팟앗~
이에 대전차 미사일 또한 유도가 끊기자 방향을 잃고는 빙글빙글 돌다 하늘로 솟구치며 폭발하거나 땅에 처박혀 버렸다.
“날파리 아웃.”
이런 광경을 현시경을 통해 확인한 오 중사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는 이내 현시경을 돌려 죽어라. 도망가는 중국군 보병전투장갑차를 차례대로 표적 리스트에 올렸다.
“김 하사, 1번부터 두들겨 줘라”
전차장이 지정한 표적에 따라 광자포 포신은 장갑차의 후면을 정확하게 조준했고 포수 김영주 하사는 여지없이 신나게 발판을 밟았다.
퓨웅~ 퓽웅~
712호 전차의 포신에서 광자 포가 불을 뿜는 것과 동시에 다른 전차에서도 뒤처질세라 중국군 보병전투장갑차를 향해 광자포신에서 광자 입자를 뿜어냈다.
쾅! 콰콰앙~ 쾅앙!
광자포 입자가 순간속도로 뻗어 나갈 때마다 중국군 보병전투장갑차는 화염에 휩싸였고 연막탄을 뿌리며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나려 좌우 기동을 해가며 미친 듯이 도망갔다.
도망과 추격의 상황 속에서 중국군 보병전투장갑차의 3시 방향에서 십여 발의 광자포 입자가 하얀 이를 벌리고는 덮쳤다. 바로 9중대에서 측면 사격을 한 것이었다. 5분간 후방과 측면에서 광자로 세례를 받은 중국 전차연대 잔여 보병전투장갑차와 차량들은 길게 이어진 S203 도로를 따라 붉은 화염 속에 주저앉았고, 화염 속에 빠져나온 중국 병사들은 사지가 절단되거나 피범벅이 된 머리를 감싸 안으며 기어 다녔고 온몸에 불이 붙은 채로 살려달라며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도 있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에잇, 못 볼 거 봤네.”
군 경력 8년째인 오경택 중사 눈에도 이러한 참혹한 장면은 매우 거북했다. 그래서 중얼거리듯 혼잣말을 하며 눈을 뗐다.
“우리가 아닌 게 정말 다행입니다.”
“이게 전쟁의 현실 아니겠냐?”
“뭘 말입니까?”
오 중사와 김 하사의 대화가 궁금했는지 운전병 염훈기 상병이 끼어들었다.
“넌 안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기동 간 운전하느라 정신없었던 염훈기 상병은 운전병 전용 보조 현시경에 눈을 갖다 대고 확대 배율을 조절했다.
“아이고! 끔찍한데요.”
이때 대대 전체 통신망으로 대대장 목소리가 들렸다.
- 지금부터 전장 정리 들어간다. 7중대와 8중대는 전방의 중국군 장갑차와 차량 확인하고 9중대와 본부중대는 현지 위치의 중국 전차들 확인한다. 시간은 11시 30분까지 완료 전방 능선 아래 개활지 부분에서 진지구축 및 다음 명령 때까지 대기한다. 이상!
대대장의 간단명료한 명령 이후 각 중대장의 추가 명령을 듣고 각 전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자! 천천히 출발해!”
“네!”
30여 분간 치러진 한국 26전차대대와 중국 제3기갑사단의 전차연대와의 첫 기갑전은 수적으로 불리함에도 일방적으로 중국 전차를 학살하며 26전차대대의 첫 승이자 대승을 했다.
★ ★ ★
2020년 10월 29일 12:25,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중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 32시간이 지나고 있는 시점, 합동지휘통제소의 메인 스크린에는 한국군의 진격 경로와 각종 정찰위성과 정찰기를 통해 입수한 중국군의 현재 위치들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어 각양각색의 표기들로 보기 좋게 보여주고 있었다.
점심을 전투식량으로 간단하게 해결한 강이식 합참의장은 의자에 앉아 ‘고구려의 기상’ 작전에 따른 변동 상황이 있는지 꼼꼼히 메인 스크린을 주시하며 여러 작전 참모진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때 통신담당 오퍼레이터의 보고 소리가 들렸다.
“제7기동군단에서 보고입니다. 현재 7군단의 선봉여단인 60기갑여단 26전차대대가 1시간 10분 전, 11시 15분에 중국군 전차연대와 조우 및 교전 시작! 아군 피해 없이 적 전차연대 괴멸! 현재 적 전차연대 사상자 및 현황 파악 중이라는 보고입니다. 상세 내용은 5번 스크린에 올립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5번 스크린에 눈을 돌린 합참의장은 엷은 미소를 보였다. 5번 스크린에는 교전 결과에 따른 피격된 적 전차 수량과 보병전투장갑차 수량, 그리고 여러 상세데이터 통계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스파이더 드론을 이용해 상공에서 찍은 여러 영상 자료들이 선명한 화질로 보였다.
“대대와 연대 싸움에서 괴멸 수준까지 만들었다니, 그것도 중국군에서 최신 상급인 99식G 전차를 상대로. 역시 올림푸스에서 만든 우리 백호 전차가 소문대로 괴물인긴 한 듯합니다. 하하하, 안 그렇습니까?”
신성용 육군참모총장이 흐뭇한 웃음을 보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 정도면 예상보다 제7군단을 급속으로 진격시켜도 무방할 것 같군요.”
“전쟁이 길어지면 불리한 건 우리 쪽이니 속전속결로 가야겠습니다.”
★ ★ ★
2020년 10월 29일 14:30,
중국 단동시 북서단 78km 베이그샹바오산 지점.
“이게 다 오 중사님 때문입니다. 이게 뭡니까?”
김영주 하사가 원망의 눈초리로 오영택 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미안하다잉.”
30분 전, 진지구축을 끝내고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던 712호 전차 승조원인 오영택 중사와 김영주 하사, 그리고 염훈기 상병은 대대장 호출 명령을 받았다. 이에 오영택 중사는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전공을 세워 대대장이 칭찬하려고 부르는 것이라며 의기양양 대대장 막사로 향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칭찬은 고사하고 30분간 얼차려만 받고 돌아왔다. 바로 대대장의 명령을 무시하고 선제 사격을 한 이유 때문이었다.
“전쟁보다 대대장님 얼차려에 먼저 죽겠습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내는 염훈기 상병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미안하다고! 고만 좀 해라, 잉?”
자기 때문에 부하들이 얼차려 받은 것이 미안했는지 오영택 중사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연신 미안하다는 소리만 되풀이했다.
“내가 나중에 전쟁 끝나면 확실하게 한번 쏜다. 알았제? 그랑께 그만 징징거리지 마러!”
이때 3소대 이석경 중사가 소문 듣고 왔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왔다.
“어이, 오 중사. 너 대대장님한테 겁나게 깨졌다며?”
“꺼져라! 짐 너랑 말다툼할 힘이 남아 있지 않거든? 지금 이 행님이 매우 피곤하니까 가라.”
“피곤하겠지. 명령 어기고 그리 쏴댔으니.”
“좀 꺼져 부러야.”
“흥분하지 마라, 이게 다 네놈의 급한 성격 때문이야.”
“전출을 가야지 원!”
“다른 게 아니고 3시에 중대 전차장 회의 있으니까 중대장님 막사로 와라. 네놈 아까 얼차려 받는다고 전달 못 받았을까 봐 말해주러 온 거야.”
연신 재밌어하는 이석경 중사는 김영주 하사와 염훈기 상병을 보고 안 됐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너희가 고생이다, 못난 전차장 만나서. 그럼 난 이만 간다. 참고로, 중대장님도 너 때문에 대대장님한테 혼나고 지금 많이 화나 있다네.”
끝까지 놀려먹고 자기 전차로 돌아가는 이석경 중사의 뒷모습을 향해 오영택 중사가 주먹 감자를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돌갱이 자식아! 이거나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