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백호
2020년 10월 29일 09:40 (중국시각 08:40),
중국 단동시 서북단 42km G1113 단푸 고속도로.
30분 동안 40km 속도를 유지하며 고속도로를 따라 북진하던 26전차대대에 여단 본부로부터 호출음이 울렸다.
“대대장님! 여단 본부 호출입니다.”
통신병 이상진 상병이 고개를 돌려 대대장을 바라보며 보고하였다. 이에 강혁진 중령은 K-22A1 지휘장갑차에서 전방 모니터를 주시하다 K-101 헤드셋을 똑바로 쓰고는 대답했다.
“충성! 26전차대대 대대장 강혁진입니다.”
- 충성! 수고가 많습니다. 작전참모 오경수입니다. 군단 전속 정찰위성인 아폴론 3호로부터 방금 수신된 디지털 지도 및 분석 데이터에 대해서 전달합니다. 26전차대대가 북진하는 전방 80km 지점인 번시에 북부 전구 제39집단군 제3기갑사단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기갑군을 포착, 타깃 A로 지정하며 10시 방향 48km 베이그샹바오산 지점에 연대급 규모의 전차와 장갑차도 포착! 타깃 B로 지정합니다.
한눈에 중국 랴오닝성 전체 지형이 보이는 디지털 지도에는 작전참모 오경수 중령이 말한 대로 번시 근방에 A와 B가 표기되어 있었다.
- 타깃 B는 타깃 A가 교전 시 배후에서 아군의 후방을 치려는 매복 부대라 판단됨, 이에 여단 본부 및 예하 부대는 타깃 A를, 26전차대대는 현시점에서 10시 방향으로 전환하여 매복하고 있는 타깃 B에 대한 섬멸 후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전차 진지구축 및 대기하라는 명령입니다. 작전 디지털 지도의 수신 암호코드는 1257R, 타깃 B와의 교전은 여단 하달 명령 없이 대대장 재량에 맡긴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주공이 아닌 조공으로 공중 위험은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타깃 B까지 고속 기동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질문 있습니까?
“없습니다.”
- 건투를 빕니다. 충성!
“예! 알겠습니다. 충성!”
여단과의 통신을 마친 강혁진 중령은 헤드셋을 벗고 콘솔에 수신 암호코드와 대대 암호코드를 입력하였다. 전방 영상 모니터에 여단에서 송출한 디지털 지도가 보이며 디지털 지도엔 26전차대대를 중심으로 반경 100km 안에 타깃 A와 타깃 B의 표기는 물론 다양한 아이콘 모양이 표기되어 있었다. 10시 방향으로 디지털 지도를 확대하니, 190여 개의 전차 및 장갑차와 특수차량 등의 모습들이 위장막을 치고는 매복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참 디지털 지도를 보며 곰곰이 생각하던 강혁진 중령은 헤드셋을 귀에 대며 통신병을 통해 대대 예하 중대 호출 명령을 하였다.
- 충성! 7중대 대위 한영국입니다.
- 충성! 8중대 대위 안필선입니다.
- 충성! 9중대 대위 오광태입니다.
- 충성! 본부중대 중위 김태근입니다.
“대대장이다. 각 중대, 디지털 지도 송출할 테니 중대 암호 입력 후 확인한다.”
중대장들은 콘솔에 중대 암호를 입력하고 디지털 지도를 송신 받았다.
“현 지점에서 타깃 A로 지정인 적 주공은 여단 본부 및 예하 부대에서 맡기로 했다. 우리 대대의 목표는 현 10시 방향 48km 떨어진 타깃 B로 지정된 매복 부대다. 본부중대 김태근 중위는 스파이더 드론을 띄워 실시간으로 데이터 링크를 걸고, 진격 방향 20km까지 탐색한다. 기동 순서는 7중대, 8중대, 본부중대, 9중대 순으로 야지 기동한다. 질문 있나?”
- 예! 7중대 중대장 한국영 질문 있습니다.
“말해라.”
- 혹시 공중 위험은 없는 겁니까? 연대급 전차가 매복한다는 건, 분명 항공기 전력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종심 타격 전술에 의한 선봉이라지만, 아군의 공중 엄호 없이 이렇게 기동하는 건, 조금 걱정이 됩니다.
“여단에서는 공중 위험은 없다는판단이다. 행여, 적 항공기나 헬기 공격이 있다면 백호 전차의 대공 시스템과 천마A2를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 예, 알겠습니다.
“다른 질문 없으면 7중대부터 방향 전환하며 고속 야지 기동한다. 이상!”
대대장의 명령 하달에 선두에 있던 7중대가 고속도로 난간을 넘으며 9시 방향으로 전환하여 튀어나갔다. 45t의 육중한 백호 전차였지만 차세대 엔진인 KPP-100 플라스마 엔진 덕분에 4,500마력의 힘으로 승용차 부럽지 않은 속도를 야지에서 내고 있었다.
승무원: 3명
중량: 45t
중량 대 마력비율: 109hp/t
엔진: KPP-100
출력: 4,500마력
노면 기동: 120km/h
야지 기동: 80km/h
항속거리: 3500km
주포: 100mm 광자포
관통력: 3,500mm
정면방호력(KE): 1,800mm(하이드리늄 합금)
최대 포각도: 샹향 40도, 하향 25도
부무장1: 12mm 레이저 머신 건(전차장용)
부무장2: 8mm 레이저 미니 머신 건(포수용)
대공/대전차무기: S-LLAM 60 흑룡 미사일(2연장 x 2=4기) 복합탄
방어시스템: 능동SECM실드체계
주포 탄약 적재수: 플라즈마 전지X1 팩 기준 50발 x 5
부무장1 탄약 적재수: 플라즈마 전지 D2팩 기준 3,000발 x 5
부무장2 탄약 적재수: 플라즈마 전지 B1팩 기준 1,000발 x 5
대공 / 대전차탄약적재수: S-LLAM 60 흑룡 미사일 8기
연막탄: 다영역 파장 연막탄 5 x 2=10개
★ ★ ★
2020년 10월 29일 11:12 (중국시각 10:12),
중국 단동시 북서단 서북단 75km 베이그샹바오산 지점.
한참 고속 야지 기동하던 26전차대대가 타깃 B로 설정된 중국 매복 전차와 거리 10km를 남기고 서서히 기동 속도를 줄여나갔다. 본부중대에서 날린 스파이더 드론으로 실시간 전방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26전차대대는 매복 전차들의 움직임이 포착했고 이에 교전 대열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대대장이다. 지금부터 전투 대형으로 전환한다. 7중대가 중앙에 8중대는 왼쪽, 9중대는 오른쪽으로 기동하고 본부중대는 후방에서 대전차 및 공중 위험에 대한 엄호 지원한다.”
드디어 외계 과학 문명의 신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K-3 백호 전차가 첫 실전을 벌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중국군 전차연대는 지옥의 문이 열리는 최악의 순간이었다.
육군 기갑사단 중 가장 먼저 26전차대대가 배속받은 최신예 K-3 백호 전차는 현시대보다 50여 년 이상을 뛰어넘는 5.5세대급 전차였다, 이전에 보유했던 3세대 K-1 전차는 전량 예비 전력으로 전환했고 K-1A1 전차 400여 대는 대대적인 개량 사업을 통해 4세대 K-1A2 흑호 전차로 재탄생 하였다. 그리고 3.5세대 K-2 흑표 전차는 2017년에 설계부터 개량하여 새로운 4.5세대 K-2A1 흑표 전차로 대량 생산을 했다. 이전에 생산된 200여 대는 후방 예비 기계화사단으로 배속했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면서 기동하는 백호 전차가 굉음을 내며 백호의 발톱이 땅을 박차듯 무한궤도도 야지의 흙 표면을 힘차게 밀어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중국 전차연대도 매복이 발각된 걸 알게 된 후 190여 대의 전차와 장갑차들이 서서히 26전차대대 쪽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거리를 좁힌 상황에서 교전한다.-
-교전 거리는 1,000에서 초탄 발사, 짱깨가 먼저 쏜다고 졸지 마라.-
백호 전차는 시야만 확보된다면 10km에서도 정확한 유효 사격이 가능했다. 일반적인 교전이라면, 시야 확보한 거리에서 선 타격으로 적의 주공을 격멸하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교범이지만, 적의 완전 섬멸이라는 목표로 인해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교전하여 적의 퇴각로를 허용치 않기 위함이었다.
전차와의 거리가 2,000m까지 가까워지며 전방 시야가 확보된 중국 전차 120여 대에서 일제히 초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퓨웅~ 슈우우우우웅~ 쾅! 쾅! 쾅!
수십 발의 ‘APFSDS(날개안정분리철갑탄)’, 일명 날탄이 날아왔지만, 사거리 및 백호 전차의 ‘능동SECM교란시스템’의 영향을 받았는지, 초탄에 맞는 아군 전차는 없었다.
* 능동SECM교란시스템
전차의 조준 레이더를 감지하는 순간 SECM(Super Electronic Counter Measures) 방출로 적 전차의 표적 조준점을 교란해 정확한 목표 타깃을 방해하는 시스템.
7중대 백호 전차 사이사이로 붉은 흙기둥이 솟아오르며 양 진형의 전차들 거리는 좁혀지고 있었다. 7중대 1소대 712호 전차 포수 김영주 하사가 조준경 모니터를 보며, 조금은 놀랬다는 듯이 전차장인 오영택 중사에게 말했다. 조준경 모니터에 설정된 1번 표적인 적 전차는 피아식별 데이터와 연동되면서 적 전차에 대한 모델명과 제원 데이터가 상세하게 모니터 화면에 입력되었다.
“저쪽은 99식G 전차인데요? 능동반응장갑에 최대 사거리 4,000m, 그리고 자동장전에 이동 포격까지 수적으로 너무 밀리지 않겠습니까?”
“김 하사! 쓸데없는 소리 말고 표적 지정한 거나 잘 보고 있어!”
전차장인 오영택 중사는 전차장용 현시경을 통해 다가오는 중국 전차를 차례대로 사격 통제시스템에 표적으로 지정했다.
* 사격 통제시스템
전차장이 각 표적에 대한 탐색으로 표적 지정을 하게 되면, 설정된 표적 순서대로 포신이 자동 조준이 되며 자동사격 및 포수에 의해 수동사격이 가능했다. 또한, 중대 전차 간 데이터 링크를 통해 표적에 강제 모드가 아닌 이상, 중복 설정이 되지 않는 기존의 헌터-킬러 기능’을 강화한 ‘멀티 헌터-킬러’ 시스템이 적용됐다.
카앙!
순간 포탑 앞부분에 해머로 맞은 듯 불쾌한 소음과 함께 약간의 충격이 가해졌다. 적 전차의 날탄 관통자에 상단 오른쪽 부위가 직격당한 것이다. 하지만 날탄의 관통자는 불꽃을 튀기고는 그대로 튕겨 나가 땅속에 처박혀 버렸다. 백호 전차의 장갑은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정면 방호력(KE)은 1,800mm의 엄청난 방호력을 갖춘 초합금 장갑이었기에 99식G(Type99G MBT) 전차의 가공할 ZPT98 125mm 활강포의 날탄이라 하더라도 백호 전차의 정면장갑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간 것이다. 만약 구형인 K-1 전차였다면, 그대로 불길에 휩싸인 고철 신세가 될 수 있었다.
712호 전차를 맞춘 날탄은 원래 측면에서 앞서가던 711호 전차를 표적으로 설정된 탄이었으나 SECM(전파교란시스템)에 의해 조준점 교란으로 빗나가면서 옆에서 달리던 712호차에 맞게 된 것이다.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712호 전차장 오영택 중사는 광분하기 시작했다.
“뭐냐? 맞은겨? 조준 감지 경고음도 읎었는디? 이런 니기미!”
오영택 중사는 초탄을 쏘기 전에 먼저 맞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는지, 고향인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로 욕을 섞어가며 포수인 김영주 하사에게 소리쳤다.
“1번 타깃부터 쏴부러야!”
“예? 천 미터가 되려면 아직 몇 백 미터나 남았습니다.”
“까라면 까! 우리 직격당한 거 몰라서 그르냐?”
“나중에 문제 생기면 오 중사님이 책임지십시오.”
“알았응게! 쏘기나 하랑께!”
“1번 표적 사거리 1540미터.”
“쏴!”
전차장 오영택 중사가 지정한 1번 표적에 대해서 김영주 하사는 발사 발판을 밟았다.
퓨우웅.
백호 전차 포신에서 100mm 광자포가 불을 뿜으며 붉은 광물질을 토해냈다. 빛줄기가 뻗어가듯 순간속도로 1,500m 전방에서 다가오던 중국군 전차 한 대를 날려버렸다. 중국군 전차는 광자포 입자에 포탑이 날아가 버리고 검붉은 화염을 토해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반응장갑이 있었지만, 반응장갑은 광자포의 입자 위력 앞에 소멸하듯 타버렸다.
바로 이어 백호 전차의 포신이 다가오는 두 번째 표적 전차의 중앙 하단 부분을 자동 조준하자, 포수 김영주 하사는 주저 없이 격발 발판을 밟았다. 육중한 발포 소리와 함께 중국군 전차의 하단에 폭발이 일어나며 그대로 뒤집었지 듯 앞부분이 들썩거렸다가 주저앉으며 재차 폭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대대장 강혁진 중령이 옆에 있는 작전참모인 나성원 대위한테 소리쳤다.
“저 새끼들 누구야? 왜 혼자 먼저 쏘고 지랄이야? 저것들 이번 교전 끝나면 호출해!”
“알겠습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712호 전차장 오영택 중사는 벌써 세 번째 전차를 박살 내고 있었다. 네 번째 표적 전차가 조준점에 잡히는 사이 다른 백호 전차들도 광자포를 쏘기 시작했다. 백호 전차의 포신에서 불을 뿜으면 백발백중으로 중국 전차들은 여지없이 폭발했고 어떤 전차는 형체가 사라질 정도의 대폭발을 일으키며 불꽃 가루로 변했다.
쾅앙~ 쿠르르르르 쾅!쾅! 콰콰콰앙~
양 전차가 800m까지 거리가 가까워지며 간혹, 날탄을 맞는 백호 전차가 있었지만, 흠집 정도 내는 수준에 불과했고, 움직이는 중국군 전차는 급속도로 수가 줄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교전이 시작된 지 수 분 만에 120여 대였던 적 전차는 30여 대로 줄어들었고 후방에서 지원하던 중국 보병전투장갑차와 여러 특수차량은 퇴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본부중대와 함께 후방에서 지켜보던 26전차대대 대대장 강혁진 중령은 대대 통신망으로 예하 중대에 명령을 하달하였다.